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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고향거제도/거제 100경

시인이 되고 싶으면 거제 둔덕골 청령정으로 가 보시기를/거제도여행추천/거제도 가볼만한 곳

시인이 되고 싶으면 거제 둔덕골 청령정으로 가 보시기를

/거제도여행추천/거제도 가볼만한 곳

 

청렴정.

 

시인이 되고 싶으면 거제 둔덕골 청령정으로 가 보시기를

/거제도여행추천/거제도 가볼만한 곳

 

‘청령정’에 서면 나도 시인이 돼요.

 

“가을이면 누구나 시인이 된다”는 사람들의 말처럼 가을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계절이다. 누구나 시인으로 만드는 깊어진 가을에 가보면 좋을 만한 곳이 얼마 전 새로 생겼다. 청마 묘소 앞 시비 공원 오른쪽으로 난 길을 따라 천천히 2분 남짓한 거리에 세워진 ‘청령정(蜻蛉亭)’이 바로 그 곳이다.

 

 

조금은 낯선 그곳은 어떤 곳인지 지금 떠나보자. ‘청령정’을 쉬운 말로 바꾸면 잠자리 정자다. “왜 정자 이름을 잠자리로 지었을까” “왜 청마의 묘소가 있는 옆에 지었을까” 많은 궁금증이 생긴다. 궁금증은 의외로 쉽게 풀린다.

 

‘청령’은 대한민국 국민 대부분 알고 있는 대표적인 시인인 청마(靑馬) 유치환(柳致環) 선생이 즐겨 썼던 표현이다. 한국전쟁 당시 부산 영주동 집을 ‘청령장’이라고 했고, 통영시 문화동에 살 때 문화유치원 2층에 있었던 선생의 서재 이름도 ‘청령장’이었으며, 1949년 청마가 펴낸 네 번째 시집이 바로 ‘청령일기’였다. 이것으로 보아 청마의 잠자리에 대한 사랑은 남달랐던 것 같다.

 

 

청마 묘소 인근에 지은 정자 이름인 ‘청령정’은 청마의 셋째 딸인 유자연 여사가 이름 붙였다고 한다. 청령정은 청마 묘소 공원화 사업의 하나로 지난 9월 28일 제6회 청마문학제 때 현판식을 가졌다.

 

이곳으로 가려면 자동차로 청마 묘소까지 갈 수도 있지만 청마의 시혼(詩魂)을 제대로 느끼려면 청마기념관 주차장에 차를 대놓고, 기념관과 그의 생가에서 청마를 조금 알고 묘소로 걸어가는 것이 좋다. 드넓은 둔덕들판을 오른쪽으로 두고 왼쪽 산길로 난 길을 따라 10여 분 남짓 오르면 묘소다.

 

 

 

낙엽 밟는 소리와 함께 들려오는 부드럽고 따뜻한 가슴으로 사랑을 노래하고, 자유를 갈망한 그의 시를 들으려 애쓰며 걷다보면 어느 새 청마의 전신상과 시비 7기가 함께 가장자리를 두르고 있는 조그만 광장이 나온다. 전신상 맞은쪽으로는 그의 ‘연보벽’이 서 있다. 청마를 더 잘 알 수 있다.

 

청마는 부산남여상 교장 때인 1967년 2월 13일 밤 부산문인협회 이사회 참석 후 집으로 가다 좌천동 앞길에서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 부산 하단동 승학산 기슭에 안장됐다가 양산 백운공원 묘원에 이장한 뒤 1997년 4월 5일 둔덕 지전당골 어미니 묘소 곁에 모셔졌다.

 

그가 ‘사모비’에서 ‘당신 곁에 당신 모셔 이 하늘 우러르고…’라며 열망하더니 죽어서 끝내 그 뜻을 이루게 됐다. 부드럽고 따뜻한 가슴을 지닌 청마는 있는 자보다 가난한 사람을 사랑했으며, 시집이 나올 때마다 부끄러워한 겸손한 시인이었다.

 

 

 

 

연보벽 옆으로 난 오솔길을 따라 걸으면 청령정이다. 이 길은 굽어서 좋다. 지루하지 않아서 더 좋다. 간간이 긴 의자도 놓여 있어 쉬어갈 수 있도록 해 놓았다. 짧은 거리여서 의자가 필요 없을 듯도 하다. 여유를 가르쳐주기 위해서인 듯하다.

 

나무로 된 계단을 10계단 정도 오르면 청령정이 모습을 드러낸다. 얼른 뛰어가고 싶은 충동을 누르고 오히려 더 천천히 걷는다. 뭔지 모를 설렘과 감동을 기대하는 마음 때문인지도 모를 일이다. 청령정의 파란 현판이 눈에 띈다. “어~ 파란 글씨네” 왜일까? 궁금하다. 알 길이 없다.

 

 

 

 

 

둔덕 들판은 휑한 느낌이다. 쓸쓸해진다. 저 멀리 둔덕만은 잊힌 첫사랑마냥 손짓을 하지만 갈 수 없을 것만 같다.

11월 중순이면 겨울이 시작된다고 한다. 짧은 가을 시 하나 남기려면 청령정으로 가보자. 오롯이 외롭고 쓸쓸한 가을을 즐기려면 혼자가 더 좋을 듯싶다. 나도 시인이 된다.

 

 

 

 

시인이 되고 싶으면 거제 둔덕골 청령정으로 가 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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