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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경상지역

[하동여행] 섬진강을 품은 하동, 그곳에 머물고 싶다/제19회 화개장터 벚꽃축제/4월에 가볼만한 여행지

[하동여행] 섬진강을 품은 하동, 그곳에 머물고 싶다

/제19회 화개장터 벚꽃축제/4월에 가볼만한 여행지

 

하동에서 구례로 잇는 국도 19호선에 핀 벚꽃. 다음 주까지 벚꽃구경을 해도 좋을 것만 같다.

 

[하동여행] 섬진강을 품은 하동, 그곳에 머물고 싶다

/제19회 화개장터 벚꽃축제/4월에 가볼만한 여행지

 

섬진강을 품은 하동, 그곳에 머물고 싶다

29일부터 2일간, ‘화개장터 벚꽃축제’ 열려

 

봄비로 땅은 초근하다. 산자락에 걸린 엷은 안개는 잔잔하게 이는 파도와 같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숲 속 나뭇가지는 쉬이 떠나지 못하는 겨울을 안고 있지만, 매화와 개나리는 아름다운 봄소식을 전해주고 있다. 지난 26일. 퇴직을 얼마 남겨 놓지 않은 '미래설계반' 교육생들의 모임에서, 하동으로 떠나는 버스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이다.

 

섬진강을 품은 땅, 하동(河東). 왠지, 그 이름만 들어도 마음이 설레고, 이곳을 들를 때마다 생기는 감정이다. 사람들은 섬진강을 '어머니 젖줄'이라 표현한다. 그 만큼 강은 사람에게 많은 도움을 주며,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자원이다. 하동은 신라 경덕왕대에 이르러, '섬진강의 동쪽에 위치하였다'고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요즘, 귀농과 귀촌이 가끔 뉴스의 한 면을 차지한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퇴직한 사람들이 제2의 인생을 살기 위해 귀농과 귀촌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퇴직 후의 삶은, 흔히 인생 2모작에 비유되는 만큼, 매우 중요한 일임은 분명하다. 그렇기 때문에 알차고 멋진 노후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인생설계를 잘 그려야 할 터. 가능하다면 많은 것을 보고 배워야 하지 않을까 싶다.

 

두 곳의 농가에서 귀농에 관한 정보를 얻고, '최참판댁'으로 이동했다. 최참판댁은 대하소설 '토지'의 주 무대가 되었던 곳으로, 전통가옥으로 잘 조성돼 있다. 그간 몇 번이나 이곳을 다녀갔지만, 올 때마다 마치, 소설 속의 배역을 맡는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아마도 오육십 대 이상 나이라면, 어릴 적, 소를 몰고 농사지으며 살아 온 과거의 진한 잔상이 살아나 그런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이다.

 

하동의 명품, 녹차.

 

평일임에도 최참판댁 주차장은 대형버스로 가득했다. 나이 든 어른들의 단체여행인 듯싶다. 입구에는 봄나물을 비롯한 여러 가지 약초를 내다 파는 할머니들. 나이 들어서도 삶의 무게를 견뎌내는 성실함에 고마움과 존경스러운 맘이 인다.

 

'최참판댁'에서 소설 속의 배역을 맡은 느낌

 

오랜만에 찾은 이곳은 예전과 다른 모습이 하나 보인다. '최참판댁' 토지 세트장이다. 물길 따라 도는 물레방아가 정겹다. 초가로 만든 집집마다 대형문패가 걸려있다. 소설 속 배경이라 하지만,  실제 조상들이 살아 온 애환이 깃든 삶이 묻어 있음을 느낀다. 최참판댁 입구에서 하동군청 관계자로부터 해설이 이어진다. "사랑채로 가는 길은 문이 없는데, 그 이유는 문을 열 때, 삐거덕거리는 소리를 내지 않기 위해서"라는 것과, "참판이란 관직은 지금으로 볼 때 차관급에 해당한다"는 것도 일러준다.

 

 

솟을대문을 들어서자 방망이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강약이 조절되고 리듬을 타는 소리가 예사롭지 않다. 보통 숙련된 솜씨가 아니다. 아니나 다를까, 나이 든 어르신 두 분이 장단 맞춰 두드리는 '다듬이질' 소리였던 것이다. 경북 영주에서 왔다는 두 분은 웃음 가득한 행복한 모습이다. 그 사이 다듬이질 소리를 듣고 많은 관객이 몰려들었다. 나와 다른 구경꾼도 한참이나 그 소리에 빠져 자리를 뜨지 못했다.

 

 

최참판댁에서 내려다보는 들판은 풍요가 가득하다. 아직 농사철이 아닌 탓에 휘휘한 들판이지만, 보리가 솟아나고 나락이 영그는 계절을 생각하면, 어떤 모습인지 그려지고도 남는다. 들판 한 가운데 서 있는 소나무 두 그루. 하동사람들은 '서희와 길상'이라 이름 붙여 '부부송'이라 부른다고 한다. 아침 시간이면 운해 속 부부송은 기묘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 때문에 전국의 많은 사진작가들로부터도 사랑을 받는다고 한다. 그런데 이 소나무는 몇 십 년이 지나도 크지 않는 듯, 그 모습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사랑채에서 잠시 시간을 내어 참판으로부터 인생 강의도 들었다. 돌아 나오는 길은 아쉽다. 언제 이곳에 다시 올까 싶어서다.

 

고무신이 참 정겹다.

 

하동하면 섬진강이 떠오르지만, 또 하나가 더 있다. '하동십리 벚꽃 길'이다. 이 맘 때쯤이면, 벚꽃을 구경하러 인산인해를 이루는 곳이 하동이다. 하동군청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광양 매화축제 때 하동IC에서 쌍계사와 최참판댁에 이르는 국도가 몸살을 앓았다고 한다. 그래서 차라리 "걸어가는 것이 훨씬 빨리 이동할 수 있다"는 귀띔이다. 이어, 26일 현재 "개화율은 약 30% 정도로, 이번 주말에 많은 여행자가 몰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한다. 이번 주 금,토,일은 펜션이나 민박은 거의 예약이 완료됐다는 것.

 

최참판댁 토지세트장.

 

야간 조명 벚꽃 길 100m 구간, 27일부터 불 밝혀

 

29일부터 2일간 열리는 '제19회 화개장터 벚꽃축제'로 인해 더욱 많은 여행자가 몰릴 것을 예상하고 있다. 더구나 이 축제는 지난 2010년 이후, 4년 만에 다시 열린다고 한다. 가수 조영남이 '화개장터'를 찾아 노래 '화개장터'를 열창하고, 여러 가지 볼거리로 많은 여행자를 불러들일 계획이라고 한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가장 볼거리는, 활짝 핀 '벚꽃 길'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안내하시는 분이 좋은 정보 하나를 알려준다.

 

 

"이번 주말부터 활짝 핀 벚꽃을 구경할 수 있지만, 비만 내리지 않는다면 아마 다음 주말(4월 5일)에도 아름다운 벚꽃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면, 차라리 평일 벚꽃 구경이 좋을 것입니다. 십리 벚꽃 길 구간에는 야간 조명을 설치 해 놓아 몽환적인 풍경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야간 조명 길은 화개장터 십리 벚꽃 길 약 100m 구간에 설치돼 있다. 위치는 화개중학교를 조금 지나 상하행선 일방통행로 구간이 나오는 쌍계사 방향에 있다. 지난 27일부터 불을 밝히기 시작했으며, 불 켜는 시간은 오후 7시부터 자정까지이고, 벚꽃이 질 무렵까지 운영할 것이라고 한다.

 

영화의 한 장면인 것만 같다.

 

평사리 공원에서 보는 섬진강이 평화롭기만 하다. 태곳적부터 흐르는 저 물줄기는 끊어지지 않고 지금까지 영원히 흐르고 있다. 어머니 젖줄이라는 말이 실감이 난다. 고운 백사장에 한 쌍의 남녀가 발자국을 남기며 걷고 있다. 이내 모래밭에 신발을 벗고 앉아 사랑을 속삭인다. 나는 멀리서 영화의 한 장면을 몰래 지켜보면서 감상에 빠져들고 있다.

 

유유히 흐르는 섬진강 둑길을 걷고, 활짝 핀 벚꽃 길 하동에 머물고 싶은 마음이다.

 

[하동여행] 섬진강을 품은 하동, 그곳에 머물고 싶다

/제19회 화개장터 벚꽃축제/4월에 가볼만한 여행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