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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법문

[나의 부처님] 원수 갚는 방법(3), 성철스님/오늘의 법문에서

 

[나의 부처님] 원수 갚는 방법(3), 성철스님/오늘의 법문에서

 

갓바위 대웅전 앞 석탑에서 기도하는 불자.

 

[나의 부처님] 원수 갚는 방법(3), 성철스님/오늘의 법문에서

 

4월 둘째 주 일요일인 13일입니다. 약속한 대로 휴일 날 편안한 마음으로 '오늘의 법문'을 시작합니다. 오늘은 불자가 아니라도 많은 사람들이 잘 알고 계시는 성철스님의 '원수 갚는 방법'에 대한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시간을 좀 내어 찬찬히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죽풍>

 

혹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오늘 법문하시면서 큰 짐을 지워 주시네. 그건 부처님이나 하실 수 있는 것이지 우리가 어떻게 하실 수 있겠어. 말 한마디만 잘못해도 당장 주먹이 날아오고 칼이 나오는데 어쩌란 말이야. 이렇게 항의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내가 지나간 실례를 몇 가지 이야기하겠습니다.

 

 순수함.

 

☞ 첫 번째 이야기

 

예전에 현풍 곽씨 집안의 한 사람이 장가를 들었는데, 그 부인이 행실이 단정치가 못했습니다. 시부모 앞에서도 함부로 행동하고 의복도 바로 입지 않고 언행이 전혀 공손치가 않아, 몽둥이로 때리기까지 해보고 별 수단을 다 써 봐도 별무 효과였습니다. 그렇다고 양반 집에서 마누라를 내쫓을 수도 없는 형편이었습니다. 그런데 하루는 그 사람이 맹자를 펴 놓고 읽다가 이런 구절에서 머물게 되었습니다.

 

"사람의 본성은 본래 악한 것이 없이 착하다. 악한이고 착한이고 간에 누구든지 본성은 다 착하여 모두가 요순과 같다."

'맹자도 성선 언필 칭요순(孟子道 性善 言必 稱堯舜)'

 

여기에 이르러 그 사람은 활연히 깨닫고 생각하기를,

 

"내가 이제까지 마누라가 하는 행동을 보고 나쁘다고 때리고 구박을 많이 했는데 그게 아니구나. 본래 요순같이 어진 사람인데 내가 잘못 알았구나. 앞으로는 우리 마누라를  참으로 존경해야겠다."

 

하고 마음먹었습니다.

 

예전 양반 집에서는 아침 일찍 사당에 가서 자기조상에게 절을 했습니다. 부처님께 예불하듯이. 이 사람이 다음날 아침, 도포 입고 큰 갓을 쓰고 사당에 가서 조상에게 절을 하고 나와서는 제일 먼저 마누라한테 넙죽 절을 하는 것입니다. 마누라가 가만히 보니 남편이 미쳐버렸단 말입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자기를 보고 욕하고 때리더니, 도포 입고 큰 갓 쓰고 절을 넙죽넙죽 한단 말입니다. 그래서 갑자기 이 사람이 미쳤나 하고 생각하는데,

 

"당신이 참으로 거룩합니다."

 

하면서 남편이 또 절을 하는 것입니다. 막 쫓아내는데도 한사코 따라다니면서 절을 하며 뭐라느냐 하면,

 

"사람이란 본시 모두 착한 것이오. 당신도 본래 착한 사람인데 내가 잘못 보고 욕하고 때리기도 했으니, 앞으로는 당신의 착한 성품만 보고 존경을 해야겠습니다."

 

하면서 자꾸 절만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기를 한 달 두 달이 지나다 보니, 부인도 자기의 본래 성품이 돌아와, "왜 자꾸 이러십니까? 이제는 나도 다시는 안 그럴 테니 제발 절은 그만 하십시오." 하게 되었단 말입니다.

 

"당신이 요임금 순임금과 꼭 같소. 그런 당신을 보고 내가 어찌 절 안할 수 있겠습니까?"

 

라고 하는 남편의 여전한 기색에, 결국 그 부인도 맞절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신이 날더러 요순이라고 하는데, 진짜 요순은 바로 당신입니다."

 

하면서 서로가 요순이라고 존경해 가며 살아가게 됐다 이 말입니다. 그러니까 앞에서 내가 했던 말은, 부처님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누구든지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갓바위 대웅전 부처님.

 

☞ 두 번째 이야기

 

내가  6·25 사변 뒤 통영 안정사 토굴에서 자고 있을 때 이야기입니다. 하루는 진주에서 신도들 30여 명이 와서 이런 얘기 저런 얘기를 하던 중에 한 신도가 30년 동안 자기 영감하고 말을 안 한다고 하는 것입니다. 그가 누구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금방 알 수 있는 사람이지만 이름은 들먹이지 않겠습니다. 내가 깜짝 놀라며 물었습니다.

 

"그게 정말입니까?"

"예. 그렇습니다."

"불교 믿는 부처님 제자라고 하면서 딴 사람도 아니고 아들 딸 낳고 함께 사는 영감하고 30년이나 말을 안 하고 산다니 도저히 이해를 못하겠습니다" 그랬더니 그 이유를 말하는 것입니다.

 

아들 딸 몇을 낳고 난 후에 남편이 작은 마누라를 얻어 나가고 자기는 거들떠보지도 않더라는 겁니다. 살림이고 뭣이고 싹 쓸어가 버리고 남은 자식들 데리고 먹고 살며 공부시키려니 그 고생이 말로 다 할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자기가 평생 고생한 것을 생각하면 분이 북받쳐서 말도 하기 싫다는 거였습니다. 다 듣고 난 다음에 내가 물었습니다.

 

"나에게 좋은 방법이 하나 있는데 시키는 대로 하겠습니까?"

"예. 하겠습니다."

"그러면 법당에 올라가서 부처님께 3000배 절을 하되 '스님께서 시키는 대로 꼭 하겠습니다' 하는 원을 세우고 절을 하시오."

 

라고 했더니 밤을 새워서 3000배를 하고 내려왔습니다. 그래서 내가 말하길, "지금 당신은 당신의 남편이 작은 부인을 얻어서 나를 이렇게 만들고 괄시를 했다 하는 원한이 맺혀서, 30년 동안 말도 안하고 원수같이 지냈는데 그것은 잘못 생각한 것입니다.

 

영감도 본래 부처님과 조금도 다름없는 착한 사람이니까, 오늘 돌아가는 길로 당신 집으로 가지 말고, 가게에 가서 술하고 좋은 안주 사가지고 작은 부인 집으로 찾아가십시오. 부엌에 가서 손수 상을 차려서 영감님께 올리고 큰 절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말하길, '영감님 제가 죽을죄를 졌습니다. 스님의 말씀이 영감님이 참으로 부처님 같다고 했는데, 내가 그것을 모르고 이제껏 말도 안하고 지냈습니다. 그 허물이 너무나 큽니다마는 아무쪼록 용서해 주십시오'라고 하면 당신이 참으로 부처님을 뵙게 될 것입니다."라고 했더니, 그 사람이 실제로 그렇게 했습니다.

 

영감이 보니 마누라가 미쳤단 말입니다. 아무리 얘기를 하려고 해도 막무가내이던 사람이 술 받고 안주 만들어 와서 절하며 잘못했다고 비니 하도 이상해서 물었습니다.

 

"당신 도대체 어떻게 된거요?"

"토굴에서 공부하시는 스님께 가서 영감 이야기를 하고 법문을 들었는데, 영감같이 착한 사람이 없다고 하면서 영감이 부처님과 똑같은 어른이라고 하십디다. 그래서 제가 지금 영감을 부처님이라 생각하면서 절을 했던 것입니다."

 

그러자 가만히 듣고 있던 영감이, "아! 불교가 그런 것인가" 하고는 그만 크게 발심을 했습니다.

그 후로는 철저한 불교신도가 되어서, 부인이 새벽으로 기도하러 갈 때도 꼭꼭 같이 다니고, 나중에는 진주에서 신도회 회장까지 했습니다.

 

그러니까 근본은 상대방을 보되, 겉모습만 보지 말고 본래 성품을 보아야 합니다.

모든 사람이 다 부처님이기 때문입니다.

 

[나의 부처님] 원수 갚는 방법(3), 성철스님/오늘의 법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