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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지역언론

이승훈 선수, 그를 높이 칭송하고 싶다


뉴스앤거제 2010년 2월 17일
http://www.newsngeoje.com/news/articleView.html?idxno=1272

거제타임즈 2010년 2월 17일
http://www.geojetime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3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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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훈 선수, 그를 높이 칭송하고 싶다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이 함께 모여 차례상을 차리기에 바쁜 설날 아침. 밴쿠버로부터 들려 온 동계 올림픽 첫 메달 소식은 설날 아침을 더욱 기분 좋게 만들었다. 5000m 스피드 스케이팅에 출전한 이승훈 선수가 은메달을 땄기 때문. 금메달도 아닌 은메달인데 왜 이렇게 기분이 좋을까? 그럴만한 이유는 있다.


이승훈(22세, 한국체육대학교). 동계 올림픽 역사상 스피드 스케이팅 5000m에서 한국 최초이자, 아시아에서 최초로 메달을 획득한 선수다. 그것은 표면적인 이유. 내용은 그보다 더 놀랍다. 원래 이승훈은 스피드와 거리가 먼 쇼트트랙에서 기대를 받았던 선수다. 지난해 2월, 하얼빈동계유니버시아드에서 3관왕으로 그의 실력은 절정에 달했다.


하지만 같은 해 4월, 뜻밖에도 올림픽 대표 선발전에서 쓰라린 좌절을 맛봐야만 했다. 그러나 포기할 수는 없었다. 쇼트트랙에서 스피드 스케이팅으로 말을 갈아탄 그는, 평원을 달리며, 더 높은 고지를 향한 노력은 그칠 줄 몰랐다. 폐활량은 마라토너 황영조와 비슷했다고 한다. 지구력만 믿은 이승훈은 2009~2010 시즌 월드시리즈에서 한국 기록을 3번이나 갱신하는 대기록을 세운다. 그리고 세계 최대 스포츠 축제인 동계 올림픽 출전.


스피드 스케이팅에서 본격적인 훈련을 받은 지 채 1년도 되지 않는 시간. 장거리 국가대표로 선발된 지 정확히 9개월. 이렇게 짧은 시간에 세계 정상에 오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그의 은메달이 더 값져 보인다. 비록 금메달이 아닐지언정.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이승훈 선수는 나이 22살, 키 170㎝, 몸무게 59㎏으로서, 장거리 선수로서는 경력도 신체조건도 유리할만한 조건은 없었다. 외국 기자들의 눈에는 한 뼘이나 키 작은 동양 선수에 불과했던 것.


그런 그가 세계를 놀라게 했고, 올림픽의 역사를 새로 썼다. 더군다나, 16개조 중 12번째로 같이 출전한 선수는 스피드 강국 네덜란드 밥 데 용. 그는 세계 랭킹 2위로서, 4년 전, 토리노대회 때 10000m에서 금메달을 딴 세계적인 중장거리 선수다. 경력도, 신체조건도 열세였다. 하지만, 주눅 들지 않았으며, 자신감이 충만했다. 안정된 자세로 힘차게 노를 젓는 듯, 하는 그의 손놀림은 박력이 넘쳤다. 특히, 코너링에 강했다. 전문가들은 코너를 돌때 속도를 거의 줄이지 않는 자세, 쇼트트랙으로 몸에 익힌 코너링 기술 때문이라고 말한다.


사실, 이 종목은 결승전이 따로 없는 경기다. 티브이를 보는 내내 한 경기, 한 레이스가 결승전과도 다름이 없었다. 25바퀴를 도는 동안 한 순간도 긴장감을 놓칠 수 없는 레이스였다. 나머지 2개조가 경기를 마칠 때까지 마찬가지로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 잠시 뒤, 아나운서의 흥분한 목소리가 가슴을 쿵쾅거리게 만든다. 2위가 유지되었고, 이로서 은메달이 확정됐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올림픽에 참가하여 메달을 따기까지 어려운 과정과 힘든 훈련은 필수적일 것이다. 우리는 어떠한 어려움이 있었는지, 구체적으로는 잘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수많은 고통과 인내가 뒤 따랐을 것이라는 것.


이승훈 선수. 내게 있어 어느 금메달을 딴 선수보다도, 더 높이 그를 칭송하고 싶다. 그래서 말하고 싶다. 경기에서 영원한 승자는 없다. 기록은 깨지기 위해 있고, 역사는 새로운 것을 기록 할 것을 요구한다고.


언론 인터뷰에서 "쇼트트랙이 옛사랑이라면, 스피드는 첫사랑"이라고 밝힌 이승훈 선수. 오는 24일 새벽 4시, 스피드 남자 1만m에 출전, 두 번째 메달에 도전한다. 며칠 만에 새로운 기록을 쓰는 올림픽의 역사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