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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사는 이야기] 교통카드 때문에 버스에서 생긴 일

 

[사는 이야기] 교통카드 때문에 버스에서 생긴 일

 

아침 출근 길 말썽을 일으킨 문제의 교통카드.

 

[사는 이야기] 교통카드 때문에 버스에서 생긴 일

 

"꺼내서 해야지."

(지갑에서 꺼내 다시 갖다 댄다)

'띡'하는 소리가 나자마나, 반말 투의 짜증 섞인 음성이 내 귓전을 때린다.

"아니, 어른이 왜 학생꺼를 해?"

순간, 당혹스러움이 밀려오고 기분이 좋지 않다.

 

흔들리는 버스, 운전석 뒤 기둥을 잡고 기사님에게 변병(?)을 해야만 했다.

 

"어제 교통카드를 샀는데, 학생용인줄은 몰랐어요. 판매점에서 점원이 주는 대로 받아서 오늘 처음 사용했는데, 당연히 어른용인 줄 알았지요. 버스타고 출퇴근 하는 것도 이제 3주차이고 카드는 처음입니다."

 

변명 아닌 설명을 해도 기사는 나를 이해하기는커녕 자신의 입장만 되풀이 하고 있다.

 

"학생용을 사용하면 안 되지."

"어른이 학생용을 사용하고 슬쩍 도망가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학생용을 사용하다 걸리면 30배를 더 물어야 합니다."

 

한 순간에 어른이 학생용을 사용하다 걸린 '나쁜 사람'이 되고 말았다.

버스 안에는 서 있는 사람이 한둘이 있을 뿐, 승객 모두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졸지에 '나쁜 사람'이 된 나는 황당하고 자존심이 상했다.

 

"학생용을 샀으면 표시가 나고, 기사님이 이렇게 알고 있는데, 알고서 학생용을 샀겠습니까? 점원이 주는 대로 받아 사용했을 뿐인데. 제 입장을 설명하면, '아 그런 사정이 있었구나', 이렇게 이해해 주시면 안 되는지요? 좀 친절하게 설명해 주면 좋으련만, 아침부터 서로가 기분 상하게 꼭 이렇게 해야만 합니까?"

 

마음을 가라앉히고 버스 안쪽으로 가려했지만 솔직한 나의 기분을 전하고야 말았다.

교통카드를 구입함에 있어 좀 더 세심하게 알아보지 못한 나의 실책을 자책해야 했는데, '순간의 기분에 몰입한 나'를 보고만 것이었다.

기분이 좋지 않고 화도 났지만 참았으면 하는 후회의 마음이 밀려왔다.

애써 기분을 돌리려 인터넷 검색으로 시간을 때웠고 마침내 내릴 정거장에 도착했다.

기사님한테 다가가 잠시 나의 느낌을 전했다.

 

"교통카드를 잘못 구입한 나도 책임이 있지만, 기사님께서도 좀 더 친절하게 승객을 대해 주셨으면 합니다."

"어른이 몰래 학생용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어 언성을 높였는데, 본의 아니게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저도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기분 푸시고 좋은 하루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예, 안녕히 가십시오."

 

이렇게 오해를 풀고 화해를 하고서야 버스에서 내렸다.

교통카드를 구입한 판매점에 가서 항의를 하고 싶었지만 모두 부질없는 일이 돼버리고야 말았다.

사무실에 출근해 '버스에서 생긴 일'에 대해 얘기를 했더니만, 학생을 둔 직원이 어른용과 교체를 해 주었기에.

 

우리 모두 '각박한 세상'에 살고 있다.

깨달음을 공부하는 나로서는 '아직도 멀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아침 출근길이었다.

그럼에도 '정진은 계속해야겠다'는 다짐이다.

 

동료 직원이 바꿔 준 일반용 교통카드.

 

[사는 이야기] 교통카드 때문에 버스에서 생긴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