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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사는이야기] 눈 뜨고 코 베어가는 세상, 그러다가 큰 망신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사는이야기] 눈 뜨고 코 베어가는 세상, 그러다가 큰 망신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진공청소기 위에 놓아 둔 돈을 담은 명함 통을 청소하는 사이 누군가 가져가 버렸습니다.

 

[사는이야기] 눈 뜨고 코 베어가는 세상, 그러다가 큰 망신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지난 달 마지막 주말인 28일. 황당한 일을 경험했습니다. 오랜만에 자동차를 세차하게 되었고, 실내 청소를 하려고 동전을 투입하는 청소기 앞에 차를 세웠습니다. 평소 고속도로 통행료를 내고 잔돈을 보관해 오던, 돈이 든 명함 통을 기계 위에 놓은 채, 동전 몇 개를 꺼내 투입구에 넣은 후 청소를 시작했습니다. 매트를 세척하고 다시 명함 통에 든 동전으로 바닥청소까지 마쳤습니다. 돈이 든 통의 존재를 까맣게 잊은 채 10여 분 동안 청소에 빠져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모든 일을 마무리하고 기계 위를 살폈으나, 동전 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린 것입니다.

 

명함 통에 든 돈은 약 1만 7~8천 몇 백 원 정도. 100원짜리 동전이 많아 관리하기 어려워, 전날 10000원짜리 지폐 한 장과 각각 500원, 100원 동전으로 바꿔 놓은 돈이었습니다. 돈이 든 통을 딴 데 놓고 찾아 헤매는가 싶어 주변 사방을 둘러봐도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혹여 차에 다시 갖다 놓지 않았을까, 차 안 구석구석을 찾아봐도 끝내 돈이 든 통은 눈앞에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허탈한 심정'이란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일까요. '눈 뜨고 코 베어간다'는 말도 이럴 때 쓰이는 걸까요.

 

돈 통을 찾는 것을 포기했습니다. 이미 내 것이 아닌 것을 알았는데, 집착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었습니다. 미련을 버리기로 했습니다. 기분 전환으로 음악을 크게 틀고 드라이브에 전념했습니다. 그런데 번쩍 하는 생각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며칠 전에 장착한 '블랙박스'가 생각났던 것입니다. 속으로 쾌재를 불렀습니다. 입가에 알 수 없는 회심의 미소가 생겨나는 것도 느꼈습니다. 돈 통을 훔쳐간 도둑을 잡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바로 차를 세워 확인할 이유는 없었습니다. 블랙박스에 잘 저장돼 있을 거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낮 시간은 돈 통에 대해 까맣게 잊었습니다. 저녁시간에도 밤 시간에도 굳이 블랙박스를 확인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블랙박스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에 여유로웠습니다. 다음날, 설레는 마음으로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했습니다. 자동세차장으로 들어서는 차는 물을 흠뻑 맞으며 세차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찍혀 있었습니다. 세차를 마치고 청소기 앞으로 향하는 자동차의 모습도 선명한 화질로 녹화돼 있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돈 통을 훔쳐간 도둑을 잡는 것은 '누워서 떡 먹기' 정도라 여겼습니다. 그런데 영상은 차를 주차하는데 까지가 끝이었습니다. 그 이유를 알고 보니 차량 시동을 꺼 버렸기 때문이었습니다. 영상의 앞뒤를 몇 번이나 돌리는 중에서도, 속으로 쾌재를 부르면서 도둑을 찾을 수 있겠다 장담했던 그 다짐은, 허사로 돌아가고 말았습니다. 두 번째 겪는 '허탈한 심정'이었습니다. 이제 정말 미련과 집착을 버려야만 했습니다.

 

CCTV와 블랙박스는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

 

얼마 전 지인으로부터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자신의 차량을 들이받고 달아나는 도망자를 발견하고 차를 세우려 했으나 그냥 뺑소니를 쳤다고 합니다. 블랙박스를 설치하지 않아 그 운전자를 잡을 수 없을 것만 같았는데 주변 차량의 도움으로 경찰에 잡혔다는 것입니다. 그것도 블랙박스가 설치된 7대의 차량 중, 사고 장면이 녹화된 차량은 2대였다고 합니다.

 

어찌됐든 뺑소니 운전자를 잡은 것은 다행이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뺑소니 운전자는 '찌그러진 부분만 수리해 주면 되지 않겠냐'면서 통사정을 하더라는 것입니다. 차를 치고 도망가는 것을 제지했음에도, 나 몰라라 도망가는 뺑소니 운전자, 이런 운전자에게 관용이 필요한 것일까요. 이후의 사정은 더 이상 말을 들을 필요가 없었습니다.

 

신문보도에 의하면, 아침에 집을 나서 퇴근 후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 하루 동안 CCTV에 찍히는 횟수가 약 70~80회 정도 된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어느 지역, 어느 장소를 가든 자신이 원하지 않음에도 '나의 행동과 모습'이 촬영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인권을 침해한다는 여론에도 불구하고 CCTV 설치는 계속 늘어나고 있는 현실입니다. 부정적 의견 속에서도 범죄를 예방하고 범인을 잡는 효과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사실입니다.

 

아무리 '눈 뜨고 코 베어가는 세상'이라지만, 그러다가 큰 망신을 톡톡히 당할 수도 있습니다. 내 것이 아니라면 괜한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될 일입니다. 잔돈 몇 푼 들어있는 명함 통을 들고 가다 주인에게 들키기라도 했더라면, 어떤 표정으로 무슨 변명을 할지 궁금하기 이를 데가 없습니다. CCTV와 블랙박스는 당신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당신의 행동과 모습을 하나도 빠트리지 않고 기록한다는 것도 알아야 할 것입니다.

 

[사는이야기] 눈 뜨고 코 베어가는 세상, 그러다가 큰 망신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