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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사는이야기] 쉬는 날 이른 아침, 자유를 뺏어간 남자와 남자

 

[사는이야기] 쉬는 날 이른 아침, 자유를 뺏어간 남자와 남자


주차문제로 다투던 두 남자가 떠난 아파트 주차장.

 

[사는이야기] 쉬는 날 이른 아침, 자유를 뺏어간 남자와 남자

 

일요일 늦잠을 깨운 '두 남자'의 갈등

아파트 주차문제 서로에 대한 배려로 해결해야

 

"야이~ ×. 빨리 안내려오나. 바빠 죽겠는데."

 

지난 일요일 이른 아침(2일). 날이 선, 남자의 신경질 섞인 목소리는 여름 날 더운 공기를 타고 아파트 벽을 기어올랐다. 한 숨을 돌린 소리는 창문턱을 넘어 마침내 침실까지 쳐들어오고야 말았다. 예고 없는 무단침입이다. 사생활 침해요, 개인의 소중한 자유를 방훼 했다. 소리는 한 번으로 그치지 않았다.

 

"××. 뭐하는 ××야. 미치고 환장하겠네."

 

열이 오를 대로 오른 남자가 내 뱉는 말은 나를 일으켜 세웠다. 눈은 떴고, 편안히 조금 더 누워 있고 싶었지만, 그럴 상황이 되지 못했다.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무슨 일인지 살폈다. 그런데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잘못 들었나"라며 고개를 돌리려는 찰나, 차량 문을 열고 나오는 한 남자. 그리고 잠시 뒤 나타나는 다른 한 남자. 분위기로 봐서 무슨 일이 벌어질 것만 같았다.

 

"차를 이렇게 막아놓고... 급해 죽겠는데, 빨리 좀 나오지 않고 뭐하는 거요?"

"아니, 차를 밀고 좀 나가면 되지, 사람까지 오라고 합니까."

"차가 꼼짝도 않는데 어떻게 차를 밀어."

 

화가 난 남자가 반말 투로 목소리를 높이고 따지자, 상대 남자의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진다.

 

"사이드를 풀어놨는데, 밀면 되지. 사람까지 오라 그래."

"사이드를 풀었는지 확인해 봐. 이게 사이드를 푼 건가?"

 

남자는 자신의 차량을 막아 선 상대 남자의 차를 힘껏 밀었지만 꼼짝도 하지 않는다. 상대 남자는 이상하다는 듯, 자신의 차량 문을 열고 확인하는데, 결과는 사이드 브레이크가 잠겨 있었던 것. 상대 남자는 아무 말이 없다. 남자의 한판승이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이어지는 대화.

 

"미안하게 됐습니다."

"영업하는 찬데... 약속시간을 훨씬 넘겼잖아요. 큰일이네..."

 

상대남자는 시동을 걸고 짧은 한 마디만 남긴 채 도망가듯 자리를 떠났다. 남자는 멍한 모습으로 차에 올라 시동을 걸었다. 화가 덜 풀렸는지 남자는 '붕붕'하며 액셀러레이터를 밟고 상대남자가 떠난 반대방향으로 사라졌다. 아파트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시 정적의 시간으로 돌아갔다.

 

'공동주택'이라고 말하는 아파트. 아파트는 이웃과 이웃 사이에 웃음을 만들기도 하지만, 갈등을 만들며 화를 부르기도 한다. 층간 소음문제와 차량 주차문제가 대표적인 갈등 요인이다. 이런 문제가 생겼을 때, 어느 한 쪽 편을 들기도 참으로 어렵다. 양쪽 의견을 들어보면 자신이 당한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 사회 전문가들은 이 같은 문제에 대해, '남을 배려하라'고 조언한다. 그렇다면 위 사례에서 어느 쪽을 배려해야 할까. 참으로 어려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대규모 도심지역 아파트 경비원의 임무는 경비업무보다, 차량주차 문제가 본연의 업무라는 것을 방송을 통해서 알 수 있었다. 그러고 보면 지방 소도시에 사는 나로서는 아파트 내 주차문제는 비교거리도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그럼에도 늘어나는 차량으로 주차문제는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두 남자가 실랑이를 벌인 사이드 브레이크와 관련한 주차문제도 서로 충돌할 소지가 충분하다. 밤늦게 귀가하여 주차할 곳이 없다면, 일렬로 주차된 차량 앞으로 주차는 할 수 있을 터. 이럴 때도 반드시 사이드 브레이크를 풀고, 충분한 공간을 두고 주차를 해야 한다는 것. 그래야만 다음날 차주를 부르지 않고서도, 차를 밀고 빠져 나갈 수 있지 않을까.

 

그럼에도 문제는 또 있다. 이날도 막아선 차는 소형차가 아닌 덩치가 큰 중형차로 사이드를 풀었어도 여간해서 차를 밀어내기란 힘들다는 것. 대형마트 주차장처럼 바닥이 미끄럽다면 약간의 힘만 가해도 차량이 움직이지만, 아스팔트에서처럼 마찰 저항력이 큰 경우, 웬만한 힘을 가해도 잘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 특히, 힘이 약한 여성운전자라면 큰 덩치의 차를 밀어내기란 쉽지 않은 일. 이럴 경우 차주를 불러야하고, 위 사례처럼 상호 언성을 높이는 일까지 벌어지지 않을까. 

 

아파트 주차문제는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비단 아파트 단지 내 주차문제 뿐만 아니라, 도로상 주차문제로도 옳고 그름을 따지는 일은 시시각각 발생하고 있다. '남을 배려하라'는 말처럼 서로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고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한 요즘이다.

 

[사는이야기] 쉬는 날 이른 아침, 자유를 뺏어간 남자와 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