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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힘들게 수레를 끄는 노인, 삶은 고통이다


[포토에세이] 힘들게 수레를 끄는 노인, 삶은 고통이다


힘들게 수레를 끄는 노인.


거창의 한적한 시골 길, 힘들게 수레를 끄는 노인에 눈에 들어온다.

힘을 집중하려 어깨는 전방으로 쏠렸고, 두 손은 손잡이를 꽉 잡았다.

수레는 폐목을 잔뜩 실었다.

아마도 땔감용으로 보인다.

70대 후반이나 80초반 나이로 보이는데도, 겨울 보온을 위한 땔감용 나무를 직접 장만해야 하다니 마음이 짠하다.

이 정도 나이에 먹고 살기 위해 부실한 제 한 몸을 불살라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장례식장에서 부모를 잃은 자식은 이렇게 한탄한다.

"평생 일 밖에 모르고 사신 분인데, 잘 먹고 잘 입지도 못하고, 어디 좋은 데 여행도 못 가고 돌아가시다니."

이런 한탄처럼, 부모는 평생을 자식이 잘 되기를 바라는 일념으로 살아간다.

그런데 자식은 희생을 바친 부모를 위해 얼마만큼이나 생각하고 효도를 하면서 사는지?

나 자신 냉정하게 평가하면 "참으로 부끄럽기 그지없다"는 생각이다.


약 두 달 전.

집을 짓고 보일러에 기름을 채웠는데, 기름 값이 적지 않게 들었다.

가정용 등유 보일러 두 드럼에 298,500원, 약 30만 원이 든 셈이다.

이 기름으로 3개월 사용하면 한 달에 약 10만 원, 4개월 사용한다면 약 7만 5천 원.

지난 두 달 사용하고 보일러 게이지를 보니 반이 넘게 뚝 떨어졌다.

4개월은 못 버틸 것 같다.


어머니가 병원에 입원하기 전, 어머니 집을 방문하면 거실에는 냉기가 넘쳐난다.

전기장판만 깔고 이불을 덮은 채로 TV를 보고 계시는 어머니에게, "보일러를 좀 켜고 따뜻하게 지내지"라며 좀 짜증 섞인 말을 던지곤 했다.

그러면, "기름 값이 얼만데"라며, "너희가 언제 기름값을 한 번 보태 주냐"며 조금 원망 섞인 답이 돌아오곤 했다.

따뜻하게 지낼 줄 몰라 보일러는 켜지 않았을 어머니.

이제 그 심정을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을 나 자신을 돌아본다.

실내온도가 10도 이하로 떨어져야만 보일러를 켜겠다는 각오(?)까지 세웠으니...


땔감용 나무를 실은 수레를 힘들게 끄는 할아버지.

제 몸 하나 거동하기 불편한 할아버지는 저 나무로 장작을 켜 군불을 땔 것이다.

몸져누운 할머니를 보살피려는 그 애틋한 마음을 읽을 수가 있고 느껴져 온다.

추운 올 겨울, 육신이나마 따뜻하게 지내기를 바라는 심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