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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이야기

[김기춘 조윤선 구속] 날개없이 추락하는 여자와 남자 그리고 한 남자와 한 여자/김기춘 조윤선 구속


[김기춘 조윤선 구속] 날개없이 추락하는 여자와 남자 그리고 한 남자와 한 여자

/이들이 몹시 궁금한 이유는 무엇일까/김기춘 조윤선 구속


MBN TV 화면 캡쳐.


수척한 모습에 입을 꽉 다문 무표정한 얼굴, 장관배지 대신 수감자 번호를 달고 구치소 호송차에서 내리는 한 여인. 여인은 수갑을 찬 듯 옷소매로 양손을 가렸고, 두 명의 호송원에 양 팔을 잡힌 그는 특검 사무실로 동행하는 모습이 TV 화면을 장식했다. 종편은 이 화면을 반복해서 내 보내며 논평을 쏟아내고 있다. 여인은 헌정사상 장관으로 처음 구속 수감된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다. 


그는 대한민국 최고의 엘리트코스를 밟았고, 여성으로서 성공한 인물로 평가받았다. 제18대 국회의원에 이어 청와대 정무수석과 두 번의 장관을 지냈다. 51세의 젊은 나이에 정권 최고의 자리까지 올랐지만,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없었던 모양이다. 여성이 화장하지 않은 맨 얼굴로 다중에게 드러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인데, 구속 수감되고 그 다음날 맨 얼굴로 특검으로 불려나가는 그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아직도 억울하고,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을까. 그의 생각이 몹시 궁금하다.


최고의 엘리트 코스를 밟은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헌정 사상 처음으로 구속


반세기 동안 권력의 정점으로 향해 치달았고, 마지막에는 권력 최고의 핵심인 청와대 비서실장에 올랐던 남자. 50세가 넘어도 이 자리에 오르기 힘들다고 하는 중앙정보부 대공수사국장. 그는 35세 젊은 나이에 '하늘을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중앙정보부 대공수사국장 자리를 꿰찼고, 이후 검찰총장, 법무부장관, 3선의 국회의원을 지내면서 권력의 정점에 있었다. 그는 박근혜 정권의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다. 


그는 세간에 '법꾸라지'로 잘 알려져 있다. 배운 법률 지식으로 법망을 요리조리 피해 간다는 뜻으로 별칭을 붙인 것일 게다. 그도 앞의 여인처럼 수갑을 찼고, 침울한 모습이다. 호송원에 의해 특검 사무실로 향하는 78세 노인의 발걸음은 무척이나 무거워 보였다. 그는 구속되기 전 특검 조사에 나가면서 기자들의 쏟아지는 질문에 묵묵부답인 채, "엘리베이터가 왜 안 오노"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 짧은 시간이 얼마나 길게 느껴졌을까 싶기도 하다. 그는 며칠 전과 다른 뿔테 안경을 썼다. 왜, 뿔테 안경으로 바꾸었을까. 그의 속내가 몹시 궁금하다.


검사시절 수갑 채웠던 김기춘... 이번에는 자신이 수갑을 찬 신세


우리는 '민주주의'를 말하고, '민주주의는 소중한 가치'라고 말한다. 자유와 인권을 말하고, 정의가 무엇인지 소중히 가르친다. 헌법에서도 양심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이번 '블랙리스트' 파문은 표현의 자유를 심대하게 침해한 사건으로 특검에서도 헌법 위반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 공작정치가 횡행하던 1960년대, 70년대도 아닌 21세기를 살고 있는데도, 공작의 냄새는 사회 곳곳에서 악취를 풍긴다. 


'나 편'과 '니 편'을 가르고, 내편이 아니면 배제하며 불이익을 주고, 심하면 적으로까지 몰아붙이는 비민주적인 정권. 대명천지, 세상에 아직도 이념을 내세워 국민을 두 편으로 가르고 서로를 비난하게 만드는 양심이 없는 정권. 참으로 기가 막힐 노릇이다. 블랙리스트가 뭔가. 정권을 비판하거나 반대하는 사람들, 세월호 사건 진실규명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 김대중과 노무현을 지지했던 사람들, 이런 사람들이 블랙리스트에 올랐다는 것 아닌가. 그래서 국가예산으로 이들을 통제하고 관리하려 했던 것 아닌가.


사상과 양심과 표현의 자유는 인간이 가지는 최소한의 권리


앞서 언급한 둘이 특검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고 진술했는지는 몰라도, 리스트와 관련한 특검의 칼은 최고 권력자로 향하고 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 측은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 의혹을 강력하게 부인하면서, "허위 보도를 일삼는 세력은 더 이상 여론조작을 그만두라"고 촉구했다. 


이어 "박 대통령이 2014년 세월호 참사 한 달 뒤,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했다"는 언론 보도는 허위라며, 해당 신문사와 기자에게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특검은 박 대통령이 블랙리스트에 관여했는지 여부에 대한 조사 의지는 강력한 것으로 보인다. 특검의 조사결과를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 한 남자가 있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조사했던 검사 출신으로, 조사 당시 발언한 내용이 화제가 됐다. "노무현씨, 당신은 더 이상 대통령도, 사법고시 선배도 아닌, 그저 뇌물수수 혐의자로서 이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이오"라고. 그는 이 같은 발언에 대해 국회 청문회에서 "그런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그는 검사 재직 당시 승승장구하다 '검찰의 꽃'이라는 검사장 승진에 실패하고 야인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박근혜 정권에서 화려하게 민정비서관으로 발탁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최고 권력을 가진 민정수석에 올랐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박 대통령의 특검 조사... 어떤 결론에 도달할지 궁금해지는 이유다


지난 해 검찰에 소환 될 때, 기자가 묻는 질문에 레이저 눈빛을 발사한 그. 청문회 출석을 요리조리 피해 다니다가 개인적인 수배 현상금까지 걸렸던 그. 특검은 최순실 국정농단과 관련한 그의 책임여부에 대한 조사를 앞두고 있다. 그가 이번에도 특검 조사를 잘 피해나갈 수 있을까. 몹시 궁금한 대목이다.


한 여자와 한 남자. 둘은 구속된 상태로 특검 조사를 받고 있다. 그리고 또 다른 한 남자와 여자. 그 둘은 아직 특검조사가 진행되지 않았지만, 내달 초에는 둘의 조사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사상과 양심과 표현의 자유를 심대하게 침해한, 소위 말하는 '블랙리스트' 작성과 관련하여 그 최종적인 책임은 어디에 있는지. 최순실 국정농단에 따른 전 민정수석의 직무 관련 여부와 대통령의 책임은 어디까지일까. 몹시 궁금해지는 이유가 아닐 수 없다.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없다고 했던가. 이들은 날개 없이 떨어지는 초라한 새 신세가 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