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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고향함양/함양시론

[함양시론] 무심코 던진 한 마디, 상대는 큰 상처로 남아


[함양시론] 무심코 던진 한 마디, 상대는 큰 상처로 남아


함양군청.


“기술센터로 가면 되는데...”


서류 제출을 위해 어느 면사무소를 찾았다가 직원이 내 뱉은 한 마디에 어쩔 줄을 몰랐다. 얼굴이 확 달아오르고 심장이 뛰었다. 찰나에 반응하는 심정을 누르면서도,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갈등이 일었다. 직원의 말대로 기술센터로 가서 서류를 제출할까, 아니면 그 직원에게 “무슨 말을 그렇게 하느냐”고 따져볼까. 상념이 머리를 어지럽혔지만, 자리에 앉아 애써 모른 척 하며 일을 마치기로 다잡았다.


지난해 11월, 도시에 살다 지리산을 품은 함양으로의 귀촌은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변곡점이었다. 흔히 말하는 ‘제2의 인생’을 위한 귀촌 계획은 수년 전 준비를 시작으로, 2년 전엔 작은 농지를 구입했고, 지난해에는 새 둥지를 털었다. 나이 60이 되도록 고향 거제에서 나고 자라 타향살이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지만, 평소 꿈꾸던 시골에서의 삶은 나의 로망이었던 셈. 그랬기에 형제를 비롯한 주변 지인들이 우려하는 귀촌생활의 걱정은 전혀 문제가 될 수는 없었다.


귀촌 후 약 석 달, 오랜 직장생활로 인한 피로감도 풀 겸, 나만의 시간에 흠뻑 젖어있었다. 그 누구로부터 간섭받지 않는다는 것이 이처럼 편하다는 것도 이때 알았다. 개구리가 겨울잠을 마치고 땅으로 나오는 것이 자연의 이치라면, 잠시 휴식을 마친 사람이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는 것은 인간의 면모이리라.


그래서였다. ‘제2의 터전 함양’이 어떤 곳인지 궁금했다. 지역 언론을 통해서는 함양군정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알 수 있었다. 작은 텃밭이지만 농사준비를 위한 정보도 접했다. 그 중 관심을 끈 것이 『2017 귀농귀촌 전문과정 교육생 모집』에 관한 군정소식이었다. 그런데 안내문을 보니 모집기한이 한참이나 지났다. 실망스러움을 안고 혹여나 하는 마음으로 관련부서에 문의를 하니 담당자로부터 긍정적인 답변을 얻을 수 있었다. 주소지 면사무소에 가서 신청서를 작성하여 제출하라는 것. 정말 다행이었다. 그리고는 사진을 준비하여 면사무소를 찾았던 것.


큰 틀에서 ‘참다운 공직자’란, 어떤 자세로 업무에 임해야 할까. 굳이 이 공간에서 역설할 필요는 없을 것만 같다. 함양군청에서 시행하는 친절교육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반면, 작은 틀에서 면사무소는 어떤 공간일까. 면민과 최 일선의 현장에서 그들의 기쁨과 고통을 함께 나누고 어루만져주는 것. 풀지 못하는 문제일지언정 끝까지 최선을 다해 민원인의 아픈 마음이라도 위로해 주는 것. 공무원의 입장을 견지하기 보다는, 민원인의 입장에서 이해해 주는 것. 공무원이야말로 직무에 임하면서 마음 씀씀이를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친절도’는 달라지는 상황이라는 것을 알아야 함이 여기에 있다.


공직자가 내 뱉는 말, 세상을 바꾸는 큰 힘의 원동력


어느 신문에 실린 칼럼을 소개한다. 청각장애인을 어머니로 둔 대학생이 있었다. 그는 ‘벙어리장갑’이라 불리는 ‘엄지장갑’을 나눠주는 봉사활동을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별 생각 없이 쓰는 벙어리라는 말이 청각장애인에게는 큰 상처가 된다.”고. 여기서 문제의 핵심은 ‘벙어리장갑’이라는 말을 쓰면서도, “나는 장애인을 모독할 마음은 전혀 없었다”라는, 비하 의식을 가지지 않는다는 것. 이와는 반대로 장애인에게는 ‘벙어리’라는 말에 큰 상처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한다는 사실이다. 즉 말이란, 내뱉는 사람보다 듣는 사람이 중심이 돼야 함을 강조하는 교훈이 아닐까.


무심코 던진 면사무소 직원의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난감했다. “기술센터로 가면 되지, 바쁜데 면사무소에 와서 귀찮게 하는지”라는 인식을 가졌는지, 아니면, “그 직원이 평소 민원인을 대하는 태도인지”는 알 길이 없다. 나 역시 그 직원의 말에 과민 반응을 보일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다. 또 그 직원의 입장에서 그렇게 반응할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


그럼에도 인간은 간사하다. 조금만 추워도 창문을 닫고, 조금만 더워도 여는 게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요, 습성이다. 칭찬하는 말 한 마디에 입이 귀에 걸리고, 불편한 한 마디에 기분이 상한다. 면사무소를 찾았던 그날. 그 직원이 넓은 마음으로 친절히 응대했더라면, 이런 글을 쓰지는 않았을 터. 그와는 정 반대로 그가 친절한 모습으로 내게 다가왔다면, 공직자의 표상을 봤다는 칭찬 글로 대서특필했을지도 모를 일이 아니던가. 자신의 말 한 마디, 작은 행동거지 하나가, 인생을 바꾼다는 진리를 깨달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