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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고향함양/함양시론

[함양시론] 군수 지시사항을 무시하는 간부공무원


[함양시론] 군수 지시사항을 무시하는 간부공무원


함양군청.


“ㅇ과장, 이분들과 함께 건의사항 들어보시고 종합적으로 취합해서 보고해 주세요.”


지난 3일, 새로 말끔하게 단장한 함양 농업기술센터 2층 대강당. 『2017 귀농귀촌 전문과정 교육』입교식에 임창호 함양군수를 비롯한 군 의회 의장, 도의원, 군의원 몇 분이 참석하여 인사말씀과 격려의 축사를 마쳤다. 군수는 “공기 좋고 물 좋은 함양에 오신 것을 환영한다”고 했고, 의장도, 도의원도 비슷한 발언으로 귀농‧귀촌인을 격려했다.


입교식을 마치고 강당 밖에 나온 군수는 몇 사람들과 대화를 이어갔다. 필자도 건의사항이 있다며 말을 전하자 군수는 명함을 건네며 간부들과 대화를 나누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말하자면, 군수가 옆에 선 과장에게 내리는 지시였고, 과장은 지시사항을 충실히 이행해야 할 공무원의 신분이었다. 그런데 딱 여기까지만 좋았다.


이어 농업기술센터소장의 귀농‧귀촌에 대한 특강이 이어졌다. 실무부서의 설명과 입교생 115명이 돌아가며 간단한 자기소개를 하는 시간도 가졌다. 회장 등 운영진도 뽑았다. 백 명이 넘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알리는 시간은 짧았다.


그럼에도 상호 정보를 교환하는 의미는 컸다. 군수의 인사말처럼, 공기 좋고 물 맑은 함양에 둥지를 턴 사람들은, 대한민국 최북단 경기도 파주에서 최남단 거제도까지 전국에서 함양을 찾은 사람들이었다. 지리산이 좋아서 함양을 선택했고, 우연히 지나치다 마을 풍경이 멋져 함양을 찾았다고 했다. 군수가, 의장이, 함양에서 살라고 한들 무작정 따를 사람들이 아니잖은가. 자신의 소개말처럼, 그저 함양이 좋아서 함양에 둥지를 턴 귀농‧귀촌인들이었다.


군수는 군민의 대표로서 할 일이 많다. 다양한 계층의 주민들을 만나고 그들의 아픔과 애로사항을 청취하여 군정에 반영해야 할 의무를 진다. 일부 특정 계층을 위한 행정을 펼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귀농‧귀촌인들에게만 특별한 혜택을 주는 것도 불합리적이다. 그럼에도 이날 군수가 1시간 정도의 시간을 내어 직접 귀농‧귀촌인들의 애로가 뭔지, 어떤 건의사항이 있는지, 청취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군수의 인사말처럼 행정‧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 실천 행정으로 이어가지 않을까 긍정적인 생각을 했으리라.


위기의 4만 인구 이대로는 안 된다, 행정과 의회 모든 역량 결집해야


관내 어느 인터넷신문에 따르면, ‘함양 인구 4만도 무너지나’ 제하의 기사에서 함양군 인구증가시책에 따른 깊은 우려를 전한다. 기사는 1977년 10만 선이 무너졌고, 1996년에는 5만 선으로, 급기야 올 1월에는 4만 142명으로, 심리적 4만의 마지노선이 무너질 것을 걱정한다. 이어 30년 내 도내 마지막에서 1, 2위 의령과 산청이 소멸 위험이 있다는 것을 지적하면서, 보통교부세 감소라는 실질적인 타격을 입을 것이라도 분석도 내놓고 있다. 그야말로 문제의 심각성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함양군에서도 이 같은 문제에 대해 가능한 모든 시책과 적극적인 대처 방안을 내 놓고 전 행정력을 경주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군 자료에 따르면 2011년 이후 지난해까지 4,142명이 귀농귀촌하면서 인구는 6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에 비해 역 귀농 등 기타 전출 인구도 상대적으로 많다는 내용이다. 관련부서의 면밀한 분석과 보다 적극적인 인구 증가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월요일 오후 첫 강의가 있었다. 강사는 공무원들과 갈등을 쌓지 말라고 조언한다. 공무원은 예산과 서류 두 가지만으로 일하기 때문에 필요이상으로 요구해도 들어 줄 일이 없다는 것. 그런데 과연 그럴까. 예산 확보하고 서류 심사에 문제가 없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닌가. 인구 감소에 따른 문제가 지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생각한다면 이런 안이한 생각을 할 수는 없을 터. 보다 적극적인 마인드가 절실한 지금이다.


입교식 날, 군수 지시를 받아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보고를 통해 행정에 반영할 것을 기대했다. 군수의 인사말처럼 행정‧재정적 지원도 아끼지 않을 것으로도 희망했다. 그런데 군수의 지시를 받은 그 간부공무원은 그날 마치는 시간까지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담장 직원이 건의사항을 청취하지도 않았다. 군수의 영이 서지 않는 행정. 함양군의 귀농‧귀촌 시책이 ‘빛 좋은 개살구’로 변질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