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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법문

[나의 부처님] 지옥과 천당이 있는 곳/ 효봉선사/ 오늘의 법문


[나의 부처님] 지옥과 천당이 있는 곳/ 효봉선사/ 오늘의 법문


부산 해운정사 관음보궁. 법당에 불상이 없다?


지옥과 천당이 있는 곳/ 효봉선사


효봉스님이 송광사에 머물 때였다.

하루는 한 처사가 그를 찾아와서 물었다.


"스님, 지옥과 극락이 있습니까?"

"그것을 왜 묻습니까?"

"스님들의 법문을 들으면 극락에 간다, 지옥에 간다고 하니 묻는 것입니다."


처사의 말에 효봉은 고개를 끄덕였다.

효봉은 성격이 자상하고

말을 크게 하는 법이 별로 없었다.

처사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극락과 지옥이 있지요."


효봉은 시원하게 처사의 말에 대답했다.


"있다구요, 그것이?"

"저는 직접 눈으로 보기까지 했는걸요."

"스님이 보셨다구요, 언제 말입니까?"


효봉의 거침없는 대답에

처사는 호기심이 생겼다.

살아서 지옥과 극락을 보았다니,

아무리 도가 높은 스님이지만 믿기지 않았다.

효봉의 입에서 말이 이어졌다.


"내가 출가하기 전 엿판을 메고 돌아다닐 때,

하루는 어느 마을 부잣집에 초상이 났어요.

떠돌아다니던 몸이라 먹을 것이 생겼구나 하고 

들렀더니 거기가 지옥이더군요."


"초상집이 지옥이라니요?"

"그 집은 재산도 많고 자식도 다섯이나

장성하게 자라서 며느리까지 있는 집인데,

상여가 나가기도 전에 형들이

재산 싸움에 나서 뒤엉켜 있고

며느리들은 남편 편을 들면서 울고불고하니

바로 아수라장이요, 지옥입니다."


처사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다가

효봉스님에 다시 물었다.


"그런 곳이 바로 지옥이라면

이 세상이 지옥이 아닙니까?"

"그렇지요, 처사님. 

세상이 바로 지옥이요, 극락입니다.

마음을 바로 써 좋은 일 보고,

좋은 결과를 가지게 되면 그것이 극락이요,

마음을 나쁘게 먹고, 나쁜 짓 하면

지옥이 되는 것입니다."


효봉의 말에 처사는 크게 수긍하며 절을 했다.


마음과 행실이

바로 지옥과 극락을 가르는 열쇠임을,

그리고 그 극락과 지옥을

우리가 바로 옆에 두고 살아가고 있음을

깨달은 것이다.


- 효봉스님(1888~1960) -


지옥과 천당이 있는곳/ 효봉선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