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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전통사찰95선

통도사의 봄에는 진한 향기가 있다


나만의 도자기를 만들어 보는 특별한 이벤트도 즐겨보자
▲ 불심
사람들은 무엇을 보면서 계절의 감각을 온몸으로 느낄까? 봄에 피는 꽃, 봄기운, 새싹, 밭갈이 하는 농부의 모습, 개울물 소리 등 사람마다 좋아하는 취향에 따라 봄을 느끼는 감정도 제각각 다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양산 통도사에서 느끼는 봄에는 아주 진한 향이 있다. 한동안 비가 오지 않았음에도 영축산 깊은 골짜기에서 흘러내리는 계곡의 물소리가 여행객들의 피로를 풀어주는 청량제 역할을 하며, 마음을 시원하게 하고, 발걸음을 한층 더 가볍게 해 주고 있다.

▲ 기개가 하늘을 찌를 것만 같은 소나무.
통도사(通度寺)는 양산에 있는 이름난 절로서 합천 해인사, 승주 송광사와 함께 우리나라 3보 사찰 중의 하나. 여행을 웬만큼 해 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가 보았을 만큼이나 꽤 이름 있는 절로서, 입구를 들어서면서부터 뭔가 다르다는 느낌이 확 든다. 유명한 고승들의 부도 탑과 하늘을 뒤 덮여버릴 만큼 큰 소나무가 절의 역사를 충분히 가늠케 한다.

▲ 금동아미타삼존불좌. 박물관측의 허락을 받고 촬영하였음.
사찰 전래 문화재와 역사에 관심 있는 이라면 성보박물관을 빼놓을 수가 없다. 이곳에는 불교문화재를 중심으로 국가지정과 보물 11점 그리고 지방유형문화재 34점을 포함한 약 3만여 점의 문화재를 소장하고 있다. 항시 600여 작품을 전시하고 있는 국내 유일의 불교회화 전문 박물관으로서 꼭 한 번 둘러 볼 만한 곳이 아닐까 싶다.

▲ 2천개가 넘는 장독
통도사에는 수많은 암자들이 있지만, 봄철에 통도사를 찾으면 꼭 이 암자에는 가 보아야만 하는 특별한 그 무엇이 있다. 서운암(瑞雲庵), 성파(性坡) 스님이 1985년부터 5년간 3천 불상을 흙으로 구워내 도자삼천불(陶磁三千佛)을 모신 곳으로 알려져 있다. 스님은 약재를 첨가한 전통 약 된장과 간장을 개발하였으며, 이를 보관하는 항아리 수만 하여도 2천개가 넘는다.

암자 뒤편으로 산책로를 따라 오르면 노랗게 피어 있는, 아주 진한 향기가 나는, 유채꽃밭이 보인다. 그런데 이상하다. 유채꽃에서 이런 향기를 맡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시 보아도 유채꽃이건만 유채꽃이 아니다. '대청'이라는 배추과 식물로서 주로 염색을 하는데 사용한다고 한다. 유채꽃이든 대청이든 한동안 그 향기에 빠져 헤어날 줄 몰랐다.

▲ 금낭화, 당신을 따르겠습니다.
4만여 평의 넓은 동산에 핀 금낭화(錦囊花)는 가히 장관을 이루고도 남는다. 아마도 우리나라에서 야생화 한 종류로서 이만큼 큰 규모의 야생화 단지는 없을 것만 같다.

많은 사람들이 동산을 오르며 금낭화의 아름다운 모습에 취해 있다.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 나오는 소리가 봄바람을 타고 들려온다. 봄바람에 흔들리며 출렁이는 금낭화의 꽃망울은 립스틱 진하게 바른 아름다운 여인이 남성을 홀리는 듯하다.

▲ 서운암

▲ 야생화 산책로 뒤편에 16만 장경판을 보존할 장경각을 건립하고 있다.
바람이 몹시 심하게 분다. 가느다란 줄기에 많게는 열 개가 넘게 달려 있는 주머니 같은 꽃잎이 떨어져 버릴까 불안하다. 그래도 잘 견딘다. 힘겨워 하는 모습이 아니라, 춤을 추는 듯 즐기고 있는 모양이다. 꽃 모양이 심장을 닮았다고 피가 흐르는 심장(bleeding heart)이라고 하며, 여인네들의 치마 속 주머니와 닮았다 하여 며느리주머니라고도 한다.

금낭화의 꽃말은 '당신을 따르겠습니다'란다. 그래서일까? 가늘고 연약한 긴 줄기는 자식을 열 명이나 두고서, 하늘나라로 먼저 간 남편을 영원히 따르겠다는 모양을 하고 있다. 복만 들어 있을 것만 같은 주머니에는 한 많은 며느리의 눈물이 들어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통도사에서 승용차로 십 여분 거리에 있는 하북면 백록리 백학마을에 자리 잡고 있는 도자기공원. 산자락으로 오르는 길목에는 야생화가 지천으로 피어있다. 행복동산, 온 지구인의 가족동산, 김동흥·최영자 가족의 집이라는 큰 바위에 새겨진 문패가 뭔가 색다른 느낌이다. 안으로 들어서니 주인 내외가 반갑게 맞이한다. "머무는 동안 내 집처럼 편히 쉬었다 가시라"는 말을 들으니 문패에 새겼던 문구를 충분히 이해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 바람은 봄을 실어 나른다.
정원에는 흙으로 빚은 세 사람이 무표정하게 서 있는 모습이 눈길을 끈다. 미소를 띠고 있는지, 무뚝뚝한지, 심각한 표정인지 관람자 자신만이 알 수 있는 것만 같다. '머리에는 좋은 생각, 가슴에는 좋은 마음, 몸에는 바른 행동'이라는 도예작품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지난해 한국현대미술인협회가 주최한 제24회 대한민국미술대상전에서 종합대상을 받은 작품이란다. 전시관에는 여러 가지 도자기와 찻잔 세트 그리고 천연염색한 한복과 침구류 등 다양한 작품이 전시돼 있어 우리의 문화를 만끽할 수 있는 공간이다.

'사람과 자연은 한 몸'이라고 강조하는 주인 김씨. 양산의 명물이 돼 버린 '도자기공원'은 경남지역은 물론 부산, 울산에도 널리 알려진 관광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이처럼 유명세를 타게 된 데는 도자기체험교실, 천연염색교실, 천연비누 만들기 교실 등 유치원생부터 학생 그리고 주부들까지 다양한 계층이 참여 할 수 있고, 민속고유의 문화체험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특히, 자기 집에서 쉽게 만들어 볼 수 없는 도자기를 자신의 손으로 직접 만들어 나만의 도자기를 만들어 본다는 점에서 큰 매력이 아닐 수 없다.

▲ 사랑과 영혼
도자기를 만드는 학습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대기해 있다. 나만의 도자기를 만들기 위해서다. 처음으로 도자기를 만들어 본다는, 한 여성의 물레 돌리는 자세가 제법 숙련가처럼 폼이 난다. 하지만 도자기 만들기가 쉬울 리가 없다. 웬만하게 모양을 내어 완성할라치면 이내 뭉개져 버리고, 또다시 해 보지만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 인생(필자의 작품)
인생(人生), 공수래 공수거(空手來 空手去)라 했던가? 사람은 태어날 땐 세상을 휘어잡을 듯, 주먹을 꼭 쥐고, 저 세상으로 갈 땐, 어쩔 수 없어 모든 것을 세상에 놓고 가기에 빈손이라 손바닥을 펴고 운명을 다하지 않는가. 손과 손이 마주 하는 곳. 그곳에는 사랑이 영원히 함께 하기를 바란다.

이곳에서 만든 자신의 작품은 숯가마에 잘 구어 한 달 후쯤이면 집으로 보내 준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