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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고향함양/함양시론

[함양시론] 군민은 왜 무소속을 선택했을까?

 

[함양시론] 군민은 왜 무소속을 선택했을까?

 

함양군청.

 

치열했던 선거가 끝났다. 민심이 무섭다는 것은 이번 선거를 통해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지방선거 뿐만 아니라 전국 12곳에서 열린 국회의원 보선에서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압승과 야권의 참패였다. 선거 다음 날 언론은 자극적인 문구로서 선거결과를 쏟아냈다. 민주당 역대 최대 압승, 야권 참패, 자유한국당 역대 최대 참패, 보수 궤멸 등 직설적인 표현으로 신문을 장식했다.

 

언론은 다양한 내용으로 선거결과를 분석했다. 촛불 민심의 연장에서 반성할 줄 모르는 야권에 대한 심판, 혁신 없는 가짜 보수 척결, 반대를 위한 반대를 일삼는 야권 지도자의 리더십 부재, 막말 정치로 인한 국민 피로감 누적 등이 대표적인 야권 참패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사실 선거란 집권당을 심판하는 성격이 강한데도, 이번 선거는 집권당을 비판하는 야권을 심판했다는 것. 이는 역대 어느 선거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유의미한 선거결과가 아닐까 싶다.

 

이와는 반대로 여당의 압승은 선거전부터 예견됐다. 4·27 남북정상회담과 6·12 북미회담 개최,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의 높은 지지율, 시대적 과제인 적폐청산의 긍정적 평가, 꾸준한 제도개혁으로 민생을 챙기겠다는 정부여당에 대한 호감 등이 작용했다. 특히, 관심이 쏠리는 것은 선거 중에 터진 여당 후보자와 관련된 문제로, 드루킹 특검과 경기지사 후보의 스캔들은 태풍 속의 찻잔에 불과했다는 사실이다. 야권으로서는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지만, 민심은 동요하지 않았고 선거결과는 여론조사와 거의 일치하는 수준으로 끝이 났다.

 

경남의 선거결과는 어떤가. 우선 도지사 선거에서 득표율로는 민주당 후보가 앞섰으나, 지역별로는 경남 18개 지역에서 7개 지역(창원, 진주, 김해, 거제, 양산, 고성, 하동)만 앞섰고, 나머지 11개 지역에서는 뒤진 결과였다. 시장군수 선거결과도 비슷했다. 양산부터 남해까지 이어지는 동남벨트 7개 지역은 파란색으로 칠해졌고, 보수성향이 강한 서부경남 10개 지역은 붉은색으로 치장됐다. 특이한 점은 붉은색 서부경남의 보수 성향 텃밭에서 유일하게 함양에서만 무소속이 당선됐다는 사실이다.

 

필자는 함양이 고향이 아니라 이 지역의 정치색은 잘 모르는 실정이다. 막연히 보수성향이 강하지 않을까 하는 정도로 생각해 왔다. 그런데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함양의 정치적 성향이 궁금해서 자료를 살펴보니, 놀라운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지난 1995년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열린 이후 지금까지 무소속 당선자가 대부분을 차지했다는 것. 4회 선거에서 열린우리당, 6회 선거에서는 한나라당 후보가 군수에 당선한 것을 제외하고는, 전부 무소속이 군민의 선택을 받았다는 것이다. 무소속이 당선되면 안 된다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5:2의 무소속이 우세라니, 정당정치를 실현하는 우리나라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상황이 아닐까 싶다.

 

이번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18명의 무소속 후보자가 단체장에 당선됐다. 제주도지사를 비롯하여 17명의 시장군수구청장 당선자다. 무소속이 당선된 지역에서는 왜 무소속 후보가 당선될 수 있었는지 나름의 이유는 있었을 터다. 이당 저당이 싫어 무소속을 선택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고, 그래도 지방선거는 인물위주로 뽑아야 한다는 자신만의 소신도 작용했으리라. , 함양의 경우 45기의 신화를 이룬 당선인에게 동정심이 작용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며, 지난 네 차례 연속으로 일어난 군수 비위를 경험으로 이번에는 올바른 후보를 뽑아야겠다는 사명감이 앞서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무소속 후보 당선과 함께 눈에 띄는 것은 집권여당인 민주당이 선거구마다 1명씩 3명의 기초의원을 배출했다. 지금까지 제4회 지방선거에서 열린우리당 소속 1명을 제외하고는 보수 성향 정당과 무소속이 의회를 구성해 왔다. 의회는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다양한 정당 소속의 의원으로 구성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당 독주를 견제하는 역할도 해야 하고, 다양한 계층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의회의 역할을 기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새 함양군수의 취임식이 1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군정에 관한 업무보고를 받았다는 소식도 들었다. 취임식을 마치자말자 함양 발전을 위해 군민에게 약속했던 공약도 철저히 이행하기 위한 깊은 고민에 빠지는 시간도 가져야 할 것이다. 선거 때, 오직 군민을 위하고, 지역발전을 위하는 행정을 펼쳐보겠다는 그 다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새 군수는 군민 다수가 왜 무소속 후보를 선택했는지, 그 사정을 잘 알아서 행정에 임해야 할 의무가 있다.

 

아직도 무소속 후보가 당선되는 진짜 이유를 알 길이 없다. 앞서 언급한 나름의 이유가 있었지 않았을까 추측만 할 뿐이다. 군수 취임을 진심으로 축하하는 바이다. 이제 선거 때 내걸었던 공약 실천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 관심 있게 지켜볼 일만 남았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