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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외여행/아시아

머리 나쁜 사람은 새 대가리? 얘들을 봐


싱가포르에 가다 - 4(보타닉 가든과 주롱 새 공원)

  
▲ 자전거타는 소녀 보타닉가든내 조경한 나무위에 자전거를 타는 소녀상이 눈길을 끈다.
보타닉가든

10월 15일 금요일, 여행 마지막 날이다. 습기 많고 무더운 날씨를 온몸으로 느끼며 보타닉 가든에서 마지막 일정을 보냈다.  

140년의 역사, 52㏊ 규모를 가진 싱가포르 최대 식물원. 화려하고 진한 색채, 독특한 향기, 아름다운 꽃 그리고 울창한 숲은 이 식물원 최대 자랑거리다. 아열대 식물이 즐비하다. 2m가 넘는 바나나 열매가 축 늘어져 힘겹게 달려 있는 모습도 신기하다. 깨알 같은 열매 수만도 족히 1000개가 넘을 것만 같다. 하늘에 닿을 듯한 키 큰 나무, 그늘을 만드는 무성한 잎, 넓고 걷기 편한 포장된 길을 따라 산책하는 즐거움, 오랜만에 느끼는 최고의 기분이다. 

  
▲ 몽키폿트리 “현명한 늙은 원숭이는 단지에 손을 넣는 것에 집착하지 않는다.”라고 하는 정글 지역 속담에서 유래했다는 이름을 가진 나무.
몽키폿트리

몽키 폿 트리. "현명한 늙은 원숭이는 단지에 손을 넣는 것에 집착하지 않는다"라는 정글 지역 속담에서 유래했다는 이름을 가진 나무. 폭이 넓고 긴 이 나무는 원숭이 잡는 나무라고 알려져 있다. 이 나무는 직경 20~30㎝의 열매를 달고 있는데, 열매 안에 있는 씨앗을 원숭이들이 꺼내 먹다가 너무 많은 씨앗을 한꺼번에 잡으면 손을 뺄 수 없어 사람들에게 잡힌다는 것이다. 자연 속 동물들이 살아가는 모습에서 삶의 지혜를 배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 난초공원 이 공원에는 수 많은 난이 화려한 색깔로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다.
난초공원

식물원 안에는 별도로 입장료를 내는 국립난초정원이 있다. 1928년에 조성된 이 식물원에는 1천여 종의 난초, 2천여 이상의 교배종을 비롯한 진귀한 난초를 재배하고 있다. 유난히 난초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후덥지근한 날씨지만, 이 공원에 들어서니 나가고 싶은 생각이 없다.  

사람이 어떤 재료를 가지고 난초만큼이나 화려한 색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자태도 그지없다. 아기 웃음이 천진난만하다지만, 살포시한 자태, 밉상 없이 삐죽이 웃는 듯한 모습의 매력에 푹 빠지지 않을 수 없다. 눈을 아주 가까이에 마주했다. 난 꽃이 내 눈으로 들어온다. 난초공원에서 한참을 쉼 없이 돌아다녔고, 아름다운 꽃에 넋이 빠졌다. 단체여행이라 여행지마다 몇 시까지 도착하라고 알려주었지만, 여태까지 한 번도 어겨본 적이 없다. 그런데 처음으로 시간을 어겼다. 난초공원 난의 아름다움에 빠졌기에. 

이 공원에는 유명 인사들이 방문하면 그들의 이름을 붙여 전시한 VIP 오키드 가든이 있다. 남아공 넬슨 만델라, 영국 대처수상 그리고 2003년 노무현 대통령과 영부인 방문을 기념하여 붙인 '양숙(Yang-suk) 난'이 있다. 아시아 특급배우 '배용준 난'도 있다지만 보지 못한 점이 아쉽다. 

  
▲ 홍학 날씬하게 빠진 다리, 가늘고 긴 목, 분홍색 깃털을 가진 홍학떼. 아름다운 자태가 그지없다.
홍학

싱가포르 남쪽에 위치한 주롱 새 공원. 20㏊의 면적에 600여종, 9000여 마리가 살고 있는 동남아 최대 규모이자 세계 최고 조류생태 전시장이다. 멸종위기에 처한 새도 12종에 달한다.  

오전 11시와 오후 3시 하루 두 번 열리는 원형극장 버드쇼. 쇼의 시작은 새 인형을 쓴 두 사람의 등장으로 분위기를 잡는다. 뒤이어 무리지어 나오는 홍학 떼, 목동이 초원에서 소몰이 하는 모습을 연상케 한다. 뒤뚱거리며 걷는 모습이 여간 우스운 게 아니다. 

  
▲ 앵무새농구경기 원형극장에서 펼치는 앵무새 농구경기 모습. 양측 가장자리에 있는 공을 중앙 골대에 누가 먼저 많이 넣어 승부를 가리는 경기. 경기하는 앵무새보다 조련사가 더 열심히 응원하고 있다.
원형극장

앵무새가 펼치는 미니 농구시합. 일반 농구경기장과는 달리 앵무새 농구경기장은 가운데에 골대가 있고, 양 가장 자리에 공이 있다. 공을 물어 골대에 많이 넣는 앵무새가 승자가 되는 게임이다.  

경기가 시작되자 양쪽 응원이 치열하다. 한 번 경기로 승자와 패자로 나뉜 앵무새 두 마리. 경기에 진 앵무새는 고개를 떨어뜨리고 창피해 하는 시늉을 하고 있다. 보통 아닌 연기력이다. 관람객의 웃음과 박수소리가 공연장을 압도한다. 경기에 진 앵무새를 위로하기 위해 사회자가 복수전을 하자고 제안한다. 다시 치열한 경기는 시작되고, 첫 경기에서 패한 앵무새가 이번에는 승자가 된다. 또 다시 고개 숙여 부끄러워하는 연기를 펼치는 앵무새. 공연장은 웃음 만발이다. 

말하는 앵무새 공연이 계속된다. 1부터 10까지 영어, 중국어, 일본어로 말하는데, 웬만한 사람보다 발음이 정확하다. 생일 축가도 부른다. 객석 뒤편에서 공연장으로 비행하는 새의 속도가 대단히 빠르다. 내 눈으로 돌진하는 것만 같아, 순간적으로 눈을 감고 머리를 숙였다. 충돌할 것만 같았던 새는 정확히 조련사의 손위로 사뿐히 날아 앉는다. 

  
▲ 굴렁쇠 통과하기 원형극장에서 펼치는 앵무새의 굴렁쇠 통과하는 연기.
원형극장

관람객 한 사람이 들고 있는 굴렁쇠 원 안으로 앵무새가 재빠르게 통과하는 연기. 손님의 돈을 빼앗아 조련사에게 주었다 되돌려 주는 연기. 넓고 긴 목 줄기를 가진 펠리컨이 펼치는 먹이 받아먹는 연기. 새 뇌는 새 눈동자만큼의 크기라고 하는데, 어떻게 그런 작은 뇌에서 훌륭한 연기와 쇼를 하는 것인지 신기할 따름이다. 머리 나쁜 사람을 '새대가리'라고 누가 악평을 달았을까? 

서 있어도 땀이 나고 지친다. 냉방시설을 갖춘 파노레일(파노라마와 레일의 합성어)을 타자 한결 낫다. 통유리로 된 파노레일이 천천히 움직이자 사방 온 시야가 한 눈에 들어온다. 레일 아래로 온갖 새들을 볼 수 있다. 파노레일을 타는 전체구간에는 3개의 역이 있고, 15분 정도 걸린다고 한다.  

제1역에 내려 앵무새 공원과 다른 새 공원을 둘러보았다. 제1역 주변으로 비교적 많은 새들이 있어 관람하기 좋다. 코뿔새, 큰부리새는 한두 마리씩 짝을 지어 있지만, 외로워 보인다. 홍학은 무리지어 열심이 모이를 쪼고,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좁은 공간에 보호 그물막으로 쳐져 있어 마음대로 날지 못하는 새가 애처롭다는 생각이다. 드높고 드넓게 나는 새가 부럽다. 

  
▲ 앵무새 날카로운 부리와 화려한 색깔을 치장한 앵무새. 카메라를 들이대자 '찍을라면 찍어봐' 하는 모습으로 쳐다보고 있다.
앵무새

작은 앵무새가 많이 모여 있는 공간은 높은 철탑에 넓은 공간으로 다른 새장에 비해 비교적 활동이 자유로운 편. 엄마와 함께한 어린아이가 작은 통에 들어있는 먹이를 주자, 잘도 먹는다. 가까이에서 사진을 찍어도 놀라지 않는 모습이다. 부리와 머리 그리고 깃털 색깔이 예쁘고 화려하다.  

파노레일을 한 바퀴 돌아 연못에 무리지어 있는 홍학 떼 옆으로 갔다. 홍학은 이 공원의 마스코트. 길고 날씬한 다리, 가늘고 긴 목, 핑크빛 깃털을 관람객에게 일부러 뽐내는 듯하는 모습을 한다. 관람객 중 한 사람이 먹이를 던져주자 뒤뚱거리며 종종걸음 친다. 그 모습이 웃음을 더해준다. 앵무새 공연장, 공원 내 이정표, 시내 도로변에 한글로 된 안내 표지판을 표시해 놓은 것을 보면 한국 관광객이 얼마나 많은지 짐작 가는 모습이다. 

  
▲ 빌딩 숲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주변에 높이 선 빌딩 숲. 건물의 외형이 각기 다른 모습으로 조각물을 전시해 놓은 건축물 전시장이라는 느낌이 든다.
빌딩 숲

오후 늦은 시간, 산책 겸 도심지역을 둘러보았다. 후덥지근한 낮 시간대와 달리 늦은 오후라 서늘한 편이다. 마리나 베이 주변 광장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 여유롭고 한가한 모습이다. 싱가포르의 상징 머라이언상에서는 쉼 없이 물을 뿜어내고 있다. 그 너머로는 웅장하고 특별한 건물이 서 있다. 사진에서, TV화면에서도, 본 적이 없는 처음 보는 건물이다. 

  
▲ 머라이언상 쉼없이 물을 뿜어내고 있는 마리나 베이에 있는 머라이언상. 뒤로는 한국 건설사가 지었다는 싱가포르의 랜드마크로 자리 매김할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 세 개의 건축물 위 머리에 대형 여객선을 이고 있는 형상으로 관광객의 눈길을 사로 잡는다.
머라이언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 세 동의 건물이 머리에 대형 여객선을 이고 있는 형상으로, 피사의 사탑 기울기 5.5도보다 10배 더 기울어진 52도의 기울기로 지어졌다고 한다. '에펠탑(프랑스)', '타워브리지(영국)', '자유의 여신상(미국)', '오페라하우스(호주)'에 이어, 싱가포르의 랜드 마크로 새겨질 세계적인 건축물로 자리매김할 이 건축물을 국내 쌍용건설이 지었다고 하니, 놀랍기 그지없다. 

이 건물은 지하 3층, 지상 55층 객실은 총 2561개. 독립된 세 동의 건물이 하나로 연결된 것으로, 우선, 건물 한 동은 카드 두장이 서로 기대어 서 모습이다. 동측 건물과 서측 건물이 지상 70m인 23층에서 하나로 만나 55층까지 올라간다. 옥상에는 수영장 3개와 정원 등 축구장 두 배 크기인 길이 343m, 폭 38m의 스카이 파크가 있다. 

9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 전망대는 싱가포르 도심을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호텔 앞에는 1500㎡의 카지노, 4만 5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컨벤션 센터, 1만1000명이 관람할 수 있는 공연장이 있다. 이 건축물은 적정 공사기간이 48개월인데도, 27개월 만에 완공하였고, 공사비만도 7억 1400만 달러로 지금까지 국내 건설사가 해외에서 발주한 단일 프로젝트 중 최대 규모라고 한다. 

  
▲ 유람선 그다지 화려하지 않는 유람선이 싱가포르 도심 빌딩 숲을 파고 들듯 유유히 흐르고 있다.
유람선

마리나 베이 주변은 대형 건축물을 전시해 놓은 조각품 전시장 같은 느낌이다. 정교하고 아름다움에서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해가 서서히 저물고 있다. 저 멀리에서 소리 없이 다가오는, 저녁 햇살을 받은, 한대의 유람선. 이국에서 느끼는 여행의 즐거움. 여객선에 타고 있는 저 관광객들도 같은 느낌을 가지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