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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영화에서나 볼 듯한 장면을 실제로 보니



구조라정보화마을에서 벌어진 서바이벌 경기대회

  
▲ 축포 푸른 하늘을 뒤로한 마른 낙엽 위로 서바이벌 경기를 축하하는 축포가 떨어져 내리고 있다.
축포

핑 피잉. 피잉 핑. 맞았어, 맞았어. 전사야. 맨 뒤 저 사람 전사야.
야, 야, 엎드려, 엎드려. 고개 숙여. 이쪽, 이쪽으로 쏴. 

  
▲ 전투 서바이벌 경기에 참가한 한 선수가 사격하고 있다. 사격하는 자세가 안정돼 있고 적을 향하는 눈매가 매섭고, 실전을 방불케하는 모습이다.
전투

고함과 굉음이 엉킨 가운데 들려오는 소리, 급박하게 쫓기는 움직임, 그리고 비명에 가까운 소리가 계속 이어진다. 연기 속에서 쿵, 쾅, 쿵, 사람 넘어지는 소리도 들린다. 10분 여 시간이 지났을까. 잠시 전, 소란했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고 적막감이 감돈다. 영화에서나 볼 듯한 장면이 실제 벌어지고, 보는 사람들은 긴장감을 감추지 못한다. 11월 29일. 거제도 한 폐교 운동장에서 벌어진 서바이벌 게임 장면이다. 

  
▲ 시범사격 서바이벌 경기장 개장식에 참가한 사람들이 시범사격을 하고 있다. 피잉 하는 소리가 위압감을 주기에 충분하고, 목표물에 맞는 충격도 제법 크게 느껴진다.
페인트 건

구조라 정보화 마을 주최로 구.구조라초등학교에서 제1회 샛바람 소릿길 페인트 볼 게임대회 및 경기장 개장식을 열면서 소란 아닌 소란이 벌어진 것이다.  

이날 경기는 5명씩 8개 팀이 참가하여 토너먼트 식으로 진행되었다. 게임이 진행되는 동안 참관하는 사람들의 흥분은 더해갔고, 응원하는 목소리는 높아만 갔다. 경기에 앞서 간단한 식이 진행되었고, 페인트 건의 시범 사격이 있었다. 핑, 핑, 핑. 목표물을 향해 발사되는 페인트 건의 소리는 위압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과녁에 맞는 충격도 제법 큰 느낌이다. 

  
▲ 전투장면 연막탄 사이로 한 참가자가 전투에 임하고 있는 모습이다.
서바이벌

경기가 시작되었다. 연막을 피워 놓은 탓으로, 앞이 잘 보이지 않는 한 참가자는 전방에서 날아오는 페인트 볼이 정통으로 가슴에 맞는다. 붉은색 페인트가 게임 복장에 퍼져 꼭 피를 흘리는 것만 같다. 이 참가자는 페인트 건을 머리 위로 든 채 경기장 밖으로 나온다. 

  
▲ 전사자 서바이벌 경기에서 페인트 볼을 맞은 한 참가자가 전사 처리되어 총을 머리 위로 들고 경기장 밖으로 나오고 있다.
서바이벌

페인트 볼을 맞으면 전사자로 처리되고, 더 이상 경기에 참가할 수 없는 규칙 때문이다. 또 다른 한 참가자는 이리저리 뒹굴면서, 낮은 포복 자세로 기어 앞으로 나아간다. 나중에 해병대 출신이라고 밝힌 그 참가자는 군 복무 시절 힘들고 혹독한 훈련으로 단련된 자신의 이력을 자랑스레 늘어놓는다. 군에서의 경험이든, 상대 팀 전력이 약했든, 어찌됐든 결승까지 진출하여 우승 트로피를 들고 환호하는 모습은 자신감이 충만해 보였다. 

  
▲ 안전교육 서바이벌 경기에 앞서 안전요원으로부터 경기규칙과 안전사항에 대한 교육을 받고 있다.
서바이벌

경기에 앞서 심판으로부터 게임규칙, 전사자 주의사항, 그리고 안전수칙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경기 중 6m 이내 근거리에서 사격을 금지하고, 절대 고글을 벗어서는 안 된다. 신체나 총기에 페인트 볼이 맞은 경우 전투력 상실로 전사 처리되며, 전사 시 총을 머리 위에 들고 '전사'라고 외친 후 신속히 안전지대로 이동해야 한다. 지급된 실탄(페인트 볼)이 떨어졌을 경우와 정해진 필드 밖에서 경기를 할 경우에도 전사 처리된다.  

  
▲ 장비점검 경기에 앞서 장비를 점검하고 복장을 갖추고 있다.
서바이벌

경기장 밖에서의 행동요령도 중요하다. 페인트 건은 절대로 사람에게 향하지 않게 하고, 방아쇠 울타리 안에 손을 넣거나, 격발을 해서는 안 된다. 경기 외 총구는 항상 하늘이나 바닥을 향하게 하고, 경기장 출입구 펜스에서 5m 이상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이 밖에도 몇 가지 규칙과 주의사항, 그리고 안전사항에 관한 교육을 받고 난 후 호루라기를 길게 한 번 불면서 경기는 시작된다. 호루라기를 짧게 두 번 불면 게임이 중단되고, 길게 세 번 불면 게임은 종료된다. 

  
▲ 구조라 구조라정보화마을 주관으로 열린 제1회 갯바람 소릿길 페인트볼 대회. 앞으로는 페인트 건이 진열돼 있다.

이 대회를 주관한 구조라정보화마을 운영위원회 강성순 위원장으로부터 이야기를 들어봤다. 

"서바이벌 경기는 젊은층과 가족이 참여할 수 있는 박력 넘치는 경기라 할 수 있습니다. 지금의 경기장은 은폐물 등 시설물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장비와 시설물을 더 보강해 나갈 것이고요. 아시다시피, 구조라마을은 전국에 잘 알려진 구조라해수욕장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여름 휴가철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체험상품을 개발할 예정입니다. 3천만 원의 예산을 들여 보트를 이용하는 해상경기와 모터바이트를 이용한 산악경기를 운영해 볼 계획입니다. 사업이 완성되면 많은 청소년들에게는 건전한 문화의 장으로, 어른들에게는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놀이마당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 화이팅 서바이벌 경기에 참가한 거제요트학교 독수리 5형제 팀이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이 경기에서 3위를 수상했다.
서바이벌

이날 경기에서 우승은 '초인들'팀이 차지했고, 준우승은 '국보위'팀, 그리고 3위는 '독수리 5형제'팀으로 돌아갔다. 한 참가자는 소감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을 한다. 

"남자란 군 생활 경험이 참으로 중요한 것 같다. 살아감에 있어 어려움을 이겨내는 원동력이 될 수 있고, 오늘 경기에서도 적극적인 자세를 가질 수 있어서 좋았다." 

상을 받은 팀은 트로피를 받아서 기분 좋았고, 그렇지 못한 팀들은 한 바탕 재미로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수 있었다는 점에서 좋았다. 모두 승자라며 웃음 짓는 모습이 행복해 보인 경기였다. 저 멀리 한쪽 구석에서 여성 참가자가 머리에 퍼져있는 페인트를 닦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한번쯤, 동료들과 편을 짜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다. 추운 겨울을 이겨내는 한 가지 방법이라는 생각에. 

  
▲ 관중 서바이벌 경기를 관람하고 있는 관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