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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고향거제도/거제 100경

겨울 대구잡이로 유명한, 봄철 거제 외포항 풍경/거제도여행코스/멸치회무침/거제 100경(2)

 

노래하는 갈매기, 하늘을 나는 멸치 그리고 춤추는 어부 - 거제 100경(2)

겨울 대구잡이로 유명한, 봄철 거제 외포항 풍경

 

거제 외포항 새벽을 여는 사람들의 풍경.

 

갈매기가 하늘을 날기 보다는 노래를 하고 있다. 하늘을 나는 것은 갈매기가 아니라, 그물에서 튕겨져 나온 멸치. 발음이 정확하지 않은 가사에 맞춰 어부가 춤을 춘다. 덩달아 그물도 허공으로 곡선을 그리며 함께 흔들어 댄다. 거제 외포항에는 어부와 갈매기가 노래하고, 멸치는 하늘을 날며, 고기잡이 그물은 춤을 추고 있다. 지난 18일 거제 외포항의 풍경이다.

 

“진~싸~코, 진~사~코. 끼~루~욱, 끼~룩. 진사코, 진사코.”

 

멸치잡이를 하고 항에 들어 온 뒤, 3시간 가까이 멸치털이작업을 하는 어부들. 처절한 삶의 현장이다.

 

힘들게 멸치털이 작업을 하는 어부들.

 

어부와 갈매기는 번갈아 노래한다. 노래에 맞춰 춤추는 갈매기와 멸치. 아침 6시 멸치잡이 나간 배는 만선을 하고 정오쯤 항으로 귀항한다. 멸치그물을 터는 어부의 검게 그을린 얼굴은 고된 삶의 모습이 녹아 있다. 피곤에 젖은 얼굴이지만, 행복감도 묻어난다. 그물을 잡은 손은 하늘과 땅을 오가며 그칠 줄 모르며 반복하고 있다. 손동작과 몸동작이 언제 그칠지 지켜봤지만, 지켜보는 내가 더욱 지루함을 느낀다. 멸치털이 작업은 3시간 동안 계속된다.

 

 

힘들게 멸치털이 작업을 하는 어부들 사이로 멸치가 하늘을 날고 있다.

 

노래하던 갈매기가 하늘로 춤추던 멸치 한 마리를 낚아챘다. 폰 카메라 셔터 속도가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눈 깜짝할 정도로 빠른 시간이다. 어부 허락도 없이 낚아채는 갈매기가 염치도 없는 모습이다. 높이 나는 갈매기가 멀리 본다 하지만, 오늘은 가까이 날며 멸치로 배를 채우는 갈매기다. 

 

 

멸치털이 작업으로 튕겨져 나온 멸치를 줍는 할머니들.

 

하늘을 나는 멸치를 갈매기가 낚아채는 것이라면, 땅 바닥에 떨어진 멸치는 할머니들의 몫. 오랜 시간 멸치를 줍느라 몸을 굽힌 탓에, 허리도 쑤실 법도 하건만 쉴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주운 멸치는 살을 발라 멸치무침을 하면 제

격이다. 멸치조림을 만들어 상추에 싸 먹어도 기가 막힌다. 한 마리 두 마리 주운 멸치가 제법 큰 통에 가득하다.

 

갈매기는 노래하고 멸치는 하늘을 날며 어부는 춤을 춘다

 

 

잠시 휴식에 빠진 사람들. 이 시간만큼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는 표정이다.

 

예닐곱 명의 어부가 그늘 아래 휴식을 취하고 있다. 담배를 한 대 물고, 쭉 빨아들이는 표정은 세상에서 최고로 행복한 표정이다. 이 시간만큼 그 무엇과도 바꾸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가 그대로 나타난다. 행복한 얼굴사진을 한 장 찍으려니 손 사레를 친다. 그래도 ‘얼굴은 나오지 않게 하겠다’며 겨우 한 장을 찍었다. 실제 상황과 사진에서 보는 모습에서 행복해 하는 표정의 차이는 온도차가 확실하다.  

 

 

멸치 손질을 거친 멸치는 멸치회무침, 멸치찌게 등 각종 멸치요리로 거듭난다.

 

아주머니 두 분이 멸치 다듬기 작업에 열중이다. 땅바닥에 널브러진 멸치는 하나하나 살을 발라낸다. 지겨울 것도 하건만, 멸치 손질은 언제 끝이 날 줄 모른다. 한참 구경에 빠지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갯가에서 나고 자라면서, 멸치 회 맛을 알기에 1만 원어치 멸치를 사고야 말았다.

 

만선을 하고 항으로 돌아 온 멸치잡이 배.

 

소주를 사려니 가게가 보이지 않는다. 소주를 구하지 못한 채, 하는 수 없이 멸치털이 하는 어부에게로 갔다. 당초 멸치털이 작업 사진을 찍으려 할 때, 큰 병으로 소주 두 병을 사주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소주를 사려니 가까운데 가게가 없어 그냥 왔습니다. 약소하지만 돈을 드리겠습니다.”

 

미안한 마음에 얼마의 돈을 드리니, 한사코 받지 않으려 한다. 몇 차례 실랑이 끝에 던져 놓다시피 하며 겨우 건네고야 말았다. 그래야 내 마음이 편하지 않겠는가. 

 

 

멸치 회무침.

 

때가 점심시간이라 식당에 들렀다. 봄철 멸치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인지라,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든다. 멸치 회무침 한 접시를 시켰다. 많은 양이라 네 명이 먹고도 남았다. 봄철 멸치 회 맛이 새콤하게 기가 막힌다. 멸치털이로 하늘을 날아서일까, 살이 통통 오른 멸치가 쫄깃하기 그지없다. 지금 거제도 외포항은 멸치가 풍년이다. 멸치털이 작업 구경과 함께 멸치 요리를 먹으로 거제도 외포항으로 떠나보자.

 

거제수협외포위판장 모습.

 

노래하는 갈매기, 하늘을 나는 멸치 그리고 춤추는 어부

겨울 대구로 유명한, 봄철 거제 외포항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