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댐 거쳐 단장면 사연리 동화마을까지
거리에 주차된 자동차 지붕의 희뿌연 먼지와 하얀 마스크를 쓴 채 찌푸린 모습으로 걸어가는 중국 사람들의 밝지 못한 표정을 카메라에 잡은 3월 첫째 주 토요일 아침 티브이 장면. 올해 처음으로 우리나라에 황사가 올 것이라는 소식을 접하고 갈까 말까를 몇 번이나 망설이다가, 결국 집을 나서기로 했다. 십여 년 전, 재약산을 오르면서 들른 표충사의 화려한 단청이 눈에 아른거려 다시 한번 찾아 가기로 마음 먹은 것. 밀양으로 향하는 길은 그런 망설임 끝에 이루어졌다.

▲ 밀양댐. 가뭄으로 물이 많이 빠져 있다.
여행이란 출발하기에 앞서 “많은 정보와 지식을 가지고 떠나라”는 것이 나의 지론이건만, 이번에는 오래 전 내 머릿속에 남아 있던 몇 장의 추억사진만을 가지고 차를 몰았다. 당초, 사찰의 화려한 단청과 선이 아름다운 기왓장 지붕을 감상하며, 옛 건축물을 공부하고자 표충사를 목적지로 정했건만, ‘밀양댐’이라는 표지판이 눈에 띄자 예정에 없이 차는 유턴을 시작했고 처음으로 가 보는 밀양댐에 도착했다.

▲ 나뭇가지에 걸린 밀양댐.
아름다운 영남알프스의 풍경과 어우러져 친환경적 공법으로 지난 2001년 준공했다는 밀양댐. 새로 난 도로를 따라 정상에 이르면 수몰지역 주민들의 아픔을 달래기 위해 세워진 망향비가 나온다. 잠시 차에서 내려 신선한 공기를 마시면서, 오래 전 이곳에서 땅을 일구며 살았던 주민들의 애환을 살짝 들여다보니, 문득, 내 고향 거제도가 생각난다.

▲ 밀양댐 수몰지역 주민을 위한 망향비. 댐 정상부에 있으며, 넓은 광장도 있다.
70년대 초 가난의 아픔을 벗고자 국가발전이라는 대명제 아래 중공업정책이 입안되고, 내 고향 거제도에 대형 조선소 건립이 시작된다. 당시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문전옥답은 반강제로 국가에 내주다시피하고 낯선 곳으로 이사를 가야만 하게 된다.

중학생 까까머리 철부지 시절, 내가 살던 초가집과 재산목록 1호 누렁이 황소, 가을이면 풍성한 수확의 기쁨을 주었던 뒤뜰에 심겨져 있던 키가 큰 감나무, 그리고 덤프트럭에 실려 처음으로 이사를 갔던 기억은 내 머릿속에 선명한 그림으로 남아 있다. 아직도 내 고향 거제도에는 망향비 하나 세위지지 않고 있어 당시의 한 많은 아픔이 내 가슴 한쪽 파편으로 심어져 있다.

▲ 화려한 단청.(좌) 선이 아름다운 누각.(우)
망향비를 넘어 가는 도로에는 3월초에 내린 눈으로 모래 흔적들이 곳곳에 쌓여 있고, S자로 굴곡진 도로는 자동차면허 시험을 보는 듯 아슬아슬하고 다리에 오금이 날 정도로 긴장감이 돈다. 하지만 이런 기분이 자동차 여행의 또 다른 참 맛이 아닐까?

▲ 굴곡진 S자 길. 제설작업으로 뿌려진 모래 흔적.

▲ 재약산에서 흘러내리는 맑은 물이 봄을 재촉하고 있다.
재약산에서 흐르는 맑은 물이 봄을 재촉하고 있는 단장면 사연리 동화마을. 이런 맑은 물에서 자란 청정미나리는 밀양의 대표적 브랜드로 자리 잡고 있으며, 3농가가 만여 평의 미나리 농사를 짓고 있다. 한우와 딸기 농사를 하다가 3년째 미나리 농사를 짓고 있다는 구본기씨의 얼굴은 언제나 미소 가득한 부처님 모습이다. 부인 또한 똑같은 얼굴이다. 누군가 부부는 살아가며 닮는다고 했던가?

▲ 미나리를 캐는 할머니. 방송에도 몇 번 나왔다고 자랑이 대단하다.
이 곳에서 자란 미나리는 11월에서 다음해 5월까지, 딸기는 1월에서 4월까지 판매되고 있으며, 지금이 제일 맛이 있는 시기라고 한다. 미나리를 맛있게 먹는 방법으로, 생미나리를 된장에 찍어 먹으면 독특한 향이 입안에 오래남아 있어 좋고, 고추장에 생무침을 해 먹어도 좋다. 또한, 뜨거운 물에 반쯤 데친 후 무침을 해 먹어도 좋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미나리는 황달, 부인병, 음주 후의 두통이나 구토에 효과적이며, 최근에는 혈압을 내리는 약효도 인정받고 있어 고혈압 환자가 즐겨 찾는 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그리고 비만증, 황달, 목이 아플 때는 생즙을 짜서 마시면 효과를 본다고 한다. 가족형제들과 나눠 먹으려고 미나리 세 봉지를 샀다. 어린아이 주먹 만한 딸기는 주인이 맛보라고 몇 개 내준다.

▲ 미나리, 딸기 부부. 참 어울리는 정겨운 모습이다.

▲ 보리밭 사이 길로 딸기아줌마가 환하게 웃으며 걷고 있다.
하루 종일 박무현상(안개는 아주 작은 물방울이 대기 중에 떠 있는 현상으로 시정거리가 1㎞미만일 때를 말하며, 시정거리가 1~10㎞일 때는 박무현상이라고 한다)으로 그다지 상쾌함을 느끼지 못했던 오늘 여행. 'Travelling'이라는 'Jeremy Spencer Band'의 감미로운 사운드를 들으며 하루를 위로하지 않을 수 없었다.

▲ 내 고향 범도마을. 할아버지가 밭에 심을 묘목을 나르고 있는 모습이 예전 아버지의 모습을 그대로 닮았다.
Travelling

머나먼 땅으로의 여행...
난 하루를 한껏 누렸습니다.
여행은 늘
나의 길을 감동으로 채우곤 하죠
밤과 도시의 불빛에도
나는 향수에 젖어 들곤 했죠
난 쓸쓸했고
사랑을 그리워했기 때문입니다
당신의 사랑...
그 사랑을 마음껏 가질 순 없을까
당신의 사랑...
그 사랑을 받을 순 없을까

여행...
여기서는 늘 혼자
내 시간을 돌아봅니다
오늘 밤 당신을 생각해 봅니다
당신이 얼마나 내 인생을 바꾸어 놓았는지
삶의 한 지점에서 깨닫습니다
이제는 최선을 다해 볼 것입니다
나는 한 남자일 뿐
그래서 당신의 사랑이 필요합니다
당신의 사랑...
그 사랑을 마음껏 가질 순 없을까
당신의 사랑...
그 사랑을 늘 받을 순 없을까
세상을 돌아보는 여행
내겐 당신의 말이 들리는 듯 합니다
당신의 사랑을 원해요
내겐 당신의 사랑이 필요합니다
머지않아 나는 돌아가겠습니다
그 시간은 그리 멀지 않을 것입니다
당신의 사랑을 원해요
내겐 당신의 사랑이 필요합니다
당신의 사랑...
그 사랑을 마음껏 가질 순 없을까
당신의 사랑...
그 사랑을 늘 받을 순 없을까

 

Posted by 죽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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