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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거제도

종려나무 숲이 있는 저 섬에 가고 싶다



노란 수선화의 천국, 거제 공고지
▲ 공고지 가는 언덕에 올라서면 시원한 바다가 펼쳐진다. 수선화가 내도를 보는지 내도가 수선화를 바라보는지.
거제도에는 62개의 섬이 있다. 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사람이 사는 섬이 9개, 태고의 신비를 그대로 간직한 채, 지금까지 사람이 살아 온 흔적 없는 섬이 53개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나서 제주도에 사는 친구로부터, 거제도 구석구석을 가 봤느냐는 물음을 받은 적이 있다. 다 못 가봤다고 하자, 그 친구는 조금 가소롭다는 웃음으로 제주도보다 작은 섬인데 전부 가 보지 못했냐는 말을 들어야만 했다. 물론, 그 친구는 제주도 전 마을과 전 지역을 구경했다는 자랑을 빼 놓지 않았다.

▲ 수선화 꽃밭
거제도에 공고지(공곶마을, 鞏串)라는 데가 있다. 내가 살고 있는 장승포에서 이 곳까지 자동차로 불과 10분 거리에 있지만, 고등학교 졸업할 때 가 본 이후, 30년 만에 오늘 처음으로 다시 가는 길이다. 거제시 일운면 와현리 예구마을에서 산길을 따라 20여분 정도 걷다 보면 야트막한 언덕이 나온다. 그 언덕을 넘어서면 눈앞으로 시원하게 펼쳐지는 내도라는 섬과 멀리로는 명승 2호 해금강이 바라다 보인다. 배우 김민종, 김유미가 주연으로 출연했던 거제도의 아름다운 풍광을 배경으로 한 영화 <종려나무 숲>의 촬영지로서 더 잘 알려진 곳이다.

▲ 공고지로 내려가는 언덕길은 동백꽃잎으로 비단을 깔아 놓은 듯 하다. 동백은 5월까지 피고 지고를 반복 할 것이다.
1957년 진주에서 하루 종일 걸려 이 곳을 처음으로 방문했고, 결혼 후 12년 동안 열심히 노력하고 저축하여 1969년 100여 평의 땅을 매입하여 가꾸면서, 지금까지 살고 있다는 강명식(75세), 지상악(71세) 노부부. 지금은 3만여 평의 임야를 소유하고, 그 중 1만여 평의 부지에 종려나무를 비롯한 50여종의 식물을 가꾸며 살고 있다. 동백나무만 해도 50여종이 넘는다. 할아버지는 이 곳을 천국이라고 한다. 왜 천국이라고 하는지 숨어 있는 이야기는 앞으로 들을 예정이다. 기회가 되면 독자 여러분에게 알릴 것이다.

▲ 종려나무 숲으로 둘러 싸여 있는 할아버지가 살고 있는 아담한 집.
지금, 이 곳은 봄꽃이 활짝 핀 꽃의 천국이다. 특히, 2천여 평에 심어진 수선화는 노란 물결을 이루며, 찾아오는 방문객들로부터 찬사를 받고 있다. 6천여 평에 심어진 종려나무는 할아버지의 주 소득원으로서, 취재를 하는 시간에도 쉴 틈이 없을 정도로 바쁜 시간을 보낸다. 일을 하는 할아버지의 손놀림과 웃음을 잃지 않는 얼굴 표정에서 지나온 삶의 세월을 대변하는 듯 하다. 그리 많지 않은 방문객에게 진한 커피 한잔을 대접하며, 따뜻하게 대하는 할머니의 정과 사랑도 봄기운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 수선화. 둘이라서 행복할까? 어딘가 허전한 모습이다

▲ 수선화 세식구

▲ 하얀 수선화. 이스라엘에서 가져 왔다고 한다.

▲ 명자꽃.

▲ 눈이 내려앉은 설유화.
종려나무 숲을 지나 바닷가로 나가면 확 트인 넓은 몽돌밭이 나온다. 여름철이면 피서지로서 많은 사람이 몰려오고, 가족단위로 낚시를 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철썩거리는 파도소리를 들으며 잠시 몽돌밭에 앉아 바다 속에 무엇이 있는지,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상상해 본다. 숨이 가쁜지 숭어 몇 마리가 연신 바다위로 떠 공중부양을 하면서, 온 몸을 흔들며 춤을 추고 있다.

바로 코앞에 있는 '내도'라는 섬이 우두커니 서서 내게로 꼭 다가 올 것만 같다. 저 섬에 가고 싶다. 마음이 간절해진다. 내도는 8가구 20여 명이 사이좋게 살고 있는 작은 섬이다. 그 뒤로는 거제도 제일의 관광명소로 자랑하고 있는 '외도'가 있다. 수선화 꽃잎이 다 떨어지는 4월이 오기 전, 공고지로의 여행을 떠나 보자.

▲ 평생을 공고지에서 종려나무 숲을 가꾼 강영식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이곳을 천국이라고 했다. 작업하는 손길이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