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도장포 마을' 바람의 언덕을 찾아서

바람의 언덕, 영국의 여류작가 ‘에밀리 브론테’가 지은 ‘폭풍의 언덕’을 연상케 하지만 소설속의 배경하고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소설에서는 숨 막히게 휘몰아치는 눈보라에 하늘과 땅이 맞닿는 음산하고도 추운 겨울 폭풍의 언덕을 배경으로, 복수와 증오로 변하는 인간의 사랑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하지만 거제 도장포마을 ‘바람의 언덕’은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야트막하게 생긴 작은 언덕에 봄기운이 잔디밭에 가득 내려앉고, 물안개 피어나는 모습에서 바람의 형체를 볼 수 있는 순수한 인간적 사랑을 만드는 장소로 그 느낌부터가 다르다.

▲ 바람의 언덕을 오르는 나무로 된 계단이 운치를 더한다.
거제대교를 넘어 국도 14호선을 따라가다 거제시 사등면 사곡삼거리에서 우회전하여 거제면과 동부면을 지나면 학동삼거리가 나오고, 좌측으로 보이는 푸른 바다를 감상하면서, 해금강 입구 도장포마을에 도착하면, 푸른 잔디가 있는 작은 언덕이 보인다. 이 곳이 여행마니아들이 즐겨 찾는 ‘바람의 언덕’이다.

▲ 도장포마을. 주인을 떠나보낸 의자가 외로워 보인다.
바람의 형체는 어떤 모습일까?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바람의 모습을 찾아 ‘바람의 언덕’을 찾아 나섰다. 나처럼 바람의 모습을 찾아 왔는지는 몰라도 언덕배기에는 여러 명의 사람들이 있다. 이십여 년 전까지만 해도 언덕을 지키고 서 있던, 고고한 자태를 한 소나무는 바다에서 불어 닥치는 바람의 힘에 못 이겨 가지가 잘려 나가고 뿌리도 파 헤쳐져 이제는 그 흔적을 볼 수가 없다. 이만여 평의 잔디밭은 여행객들에게 편안한 자리가 되어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 바람의 언덕. 그림 같은 풍경이다.
예전에는 이 곳을 잔디가 많이 심겨져 있는 밭이라는 뜻으로 ‘띠밭늘’이라 불렀다고 한다. 그러다가 2001년경부터 누군가에 의해 ‘바람의 언덕’이라 명명되어, 지금은 이름에 걸맞는 모습으로 많은 여행객들로부터 한번쯤 찾아보고 싶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거제도에 있어 또 하나의 명소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 바람의 언덕 아래쪽에 있는 등대. 하얀색이 더욱 좋겠다는 생각이다.
푸른 잔디가 있는 바람의 언덕에 오르면 시원하게 펼쳐진 쪽빛 바다와 하얀 파도를 가르며 지나가는 작은 어선을 보노라면 여행의 참 맛을 느끼게 한다. 지난 2003년도, 모 방송사의 아침드라마 <이브의 화원>과 수목드라마 <회전목마>를 촬영했던 곳으로, 언덕을 배경으로 누구나 드라마의 주인공처럼 사진을 찍을 수 있어 좋다. 실제로 많은 여행객들이 추억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고, 결혼식을 마친 젊은 한 쌍의 부부는 인생의 설계도를 그리며 멋진 포즈로 사진 담기에 황홀한 모습이다.

▲ 드라마의 한 장면이 아닌, 바람의 언덕에서 바다를 배경으로 실제 웨딩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도장포마을은 아름다운 몸매를 가진 여인의 잘록한 허리와도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바람의 언덕 반대 방향으로는 신선대가 있다. 신선대 바로 옆으로는 선비의 기풍을 상징하는 갓 모양을 한 갓 바위가 천년 세월에도 변함없는 모습으로 여행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3백여 평의 넓적한 바위의 바닥에는 신선이 내려 앉아 유흥을 즐겼을 것 같아 보인다. 일찍이 이태백이 갓바위의 모습을 보았더라면 갓을 벗어 놓고 신선대에 앉아 불로주에 흠뻑 취해 자연의 아름다움에 넋이 나가 선유별곡에 발길을 잊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 신선대. 3백여 평의 넓적한 바위다.
저 멀리 먼 바다에서 선들바람이 불어온다. 바람이 눈에 보인다. 드디어 하얀색 바람의 형체를 보았다. 손에 잡아 보기도 했다. 피부에 닿는 감촉이 거칠다. 염분이 섞인 바닷바람이라서 그럴까? 그래도 좋다. 많은 사람들이 바람을 즐기고 있다. 바람은 언덕을 타고 넘는다. 언덕을 넘자 어느새 사라져 버린다.

여름철에 부는 태풍과 겨울철에 부는 거친 바람과는 질이 다르다. 태풍처럼 거칠게 부는 바람을 그 누가 좋아하겠는가? 5월과 6월사이 도장포마을에 부는 바람은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받는 바람이다. 하얀 바람 속에 희미하게 나타나는 바위의 모습이 경이로운 모습으로 다가온다.

▲ 신선대. 우뚝 솟은 봉오리가 갓 모양을 하고 있다 하여 갓 바위이라 부른다.
신선대 옆 바닷가, 몽돌 구르는 소리가 발걸음을 돌려 해안가로 내려가게 한다. 활시위처럼 곡선이 아름다운 해안선을 따라 무수히 많은 작은 몽돌이 파도에 밀려왔다 밀려가면서 내는 아름다운 소리다. 몽돌 구르는 소리는 문화관광부에서 ‘한국의 소리’ 100선에 선정된 자연의 소리다. 녹음 기술이 아무리 좋다고 한들 직접 듣는 자연의 소리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얼마나 많은 세월을 그렇게 비비면서 닳고 닳아 왔으면 흑진주보다도 더 아름다울까?

▲ 바람의 모습. 몽돌 구르는 자연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바람의 모습도 보고 몽돌 구르는 소리도 들은 하루였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하는 해금강 입구 도장포마을. 알짜배기 여행을 하는 사람들의 특징이 있다면, 나름의 여행철학이 있다는 점이다.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유명한 곳보다는 이름은 덜 알려졌지만, 오랜 시간 동안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을 여행지를 선택하여 시간적 여유를 즐기는 그런 여행이 아닐까?

▲ 박윤주(7세), 영주(6세) 자매의 해맑은 모습. 천안에서 아빠 엄마랑 거제도에 살고 계시는 외할머니댁에 왔다가 바람의 언덕을 찾았다고 한다.

 

 

Posted by 죽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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