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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이야기

[최순실 국정농단] 수렁에 빠진 대한민국, 새롭게 일어나야


[최순실 국정농단] 수렁에 빠진 대한민국, 새롭게 일어나야


청와대.


"대면보고를 좀 더 이렇게 늘려 나가는 방향으로 하겠습니다마는, 그게(대면보고) 필요하다고 생각하세요? 어허허..."(2015년 1월 12일 신년구상 박근혜 대통령 기자회견)


"대통령님과는 뭐 회의하고 들어가고 나가는 그런 계제. 따로 독대는 그, 이, 집무실에서 어, 집무실에서 다른 분들이 계신 사이에 말씀 드린 적은 있습니다. 독대한 적은 없습니다. 예. 저는 전화통화는 했어도 독대를 한 적이 없는..."(2016년 11월 1일 교문위에 출석답변한 조윤선 전 정무수석, 재직기간 2014. 6~2015. 5)


"박 대통령에게 대면보고를 한지 한 달이 넘은 것 같다."(2016년 11월 1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한 유일호 경제부총리 답변)


"일주일에 꼭 한 번씩 하는 것은 아니고, 일이 있을 때는 일주일에 두 번도 되고, 또 뭐 일주일에 한 번도 못 뵙는 경우도 있고 그렇습니다. 일정하지가 않습니다."(2016년 12월 7일 최순실 관련 2차 청문회에 출석하여 답변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참으로 놀랍다. 한 나라의 최고 결정권자인 대통령의 소통이 이렇게 부족하다니, 기가 막혀 말문이 터지질 않는다. 어쩌면, 정적이라 할 수 있는 야당과의 대화는 껄끄럽다해서 그렇다 치자.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나라의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는 부처 장관이나, 비서실 참모와의 대화가 이렇게 없다니 놀랍기 그지없다. 

어떤 이는 말할 것이다. "대면보고 필요하다고 생각하세요?"라는 대통령의 말처럼, "전화나 서면이나 메일로 보고하면서 맡은 업무만 제대로 하면 되지 않느냐고?" 과연 그럴까?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은 조직에서 생활해 보지 않았거나, 조직의 생리를 잘 모르는 사람이 아닐까 싶다.

대통령은 국정 업무를 꿰뚫고 있어야 한다. 그렇다고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관여하라는 말이 아니다. 전화보고는 집중력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보고과정에서 돌출되는 문제점이나 보완사항을 체크할 수 없다는 점에서 대면보고 보다는 업무의 효율성은 현저하게 떨어진다. 

일방적인 의사 전달인 서면보고나 이메일 보고는 두 말할 필요도 없다. 참모가 주는 보고서를 그대로 실행에 옮기면 지휘관이 무슨 필요가 있을까? 일반 가정에서도 부모와 자식사이에 소통이 부족하거나 아예 소통이 없다면 그 가정이 제대로 굴러가겠는가. 대화를 통한 소통이 그래서 중요하다.

소통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했던, 대통령

중요한건 소통뿐만이 아니다. 대통령을 보좌하는 참모들의 자세가 아닐까. 세월호가 분 단위로 기울면서 침몰해 가는데도, 참모들의 안이한 판단은 국민들의 화를 부르고도 남았다. 그리고 '대통령의 7시간'의 행적은 지금도 그 의문을 풀지 못하고 있다. 

행정(지방행정)의 최말단인 시군에서도 태풍예보가 발효되면 온 공직자가 비상근무체제에 돌입한다. 수 명이 목숨을 잃거나 다치는 교통사고가 발생하더라도 담당부서에서는 지휘관에 즉시 보고하고 상황실을 차려 수습에 만전을 기한다. 연락 받은 지휘관은 즉시 현장에 도착하여 모든 상황을 파악하고 지휘하며 전 공직자가 일사분란하게 일을 수습해 나간다. 

국가는 두 말할 필요가 없다. 남북한이 처해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 만약 북한이 국지전이라도 벌인다면 그때도 서면보고나 이메일보고로 그칠 것인가? 세월호에서 수 백 명의 목숨이 이미 죽었거나, 위태로운데도 서면보고나 전화보고가 과연 합당한 일이라고 변명할 수 있을까? 7시간 행적이 묘한 대통령도 문제지만, 7시간 동안 대통령을 찾지 않고 서면이나 전화보고로만 거친 참모들의 안이한 업무행태는 책임이 크다 할 것이다.

본관 집무실로 출근하지 않은 대통령, 과연 합당한가?

마지막으로, 대통령이 관저에 머물면서 업무를 보는 것이 과연 합당한가이다. 엄연히 집무실이 있는 청와대 본관으로 출근하지 않은 대통령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비서실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관저에도 집무실이 있다"고. 그렇다면 대통령은 그 동안 대부분 재택근무를 했다는 말이 아닌가.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적인 노력을 다하여야 한다. 대통령이 일찍 출근은 하지 못하더라도, 집무실이 있는 본관으로 출근하여 참모들로부터 국정에 관한 사항을 매일 보고 받으면서, 참모들과 진지한 대화로 국정을 제대로 굴러 가게 할 책무가 있다. 그럼에도, 관저에서 집무를 봤다는 비서실의 설명은 과연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을까?

나는 이번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불거진 일련의 사태를 보면서, 이 정권 들어 정부조직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비서실장마저 일이 있으면 대통령을 대면하고, 없으면 일주일에 한 번도 만나는 일이 없는 대한민국 청와대. 청와대와 국회(야당)와의 소통에 있어 가교 역할을 하는 정무수석도 11개월 동안 대면보고 한 번도 없었다는 청와대. 매일 같이 집무실로 출근하여 참모들과 머리를 맞대고 치열한 토론을 거쳐 확정된 정책을 국민을 위해 펼쳐야 함에도 그렇지 못한 청와대. 

아마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다면, 이 모든 사실은 없었던 일이 돼 버리지 않았을까. 정말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병은 모르는 것이 약이다"라는 말이 있듯, 차라리 모르고 넘어갔으면 어땠을까 싶은 생각도 들지만, 그럴 수는 없는 일이다.

새롭게 일어나야 할 대한민국

어제(9일)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로부터 탄핵을 당했다. 299명 투표에 찬성 234명, 반대 56명, 기권 2, 무효 7명으로. 지난 10월 25일 대국민 1차사과로부터 46일만의 일이다. 국회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막중하다. 여야를 떠나 오로지 국가와 국민을 위해 힘을 쏟을 때다. 하지만 당리당략에 매몰된 정치권은 국민의 순수한 바람을 외면할지도 모른다. 

이러한 엄중한 상황에서 국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국민은 그냥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정치권에서 알아야 할 것이다. 이 나라가 왜 이렇게까지 나락으로 떨어졌는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냉철하게 돌아보려 한다. 새롭게 일어나야 하는 대한민국이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