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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일기

[농사일기] 미뤄왔던 고구마 수확, 결국 멧돼지의 습격을 받았다/고구마 밭을 쑥대밭을 만든 멧돼지의 횡포/죽풍원의 행복찾기프로젝트


[농사일기] 미뤄왔던 고구마 수확, 결국 멧돼지의 습격을 받았다

/고구마 밭을 쑥대밭을 만든 멧돼지의 횡포/죽풍원의 행복찾기프로젝트 


죽풍원 고구마 밭에서 멧돼지가 캐 먹다 버린 고구마.


설마 설마 하던, 우려되든 일이 현실로 나타났다.

멧돼지가 고구마 밭을 습격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귀촌한 후 올해 처음으로 지은 고구마 농사는 멧돼지가 쑥대밭을 만들어놨다.

밭에서 캔 고구마는 반에 반도 먹지 않고 난도질만 해 놓은 채 유유히 떠난 멧돼지 무리. 

TV에서 CCTV화면으로만 본 멧돼지의 출현은 나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해 집을 짓는 과정에서 집 터 위에 위치한 밭주인과 나눈 대화.

"이제 좀 괜찮을까 모르겠습니다."

"네, 무슨 일 있으신가요?"

"멧돼지가 여기까지 내려와 고구마를 캐 먹고 밭을 헤집고 다녔는데, 이제 집이 들어서고 사람이 사니 멧돼지가 내려오지 않을 것 같아서요."

"여기도 멧돼지가 내려오나요?"

"아이고, 말도 마세요. 새끼들을 데리고 온 밭을 헤집고 다녀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올 봄, 이웃 할머니는 고구마 농사를 포기해야만 했다.

사방이 확 트인 차량이 다니는 길 옆, 고구마 줄기를 심은 밭 주변으로 그물망을 쳐 놓았다.

그런데 어느 날 보니 고구마 줄기가 하나도 보이지 않고 대신 그 밭엔 깻잎이 심겨져 있었다.

할머니를 만나 사연을 물었다.

"엊그제 보니 고구마 줄기를 심었던데, 깻잎이 심겨져 있네요. 어떻게 된 일입니까?"

"아휴, 말도 마세요. 멧돼지가 고구마 두둑을 파헤쳐 놓아 고구마 농사를 지을 수가 없어 다른 것으로 대체하게 됐습니다."

"아니, 이렇게 사방이 확 트인 이런 곳도 멧돼지가 나타납니까?"

"동네 한 복판까지 오기도 하는데, 이런 데야 때를 가리지 않고 나타나죠."


/멧돼지 습격/멧대지 횡포/멧돼지 쑥대밭/


지난 9월 어느 날, 새벽 3시경.

축포소리에 놀라 잠에서 깨어났다.

"이런 야심한 밤에 무슨 축제를 한다고 난리야!"

계속해서 터지는 축포소리에 놀라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 하늘을 보니 조용하다.

그리고 인근에서 들려오는 사람들의 대화소리.

"어이, 이쪽으로 묶어. (잠시 뒤) 논에 빠지지 않도록 조심해."

알고 보니 축포소리는 총소리였고, 사람들은 멧돼지를 포획해 옮기는 중이었다.


지난봄부터 멧돼지 공격을 당한 며칠 전까지 조용했던 죽풍원.

사실, 고구마 밭에 지금까지 멧돼지가 나타나지 않은 것이 더 이상하다고 생각해 왔던 게 사실이다.

벌써 수확을 했어야 함에도 여러 가지 이유가 있어 미뤄왔던 건데, 결국 멧돼지의 공격을 허락하고 말았으니 나의 책임이리라.

그렇다고 재산상의 피해가 있고 이런 것은 아니기에 별 문제가 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나의 집을 방문한(?) 멧돼지와 조금 나눠 먹었다고 생각하면 그것도 행복이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멧돼지가 언제, 몇 마리가 나타났는지가 궁금했다.

집에는 4대의 CCTV가 설치돼 있어 사방을 모니터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그런데 며칠에 나타났는지 낮 시간을 제외하고 밤 시간을 대상으로 탐색을 해 봐도 아직 찾지를 못했다.

8배속을 돌려도 시간이 너무 걸리기 때문에 지켜보는 것도 지겹고, "뭐, 이거 찾아 뭐하나"라는 생각으로 찾아보고 싶은 마음도 별로 들지 않는다.

큰 피해 없이 지나간 일, 알아서 무엇하랴 싶다.


죽풍원에는 온갖 동물이 나타난다.

죽풍원이 동물원이라는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