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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풍의 시

[죽풍의 시] 왜 이리도...

 

죽풍원에 핀 코스모스.(2019. 9. 15.)

왜 이리도...

 

왜 이리도 눈물이 날까요

뜰에 핀 붉은 코스모스 한 잎

바람에 못 이겨

이리 왔다 저리 갈 뿐인데

애처로워서일까요

 

왜 이리도 심장이 띌까요

어렵사리 다시 만난

그녀로부터 들려 올 목소리

반길까요

덤덤할까요

 

왜 이리도 가슴이 시릴까요

밤새 울어대는

이름 모를 새 한 마리

어미를 잃었을까요

새끼를 낳았을까요

 

왜 이리도 콧잔등이 시큰할까요

하나밖에 없는 아이 출가하던 날

다시는 만날 수 없는

두려움일까요

그리움일까요

 

왜 이리도 입술이 떨릴까요

어느 찰나에 숨을 멈춘

잊히지 않을 사람의 죽음

말문을 열기 힘들어서일까요

할 말을 잃어버려서일까요

 

왜 이리도 마음이 찡할까요

맑고 고아한 노랫소리

애절한 사랑을 노래하는 것일까요

슬픈 한을 토해내는 것일까요

 

왜 이리도 상념에 빠질까요

나이가 들어가는 징조인가 봅니다

침대가 유일한 벗인 어머니는

자식을 볼 때마다 쏟아내는 탄식

내가 우짜다 왜 이리도 됐노

 

보는 소리

들리는 소리

숨 쉬는 소리

말하는 소리

몸에 와 닿는 소리

의식으로 느끼는 소리

소리는 영혼으로 감싸고 돕니다

 

<죽풍>

 

[죽풍의 시] 왜 이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