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어있는 거제의 신비를 찾아 나서다

  
▲ 지심도와 대마도 지세포항에서 고기잡이 하는 배. 지심도와 멀리 대마도가 보인다
지심도

며칠째 계속된 희뿌연 날씨로 마음까지 움츠리게 한 지난 주였다. 마지막 가는 가을이다. 내년에 또 만날 것인데, 인사치레하곤 유별나다. 가려면 그냥 곱게 갈 것이지, 왜 이렇게 심술을 부릴까. 그래도 체면은 있는 모양이다. 11월 마지막 하루만큼은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여 주었기에.

 

  
▲ 거제의 섬 신비스런 거제의 섬
거제도

국도 14호선, 거제 남부면 다포마을 고개부터 포항까지 292㎞의 동서를 잇는 국도다. 쪽빛 바다며, 초겨울 채소밭이며, 하늘거리는 억새며, 모두 한 동무가 되어 나를 부르고 있다. 저 멀리 홀로 있는 섬도 외로운 듯 같이 손짓하고 있다. 날씨가 추워지니 친구들이 그리운가 보다. 그래서 14호선 국도가 시작되는 지점까지 쪽빛바다와 함께 카메라만 든 채, 친구의 부름에 집을 나섰다. 

거제대교를 넘어서면 40여분 거리에 있는 거제문화예술회관. 이곳에서부터 친구들과 동행하기로 했다. 언덕배기에 있는 예술회관은 주변의 경관과 잘 어우러져 건축미가 예술이다. 장승포항은 작지만 국제항. 부산을 오가는 여객선은 하루에도 몇 차례 이곳을 드나들고 있다.  

쪽빛 바다와 섬은 친구가 되어 나를 부르고 있다 

출발하자마자, 도로변에서 내려다보는 지세포항은 큰 호수와 같이 잔잔하다. 얼마나 아름다웠으면, 이 지역 사람들은 동양의 소렌토라 부를까? 고기잡이 하는 두 척의 배가 평화롭다. 그 너머로, 봄이면 동백꽃이 섬 전체 수를 놓는 지심도가 보이고, 저 멀리 희미하게 대마도가 눈에 들어온다. 

  
▲ 거제의 비경 숨어 있는 거제의 비경을 찾아라
거제도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비 오는 날을 제외하곤 거의 대마도를 볼 수 있는 이 곳. 어릴 적, 한바다에 길게 늘어진 희미한 섬이 어딘가 궁금했었는데, 일본 땅 대마도였다는 것을 커서야 알았다. 어른들 말씀에 따르면, 일제 시대 대마도 사람들이 몰래 밤배를 타고 와서 고구마 등 식량을 훔쳐가곤 했다고 한다. 거제도까지 50여㎞로, 노략질하는 근성을 본다면 그럴 만도 했으리라. 

  
▲ 구조라해수욕장 여름철 달궈졌던 은빛 모래는 밀려오는 파도에 제몸을 식히고 있다
구조라해수욕장

차에서 내려 구조라 해수욕장을 걸었다. 한 여름 뜨거웠던 태양아래 물놀이를 즐겼던 그 많던 사람은 흔적도 없다. 고요함과 적막감만 가득할 뿐이다. 은빛 하얀 모래는 여름철 뜨겁게 달궈졌던 제 몸을 밀려오는 파도에 식히고 있다. 발자국을 남겨 보지만, 이내 파도에 지워지고 만다. 인생의 파도에 삶도 지워지리라. 

  
▲ 윤돌섬과 홍도 윤도령의 전설을 안고 있는 윤돌섬과 저멀리 갈매기 섬이라 불리는 홍도
윤돌섬

망양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는 '황제의 길'을 거쳐 내륙으로 향한다. 바로 직진하면 쪽빛 바다를 감상할 수 있는 국도 14호선이 계속 이어지고. 여기서는 코앞으로 윤돌섬과 멀리 해금강, 더 멀리로는 갈매기 섬이라 불리는 홍도(전라도 지역의 홍도와 다른 섬)를 볼 수 있어 좋다. 그 옛날, 윤도령이 홀어머니를 모시고 귀양살이 했다는 전설을 안고 있는 윤돌섬. 전남 진도와 비교할 순 없지만, 영등사리를 하는 2월이면 바다 속을 볼 수 있어 자연의 신비함을 느낄 수 있다.

  
▲ 외도 가을바람에 흔들리는 억새는 외로운듯 외도를 바라보고 있다
외도

겨울철이면 더욱 더 진한 색을 띠는 쪽빛 바다. 여행객은 국도를 따라 도는 내내 쪽빛 보다 더 진한 느낌을 받는다. 국도는 지루할까봐 잠시 포근한 숲길과도 같은 도로로 안내한다. 굽이굽이 돌고 도는 국도는 해안선과 똑 같이 에스라인으로 춤추듯 휘저으며 돌아간다. 리아스식 해안이라 부르는 것처럼 리아스식 도로라 이름 붙여 주고 싶다. 

  
▲ 외도 외도 너머로 희미한 대마도가 길게 누워있다
외도

바다 한 가운데 두둥실 떠 있는 섬, 외도(밖 섬). 외로울 것 같지만 외롭지 않은 섬이다. 1년에 약 1백만 명이 친구 집 가듯 이 섬에 발을 디딘다. 안쪽으로는 형님 같은 내도(안 섬)가 지켜주고 있다. 유람선은 바삐 움직이며 사람들을 내려놓고 황급히 돌아선다. 초음속 비행기가 하늘을 지나갈 때 흰 선을 그리듯, 바다에는 작은 고깃배가 지나가며, 또 다른 흰 선을 그리고 있다. 배가 남긴 흔적, 인생의 항로라는 생각이다. 

  
▲ 연인 학동흑진주몽돌해변에서 연인이 외도를 앞에 두고 사랑을 속삭이고 있다.
연인

학동흑진주몽돌해변에는 휴일을 즐기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가족, 연인, 친구, 모두들 자신들만의 즐거움에 빠져있다. 파도에 떠밀리는, 몽돌 구르는 소리가 정겹다. 자연의 협주곡이 따로 없다. 쏴와~ 쏴와~. 한국의 아름다운 소리 100선에 뽑힌 몽돌 구르는 소리. 

사람소리, 바람소리, 몽돌소리를 듣고 다시 발길을 돌렸다. 해금강으로 향하는 길. 동백꽃이 벌써 피었다. 동백꽃은 이맘때부터 이듬해 5월까지 피고 진다. 학동마을은 몽돌해변 못지않게 동백꽃과 팔색조로 유명하다. 천연의 동백나무 숲은 국가의 보호를 받고 있어 숲속을 걸어보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 홍도 2만마리의 갈매기가 사는 나라 홍도. 이제는 갈 수 없는 곳이다.
홍도

목적지를 5㎞ 앞두고 갈림길. 잠시 해금강 방면으로 무단외출을 했다. 도장포마을 전망대에서 바라본 한바다가 시원하다. 2만 마리의 갈매기가 사는 나라, 외딴섬 홍도. 오래전, 사진촬영차 두 번이나 가 본 적이 있는데, 지금은 갈 수 없는 곳이 돼 버렸다. 한 시간 전, 망양삼거리에서 인사를 나누었던 홍도는 예까지 따라와 저 멀리 앞에 홀로 서 있다.  

  
▲ 섬 다포도와 병대도가 이웃하고 있다. 저 멀리 매물도가 손짓을 하고 있다
다포도

오후 햇살을 품에 안고 촘촘히 서 있는 다포도, 병대도가 이웃하고 있다. 그 뒤로는 통영시에 속한 매물도가 산머리에 안테나를 길게 빼고 나에게 전화를 걸고 있다. 육지에서 보는 해금강은 조금 밋밋하지만, 기암절벽의 반대편 모습과는 다른 중후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다시, 차를 돌려 가는 길은 올망졸망한 동네가 같이하고 있다. 곧바로, 다포마을 고개에 다다랐다. 느릿느릿 29㎞를 국도 14호선을 따라 자연의 친구들과 함께한 길은 여기까지다. 

거제도의 숨은 비경을 찾아 나선곳, 무지개 떠는 마을 홍포 

많은 여행객이 거제도를 찾고 있지만, 정작 거제도의 숨어있는 신비스러움을 보지 못한 채 돌아가는 이들에게 귀한 선물을 드리고 싶다. 무지개 떠는 홍포 마을이 그곳으로, 남은 거리는 5㎞.  

  
▲ 병대도 해질녘 아름다운 병대도. 숨어있는 거제의 신비스런 곳이다.
병대도

홍포마을을 지나 고갯마루에 올라서면, 숨이 막혀 버린다. 감정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러고도 남을 것이리라. 30년 전, 처음 이 비경을 보고 숨이 멋은 적이 있으니까. 앞으로 펼쳐진 크고 작은 섬들, 해질녘에 보는 섬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아름답다. 

  
▲ 병대도 30년 전, 이곳을 처음 봤을때 숨이 막혀 버렸다.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모습으로 여행객을 맞이하고 있다
병대도

거제문화예술회관, 장승포항, 지세포항, 구조라해수욕장, 윤돌섬, 내도, 외도, 억새, 동백, 다포도, 그리고 해금강 친구들은 다른 친구를 맞으러 먼저 길을 떠나고 없다.  

하지만, 검푸른 바다만큼은 홍도와 내내 나를 같이 하고 있어 기쁘기 그지없다. 쪽빛 바다를 친구삼아 국도 14호선을 따라 도는 하루였다. 차량 트렁크엔 즐거움과 행복이 가득했다.

Posted by 죽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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