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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외여행/아시아

낭만은 리버보트를 타고 싱가포르를 흐른다


싱가포르에 가다 - 2(센토사섬)

  
▲ 머라이언상 조명을 받은 머라이언상에서 물을 뿜어 내는 모습이 화려하다.
머라이언상

싱가포르 정남쪽에 위치한 센토사(Sentosa) 섬. 휴양지이자, 싱가포르 64개 섬 가운데 세 번째 큰 섬으로, 말레이어로 '평화와 고요함'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싱가포르 본토에서 남쪽 약 800m에 위치하며, 1970년까지 영국 해군기지로 쓰여 졌다고 한다.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 해발 105m 높이의 야트막한 정류소에 올랐다. 길이 2㎞의 케이블카는 68개 칸으로 돼 있고, 한꺼번에 약 500여 명을 태울 수 있다. 

  
▲ 케이블카 센토사섬으로 향하는 주엘 케이블카. 이 케이블카에서 내려다 보는 싱가포르항은 숲과 조화를 이룬 아름다운 도시라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주엘 케이블카

이 케이블카를 지탱 시키기 위해 가운데 탑을 세운 것도 대단하다. 주엘 케이블카(jewel cable car ride)로 불리는 이 케이블카는 사방이 유리로 돼 있어 싱가포르 전경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중간 탑까지는 약 5분, 전체로는 약 12분 걸리는 케이블카 타기는 싱가포르 여행에서 최고의 즐거움이다. 아래로 보이는 바다와 높은 빌딩은 그야말로 그림. 바다 한 가운데 흰 물살을 가르며 지나는 유람선은 싱가포르의 풍요로움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다. 

  
▲ 머라이언상 센토사섬에는 싱가포르를 상징하는 머라이언상이 웅장한 모습으로 서 있다.
머라이언

섬에는 거대한 머라이언(Merlion)상이 관광객을 향해 포효하듯 내려다보고 있다. 이 상은 상반신은 사자, 하반신은 물고기를 한 모습의 가공 동물로 싱가포르의 상징물이다. 'Merlion'은 'lion'(사자)에 바다라는 의미를 가진 'mer'을 합성한 단어. 하반신의 물고기는 항구 도시를 상징하여 고대 싱가포르를 '테마색(Temasek, 자바어로 "바닷가 마을")이라고 칭한 것에서 유래하며, 상반신의 사자는 싱가포르의 원래 국호인 '싱가푸라'(Singapura, 산스크리트어로 "사자의 도시")에서 유래한다고 한다. 

12층 높이 37m 머라이언상은 입과 얼굴 부분이 전망대 역할을 하고 있다. 이 꼭대기에서는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 섬을 훤히 볼 수 있다. 바다에는 컨테이너를 실은 수많은 상선이 정박해 있는 것을 보면, 싱가포르 무역과 경제를 짐작할 수 있는 것만 같다. 이 섬은 아열대 식물을 비롯한 갖가지 식물로 잘 꾸며져 있다. 

  
▲ 분수대 센토사섬 도로변에 희한한 모양을 한 분수대. 어릴 적 아이들이 오줌싸기 대회를 하는 것 같은 추억을 불러 일으키게 한다.
분수대

뱀, 개구리, 기린 목을 형상화한 우스꽝스러운 분수대가 도로를 따라 길게 늘어 이어져 있다. 아주 작은 타일을 붙여 만든 울퉁불퉁한 조각물에서 뿜어져 나오는 분수대. 분수대 작은 구멍에서 물이 하늘로 치솟고, 곧이어 힘없이 떨어진다. 어릴 적 아이들이 오줌을 누가 멀리 싸는지 내기 하는 듯한, 독특한 분수대는 관광객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이미지 오브 싱가포르(Images of Singapore) 박물관. 밀랍인형, 비디오, 그림 그리고 3D 영상으로 싱가포르의 역사와 문화를 재현해 놓은 곳이다. 말레이, 중국, 인도, 아랍계 민족이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이야기가, 벽에 걸린 사진 속 인물을 통해 대화하는 식으로 설명되는 점이 눈길을 끈다. 

  
▲ 제기차기 모습 싱가포르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이미지 오브 싱가포르 박물관 내부에 전시된 밀랍인형.
이미지 오브 싱가포르

100여 년 전 기억에서 깨어나 밀랍인형을 전시한 공간으로 이동했다. 어두컴컴한 공간, 희미한 조명은 싱가포르의 역사와 문화를 인식 시키기에는 충분했다. 모험과 역경을 거치는 싱가포르인들 모습, 다양한 인종과 문화를 재현한 노력이 감동으로 와 닿는다. 소쿠리에 과일과 채소를 담은 장터 모습, 제기차기 놀이하는 모습은 한국의 60~70년대를 연상 시킨다. 점을 보는 모습, 결혼과 장례문화도 우리나라와 비슷하다는 느낌이다. 

  
▲ 차이나타운 붉은 색으로 치장된 각종 기념품을 파는 차이나타운 거리. 많은 관광객이 이 곳을 찾고 있다.
차이나타운

저녁식사 전, 잠시 차이나타운에 들렀다. 싱가포르 인구 중 70~80% 내외가 중국인. 이 지역은 1800년대 중국에서 건너온 이주자들이 초기의 척박한 삶을 개척하고 역사를 만들었던 곳이다. 그래서 그들의 꿈과 애환과 추억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중국하면 떠오르는 색깔, 붉은 색으로 치장한 각종 장식물과 기념품을 파는 가게가 넘쳐 있다. 특유의 향도 도심에 가득 차 있다. 차이나타운은 래플스(영국 식민지 행정관)가 1828년 도시계획에 의해 탄생 시킨 지역이다. 이 곳은 중국에서 온 한약재, 도자기, 전통 공예품, 실크, 칠기 그리고 골동품 상점으로 유명하다.  

  
▲ 차이나타운 사찰 차이나타운 주변에 있는 사찰. 한국의 전통 사찰과는 행태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으며, 넓은 내부에 수많은 부처와 보살상이 있다.
차이나타운 사찰

차이나타운답게 상점 옆으로 상당한 크기와 높이의 웅장한 건물이 하나 있는데, 절이다. 한국의 사찰과는 외형이 확연히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안으로 들어가니 크고 작은 수많은 부처와 보살이 내부 공간을 압도한다. 향이 피어나는 저쪽으로, 한참 동안이나 꼼짝 하지 않고, 기도에 몰두하는 나이 든 할머니가 보인다. 연신 엎드렸다 일어났다 반복하는 젊은 사람도 눈에 띈다. 108배를 한다. 합장한 채 기도를 올리고 몇 푼 보시를 했다. 낯선 이국땅에서, 잠시나마 가족의 안녕과 이 세계의 평화를 기원해 본다. 

  
▲ 기도 차이나타운 주변에 위치한 사찰 안에서 기도하는 사람들.
차이나타운 사찰

이틀 만에 먹는 한식, 오랜만에 먹는 것만 같다. 반찬 가지 수는 그다지 많지 않지만, 김치찌개 맛은 고향 온 기분을 느끼기에는 충분하다. 빡빡한 일정, 크게 숨 돌릴 여유 없는 시간이 육체적 피로를 더하지만, 한 끼 한식으로 위로를 삼을 수밖에 없다. 넉넉한 시간을 두고, 마시는 차 한 잔의 여유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 싱가포르 야경 리버보트를 타는 주변의 야경
리버보트

외국을 여행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야경을 즐기고, 도심의 밤거리를 체험하는 것일 게다. 싱가포르의 야경은 화려했다. 홍콩이나 상하이에 버금간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리버보트라는 작은 범선을 타고 어두운 강줄기를 따라 유유히 흐르는 약 40여 분은 하루의 피로를 말끔하게 씻어내는 청량제 역할을 한다. 노천카페에서 연인끼리, 가족이나, 동료끼리 이야기나누며 즐기는 모습이 참으로 행복해 보인다. 범선은 클라키, 보트키, 마리나베이를 돌아보며, 다시 상류로 거슬러 올라간다. 머라이언 상에서 쉼없이 뿜어내는 물줄기는 화려한 조명 불빛으로 물감을 칠한 물을 뿜어내는 듯하다. 마리나베이 해변에 서 있는 머라이언은 센토사 섬에 있는 거대한 상보다, 크기는 작지만, 항구와 야경이 조화를 잘 이루는 것 같다는 느낌이다. 

  
▲ 빌딩숲 싱가포르항 주변으로 높은 빌딩공사가 한창이다.
싱가포르항

강 같이 보이는 수로는 바다와 연결되어 있던 곳을 둑을 쌓아 강처럼 만든 것으로 실제로는 강이 아니다. 그런데도 강처럼 잘 꾸며 관광 상품으로 만들어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는데,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한국에서 신혼여행 온 젊은 부부 모습이 많이 보인다. 한강 유람선을 타는 기분이다. 범선에서 내려 시끌벅적한 노천카페에서 동료들과 마시는 맥주 한잔의 추억은 오래도록 남을 것만 같다. 

한 잔 맥주에 기분은 최고다. 숙소까지 이십여 분을 동료들과 얘기하며 걸었다. 푹신하게 느껴지는 인도가 편안함을 더해준다. 길 양옆으로 숲을 드리운 울창한 가로수, 가로등 불빛을 받아 희미하다. 늦은 시간인데도, 조깅을 하며, 가벼운 산책을 하는 사람들이 평화롭다. 그렇게 밤은 깊어만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