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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풍원을 화려하게 장식한 핫립 세이지(2020. 9. 17.)

 

지난해부터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던 허브(Herba) 식물.

라틴어 '푸른 풀'이라는 뜻을 가진 허브는, 향이 나는 식물로 요리에 들어가는 채소류 등을 말한다.

유럽이나 미국에서 허브는 맛과 향을 내는 향신료와 약으로도 이용돼 오고 있다.

최근에는 방향식물로도 인기가 높으며, 차를 만들어 건강식품으로도 인기 있는 식물이 허브라 할 수 있다.

 

허브 종류는 세계적으로 500여 종이 넘는다고 하며, 식용으로 사용되는 허브 종류만 해도 100여 가지가 넘는다고 알려져 있다.

허브 종류 중에서 대표적으로 알려진 종류로는, 로즈마리, 라벤더, 세이지, 레몬밤, 오레가노, 바질 그리고 타임 등이 있다.

또 민트 종류로는 스피어민트, 애플민트, 페퍼민트, 초코민트 등이 대표적으로 사랑 받는 허브로 손꼽힌다.

 

죽풍원에서 키우는 허브는 10여 종류가 넘는다.

올 봄 죽풍원 언덕에 심은 세이지가 언덕을 뒤 덮고도 남을 정도로 번졌다.

세이지는 초보자라도 키우기 쉬운 허브 종류로, 어린 가지를 꺾어 물 빠짐이 좋은 흙에 꽃아 놓기만 해도 잘 사는 식물이다.

세이지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대표적으로 핫립 세이지, 체리 세이지, 파인애플 세이지, 블루 세이지, 화이트 세이지 등 수십 종이 있다.

 

세이지 꽃말은 타는 마음, 정력, 정조라고 한다.

세이지 꽃잎을 보면 붉은 립스틱을 바른 여성의 입술 모양이 떠오른다.

한 번만이라도 진한 키스를 해 보고 싶은 남성의 애타는 마음을 표현한 것일까.

또, 정력과 정조는 어찌 보면 대립되는 개념임에도 세이지 꽃말에 이런 뜻으로 이름 지은 이유는 무엇일까 싶기도 하다.

 

세이지는 봄부터 늦가을까지 꽃을 피우고 지우고 한다.

거의 7~8개월 꽃을 볼 수 있는 식물로 세이지만큼 오랫동안 피고 지는 꽃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올 한 해 죽풍원을 화려하게 장식한 세이지 꽃이 사랑스럽다.

나뭇가지만 살짝 건드려도 진한 향이 코끝을 자극하며 머리를 맑게 한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말이 있는데, '옷깃만 스쳐도 향기 나는 사람'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살짝 스쳐 지나기만 해도 향이 나는 세이지처럼, 그런 세이지 같은 사람으로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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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풍원에 핀 수레국화(2020. 7. 7.)

 

가을을 대표하는 꽃, 국화가 있다.

국화의 종류는 너무 많아 일일이 다 알기란 힘들다.

식물의 분류에서 국화과, 수레국화속에 '수레국화'라는 꽃이 있는데, 이 꽃은 유럽이 원산지인 관상식물로, 우리나라에는 귀화식물로 잘 알려져 있다.

도로변이나 절개지 등에서 잘 자라며 키는 가늘고 높이는 약 1m 정도까지 자라는 꽃이다.

 

올 봄, 수레국화 종자를 인터넷으로 구입해 하우스에서 발아시켜 정원에 옮겨 심었다.

수레국화 꽃 종류는 다양하고, 색깔도 파랑, 주황, 빨강 그리고 하얀색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수레국화는 하나씩 떨어져 키우는 것보다 무리지어 피는 것이 보기에도 좋다.

센토레아라는 이름을 가진 수레국화는 콘플라워라고도 불린다.

 

수레국화 꽃말은 행복, 섬세, 유쾌라고 한다.

이 꽃을 보고 있노라면 행복에 빠져 드는 느낌이다.

수레국화 꽃말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섬세함과 유쾌함도 같이 느끼는 감정이 인다.

수레국화는 독일의 나라꽃인 국화라고 한다.

 

수레국화 파종 시기는 이른 봄이 적당하다.

씨앗을 땅에 흩뿌리는 것만으로도 잘 자라난다.

죽풍원에 피었다 홀연히 져 버린 수레국화, 내년에 다시 만날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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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풍원 연못에 핀 부레옥잠화(2020. 9. 14.)

 

작은 연못이나 저수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에 뜨는 부레옥잠 꽃.

물위에 뜨는 부레옥잠 꽃은 열대 아메리카가 원산지로, 여러해살이 풀이다.

정원 연못에서도 관상용으로도 인기 있는 부레옥잠은 노지에서는 월동이 되지 않아 식물 애호가들에게는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

 

부레옥잠 키우기와 번식은 어렵지 않다.

봄철 꽃집에서 몇 포기만 사 와서 수조에 넣어두기만 해도 잘 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순식간에 개체가 늘어날 정도로 번식력이 강한 식물이다.

부레옥잠화는 7월에서 9월 사이에 꽃을 피운다.

보라색 꽃잎이 소박하면서도 아름답다.

 

이웃집에서 얻어 온 부레옥잠화를 죽풍원 연못에 띄웠다(심었다).

두어 포기였던 부레옥잠은 순식간에 작은 연못을 덮을 정도로 번졌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꽃을 피우는 시기가 늦은 편이다.

7월, 당시 이웃집에서 얻어 올 때 그곳에서는 꽃을 피웠는데, 집에 온 이 녀석은 이제야 꽃을 피운 것이다.

물이 차서 그런 것일까 싶다는 생각도 들지만 꼭 그런 것 같지마는 않은 것 같다.

 

 

부레옥잠 꽃말은 '승리'라고 한다.

승리라는 꽃말이 왜 생겨났는지, 부레옥잠 꽃하고는 좀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이다.

어떤 이는 물에서 피는 꽃 중에서 외모도, 기능도, 제일이라는 뜻으로 승리라는 이름이 붙여지지 않았을까 추측하는데, 물에서 피는 꽃 중에서 외모라면 단연 연꽃이 아닐까.

부레옥잠은 수질 정화용으로 많이 키우는데, 기능면으로서는 제 역할을 한다는 생각이다.

 

올 겨울이 들기 전, 노지 월동이 어려운 부레옥잠화 몇 포기를 실내에 옮겨 키워야겠다.

내년에 다시 연못으로 보내 꽃을 피우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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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싱한 가리비회(2020. 9. 11.)


가끔 엉뚱한 상상을 한다.

 

"하루에 작은 캡슐 하나로 살 수는 없는 건지?"

 

사람은 먹지 않고 살 수는 없다.

생명을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루 세끼 꼬박꼬박 챙겨 먹는 것도 힘이 드는 요즘이다.

챙겨주는 사람도 귀찮기도 할 테고, (먹는 사람도 별로 먹고 싶지 않는 데도)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억지라도 먹어야 하기에.

 

바다가 고향인 거제도에서 나고 자라 평생을 살다가 농촌으로 와 산지도 4년이 다 됐다.

거제도에 살 때 먹었던 음식은 주식 외는 주로 해산물 위주로 먹었다.

육류는 체질 상 별로 좋아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육류는 먹고 싶어 내 돈 주고 직접 사 먹기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어릴 적부터 먹어 왔던 식습관 때문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싱싱한 해산물 외는 별로 입맛을 당기는 음식이나 재료가 없었다는 생각이다.

 

지난 주 고향 산소에 벌초를 다녀오다 통영 중앙시장에 들러 가리비를 구입해 집에서 이웃과 함께 먹었다.

싱싱한 가리비는 생으로 먹는 맛이 일품이다.

어떤 사람들은 신선도를 걱정하거나, 비브리오 패혈증 발병이 걱정돼 날것으로 해산물 먹는 것을 꺼려하기도 한다.

음식을 먹고 탈이 나는 것은 비단 해산물뿐이겠느냐마는, 그렇다고 좋아하는 음식을 안 먹고 살 수는 없지 않은가.

멍게, 해삼, 전복, 소라, 피조개, 키조개, 개불 그리고 가리비 등 싱싱한 해산물에 소주 한 잔, 생각만 해도 엔도르핀이 솟아나는 느낌이다.

 


귀농 후 3년차까지 해산물을 먹어 본적이 거의 없다.

1년에 한두 차례 활어 회를 먹었던 기억이고, 싱싱한 해산물은 아예 구경도 못한 것만 같다.

고향 거제도에 살 땐 거의 매일 같이 먹던 해산물이었는데.

그러고 보니, 좋아하던 음식도 안 먹다 보면 생각도 나지 않는 모양일까, 아니면 먹고 싶어도 여러 가지 사정으로 참아서일까.

 

귀농 후 서먹했던 분위기를 깨고 지금은 이웃과 소통하며 정담을 나누며 잘 살고 있다.

지금과는 달리 농촌생활을 처음으로 접했을 때, 가장 궁금했던 부분이, 시골 사람들은 거의 해산물을 먹지 않는다는 것.

좋아하지 않아서인지, 먹을 기회가 없어서인지는 잘 모르지만, 실제로 들은 이야기고 또 그렇게 즐기는 분위기도 아니라는 것도 알 수 있었다.

대신 나와는 반대로 회식 등 모임에서는 주로 육류를 먹는다는 것이다.

하기야 지역 특성상 바닷가는 해산물, 육지는 육류로,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아닐까도 싶기는 하다.

 

통영에서 구입한 가리비는 작지만 알이 꽉 찼다.

2020년 9월 가리비 가격은 1kg 1만 원에 거래되고 있다.

참고로 인터넷 검색을 통해 가리비 파는 곳에 알아보면 8천 원에도 구입할 수 있는 데가 있다.

대신에 인터넷 구매는 다음 날 도착하기에 생으로 먹기는 곤란하지 않을까 싶다.

 

집으로 가져 온 가리비 요리는 반은 생으로, 반은 쪄서 먹었다.

불에 찌는 것도 열기만 가해 주고, 입이 벌어지기 시작하면 바로 먹는 것이 좋다.

그래야 싱싱하고 졸깃한 맛을 느낄 수가 있기 때문이다.

이웃과 나눠 먹는 생가리비 회와 쪄 먹는 가리비에 소주 한 잔.

은퇴 후 삶의 행복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이럴 땐 캡슐 하나가 아니라, 음식 장만이 귀찮더라도 직접 해 먹는 맛이 최고라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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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풍원에 핀, 가을의 상징인 코스모스(2020. 9. 12.)

 

가을을 상징하는 꽃, 코스모스.

길국화라고도 부르는 코스모스는 가을을 대표하는 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길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코스모스라지만 사람들에게는 친숙한 꽃으로 손꼽히며 사랑을 받는다.

전국적으로는 코스모스 축제가 여럿 있는데, 그 중에서도 대표적으로는 '하동 북천코스모스축제'가 아닌가 싶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축제를 열지 못한다는 소식이다.

 

죽풍원에도 코스모스가 화려한 모습으로 꽃을 활짝 피웠다.

지난해 씨앗이 떨어진 땅에서 1년의 시간을 거쳐 새 생명을 탄생시킨 것이다.

분홍, 빨강, 하얀 색의 코스모스는 가을바람에 몸을 싣고 춤을 춘다.

아름다운 여인이 화려한 색상의 꽃 치마를 입고 나를 유혹하는 듯 하는 느낌이다.

수줍음을 타는 소녀의 모습을 닮은 코스모스는 가을바람에 더욱 어울리는 꽃으로 각광받고 있다.

 

코스모스 유래와 코스모스에 관한 전설이 전해오고 있다.

신이 제일 처음으로 만들었다는 코스모스는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그런데 처음으로 만들다보니 모양과 색깔이 맘에 들지 않아서 각기 다른 모양과 색깔로 만들기로 반복했고, 여러 번의 실패 끝에 지금의 코스모스 꽃 모양과 색깔로 탄생했다는 유래와 전설이다.

 

코스모스 꽃말은 '소녀의 순정'이란다.

소녀의 상징이자 이미지가 '순정'이 아닐까.

가을바람에 한들거리는 코스모스는 소녀의 순정을 느끼고도 남을 만한 가을꽃의 대명사다.

몇 년 전 코스모스 축제 때 가 보았던, 기차가 지나는 철길에 피어난 하동 북천역 코스모스 꽃길.

이 좋은 가을날, 사랑하는 이와 코스모스 꽃길을 걷고 싶다.

기적소리 울리며 지나는, 완행열차가 스쳐 지나가는 바람에 흔들리는 코스모스는, 더욱 아름다운 모습으로 기억에 오래도록 남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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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여행에서 점심은 충무김밥(2020. 9. 11.)

 

어제(11일), 고향 거제도 조상님 산소에 벌초를 다녀왔다.

한 시간 정도 예취기를 돌리니 힘이 든다.

그래도 자식으로서 할 일을 한다 생각하니 마음이 편하다.

 

함양 집으로 오는 길에 통영 중앙시장에 들렀다.

통영 중앙시장은 활어를 비롯한 다양한 해산물을 파는 재래시장으로 전국의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나 역시 거제도에 살면서도 자주 찾았던 해산물을 취급하는 수산시장이라, 오랜만에 찾아가는 느낌이 남다르다.

파닥거리는 활어와 싱싱한 해산물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통영여행은 바다를 끼고 있어 즐겁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겠지만, 나는 재래시장을 구경하는 것이야말로 여행의 백미로 꼽을 정도로 선호한다.

그럼에도 여행은 먹는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 최고가 아닐까.

점심때라 배를 채워야 했고, 맛 집을 찾아 나섰다.

재래시장인 통영 중앙시장을 한 바퀴 돌았다.

 

뭐, 별다른 음식이 있고, 특별한 식당이 있을까 싶다.

시장 안 어느 식당 간판을 보니 '충무김밥' 식당이다.

테이블 서너 개 정도 작은 식당이지만 내부는 깔끔하고 정결하다.

충무김밥 1인분에 5천 원, 2인분을 주문하여 먹었다.

참기름 장을 요청하여 김밥을 찍어 먹었는데, 참 달콤하다.

 

충무김밥은 요리가 간단해서 좋고, 먹기에도 부담 없이 편하다.

맨 김에 양념을 섞지 않은 졸깃한 밥을 말아 만든 손가락 굵기 김밥과 깍두기, 꼴두기 무침 그리고 된장 맛이 가미된 시래기 국이 전부다.

요즘은 꼴뚜기 무침 대신에 오징어나 어묵 무침으로도 나오고, 시래기국은 재료 구입이나 요리하기가 번거로워서인지, 그냥 맨 국물을 대신하고 있다.

 

충무김밥의 유래는 1930년대부터 생겨났다고 한다.

뱃사람들이 바다에 일하러 나갈 때, 도시락이나 양념 섞인 김밥을 싸서 나갔는데, 특히 여름철엔 음식이 쉽게 상해 먹지 못했다고 한다.

그래서 잘 상하지 않는 무침 반찬과 김밥은 맨 김으로 싸서 점심 준비를 했다고 하며, 이때부터 충무김밥이 원조로 자리 잡았다는 말이 전해온다.

'충무김밥'이라는 이름의 '충무'는 통영지역의 옛 지명 이름이다.

 

오랜만에 먹어보는 충무김밥이 맛이 특별나다.

산소 벌초작업 하는데 힘이 들어 배가 고프기도 한 탓도 있지만, 여행지에서 먹는 지역 특산의 음식이라 그런지 더욱 입맛이 당긴다.

새콤한 무김치와 쫄깃한 어묵과 오징어무침 그리고 시래기 국은 아니지만 깔끔한 국물 맛에 입맛은 최고에 달했다.

1인분에 5천 원, 비싸지도 않은 간편한 점심으로 일과 여행의 즐거움을 느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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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산소 벌초작업(2020. 9. 11.)


올해 추석은 10월 1일(목)이다.

9월 30일부터 10월 4일까지 5일간 이어지는 연휴지만 추석 분위기는 예년과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19 때문이겠지.

 

추석을 앞두고 조상님 산소에 벌초를 다녀왔다.

귀농한 함양에서 고향 거제도 할머니 산소가 있는 데까지 149.5km, 내비 상으로 1시간 41분이 걸리는 거리다.

엑셀러레이타를 좀 밟으면 1시간 반이면 충분히 닿을 수 있는 거리지만 서두를 것이 없다.

시속 100km를 유지해서 현지에 도착하니 2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오랜만에 찾는 고향 거제도.

그러고 보니 지난 설날 때 고향 방문 후 처음으로 가보는 거제도는 그리 낯설지가 않다.

세계 랭킹 1~2위 조선소가 있는 거제도는 호황을 누렸던 예전 경기와는 달리 몇 년 째 지역경제는 바닥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참으로 안타깝고, 또 언제쯤 경기가 회복될 지는 아무도 예측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거리엔 차량이 많이 보이지 않는 것만 봐도 지역경기가 어느 정도인지는 충분히 예측이 가고도 남는다.

 

할머니 산소는 아버지 산소를 비롯한 조상님 산소가 묻힌 동네 공동묘지와 좀 떨어져 있다.

추석 전 조상님 산소 벌초는 형제들이 공동으로 하는데, 할머니 산소 벌초 작업만큼은 꼭 내 몫인데 그 이유가 있다.

셋째 손자인 나는 할머니가 무척이나 아끼고 좋아 했다.

우리 형제는 큰형, 누나, 나 그리고 아래로 4명의 남동생 등 6남 1녀로, 할머니는 당시 아들 선호사상 때문에 누나를 낳은(딸을 낳았다고) 어머니를 무척이나 시집살이 시켰다.

나는 그때 세 번째로 태어난 아들이자 손자였기 때문에 할머니는 종일 나를 업고 키웠다고 할 정도였다.

 

나 역시도 할머니를 유난히도 좋아했고 따랐던 기억이다.

1980년 군 현역 입영 때 할머니는 82세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지금 살아 계신다면 122세로 추정되는 나이다.

할머니는 살아 계실 적 밀감(귤)과 바나나를 무척이나 좋아했다.

치아도 성치 않은 상황에서 물렁물렁한 귤과 바나나는 그리 오래 씹지 않아도 먹는데 불편하지 않았던 과일이라 특히나 좋아했다.

오죽했으면 군 입대하는 손자가 할머니한테 이런 말을 남기고 떠났을까.

 

"할머니! 손자 문이가 군에 가는데 제대할 때 귤하고 바나나 사 올 테니, 그때까지 건강하게 지내시고 꼭 살아계셔야 해요. 손자하고 약속해요. 알았죠?"

 

그런데 할머니는 끝내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버리고 말았다.

그럼에도 그 무엇보다 한스러웠던 것은 할머니 임종을 지켜보지도 못했을 뿐 아니라,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못하는 불효를 저지르고 말았던 것이다.

당시 하사관학교 후반기 교육생이었던 나는 부모 사망의 경우가 아니라면 특별휴가를 갈 수 없었던 제도적인 이유가 있었기 때문.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은 장례식에 참석하고 돌아가던 먼 친척으로부터 군 면회실에서 들어야만 했고, 그 때 크나 큰 슬픔은 지금까지도 너무나도 생생한 기억으로 머리 한 구석에 자리하고 있다.

 

할머니와의 해후는 첫 휴가 때 산소에서 영혼으로서 만나야만 했다.

차가운 땅, 무덤 속 할머니의 육신은 흙이 돼 자연으로 돌아갔고, 영혼은 극락세상에서 평온히 잠들어 있을 것이라는 믿음뿐이었다.

그래야만 내가 편안할 수 있었기에.

 

한 시간 넘게 열심히 기계를 돌리고 풀을 깎았다.

봉분은 더욱 정성을 들여 작은 잡초 하나까지 말끔히 잘랐다.

이발사가 남정네 덥숙머리를 시원하게 깎아내고 마지막 가위질로 손질하는 것처럼 정성을 다했다.

잡초 속에 묻힌 봉분이 예쁜 모습으로 태어났다.

흡사 깔끔한 스포츠형 젊은 사내 머리 스타일이 연상된다.

 

소주 한 잔과 물 한 잔 그리고 할머니와 약속한 그 바나나와 과자를 놓고 두 번 반의 절을 올렸다.

 

"할머니! 손자 문이 왔습니다. 할머니가 좋아하던 바나나 사 왔으니 많이 드시고, 손자 잘 되도록 지켜 주시기 바랍니다. 추석 날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봉분 옆에 노랑 꽃 한 송이를 꽂았다.

지난 설날 봉분 양쪽으로 꽂은 조화는 벌써 탈색이 돼 새 꽃으로 바꿨다.

하늘나라에 계신 할머니도 환히 웃는 모습으로 이런 손자에게 고마움을 표시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루 동안 벌초작업을 하면서 깊은 생각이 인다.

생과 사, 부모와 자식 관계, 인간의 도리 등 삶이란 참 어렵고 고통의 연속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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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손자 2020.09.12 08:5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6살때돌아가신할머니가생각나네요

 

2020. 8. 19.

 

"손대면 톡하고 터질 것만 그대, 봉선화라 부르리..."

 

잘 알려진 트로트 '봉선화 연정' 가사에 나오는 봉선화.

꽃 모양이 봉황을 닮았다고 부르는 봉선화는 봉숭아라고도 한다.

어릴 적, 여자 친구들이 손톱에 빨갛게 물들이며 자랑하던 그 꽃, 봉선화다.

 

봉선화 꽃말은 '나를 건드리지 마세요'라고 한다.

어째 좀 무시무시한 느낌이 드는 꽃말이지만, 봉선화에 얽힌 이야기를 알면 왜 이런 꽃말이 생겨났는지도 이해가 갈 법도 하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설화로, 한 여인이 억울한 도둑의 누명을 쓰고 궁전에서 쫓겨났는데, 아무도 그의 결백을 믿어 주지 않자, 죽음으로 자신의 결백함을 주장했다는 전설이 그 내용이다.

무고나 결백은 서로 상반되는 개념으로 그 누구도 이런 문제에 봉착하면 참 괴로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손만 대도 톡하고 터질 것만 같은, 자신의 속을 내 보이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닐까.

속이 터지는 것은, 오랜 기다림 끝의 그리움이나, 더 이상 참지 못할 외로움, 뿐만이 아닐 것이다.

타인이 나를 믿어주지 못하는 의심스런 눈빛이나 말 그리고 행동들은, 폭탄이 터질 것만 같은 위험분자를 안고 있는 요소들이리라.

인간은 폭탄을 안고 사는 존재가 아닐까.

그 폭탄을 터트리는 것은 결국 자신의 선택에 달렸다고 봐야 할 것이다.

 

폭탄을 터뜨려서 평화를 얻을 것인지, 서로가 파멸의 길로 갈 것인지, 그건 자신이 결정하고 자신이 결과를 받아들여야 하지 않겠는가.

죽풍원에 핀 봉선화를 보면서 드는 잡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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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풍원에 핀 루드베키아(2020. 9. 6.)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계절, 길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루드베키아.

노랑 코스모스처럼 보이는 이 꽃은 천인국이라고도 부른다.

루드베키아는 화단이나 도로변, 공원, 정원 등 어디에서나 잘 어울리는 꽃이며, 1년생 화초로 씨앗이 떨어져 이듬해 봄에 다시 피지만, 해가 거듭할수록 꽃 모양이 퇴화해 간다고 한다.

북아메리카가 원산지인 루드베키아는 그 종류만 해도 30여 종이 있다.

 

죽풍원에도 루드베키아가 정원 한 곳을 차지하며 꽃을 피웠다.

일부러 심은 것도 아닌데 노란 꽃으로 태어났다.

지난 봄 이웃에서 다른 꽃 종류를 흙 채로 이식해 왔는데 그 속에 씨가 떨어져 피어난 모양이다.

루드베키아 꽃말은 '영원한 행복'이라고 한다.

 

사람들은 행복을 꿈꾼다.

인간이 행복을 바라지 않는다면 거짓이 아닐까 싶다.

또 행복을 꿈꾼다고 마음대로 행복이 찾아오는 것도 아니다.

루드베키아 꽃말처럼 영원한 행복이란 것도 동화에서나 있을 법 하지만, 현실에서는 있을 수도 없는 일일 것이다.

영원한 행복은 꿈도 꾸지 않지만, 삶에 있어 잠시만의 행복이라도 찾아와 위로해 주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잠시만의 행복, 모든 사람들의 바람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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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cjsdnl0131.tistory.com BlogIcon 버들새싹 2020.09.10 00:0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색깔이 예쁘네요~~~ 가을로 들어설 때면 노란색 꽃이 많이 피고 한번 피면 오래동안 피여있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