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 2. 24(화), 함양에 새벽부터 내린 눈은 아침까지 이어지면서 세상은 하얀색으로 변했다.
눈은 1년에 3~4차례 정도로, 5~10센티미터가 쌓일 정도로 많은 눈이 내린다.
장독대에 쌓인 눈은 정겨운 농촌 풍경의 이미지로 기억에 오래 남아 있을 듯하다.
소나무 가지는 눈 무게로 축 쳐져 부러질 듯한 위태로운 모습에 털어 주어야만 했다.


집 밖으로 나가니 도로에는 차가 다니지 못할 정도로 쌓였다.
마을 주민 한 분이 자원봉사로 트랙터로 눈을 치워 겨우 사람이 다닐 정도가 된 도로다.
멀리도, 또 가까이 있는 산에도, 하얗게 변한 세상이 꼭 좋은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이럴 때 삽살개 한 마리라도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눈밭에 뛰어노는 삽살개 모습이 천진난만하기에 같이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고 싶기 때문이다.
도심에서 차량으로 영업을 하는 분들에게는 눈이 귀찮고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할 일 없는 나로서는 눈 오는 날이 마냥 즐겁기만 하다.

2. 21일 밤 9시 17분경 함양 지리산 인근에는 큰 산불이 났다.
주불은 사흘째인 23일 오후 5시 경에 잡혔고, 잔불 정리는 24일 아침까지 이어졌다.
밤 9시가 넘은 시간 산 중턱에서 발화했다는 점에서 누군가 고의로 산불을 냈다는 추측이 무성했다.
그러나 저러나 산불이 났을 당시 이렇게 많은 눈이 내렸으면 하는 생각은 다 아무 소용도 없는가 보다.
자연의 도움도 인간이 필요할 때 주면 얼마나 좋을까 싶기도 하련만... 그건 인간의 부질없는 욕심이라는 생각...

자연은 인간에게 이로움과 해로움을 동시에 주고 있다.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도 이익과 불이익을 주고받는 사례는 무수히 많다.
이는 선택의 문제가 아닌 필연적인 문제로 지혜롭게 대처하는 자세가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눈 오는 날 드는 잡생각 한 조각이다.

눈 내린 밭에 나의 발자국을 찍어 흔적을 남겼다.
눈이 녹으면 이 흔적도 사라질 것이 분명하고, 자연의 순리는 거스를 수 없다는 것도 알 것이다.
살아있는 지금의 ‘나’라는 존재도, 흔적 없이 사라지는 녹은 눈처럼, 나도 언젠가는 흔적 없이 사라진다는 것을 생각하면...
눈 발자국 녹으면 흔적없이 사라지듯
삶이란, 인생이란, 참 허무하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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