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해여행] 약수 한 모금에 마음의 때를 씻는 '진정한 행복'

독야청청 세계로 인도한 진해 성흥사

 

[진해 성흥사] 진해 대장동에 위치한 성흥사 전경.

 

[진해여행] 약수 한 모금에 마음의 때를 씻는 '진정한 행복'

 

지나간 태풍은 흔적만 남기고 말이 없다. 동생에게 철없이 힘으로 제압하는 형처럼 얄궂고 얄밉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매미처럼 강한 태풍이었는데도, 그때만큼의 큰 피해를 남기지 않음에, 그나마 위안이라는 생각이다. 이게 자연의 모습일까! 태풍이 지나가자마자 가을은 우리 곁으로 성큼 다가왔음을 느낀다. 지난 15일. 오락가락하는 비가 걱정되었지만, 진해 성흥사로 향했다.

 

[진해 가볼 만한 곳] 구름을 잔뜩 안은 성흥사 전경.

 

진해 대장동에 위치한 성흥사. 이 절은 신라 흥덕왕 8년(833년) 무염국사가 창건하였다고 전해진다. 불모산 자락에 위치한 성흥사는 아주 큰 절은 아니라도 아담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간 비가 적잖이 내린 모양이다. 빗물은 작은 바위를 돌고 돌며, 하얀 거품을 쏟아내고 있다. 경내를 들어서기 전 큰 탑 하나가 눈길을 유혹하기에 따라 나섰다.

 

[진해여행] 진해 성흥사 외곽에 위치한 7층 석탑. 석탑을 지키는 두 석상이 특별나다.

 

최근에 조각한 것으로 보이는 7층 석탑이다. 앞으로 탑을 지킨다는 석등이 좌우로 서 있는 것은 이해하나, 탑 주변에 또 다른 형상을 한, 수호신 같은 석상 두개가 서 있는 모습이 보인다. 보기에는 거사상 같아 보이는데, 어떤 연유로 석상을 세웠을까 궁금증을 남기고 발길을 돌렸다.

 

불모산성흥사 일주문에 서서 합장기도를 했다. 절에 오면 글귀 하나 놓치지 않는 습성일까. 벽면에 종이로 붙여놓은 글귀하나를 정성스레 읽었다.

 

[진해 가볼 만한 곳] 불전 사물을 모신 성흥사 범종각.

 

등을 밝혀

연등을 다는 마음/ 행복한 마음/ 연등을 다는 마음/ 꿈을 이루는 마음

부처님 오심을 축하하는/ 정성어린 연등/ 마음이 환하게 밝아집니다

부처님의 지혜와/ 하나 되는 연등/ 소중한 인연 만들면/ 희망을 키우고/ 신나고 즐겁게

마음마다 걸음마다/ 부처님 오신 날 연등을

답니다

 

구구절절 느낌으로 다가온다. 부처님을 상징하는 연등을 항상 내 가슴 속에 걸어놓고 싶은 마음이다. 그러면 행복한 마음이 들것이고, 꿈을 이룰 것만 같다. 마음이 깨끗하게 밝아지고, 세상 어디로 발길을 옮기든지, 한 걸음 두 걸음, 그 발걸음이 가벼우리라.

 

[진해 성흥사 여행] 약수 한 모금에 마음의 묵은 때를 씻을 수 있었다.

 

경내는 조용하다. 바가지에 물 한 모금 떠 마시니 묵은 때가 씻어지는 느낌이다. 실제로 효과가 있든, 효과가 나타나지 않던, 그건 중요한 게 아니다. 내가 좋으면 그만인 것을. 물 한 모금에 속세에 묻은 때를 씻어버릴 수만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행복한 일일 테니까.

 

약수 한 모금에 마음의 때를 씻을 수만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참 행복

 

전각도 그리 화려하지는 않다. 그저 제자리를 지키는 것처럼 묵묵하다. 불전사물을 모신 전각을 지나 삼성각을 둘러본다. 좁은 절터라 그런지 전각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 자리이동이 크지 않다. 대웅전 앞에 섰다. 언제나 절을 찾을 때, 대웅전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나. 왜일까. 아마 그건 부처님 앞에 어리석음으로 가득한 나 자신을 발견하는 자신의 부끄러움일 게다.

 

[진해 가볼만한 곳] 성흥사 나한전에는 불상 이름을 명패에 새겨 놓았다. 좌로부터 대세지보살, 석가모니불, 관세음보살상이다.

 

나한전에는 삼불이 모셔져 있다. 불교를 공부한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많은 불상의 종류를 알지는 못한다. 그런데 이 나한전에는 불상 앞에 친절히도 불상의 이름이 적힌 명패가 있다. 꼭 나를 위해 안내해 주는 것만 같다. 다른 절에서도 모든 전각에 이렇게 불상의 명패를 부착해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차우차우] 중국이 원산지인 차우차우. 산청 정취암에서도 노란 털을 가진 차우차우를 만난 적이 있다. 영리하다고 알려진 이 개를 만난 것도 행운이다.

 

절 마당 구석에 검은색 차우차우 한 마리가 놀고 있다. 중국이 원산지인 이 개는 영리하다는데, 차우차우랑 한참이나 같이 놀았다. 몇 해 전, 경남 산청군에 위치한 정취암에서도 노란 털을 가진 차우차우를 만난 적이 있다.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개가 아니라서 행운이 들겠다는 좋은 기운이 인다.

 

[수련] 성흥사 마당 큰 그릇에 담겨져 핀 수련.

 

이 절은 설화 하나를 간직하고 있다고 한다.

 

"흥덕왕 재위 초에 이 지방에 왜구의 침략이 잦아 왕이 몹시 고민하였는데, 어느 날 꿈에 하얀 수염을 한 노인이 나타났다. 그 노인은 지리산에 있는 도승을 불러 왜구를 평정하라고 말하였다. 왕은 사신을 보내 도승을 모셔와  그 일을 간절히 부탁하였다. 도승이 팔판산에 올라가 한 손에 지팡이를 잡고 다른 한 손으로 자신의 배를 두드리니 뇌성벽력이 천지를 진동하였는데, 왜구들이 이것을 신라군의 함성으로 착각하여 물러갔다고 한다.

 

이에 왕은 도승에게 재물과 전답을 주어 구천동에 절을 짓게 하였다. 이 절은 한때 500명의 승려가 머무를 정도로 큰 절이었다고 하나, 이후 여러 차례의 화재(1109년과 1668년)로 인해 여러 곳으로 옮겨 다니다가, 1789년(정조 13년)에 지금의 자리에 절을 다시 지었다."

 

[진해 성흥사] 성흥사 나한전(좌)과 대웅전(우).

 

절 입구 안내간판에 새겨진 내용이다. 어느 절이든 그 절의 내력은 다 있다. 얼마나 믿을 만한 내용인지 몰라도 그래도 어쩌랴. 그 내력을 믿을 수밖에. 절의 내력만큼이나 나는 절터의 전각의 아름다움에 빠져들곤 한다. 이 절의 대웅전은 정면 3칸 측면 3칸의 다포계 맞배지붕으로 보통 사찰의 대웅전과 별로 특별한 점은 없다. 하지만, 화려한 포작은 눈에 띄는 대목이다. 다음으로, 한 눈에 들어오는 것은 지붕을 받쳐주는 기둥 위에 조각한 화려한 연꽃과 동물로 장식된 조각품이다. 또한, 서까래 밑에 조각된 화려한 단청도 다른 사찰과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진해 대장천] 성흥사 입구 대장천에서 흐르는 맑은 물.

 

진해 성흥사. 사찰의 역사는 오래됐지만, 중수한 흔적으로 천년 역사의 느낌이 전해져 오지 않는다. 그래도 어쩌랴. 지역에 이런 절이 남아 있는 것도 다행이건만, 잔잔한 역사의 물결을 쉼 없이 흘러 보내며 받아들이는 우리의 자세가 소중한 지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작은 절터를 돌아 나오는 길에 만난 대장천 좁은 계곡의 물소리는 나를 독야청청의 세계로 인도함을 느끼게 해 주었던 여행이었다.

 

 

[진해 성흥사여행] 진해 성흥사 대웅전(좌)과 범종각(우).

 

[진해여행] 약수 한 모금에 마음의 때를 씻는 '진정한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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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 창원시 진해구 웅동1동 | 성흥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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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죽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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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yuji7590.tistory.com BlogIcon 초록샘스케치 2012.09.20 06:0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불모산 자락 약수 한모금 먹으면 몸속의 나쁜 기운이 금새 사라질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
    시원하게 담으신 진해 성흥산을 담으며 멋진 하루를 기대합니다.

  2. 연화 2012.09.20 14:3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숙연해지는 하루...
    오늘도 감사하며 자타일시 성불도_()_

  3. 고추잠자리 2012.09.20 14:4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대웅전 주변 나무하나 하나 깔끔하게 잘 가꿔진 모습이네요.
    돌하나 하나에 담긴 소원들
    모두 이뤄졌음 하는 바람입니다~

    • Favicon of https://bamnwind.tistory.com BlogIcon 죽풍 2012.09.20 22: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돌 하나하나에 정성과 소원이 담겨 있습니다.
      내 생애 작은 돌 하나 쌓는것을 크나큰 의미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작은 돌 하나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그 뜻을 알았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4. Favicon of https://borisu1004.tistory.com BlogIcon 누리나래 2012.09.20 19: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진해 성흥사 이야기는 많이 들엇는데 이렇게 보게 되네요..
    석탑도 특이하고 종각도 특이하네요..

    • Favicon of https://bamnwind.tistory.com BlogIcon 죽풍 2012.09.20 22:5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큰 절은 아니지만, 여기저기 돌아 볼만한 곳은 많습니다.
      특히, 외곽에 있는 7층 석탑이 눈길을 끕니다.
      두 석상이 아직도 무엇의 의미를 담는지 다음에 가면 한번 풀어 볼 생각입니다.

  5. 박성제 2012.09.20 22:3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랜만에 인사드림니다 잘계셨는지요
    이번 태풍덕분에 컴이 고장이 났으요 병원에갔다 한국은행 사용좀하였드니
    다시 작동이 되네요 병원에 안가는 컴은 없나요
    자우지간에 반갑습니다 안개속에 산은 있습니다

  6. Favicon of https://borisu1004.tistory.com BlogIcon 누리나래 2012.09.22 22: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7층석탑 앞 석상이라고 표현하신것은 석등입니다. 본래 절집에서 등은 지혜를 상징합니다.. 팔각으로 많이 만들어 놓죠^^

    • Favicon of https://bamnwind.tistory.com BlogIcon 죽풍 2012.09.23 08:2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관심있게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조금 오해를 불러 일으킨거 같습니다. 사진아래 설명문에 "석탑을 지키는 두 석상이 특별나다."라는 설명은, 사진에는 자세히 보이지 않지만, 석탑을 보호하는 석조물 울타리 안에 작은 거사상 같은 석상이 2개 서 있습니다. 이 석상을 두고 표현한 것입니다. 또한, 사진 아래 본문에는 "최근 조각한,,,,탑을 지킨다는 석등이 좌우로 서 있는 것은 이해하나,,,"라는 기사가 있습니다.

      사진만 보면, 사진설명이 오해를 불러 일으킨거 같습니다.
      관심있게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휴일 보내시기 바랍니다.

 

[경남 고성여행] 얻으려는 것 보다, 버리려는 마음이 생기는 고성 문수암 여행

 

 

[고성여행] 문수암에 오르면 발 아래로 펼쳐지는 남해 바다 풍경이 환상적인 모습으로 다가온다. 산꼭대기에 보이는 금동좌불상은 약 2km 떨어진 해동제일기도도량인 약사전이다.

 

[경남 고성여행] 얻으려는 것 보다, 버리려는 마음이 생기는 고성 문수암 여행

 

얼마나 오랜만에 찾은 길이었을까? 도로 옆 풍경은 옛 모습 그대로이건만, 굽이도는 비탈진 돌멩이 자갈길은 온데 간데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대신 말끔히 포장된 아스팔트는 차를 부드럽고 편안하게 인도해 준다. 지난 3일. 경남 고성 문수암으로 가는 길은 그 예전 모습이 아닌, 전혀 다른 느낌으로 와 닿았다.


주차장에서 500여 미터를 걸으면 닿는 곳이 문수암. 절터 주변은 암석지대로 경사가 심한 편이다. 지형적으로 좋지 않은 이런 조건에서 어떻게 암자를 세웠을까 궁금증이 인다. 대신 발 아래로 펼쳐지는 풍경은 그림보다 더 환상적인 모습으로 다가온다. 잠깐 사이에 생기는 어떤 느낌. 올망졸망 섬과 푸른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이곳에 왜 절터를 잡았는지를.

 

[고성 가볼만한 곳] 기와지붕에 새로운 생명을 잉태했다. 둘은 얼마나 긴 세월을 품고 지내 왔을까?

 

문수암은 쌍계사의 말사로 고성 상리면 무이산에 위치하며, 688년(신라 신문왕 8년) 의상조사가 창건했다. 이 암자는 수도 도량으로서 많은 고승들을 배출하였고, 산명이 수려하여 삼국시대부터 해동의 명승지로 유명하였다고 한다. 특히 화랑도 전성시대 때는 국선 화랑들이 이 산에서 심신을 연마하였다고 전해진다.


머리에 작은 돌멩이를 인 목장승이 무표정한 모습으로 여행자를 맞이한다. 빼곡하게 쌓여 있는 저 작은 돌멩이 하나하나는 여행자의 작은 소망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나도 작은 돌멩이 하나를 얹었다. 두 눈을 반쯤 내리 뜬 모습은 해탈의 경지를 넘어서는 표정이다.

 

[고성군여행] 문수암 입구에 서 있는 목장승. 머리에 인 작은 돌멩이 하나하나에 불심이 가득한 모습이다.


한 곳을 뚫어지게 응시하면 그 곳을 관통하여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까. 절벽 위에 앉은 법당은 천년세월을 묵묵히 바다만 바라보며 수행하는 고승과 같은 존재다. 바위틈에 새어 나오는 물 한 모금을 떠 마셨다. 물은 만물의 근본이요, 생명이다. 그렇기에 물이 곧 나의 육신이자, 정신이라. 언제부터인가, 절을 찾을 때 작은 미물에도 의미를 부여하는 나를 보게 된다. 물 한 모금 마시는 것이 수행이요, 깨달음을 얻는 길이라는 것을.


절을 찾을 때, 작은 미물에도 의미를 부여하는 나


짙은 녹색을 띤 잎사귀는 하늘을 가릴 정도로 무성하다. 늘어진 나뭇가지 사이로 난 작은 계단 하나하나를 밟고 발길을 옮기며 무상에 빠져 보기로 했다. 걷던 길을 잠시 멈추고 제자리에 섰다. 그리고는 눈을 감았다. 일부러 아무 생각이 나지 않도록 머릿속을 비워보려 시도하는 나. 그러나 웬걸, 여름철 잡초처럼 잡념만 머릿속을 뚫고 무성하게 피어날 뿐이다.


대웅전 뒤쪽에는 큰 암벽이 있는데 사람 몇 명이 모여 있다. 궁금해서 다가가 보니, 서로 번갈아가며 바위 틈 사이로 뭔가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다. 문수보살상이 바위틈에 자리하고 있다는 것. 몇 달 전, 어느 방송국 여행 프로그램에서 본 기억이 떠오른다. 뒤를 이어 나도 세심하게 보니 빛 사이로 작은 보살상이 희미한 모습으로 보인다. ‘어떻게 저 작은 틈새 사이에 보살상이 있을까’, 신기할 뿐이다.

 

[고성여행] 문수암 뒤쪽 암벽 사이에 문수보살상이 있다. 문수단 앞 땅 바닥에 두 발자국이 그려져 있는데, 이 곳에 정확히 맞춰 서면 문수보살상이 보인다.(바위 틈 중간 하얀 부분)


문수암의 창건 설화에 의하면, 의상조사가 구도행각 중 노승으로부터 현몽을 얻어 걸인을 따라 갔다고 한다. 이때 걸인이 석벽 사이를 가리키며 ‘저곳이 내 침소다’라고 말하자, 또 한 걸인이 나타났고, 두 걸인은 서로 손을 잡으며 바위 틈새로 사라졌다고 한다. 의상조사는 석벽사이를 살폈으나, 걸인은 보이지 않았고, 비로소 두 걸인이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임을 깨달았다고 한다.

 

[고성군여행] 절벽 위에 어떻게 이런 절터를 잡았으며 지었을까 궁금하다.


지금도 천연의 문수보살상이 뚜렷하게 나타나 보이는데, 이곳을 문수단이라고 하며, 사람들은 줄을 서 가며 이곳에 기도하고 있다. 문수단 앞 땅 바닥에는 두 발자국 표시를 해 놓았는데, 이곳에 정확히 맞춰 서면 문수보살상이 보인다. 백 원짜리 동전에 담은 불심이 암석 벽면에 가득하다.


저 멀리 바다에서 인 바람이 산중으로 타고 든다. 그런데 이 정도 바람이면 절터에서 울어야 할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풍경소리다. 고개를 하늘로 향해 울음소리가 날 만한 곳을 찾아보니 풍경이 없다. 그 자리엔 풍경을 단 고리흔적만 지키고 있다. 절터에서 듣는 풍경소리는 혼탁한 마음을 깨끗하게 청소해 주는 고마운 존재인데 아쉽기 그지없다.

 

[고성문수암] 울어야 할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고개를 돌려 하늘을 보니 풍경이 온데간데 없다. 어디로 갔을까?


마당 한편에 쌓여 있는 기와불사. 무수한 사람들의 소원과 꿈과 희망을 담은 기왓장이다. 어떤 이는 가족의 행복과 건강을 빌고, 또 다른 어떤 이는 자식의 밝은 장래를 기도한다. ‘좋은 대학도 가야하고, 좋은 사람과 결혼도 해야 된다’고 한다. 문득, ‘좋은 것’이 ‘어떤 것’일까 궁금해진다.


가파른 계단을 오르니 겨우 사람 몇 명이 설 만한 공간에 작은 전각이 있다. 산신각이다. 그런데 문패 같은 현액이 걸려 있지 않다. 비바람에 떨어진 것일까, 세월의 흐름 탓일까. 기와지붕에 떨어진 낙엽은 흙으로 변한지 오래고, 그 위에 핀 잡초는 세월의 나이를 가늠케 해 주고 있다.


법당에 백팔 배 기도하고 절터 한 바퀴를 둘러봐도 한두 시간이면 넉넉할 문수암. 높은 곳에서 내려오는 시간 내내 발아래 풍경은 또 다른 곳으로 여행자를 인도하려 한다. 바로 눈앞 산꼭대기에 우뚝 솟은 채로 앉은 금동좌불상이 그곳이다.


문수암, 약사전 그리고 보현암으로 이어지는 사찰여행

 

[고성 문수암] 문수암에서 약 2km 떨어진 해동제일기도도량인 약사전에 있는 금동좌불상.


문수암에서 약 2km 떨어진 금동좌불상이 있는 약사전으로 향했다. 입구에는 단체여행객을 실은 대형버스도 주차해 있다. 그만큼 소문이 난 모양이다. 해동제일기도도량이라는 일주문이 웅장하다. 약사전은 약사여래불상을 봉안한 사찰의 불전이다. 중생의 질병을 고쳐주고, 목숨을 연장시켜 주며, 일체의 재앙을 소멸하고 의식을 구족하게 해 주는 부처님을 모신 곳을 일컫는다. 대개 병으로 고통 받는 환자나 그 가족을 위해 많이 찾고 있는 기도도량이다.

 

[고성 해동제일기도도량 약사전] 해동제일기도도량 약사전에서 본 문수암.


합장기도하고 계단을 올라 금동좌불상 앞에 이르니 불상의 규모가 나를 압도한다. 높이가 얼마인지 가늠이 되지 않는 큰 크기에 비해, 부처님의 온화한 미소는 중생의 온갖 고통을 말끔하게 씻어주는 것만 같은 기분이다. 이곳 약사전에서 보이는 문수암은, 몇 시간 전에 본 그 문수암이 아닌,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약사전이 있는 이곳도 높은 곳에 위치하여 아름다운 풍경은 시야를 떠나지 않는다. 다른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불과 몇 백 미터 떨어진 곳에 작은 암자 하나가 눈에 또 들어온다. 보현암이다.

 

[고성 보현암] 보현암 법당에서는 유리창을 통해 암벽에 모셔 놓은 부처님께 기도를 올릴 수 있다.


이곳 보현암도 앉은 터가 큰 바위를 품고 있다. 바위 밑에 앉은 부처님은, 언제나 그렇듯 평온하다. 사람이 화가 나도 웃는 얼굴에는 화난 얼굴을 보일 수 없지 않을까. 온화한 미소를 짓는 부처님을 보니, 이런 생각이 저절로 생겨나는 것만 같다.


작은 연못에는 하얀 수련이 봉우리를 맺었다. 어떤 것은 백옥 같이 흰 꽃잎을 벗겨내며, 새하얀 속살을 드러내려 하고 있다. 물속에는 큰 비단잉어가 노닌다. 평화와 자유를 만끽하는 것을 자랑이라도 하는 듯.

 

[고성 보현암] 보현암 작은 연못에 핀 수련. 백옥같은 하얀 속살을 부끄러운 기색도 없이 여행자에게 내 보여 주고 있다.


문수암과 약사전 그리고 보현암에 이르는 경남 고성의 사찰 답사 여행길. 사람이 살아가면서 하나라도 더 가지려 욕심 부리는 것이 보편적이라면, 아마도 욕심 없는 사람은 없을 게다. 사찰여행은 참으로 나를 편안하게 해 준다. 하나를 얻으려는 것 보다, 욕심 하나를 버리고 싶은 마음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경남 고성여행] 얻으려는 것 보다, 버리려는 마음이 생기는 고성 문수암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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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죽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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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leader1935.tistory.com BlogIcon 까움이 2012.06.08 23:3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버리려는 마음이 생기는 여행..
    향기가 가득한 여행이었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