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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산사순례

[108산사순례 31] 춘천 오봉산 청평사에서 108배로 31번째 염주 알을 꿰다/춘천여행/춘천 가볼만한 곳/춘천여행코스/강원도여행/강원도여행코스

 

[108산사순례 31] 춘천 오봉산 청평사에서 108배로 31번째 염주 알을 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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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청평사 전경.

 

[108산사순례 31] 춘천 오봉산 청평사에서 108배로 31번째 염주 알을 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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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짓는 업... 그림자로 평생 나를 따라 다닐 것

<108산사순례 25> 춘천 오봉산 청평사

 

맑고 깨끗하다. 울창한 숲이 맑고, 계곡을 따라 도는 물소리가 맑다. 녹색 나무 잎사귀가 깨끗하고, 폭포에서 떨어지는 하얀 포말도 더 없이 깨끗하다. 쇠가 부딪히는, 귓전을 때리는 매미소리. 그 소리가 전혀 거슬리지 않는다. 왜 그럴까. 그건 나 자신이 시끄럽다 인식하지 않고, 그 소리에 빠졌다는 것이리라. 


여름휴가로 떠난, <108산사순례>는 강원도 춘천 청평사에서 첫 걸음을 내딛었다. 주차장에서 약 1.6km 떨어진 청평사까지 가는 길은 매미의 합창과 계곡의 물소리가 숲 속 저 멀리까지 가득 차 있다. 자연이 연출하는 환상적인 멜로디. 그 속에 여행자는 몸과 마음을 아낌없이 내 주고 말았다. 계곡 길을 따라 청평사까지 가는 그 시간 내내 까지는.


 

계곡 넙적 바위엔 웬 여인이 오른손으로 뱀 머리를 든 채 애틋한 심정으로 뱀의 두 눈을 쳐다보고 있다. 청평사 '공주설화'에 얽힌 이야기를 꾸며놓은 조각상이다.

 

중국 당나라 태종의 딸을 한 청년이 사랑했다. 청년은 그 죄로 죽임을 당하고, 상사뱀으로 환생하여 공주의 몸에 붙어서 살게 된다. 궁궐에서는 뱀을 떼어내려 갖은 방법을 찾았지만 효험은 없었다. 궁궐을 나온 공주는 먼 길 끝에 청평사에 이르게 되고, 공주굴에서 하룻밤을 잔 공주는 공주탕에서 몸을 깨끗이 씻고, 스님의 가사를 공양으로 올렸다. 그 공덕으로 상사뱀은 공주와 인연을 끊고 해탈을 끊었다.

 

이런 종류의 이야기는 설화에만 있는 것일까. 인간은 살아가면서 무수히 많은 판단착오를 일으키고, 그 결과는 생각하지 못한 곳에 이른다. 서로가 화를 불러들이고 화를 맞이한다. 양보하거나 집착을 내려놓았다면 어땠을까. 서로가 이익이 되는 길을 찾는 지혜가 필요하다.


 

청평사 계곡 '공주설화'에 얽힌 이야기, 집착을 내려놓아라

 

강원도 춘천시 소양강 댐 북쪽에 자리한 청평사. 오봉산 기슭에 자리한 청평사는 고려 광종 24년(973년) 승현선사가 창건하고 백암선원이라 하였으나, 그 뒤 폐사되었다. 조선 명종 때 보우선사가 중건하면서 대사찰로 변하지만, 한국전쟁 때 거의 소실되는 아픔을 겪는다. 이후 1970년대 전각을 새로 짓고 회전문을 보수하면서 지금에 이른다. 청평사란 이름은 '맑게 평정되었다'는 뜻 '청평'에서 비롯됐다


문화재로는 보물 제164호(춘천 청평사 회전문)와 강원도 문화재자료 제8호(청평사 삼층석탑)가 있으며, 명승 제70호(춘천 청평사 고려선원)가 있다. 현존 건물로는 중심법당인 대웅전을 비롯하여, 극락보전, 삼성각, 세향원, 청평루, 해탈문 등이 있으며, 진락공부도, 환적당부도, 고려정원 등이 있다. 이곳 읍지에 따르면, 고려시대 청평사는 221칸이 되는 대규모였다고 전한다.


 

울창한 숲 속을 얼마나 걸었을까, 편안한 걸음걸이가 끝나는 것을 예고라도 하듯 하늘이 열린다. 온 몸에 땡볕의 열기가 파고든다. 일주문이 없는 터라, 직행으로 청평사에 닿았다. 몇 개의 계단을 오르니 널찍한 절 마당이 나타나고, 뒤로는 암석지대 오봉산이 병풍으로 펼쳐져 있다. 절 마당 한가운데 우뚝 선 안내 간판과 받침돌 하나. '청평사 문수사 시장경비'라는 비석으로, "고려 말 원나라에서 청평사에 보내온 대장경과 사찰 후원금에 대한 내용을 기록한 비석"이라 적혀있다. 마당에는 받침돌만 덩그러니 남았다. 비와 받침돌이 영원하지 못함에 애틋함이 묻어나는 느낌이다.


 

일주문이 없는 청평사는 처음으로 회전문(보물 제164호)을 지난다. 청평사에서만 볼 수 있다는, 회전문이라는 이름 자체도 낯설다. 회전문을 지레짐작하면, '빙글빙글 돌아가는 문'이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런 뜻을 가진 것은 아니다. 중생들에게 윤회전생을 깨우치게 하는 '마음의 문'이란다. 정면 3칸, 측면 1칸의 맞배지붕으로 규모가 작은 회전문은 가운데 한 칸은 통로로 이용되고 양쪽 2칸은 마루가 깔려있다. 


양쪽의 좁은 공간에는 사천왕상이나, 다른 아무런 장식이 없다. 이 문은 1555년 경 보우대사가 건립했다고 전해지며, 한국전쟁 때 불탔으나 축대만큼은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천장에는 사찰에서 보기 드문 홍살을 가로로 배열한 것이 특징이다. 좌우로는 같은 규모의 건물 한 동씩이 자리하는데 그 용도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청평사 중심법당은 대웅전. 정면 3칸, 측면 3칸 맞배지붕 건물로 그리 크지 않은 아담한 편. 중앙계단 소맷돌은 용이나 거북 등을 장식하는 보통 사찰과는 달리 태극문양을 새겼다. 태극문양은 왕실과 관련 있는 건축물에서만 새기는 것을 감안하면 왕궁의 보호를 받는 사찰임을 증명한다. 회전문에 홍살을 설치한 것도 마찬가지 이유. 불단에는 주불인 석가모니불을 중심으로 좌우 협시보살로는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을 모셨다. 


문수보살은 ‘지혜’를 상징하는 보살로, 보현보살은 ‘행을 실천’하는 보살로 우리들에게 잘 알려져 있다. 문수·보현보살이 손에 든 연꽃 위에는 문수동자와 보현동자가 두 손 모아 합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는 일반사찰에서 보기 드문 형태로 특별나다. 동자의 머리 모양은 중국의 형태를 닮았는데, 불교가 중국을 거쳐 들어오면서 받은 영향이리라.

 

무릎을 꿇는다는 것, 진정한 '사과'와 '참회'란 무엇일까

 

공양미를 올리고 공손한 마음으로 무릎을 꿇었다. 사람이 무릎을 꿇는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닐 터. "무릎을 꿇을 바에야, 차라리 죽음을 달라"는 말을 짚어보면 더욱 그렇다. 그렇다면 어떤 경우, 왜, 무릎을 꿇을까. 그건, 자신이 저지른 잘 못을 비는 '사과'와 자신의 부족함을 반성하는 '참회' 등 두 가지 때문이 아닐까. 사과와 참회의 기본은 진정성. 진심이 담기지 않은 사과와 참회는 아무런 감동도, 그 의미도, 없다. 부처님 앞에 108배를 올렸다. 나의 건강을 위하고 명예를 위하여, 나의 재산 증식을 위하고 내 가족의 행복을 기원하는, 그런 기도가 아님은 물론이다. 



염주 한 알을 돌릴 때 마다, '참회합니다'라는 주문은 끝없이 이어진다. 오로지 나 자신의 부족함을 비는 진심을 담은 108배는 그렇게 끝을 맺었다. 얼굴과 온 몸은 땀범벅이다. 개운하기 이를 데 없고 날아갈듯 상쾌하다. '진정한 참회'는 이렇듯 맑고 깨끗함을 얻을 수 있다. 그런데, 이웃나라 일본은 70년 세월을 '진정한 사과' 없는 세월을 보내고 있다. 더러운 물속에 자신을 가두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기만 하다. 광복 70년을 맞아 문득 이는 생각이다.


 

청평사는 댐이 생긴 후 유명해졌다. 소양댐에서 배로 15분 걸리는 '섬 속의 사찰'로 찾아가는 매력 때문이다. 연인들은 기차를 타고 춘천에서 내려, 다시 버스를 갈아타고 소양댐까지 간다. 여기서부터는 청평사행 배를 타는 것. 각종 교통편을 갈아타면서 육지와 호수의 주변 풍경을 감상하는 것도 여행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어 좋다. 하늘을 덮은 우거진 숲 속을 걷는 재미도 쏠쏠하다. 길목마다 청평사와 관련한 이야깃거리는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번잡한 도심에서 벗어나 자신을 돌아보는 여행지로서는 '딱'이라는 생각이다.


 

'맑게 평정되었다'는 청평사에서 일어나는 생각 한 조각이 머리를 스친다. '그림자'가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그림자는 평생 나를 따라 다니면서 내 곁을 떠나지 않는다. 떠날 수도 없는 그림자다. 그림자는 나의 분신이요, 나의 영혼이다. 그림자는 맑은 날이면 더욱 뚜렷해진 모습으로 내 곁에서 머문다. 비오거나 흐린 날이면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다. 그렇다고 영원히 나를 떠났을까. 


다시, 맑아지는 날이면 그림자는 원래 모습으로 내 곁에 살짝 와 있다. 살아가면서 착한 일을 많이 행하면, 선행의 그림자로서 든든한 동반자가 될 것이요. 나쁜 일을 더 많이 하면, 악행의 그림자로 나를 괴롭히며 쫓아 올 것이다. 나쁜 일은 생각도 내지 말며, 착한 일은 행동으로 실천하라. 내가 짓는 업은 그림자의 모습으로 죽음을 다하는 그날까지 평생 나를 따라 다닐 것임을 알아야만 한다. <108산사순례> 그 서른한 번째 여행, 춘천 청평사에서 31번 째 염주 알을 꿸 수 있었다.


 

『108산사순례 31

 

(1)양산 통도사 → (2)합천 해인사(483.8km) → (3)순천 송광사(367.8km) → (4)경산 선본사 갓바위(448.4km) →  (5)완주 송광사(220. 2km) →  (6)김제 금산사(279.2km)  → (7)여수 향일암(183.4km)  → (8)여수 흥국사(192.3km) → (9)양산 내원사(100.3km) → (10)부산 범어사(126.6km) → (11)구례 연곡사(156.8km) → (12)구례 화엄사(25.1km) → (13)구례 천은사(192.5km) → (14)김천 청암사(204.9km) → (15)김천 직지사(270.7km) → (16)영천 은해사(184.0km) → (17)영천 거조암(220.5km) → (18)보은 법주사(289.1km) → (19)영동 영국사(301.0km)  → (20)영천 수도사(378.6km) → (21)남해 보리암(122.9km)  → (22)고성 옥천사(144.4km) →  (23)울주 석남사(121.6km) → (24)밀양 표충사(156.0km) →  (25)하동 쌍계사(153.6km) → (26)남원 실상사(233.7km) → (27)달성 용연사(334.8km) → (28)천안 각원사(325.4km) → (29)천안 광덕사(30.2km) → (30)공주 마곡사(311.8km) → (31)춘천 청평사(집 → 청평사, 486.8km)

 

☞ 총 누적거리 7,046.4km


 

[108산사순례 31] 춘천 오봉산 청평사에서 108배로 31번째 염주 알을 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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