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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거제도

[거제도여행] 30마리 낚았는데 절반 탈출... 거짓말 같지?

 

30마리 낚았는데 절반 탈출... 거짓말 같지?

[낚시 이야기] 낚시와 뗄 수 없는 '허풍'... 하지만 이건 사실!

 

 

거제 지세포항. 시거제 지세포항의 아름다운 풍경. 뒤로 보이는 신축건물은 거제대명리조트 건설현장으로 내년 상반기에 준공할 예정으로 있다.

 

[거제도바다낚시] 낚시 그 세계 속으로, 허풍 VS 짜릿한 손맛

 

풍성하게 느껴지는 가을이 한창이다. 가을을 상징하는 이미지는 많다. 9월 하순인 지금, 바람에 춤추는 코스모스가 여행자의 발길을 끌고 있다. 조금 지나 10월 초중순이 되면, 향기 진한 국화와 울긋불긋한 단풍이 가을 분위기에 정점을 찍을 것이리라. 물론 이러한 것은 땅에서 볼 수 있는 가을 풍경. 그렇다면 바다에는 가을 이미지가 없을까? 물론, 있다. 바로, 짜릿한 손맛을 느끼게 하는 가을 바다낚시가 그것이다.

 

갯가에서 나고 자란 사람치고, 웬만한 사람이면 낚시질 한 두 번 안 해 본 사람은 없을 터. 나 역시 차 트렁크에 낚싯대 하나 정도 싣고 다니면서, 방파제나 갯가에 이르면 심심풀이로 바다에 낚싯줄을 드리우곤 한다. 그런데 결과는 고기를 낚는 것이 아니라, 세월을 낚고 만다는 것. 주말인 지난 15일. 오랜만에 녹슨 낚싯대를 챙겼다. 거제시요트협회 회원 셋이 바다낚시에 나섰다.

 

지심도. 낚싯대 너머로 <1박 2일> 촬영지 지심도가 보인다. 여행자는 고기를 낚는 것이 아니라, 지심도를 낚으며 세월을 보내고 있다.

 

낚시하면 제일 먼저 떠올려지는 것이 있다. 허풍치고, 공갈(?)이 세다. 놓친 고기는 팔뚝만한 월척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마릿수도 1.5배는 부풀려진다. 한 마리도 낚지 못했을 경우, 어시장에서 몇 마리 사 가는 경우도 있다. 체면이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도 악의를 가진 거짓말이 아니기에 재미로 봐 줄만 하다. 반면 좋은 점도 있다. 그 중 제일인 것은 '짜릿한 손맛'이다.

 

특히, 돔이나 대형 농어를 낚을 때의 손맛이란,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그 스릴감 넘치는 짜릿함을 전혀 알 수가 없는 것이 사실. 다음으로, 낚은 고기는 싱싱한 횟감으로 제격이다. 육질도 단단하고, 쫄깃하며, 씹는 즐거움도 최고의 기분을 느끼게 해 준다. 두 사람이 먹다 한 사람이 없어져도, 그 사실을 한 동안 모를 정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낚시하는 사람치곤 허풍 한번 쳐 보지 않을 사람 있을까

 

가을바다여행. 코스모스나 단풍을 보면서 느끼는 가을은 땅에서만 있는 것이 아니다. 바다낚시는 가을을 느끼기에는 충분하다.

 

짭짤한 갯바람이 부는 거제 지세포항. 작은 파도에도 좌우로 요동치는, 내 등치보다는 조금 큰 배에 몸을 실었다. 부서지는 하얀 포말을 뒤로 동네는 멀어져 간다. 일행 중 전문 낚시꾼은 없는지라, 항내 가까운 곳으로 가 볼 요량이다. 저 멀리 방파제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낚싯줄을 바다에 드리우고 있다. 줄잡아 30~40여 명은 될 것 같다.

 

바다 한 가운데도 어선 몇 척을 비롯하여 고무보트도 떠 있다. 역시 낚시하는 사람들이다. 낚싯줄을 내리기에 앞서 낚시선으로 다가가 무슨 어종인지 알아보니, 고등어가 공략대상이다. 아니나 다를까, 불과 몇 분 사이 고등어 몇 마리가 한꺼번에 낚싯줄에 걸려 올라온다. 낚시꾼은 신이 나는지 목소리는 점차 높아져만 간다.

 

지세포방파제. 이날 방파제에서 낚시를 하는 사람은 줄잡아 30~40명으로 보인다. 태풍이 지나간 터라, 벵에돔을 주 공략 대상으로 하고 있다.

 

채비를 마치고 낚싯줄을 바다에 빠트렸다. 그런데 채 1분도 안돼, 입질이 시작이다. 내가 제일 먼저 한 마리를 낚아 올렸다. 10cm 정도 크기의 술뱅이(용치놀래기). 이어 십 여분 뒤 약 25cm 크기의 술뱅이를 다른 회원이 낚아 올렸다. 술뱅이는 20cm 정도 이상이면 큰 고기에 속하는 편. 그러기를 삼십여 분, 더 이상 입질이 오지 않는다. 새로운 포인트로 자리를 물색하고 줄을 내렸다. 이곳 역시, 줄을 내리자마자 입질을 하고, 한 마리가 낚여 올라온다. 낚이는 어종은 전부 술뱅이.

 

시간이 흐르자, 입질도 예전만치 못하다. 회장이 한 마디 건넨다.

 

"이럴 줄 알았으면, 우리도 새우미끼로 고등어 낚시를 할 건데."

 

질주. 그물에 얼마나 많은 고기가 들었을까, 가득 찬 기대를 안고, 가을걷이 하러 열심히 달리는 어선.

 

당초 고등어가 낚이는 줄 알았으면 새우미끼를 준비했을 텐데, 아무런 정보도 없이 지렁이만 준비해 간 것이 탈이 돼 버렸다. 또 다시 자리를 옮겨야만 했다. 새로운 포인트로 이동하면 처음 몇 마리는 쉽게 낚여 올라오지만, 시간이 지나면 고기도 눈치가 있는지 입질도 하지 않는다. 

 

이번에는 다른 어종이 낚여 올라온다. 씨알이 굵은 보리멸이다. 이런 크기라면 대여섯 마리만 낚아도 소주 몇 병 마실 수 있는 안주거리는 될 것만 같다. 이곳에서도 삼십 여분 낚시질에 빠졌다. 그러기를 한참, 입질이 뜸해지자 철수하자는 의견이다. 때마침 선장을 찾는 전화가 오는 바람에 철수하지 않을 수가 없다. 몇 마리를 낚았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대충 30여 마리는 될 것만 같다.

 

낚은 고기의 절반, 신출귀몰하게 탈출에 성공

 

동행. 낚시를 마치고 귀항하는 길에 바람을 타지 못하고 항로를 잃은 윈드서퍼(오른쪽)와 그를 도운 선장(왼쪽). 프랑스 국적으로 한국에는 취업차 왔으며, 윈드서핑을 배운지 2개월이 되었다고 한다.

 

선착장으로 돌아가는 길에 윈드서퍼가 바람을 타지 못해 허둥대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윈드서핑은 바람을 잘 이용해야 하는데, 아직 초보인지 실력이 서툴러 보인다. 가까이 다가가 사람은 배에 타게 하고, 서핑보드는 배에 붙여 선착장으로 이동했다.

 

낭만. 윈드서핑은 낭만을 가득 싣고 지세포항을 가로지르며 그림 같은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뒤로 보이는 하얀 건물은 거제대명리조트 건설공사 현장으로 내년 상반기에 준공할 예정이다.

 

가는 도중 짧은 대화로, 조선소 취업으로 한국에 왔으며, 프랑스 국적으로 윈드서핑을 배운지 꼭 2개월이라고 한다. 산속에서 길을 잃은 등산객처럼, 바다에서 항로를 잃은 윈드서퍼는 얼마나 힘들었는지, 연신 고맙다는 인사를 건넨다. 이날 지세포항에는 많은 외국인들이 윈드서핑과 카약을 즐기는 모습으로, 거제 지세포 가을바다에 수를 놓았다.

 

회. 소금기 가득 묻은 가을바다를 느끼며 낚은 고기를 직접 다듬고 쓴 회 한 접시. 고기 종류도 감성돔, 술뱅이, 보리멸 그리고 놀래미 등 4종류나 된다. 비싼 횟집에서 먹는 것 보다 한층 더 맛을 느낄 수 있다.

 

하선하고 배 물 칸에 있는 고기를 챙겼다. 그런데 이게 웬일? 낚은 고기가 반도 안돼 보인다. 회장도, 선장도, 나도 놀라울 따름이다. 낚은 고기가 다 어디로 갔다는 말인가. 귀신이 곡할 노릇이라 생각하는데, 원인을 알고야 말았다.

 

배 밑바닥에 뚫려 있는 작은 구멍 속으로 절반이 달아나고 말았던 것. 갑자기 신출귀몰한 어느 탈주범이 좁은 창살을 요리조리 몸을 돌려 빠져 도망쳐 나간 것이 머리에 떠오른다. 작은 구멍사이 철선 하나가 있는데, 그 사이로 낚은 고기 반이 도망을 간 셈이다. 그런데 왜 다른 고기는 빠져 나가지 않았을까 그것이 궁금할 뿐이다.

 

가을바다낚시. 낚은 고기 12마리. 거제요트협회 3명이 줄잡아 30여 마리는 낚았는데, 배 밑바닥 구멍을 도망치고 남은 고기. 이 고기만 해도 넉넉하게 먹을 수 있었다.

 

지나가는 어선에 탄 지인이 작은 감성돔 한 마리를 던져 주고 간다. 낚시를 간 세 명은 감성돔 한 마리 얻었다는 것을 알지만, 다른 사람은 실제 낚은 감성돔인지 모를 터. 딴 데 가서 내가 낚았다고 허풍을 치도 모를 테지만, 그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다. 크기도 작아 자랑거리도 되지 않을뿐더러, 다른 고기를 낚으면서 짜릿한 손맛을 보았기 때문에.

 

감성돔회. 낚은 고기를 직접 장만하여 만든 회. 묵은 김치에 싸 먹는 맛은 먹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터.

 

낚은 고기를 직접 손질하고 회를 썰어 소주 한잔 들이켜니 소금기 가득한 가을바다의 맛이 절로 전해온다. 땅에는 산들바람, 바다에는 갯바람이 가득하다. 동행한 회장님과 선장님은 다른 일정으로 회 맛을 즐기는 자리에 동참하지 못한 채 헤어져야만 했다. 같이 하지 못한 아쉬움을 이 글로서 대신해 본다.

 

"회장님, 선장님! 고맙습니다. 다음에 고등어 낚시를 떠나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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