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관 인사청문회에 나선 이미선 후보자. KBS뉴스9 화면 캡쳐.

3,548,860,000원.

숫자가 너무 길어 읽기 어려운 분을 위해 쉽게 읽어보면, 35억 4886만 원이다.

이 숫자의 정체는 무얼까?

헌법재판관 청문회에 나선 이미선 후보자가 신고한 주식 보유액이 그렇다는 것.

이 중 이미선 후보자는 6억 6589만 원, 그의 남편은 28억 8297만 원어치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이미선 후보자가 신고한 42억여 원의 재산가액 중 약 84.5%에 해당되는 금액으로, 주식부자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인사청문회에 선 이미선 후보자는 야당 의원으로부터 따가운 질책을 받아야만 했다.

 

자유한국당 주광덕 의원은, “이 후보자는 2013년에서 2018년 법관으로 재직하며, 376회에 걸쳐 67개 종목 주식거래를 했다”라며, “현직 법관이 근무시간에 이렇게 많은 거래를 한 걸 보면 판사는 부업이고 재판은 뒷전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또,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은, “이 후보자의 법관 재직 시 주식거래는 1200회가 넘고, 배우자는 4090회가 넘는다”면서, “차라리 남편과 워런 버핏이나 조지 소로스처럼 주식을 하지 왜 헌법재판관이 되려 하느냐”고 따졌다.

 

나도 두 의원과 같거나 비슷한 생각으로,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공직 임용에 반대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자유한국당을 좋아하거나 지지하지는 않지만, 주광덕 의원의 지적처럼, 만약 현직 판사가 근무시간에 주식거래를 했다면, 공무원법에도 저촉되는 일이다.

당사자 본인의 해명처럼, “근무시간에 주식거래를 한 적이 없다”는 점에 대해서는, 위증을 하는지, 공무원법을 위반했는지부터 선행조사가 돼야 한다.

또, 아내 명의를 남편이 이용하여 주식거래를 한 점에 대해서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하며,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주식을 처분하면 문제가 없어지고 다 해결된다는 것인지 궁금하다.

그의 남편의 주장처럼 아내가 소유한 주식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문제가 될 수 없는 주식을 왜 처분하려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둘째, 공직자도 재산을 가지거나, 늘리거나 할 수는 있다.

차라리 돈에 욕심에 있어 돈을 벌려 한다면, 박지원 의원의 지적처럼 판사직을 그만두고 주식에 매달린다면 누가, 왜, 시비를 걸겠는가.

돈도 벌고, 명예도 가지고 싶고, 그 욕심의 끝은 어딜까 궁금하기 짝이 없다.

명예를 선택하든지, 돈을 선택하든지 하나만 선택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이밖에 다른 요인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고위공직자의 추천과 검증 그리고 청문회 요청 등에 대한 청와대의 안이한 인식이 문제를 크게하고 있다.

지난 11일, 경실련이 주최한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직자 인사검증,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토론회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이 있다.

고위공직 후보자 중 인사청문회를 거치면서 낙마한 비율이 문재인 정부가 가장 높은 17.2%라는 것.

지난 정부별로 보면, 김대중 정부 12.5%, 노무현 정부 3.7%, 이명박 정부 8.8% 그리고 박근혜 정부가 9.2%였다고 한다.

이는 문재인 정부에서 인사추천과 검증에 많은 문제가 있음을 말해주는 지표가 아닐까.

 

나는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했던 사람이다.

대통령이 되기 전, 그의 인간성에 매료됐고, 문재인의 정치철학을 따랐기 때문이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노무현의 가치관을 실현하려 정치에 입문했고, 많은 국민들의 지지로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이러한 성원에 힘입어 대통령 취임 후 초기에는 무려 80%가 넘는 국민들의 지지가 한 동안 이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문 대통령 지지율은 최근 40%대에 머물며 국민들의 비판과 외면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왜일까?

일자리 등 경제문제를 비롯한 여러 가지 사정이 있겠지만, 그 동안 고위공직자 후보자에 대한 국민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한 결과로, 지지율이 떨어지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나는 인간 노무현,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노빠’ 정도는 아니었지만, ‘친노’ 정도는 되지 않았을까 싶다.

그랬던 내가 노무현에게 실망했던 것은, 이라크 파병과 관련하여, 그에 대한 지지를 접었을 때였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미국에게 할 말 다하고, 주한미군 철수까지 주장하던, 그의 자신감 넘치던 모습이 좋았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그 동안 친밀하게 지냈던 사람과 등을 돌린다는 것은 참으로 괴롭다.

이유가 어찌됐든 어떤 관점에 대해, 서로의 생각이 다르다는 것은, 두 사람의 관계를 틀어지게 하는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정치에서는 더 그렇다.

수십 년을 같이한 지인과의 관계가 나빠지는 것도, 정치문제로 인한 경우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오직하면, 명절 때 가족이 모인 자리에서는 ‘정치문제’는 끄집어내지 마라 했던가.

 

이처럼, 이젠,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나의 지지를 접어야 할 것만 같다.

문재인 정부에서 그동안 인사청문회에서 낙마한 고위공직자 후보들의 계속되는 탈락에서도 이해하려 했다.

왜,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했기 때문에.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국민 다수의 여론을 무시하고 대통령의 뜻대로 국정을 펼쳐나가는 데 대해 더는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에게도 일갈이다.

“미련 갖지 말고 즉시 사퇴하라. 판사직에서도 물러나는 것도 물론이다. 그게 고위공직자의 올바른 자세라 말하고 싶다.”

 

중국 양나라의 대표적인 시문을 모은 책 ‘문선’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과전불납리 이하부정관(瓜田不納履 李下不整冠)', “오이 밭에서 신발을 고쳐 신지 않으며, 오얏나무(자두나무) 아래에서는 갓을 고쳐 쓰지 말라”고.

 

[정치이야기] 헌법재판관 이미선 후보자, 즉각 사퇴하는 것이 옳다

/과전불납리 이하부정관(瓜田不納履 李下不整冠)

/문재인 정부 고위공직자 낙마율과 역대 정권 낙마율 비교

 

 

Posted by 죽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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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gdlsg.tistory.com BlogIcon 도생 2019.04.15 21:4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직과 정의라는 그물을 던지면 다 잡히게 될 겁니다.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