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여행, 봄날 쪽빛 바다가 여행자를 부르고 있다

[거제 11대 명산 이야기 ①] 거제도, 북병산(465.4m)


거제여행, 봄날 쪽빛 바다가 여행자를 부르고 있다. 거제도 상문동에 위치한 심원사 계곡에서 흐르는 물. 물소리는 봄노래로 들린다.

거제여행, 봄날 쪽빛 바다가 여행자를 부르고 있다

일기 예보를 믿고 계획했던 일을 다음으로 미뤘는데, 예보가 맞지 않았을 때의 허탈감이란. 지난 주말(17일). 비가 내린다는 예보에 중요한 약속을 포기하고 모처럼 집에서 쉬는데,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가고 말았다. 그 허탈감을 고스란히 뒤집어쓰고 있을 수만 없어, 가까운 산에 오르기로 했다.

거제도엔 11대 명산이 있다. 최고봉인 가라산(585m)을 시작으로, 계룡산(566m), 노자산(565m), 옥녀봉(554.7m), 앵산(507.4m), 산방산(507.2m), 선자산(507m), 북병산(465.4m), 국사봉(464m), 대금산(437.5m) 그리고 망산(397m) 등.

거제여행, 거제도 북병산에서 바라 본 쪽빛 거제 바다. 오른쪽 뒤가 '천국의 섬'인 외도, 그 왼쪽으로는 내도. 항아리 모양 가운데 있는 섬이 전설을 간직한 윤돌섬. 아래 마을은 거제도 최고의 휴양지로 꼽히는 거제시 일운면 망치리.

이날 산행은 여덟 번째 높이로, 북쪽으로 병풍처럼 가리고 있다 하여 붙여진 이름의 북병산이 그 목적지. 거제시 동부면 망치고개를 경계로, 삼거리에 주맥을 내려 뻗어 문동과 옥녀봉 줄기와 연결돼 있다. 이 산에는 옛 신라시대 엄적사와 법률사란 큰 사찰이 있었다고 전하나 현재는 주춧돌만 남아 있어 당시의 역사를 말해 주고 있다. 법률사는 그 경내가 방대하여 장승포 아주리까지 뻗어 있었다고 하며, 그 절의 3층석탑비가 지금 대우조선소 내에 남아 있다.

거제도는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여 어느 산을 오르든, 쪽빛 바다를 조망할 수 있다는 게 최대의 장점. 이러한 자연적인 조건으로 전국에서 많은 등산객들이 거제도를 찾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북병산 산행은 상문동 심원사 계곡에서 시작 할 수 있지만, '황제의 길'이 있는 동부면 고갯마루에서 시작하기로 했다.

거제여행, 거제도 북병산 정상으로 오르는 길에 있는 곰바위.

도로변에는 차를 주차할 공터가 있어 편리하다. 정상까지는 1.5km. 얼굴에 마찰이 일 정도로 바람이 분다. 모자가 벗겨질 것만 같다. 산속으로 들어서니 찬 바람은 조금 피할 수 있다. 떨어진 낙엽은 바싹 메말라 황량한 모습이다. 단풍나무 잎사귀는 나무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몸부림치는 모습이다. 완연한 봄이 오지 않아서일까, 아직까지 푸른 새싹이 눈에 띄지 않는다.

거제여행, 북병산을 오르면서 만난 단풍나무 잎. 앙상한 잎은 떨어지지 않으려고 나무를 꼭 붙든 모습을 하고 있다.

경험에 의하면 산행은 시작한지 30분이 제일 힘들다는 생각이다. 근육도 풀어지고 심장도 안정적으로 박동되는 시기가 바로 이때. 턱밑까지 숨이 차오르는 것을 참으며, 갈 수 있는데 까지 땅만 보고 걸었다. 오후 두시가 넘어서 산행을 한 탓인지, 맞은편에서는 등산객들이 무리지어 하산을 하고 있다.

그냥 간편하게 산에 잠깐 다녀 올 것이라는 생각으로, 배낭도 준비하지 않은 탓에 불편하기 그지없다. 양손에 든 간단한 먹을거리를 싼 봉지와 카메라가 상당히 귀찮을 정도로, 몸의 균형을 잡기도 어렵다. 바위에 걸터앉아 잠깐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푸른 하늘과 쪽빛 바다가 시야에 들어온다.

거제여행, 거제도 북병산 표지석과 쪽빛 거제 바다. 풍덩 빠지고 싶은 유혹을 느낀다.

한 동안 쪽빛 바다에 풍덩 빠져 놀았다

잠시 후 옮기는 발걸음이 한결 가벼운 느낌이다. 묵묵히 걷고 또 걸었다. 이윽고 사방이 확 트인 산 중턱에 올라섰다. 온 몸에 흐른 땀이 찬 바람을 맞이하자 시원함이 뼛속까지 스며드는 기분이다. 내려다보는 남해 거제도 바다. 어떻게 말로 형용할 수가 없다. 푸른빛 하늘색 바다와 쪽빛 바다가 연결돼 있는 풍경이다. 하늘은 파랗고 바다는 더 새파랗다. 숨을 고르며 앉은 바위 밑으로는 천길 낭떠러지. 현기증이 인다.

거제여행, 거제도 북병산에서 바라 본 구천댐(위)과 노자산(아래 맨 오른쪽 산)

쪽빛바다는 크고 작은 섬을 품고 있다. '천국의 섬'이라 불리는 외도는 형제섬인 작은 섬 동도를 껴안고 평온한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다. 그 안쪽으로는 2010년 행정안전부가 전국 186개 개발대상 섬 중에서 '명품 섬 베스트 10'에 선정된 내도가 동무하고 있다. 거제도 최고의 해수욕장인 구조라해수욕장은 하얀 모래 살을 드러낸 채 때 이른 일광욕에 빠져있다.

항아리 속에 담겨 있는 듯 보이는 작은 섬은 윤돌섬. 음력 정월 대보름과 2월 사이 바닷물 빠짐현상이 최고조에에 이르는데, 이를 영등시라 부른다. 이 때는 바지를 걷어 올릴 정도면 맞은 편 윤돌마을까지 걸어서 건너 갈 수도 있다고 한다.

거제도여행, 거제도 북병산에서 본 통영 쪽 바다(위)와 북병산 들머리(아래 하얀 부분). 아래 사진에서는 중간 부분 멀리 해금강이 보인다.

아직도 마을 사람들은 이 섬을 효자섬이라고도 부르는데, 전설 하나가 전해오고 있다.

옛날 윤씨 성을 가진 형제 셋이 홀어머니를 모시며 섬에 살았다고 한다. 어머니는 바다 건너 한 영감을 우연히 만나게 되는데. 영감의 아내는 물질하러 나갔다가 파도에 휩쓸려 목숨을 잃게 된 것. 홀로 된 둘은 깊은 사랑에 빠지고, 어머니는 남이 알까봐 몰래 밤을 틈타 영감을 만났는데, 추운 겨울이면 섬을 건너기가 몹시 힘들었던 것. 어쩌다 이를 알게 된 아들 삼형제는 어머니의 사랑 길을 만들어 주기 위해 돌다리를 놓아 편히 건너게 해 주었다는 것.

해안가를 따라서는 거제도 최고의 휴양지를 꿈꾸는 마을 망치리가 위치하고 있다. 마을 앞으로 펼쳐진 쪽빛 바다는 여행자를 불러들이기엔 부족함이 없는 풍경이다.

내겐 필요한 것도 어떨 때는 무거운 짐, 버려야 하는 깨달음

한 동안 쪽빛 바다에 풍덩 빠져 놀았다. 고개를 돌려 360도 회전하며 파노라마를 본다. 멀리 통영 쪽 남해는 떨어지는 오후 햇살에 가물가물 거린다. 노자산 작은 봉우리가 눈앞에 있고, 섬 안의 작은 댐 구천댐도 푸른빛을 뿜어내고 있다. 정상까지 오르는데 50분이면 충분한데, 1시간 10분이 걸렸다. 3시가 넘은 때늦은 시간, 점심은 김밥으로 배를 채웠다.

거제여행, 거제도 북병산 하산길에 만난 상문동에 위치한 심원사.

하산 길은 그래도 여유롭다. 최소한의 배고픔을 풀기 위해 챙긴 작은 먹을거리, 크게 무거운 짐은 아니지만, 오를 때는 그 가벼움도 내겐 짐이었다. 평소엔 그리 무겁지도 않은, 정말 필요한 카메라도 이날은 귀찮은 존재의 짐일 뿐이다. 가지고 싶고 소중한 것도 때에 따라서는 귀찮은 존재가 되는 짐. 그럼에도 사람들은 왜 그 짐을 소유하고 싶어 하는 것일까? 나는 여기서 작은 깨달음 하나를 깨우쳤다.

들머리 반대쪽에 위치한 심원사는 주인이 없는지 고요함 속에 제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절터 마당과 전각을 둘러보는데, 개 두 마리가 주인대신 여행자를 맞이한다. 꼬리를 흔들지만 겁을 먹었는지 다가오지 않고 꽁무니를 뺀다.

거제여행, 거제도 북병산에 오르면서 만난 얼레지. 꽃말이 '질투'라는 얼레지는 아직 추위 탓인지 아름다운 꽃잎을 펼치지 못하고 있다.

야산 주변으로는 봄꽃의 대명사인 얼레지가 지천으로 펴 있다. 타원형의 잎은 푸른색을 띠고 피었건만, 추위 탓인지 꽃망울은 아직 피우지 못하고 있다. 쭈뼛한 모양의 아름다운 꽃잎을 볼 수 없는 것이 아쉽다. 다음주가 돼야만 그 모습을 드러낼 것만 같다. '질투'라는 꽃말을 가진 얼레지를 보니, 왠지 모를 질투심이 인다.

작은 계곡엔 맑은 물이 시원한 소리로 봄노래를 부른다. 계곡으로 내려가 손에 물을 떠 담았다. 손박닥에서 봄이 옴을 느낀 하루 산행이었다.

거제여행, 북병산 산행지도. 위 지도③번(망치정수장)에서 출발하여 북병산 정상(1.5km) - 심원사(1.2km) - ①번 다리골(0.8km)까지 총 3.5km를 걸었습니다.

북병산 산행안내
① 다리골-심원사(25분/0.8km)-정상(35분/1.2km) = 총 1시간/2km 소요
② 신현 일운 경계 고개 - 다리골재(40분/1.3km) -  정상(약 35분/1.2km) =  총 1시간 15분/2.5km 소요
③ 망치정수장 - 정상(45분/1.5km) = 총 45분/1.5km 소요
④ 망양공동묘지 - 망양고개(35분/1.2km) - 다리골재(1시간 15분/2.5km) -  정상(35분/1.2km) = 총 2시간 25분/4.9km 소요

거제여행, 봄날 쪽빛 바다가 여행자를 부르고 있다


 

이 장소를 Daum지도에서 확인해보세요.
경상남도 거제시 동부면 | 북병산
도움말 Daum 지도
Posted by 죽풍

댓글을 달아 주세요


거제도, 쪽빛 거제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와현봉수대

거제도, 쪽빛 거제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와현봉수대. 망산 정상부 와현봉수대 모습.

거제도, 쪽빛 거제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와현봉수대

거제도는 일본과 가까이에 있는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 큰 섬이다. 특히, 일본땅인 대마도와는 직선거리로 불과 50km 거리에 있다. 1592년 발발한 임진왜란, 일본은 부산을 비롯하여 남해안으로 왜선을 앞세우고 침입해 왔던 것. 이때, 이순신 장군은 거제도 바다인 옥포만에서 왜적선을 무찌르고 첫 승첩을 거둔다. 이 해전이 바로 옥포해전. 옥포해전은 1592년 음력 5월 7일, 경남 거제 옥포 앞바다에서 이순신이 지휘한 조선 수군이 일본 수군의 도도 다카도라의 함대를 무찌른 해전이다. 이 해전은 이순신이 이룬 23전 23승 신화의 첫 승리의 전쟁으로 기록되고 있다. 거제도에는 이러한 외세의 침략으로 우리땅을 방어하기 위해 설치한 봉수대가 아직도 곳곳에 많이 남아 있다. 그 역사의 흔적을 따라가 본다.

와현봉수대. 거제시 일운면 와현리 망산 정상부에 위치해 있다. 일운면사무소가 있는 지세포리에서 국도를 따라 해금강 방면으로 약 1.4km를 지나면, 와현고개에 사거리가 나온다. 국도를 따라 직진하면 해금강 방향이요, 중간길을 선택하면 와현해수욕장으로, 맨 좌측 길로 접어들면 와현봉수대로 향하게 된다. 여기에서 다시 약 600m에 이르면 검문소가 나오는데, 경비를 담당하는 직원의 허락을 받으면 출입을 할 수 있다. 여기서 다시 약 2.2km를 지나면 와현봉수대 표지판이 보이는 들머리다. 쉬엄쉬엄 걸어서 올라도 20분이면 충분히 와현봉수대에 도착할 수 있게 된다.

망산에서 내려다 보는 거제바다는 푸른 빛으로 가득하다. 사방이 확 트인 쪽빛바다는 참으로 아름답기 그지없다. 날씨가 맑은 날이면 일본 땅 대마도가 한 눈에 들어온다. 오른쪽으로는 우리나라 명승 2호 해금강이 자리하고, 중간에는 천국의 섬 '외도 보타니아'가 여행자를 부르는 듯, 손짓하고 있다. 정면으로는 거제8경 중 하나인 동백섬 지심도가 코앞에 있다. 이어 왼쪽으로 목 운동 삼아 고개를 돌리면 멀리 '거가대교'가 위용을 자랑하며 우뚝 서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여기서 잠깐, 와현봉수대 안내판 설명문을 보면서 역사공부에 빠져 보는 것도 좋으리라.

거제도, 와현봉수대에서 본 구조라마을과 해수욕장 방면. 중간 작은 섬이 윤돌섬.

거제도, 와현봉수대에서 본 옥녀봉(오른쪽 높은 산).

거제도, 와현봉수대에서 본 옥림마을.

거제도, 와현봉수대에서 본 거제8경의 하나인 동백섬 '지심도'

거제도, 와현봉수대에서 본 해금강(뒤 작은 섬), 천국의 섬 '외도 보타니아'(중간 섬), 내도(앞쪽 큰 섬).

거제도, 거제시 일운면 와현리 망산 정상부에 있는 와현봉수대. 푸른 하늘이 싱그럽다.



와현봉수대
 
경상남도 기념물 제243
경상남도 거제시 일운면 와현리

봉수란 높은 산 위에서 밤에는 횃불로, 낮에는 연기로 급한 소식을 전하던 옛날의 통신제도이다. 이 제도는 처음에는 외적의 침입을 알리는 군사적 목적에서 사용되었다. 기록상으로는 고려시대 중기(12~13세기)에 나타나지만, 실제로 삼국시대 이전부터 사용되었던 것 같다. 봉수제가 체계적으로 정비된 것은 왜구의 침입이 극심했던 고려 말부터 조선 초기의 일이다. 봉수대는 시야가 넓게 트인 산꼭대기에 각기 일정한 거리를 두고 설치되었다. 평상시에는 한 개, 적이 나타나면 두 개, 적이 해안에 근접해 오면 세 개, (바다에서)전투가 벌어지면 네 개, 육지에 상륙하면 다섯 개의 불꽃이나 연기를 피워 올렸다.

와현리 망산(해발 303m) 정상에 위치한 이 봉수대는 조선시대 수군의 주둔지였던 지세포진에 속해 있었다. 산의 정상부를 다듬은 뒤 방호벽을 쌓고, 원형의 봉수대를 축조하였다. 봉수대는 원형의 단봉이다. 규모가 매우 크고 계단시설이 잘 남아 있을 뿐 아니라 이곳에 주둔했던 봉수꾼들의 거처 흔적도 그대로 있다. 이 봉수대는 남쪽 바다를 직접 조망할 수 있는 위치에 있어서, 그 중요성이 매우 컸을 것으로 짐작된다. 북으로 지세포봉수대, 옥녀봉봉수대, 강망산봉수대와 연결된다.

거제도, 와현봉수대 안내 설명문

거제도, 쪽빛 거제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와현봉수대


이 장소를 Daum지도에서 확인해보세요.
경상남도 거제시 일운면 | 와현봉수대
도움말 Daum 지도
Posted by 죽풍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Favicon of https://dbfldn.tistory.com BlogIcon 승현이라 불러줘 2012.01.29 19:4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하늘과 구름이....그리고 바다가...넘 멋지네요^^
    ㅎㅎㅎ
    즐건 한주 시작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