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산사순례 9] 양산 천성산 내원사에서 108배 기도로 9번 째 염주 알을 꿰다

/사찰여행/양산 가볼만한 곳

 

양산 천성산 내원사 선해일륜. 선방으로 출입이 금지돼 있다.

 

[108산사순례 9] 양산 천성산 내원사에서 108배 기도로 9번 째 염주 알을 꿰다

/사찰여행/양산 가볼만한 곳

 

35년의 잊혀 진 편린은 끝내 찾을 수가 없었다

긴 겨울을 보내러 떠나야만 했던 곳, 내원사

 

긴 겨울의 끝자락이 보일락 말락 하던 지난 달 21일. 35년 만에 찾아가는 양산 천성산 자락에 앉은 내원사로 가는 길은 설렘으로 가득 차 있었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친구들과 단풍놀이를 갔던 곳의 기억들이 되살아날까 궁금했다. 구겨지고 찢어진 종잇조각을 모아 새롭게 복원하는 일은 쉽지마는 않다. 그렇다고 전혀 복구되지 않을 정도로 훼손된 것도 아니다. 아주 깔끔하지는 않지만 종이 한 장이 만들어졌다. 당시로 돌아가 복원된 종이 위에 글을 써 본다.

 

 

절로 들어가는 길목은 굽이치는 계곡이 길게 뻗어 있었다. 주변 들녘에는 노랗게 익은 벼가 고개 숙여 있고, 그 풍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풍요로웠다. 길옆으로 천막을 치고 장사하는 사람들과 무질서한 차량주차는 혼잡하기 그지없었다. 알고 보니 이곳이 알려진 사찰의 입구이자, 여가를 즐기는 유원지였기 때문이었다. 버스는 지금처럼 수시로 다니는 것도 아니어서, 걸어서 가고 오고했던 기억이다. 그 배경에는 물론 용돈도 부족했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다시 찾은 내원사 계곡. 내원사 입구 일주문이 있는 곳까지의 계곡은 하천으로 변했다는 느낌이다. 풍요로움을 주었던 들녘은 온데간데없고 비싼 땅으로 변신한 대지만 조성돼 있을 뿐이다. 그 땅 위에는 노랗게 익은 나락 대신, 말끔히 단장한 새 집이 군데군데 서 있다는 것. 계절이 달라서일까, 장사하는 천막과 무질서하게 버텨 서 있는 자동차는 보이지 않는다. 사찰 입구 매표소를 옆에 둔, '천성산 내원사' 일주문이 웅장하게 앞을 가로 막고 있다. 당시에는 일주문이 있었는지, 입장료를 내야만 사찰에 들어 갈 수 있었는지, 두 개의 찢어진 종잇조각은 더는 붙여지지를 않는다.

 

 

찢어진 종잇조각을 다시 붙이면서 찾은 기억들

 

내원사. 내원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15교구 통도사의 말사다. 양산 천성산 기슭에 자리하고 있으며, 1300여 년 전 신라 선덕여왕 때 원효성사가 창건한 절이다. 창건설화는 <송고송전>에 전해진다. 동래 척판암에 계셨던 원효성사께서는, 당나라 태화사에서 수도하던 천 명 대중이 뒷산이 무너져 위급한 사고를 당할 것을 미리 아셨다고 한다. '해동원효 척판구중(海東元曉 拓板救衆)'이라는 글귀가 판자에 써져 태화사 상공에 날아다녔다. 이 때, 대중이 공중에 뜬 판을 보고 놀라 일주문 밖으로 나온 순간, 산사태가 나서 절은 무너지고 대중은 위기를 모면했다고 한다. 이후 구출된 천 명은 성사를 찾았고, 같이 남쪽으로 내려오다 지금의 이곳에서 산신령이 마중 나와, "이 산에 천 명이 득도할 곳이니 청 컨데 이곳으로 들어와 머무소서"하니, 성사는 산신령이 이끄는 대로 오니 산신령은 자취를 감추고, 그 자리에 산령각을 짓게 되었고, 지금에 이르고 있다.

 

 

완연한 봄이 아닌 탓일까. 계곡을 타고 흐르는 물소리가 을씨년스럽다. 잎이 떨어진 앙상한 나뭇가지는 쓸쓸함까지 더해준다. 태초의 인간과 자연의 모습이 어땠는지는 모를 일이지만, 그와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그런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일주문을 지나 내원사 입구까지는 몇 개의 다리를 지나야만 한다. 사찰에서 '다리'가 갖는 의미는 '부처님의 세계로 들어간다'는 뜻도 있다. 내원사 입구 마지막 다리는 '여의교(如意橋)'. 그런데 '여의교'라 새겨진 이름 앞에 다리를 지키는 수호신이 범상치 않다. 날카로운 발톱을 한 여의주를 입에 문, 용은 거북이 등을 타고 있는 형국이다. 거북이 등짝 위를 덮은 또 하나의 천 자락 같은 조각은 어떤 의미일까 궁금증만 낳게 한다.

 

 

그래도 찾을 수 없었던 기억의 편린

 

이른 아침에 들른 때문일까, 사진기 셔터 소리가 정적을 깰 정도로 절간이 조용하다. 절을 찾을 때마다 의례적으로 마시는 물 한 바가지도 공양하는 마음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비구스님이 계실 줄 알았는데, 비구니스님들의 수행처라는 내원사. 대웅전 격인 '선나원'에서 108배를 올렸다. 지난해부터 시작한 <108산사순례기도> 여행의 일환이다. 선묵혜자 스님의 발자취를 따라 그 뒤를 잇는 여행이다. 마침 이곳에도 선묵혜자 스님이 다녀간 흔적을 볼 수 있다. 절 마당 한편에는 지난 해 7월 다녀간 기록이 남아있다.

 

 

평화의 불

 

해와 달이 다 하고

중생 업이 다 해도

불이의 진리

이 도량 밝게 비춘 평화의 불

남과 북이 하나 되길 서원하오며,

무명 번뇌 모두 태운 모든 중생들

평화, 열반 이루도록 발원하나이다

 

 

내원사는 다른 사찰과는 달리, 선나원(대웅전)을 제외하고 일반 불자들이 법당에서 기도할 수 있는 공간이 없다. 전각들이 몇 군데 자리하지만, 비구니 스님들의 수행처로 출입이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절 마당 한편에는 보물 제1734호로 지정된 '내원사 청동금고' 모조품이 전시돼 있다. '금고'는 범종, 운판, 목어 등과 함께 사찰의 행사 때 쓰는 도구를 말한다. 금고는 징 모양을 하고 있으며 '양쪽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쇠북'이라는 뜻으로 이름 지어졌다. 진품은 통도사 성보 박물관에 보관돼 있다.

 

 

두 시간여 내원사서 머물렀지만, 35년 전 기억은 더 이상 되살릴 수는 없었다. 지나가는 스님을 붙잡고 도움을 청했지만 신통한 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끝내 기억의 편린들은 더 모을 수 없었던 내원사 <108산사순례> 기도여행. 그때는 대중화되지 않았던 인터넷을 통한 기록으로, 이제는 몇 백 년이 흘러도 잊히는 기억은 없을 것만 같다.

 

산 자락에 꼭 부처님을 닮은 바위가 서 있어 놀랍기만 하다.

 

『108산사순례 9

 

(1)양산 통도사 → (2)합천 해인사(483.8km) → (3)순천 송광사(367.8km) → (4)경산 선본사 갓바위(448.4km) →  (5)완주 송광사(220. 2km) →  (6)김제 금산사(279.2km)  → (7)여수 향일암(183.4km)  → (8)여수 흥국사(192.3km) → (9)양산 내원사(집  → 내원사, 100.3km)

 

☞ 총 누적거리 2,275.4km

 

 

[108산사순례 9] 양산 천성산 내원사에서 108배 기도로 9번 째 염주 알을 꿰다

/사찰여행/양산 가볼만한 곳

 

Posted by 죽풍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Favicon of https://system123.tistory.com BlogIcon 예또보 2015.03.09 07:5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대단하시네요
    덕분에 잘보고갑니다

  2. Favicon of https://0572.tistory.com BlogIcon 『방쌤』 2015.03.09 07:5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9번째네요. 덕분에 오랫만에 내원사도 둘러보고 갑니다
    예전에 천성산 산행하면서 들머리로 들렀던 곳이 내원사였거든요
    근데 산의 중간에 서있는 바위는 정말 부처님 형상이랑 많이 닮았네요~ 신기합니다^^

  3. Favicon of https://datafile.tistory.com BlogIcon 신기한별 2015.03.09 08:3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내원사 내부 잘 둘러보고 갑니다.

  4. Favicon of https://sjinub15.tistory.com BlogIcon misoyou 2015.03.09 09:1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내원사 덕분에 너무 잘보고 갑니다
    즐건 하루 되세요

  5. Favicon of https://tokyo.innoya.com BlogIcon 이노(inno) 2015.03.09 09:1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산자락에 부처님을 닮은 돌이 있네요.
    게다가 2000km나 이동하셨어요??/우와..

  6. Favicon of https://yahoe.tistory.com BlogIcon 금정산 2015.03.09 09:2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랜만에 내원사 구경 잘하고 갑니다.

  7. Favicon of https://hansik07.tistory.com BlogIcon Hansik's Drink 2015.03.09 09:5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녀간답니다 ^^
    행복 가득한 하루를 보내세요~

  8. Favicon of https://feeltone1.tistory.com BlogIcon 신선함! 2015.03.09 10:1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녀갈게요~ 좋은 오늘이 되셔요~

  9. Favicon of https://sophism-travel.tistory.com BlogIcon 무념이 2015.03.09 10:3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릴때 부터 부모님과 내원사 계곡으로 여름 휴가를 참 많이 갔었는데...
    그때 한번씩 찾을때는 어려서 그 매력을 몰랐네요~ ㅎㅎㅎ

  10. Favicon of https://gdlsg.tistory.com BlogIcon 도생 2015.03.09 11:3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확연히 떠오르지 않아도 내 마음 저편에 선명하게 남아 있을 겁니다.
    성불하세요^_^

  11. Favicon of https://lilyvalley.tistory.com BlogIcon 릴리밸리 2015.03.09 11: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멀리 보이는 바위가 정말 부처님을 닮았네요.
    고즈넉한 내원사를 잘 둘러 보고 갑니다.^^

  12. Favicon of https://su1624.tistory.com BlogIcon 도느로 2015.03.09 11:4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추억을 더듬은 여행의 감회가 남달랐을것 같네요.
    9번째 염주는 죽풍님께 더 큰 의미일것 같습니다.
    행복한 한주의 시작되세요 ^^

  13. Favicon of https://easy04055.tistory.com BlogIcon 자동차보험비교사이트 2015.03.09 15:0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부처님을 닮은 바위가 너무 신기합니다 ㅎ
    잘보고갑니다

  14. Favicon of https://soulwit.tistory.com BlogIcon 세상속에서 2015.03.09 17:0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양산 천성산 내원사 잘보고 가네요.
    좋은 오후 시간 보내세요.

  15. Favicon of https://rnasatang.tistory.com BlogIcon 낮에도별 2015.03.09 18:5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부처님을 닮은 바위라니 신기해요^^
    덕분에 내원사 잘 둘러보고 가요~

  16. Favicon of https://lynmi.tistory.com BlogIcon 린미 2015.03.09 20:0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평화의 불을 두번읽어도 전....이해가 어렵네요ㅠ-ㅠ
    아직 모자르나봅니다~

  17. Favicon of https://travelyoungdo.tistory.com BlogIcon 영도나그네 2015.03.11 18:0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랜만에 양산 내원사를 찾으셨네요..
    이곳은 비구니승들의 수행처로 유명한 곳이고 이곳에서 108산사순례를
    진행할수 있었군요..
    앞으로도 계획되로 계속해서 산사 순례가 이루어 지시길 바랍니다,..

 

[108산사순례 7] 우리나라 4대관음기도도량 여수 금오산 향일암, 108배로 7번째 염주 알을 꿰다

/사찰여행/여수여행/여수 가볼만한 곳

 

여수 향일암에서 본 남해 풍경.

 

[108산사순례 7] 우리나라 4대관음기도도량 여수 금오산 향일암, 108배로 7번째 염주 알을 꿰다

/사찰여행/여수여행/여수 가볼만한 곳

 

진리가 머무르는 곳을 찾아서, 여수 향일암

넓은 바다를 보며 지혜를 얻는 해수관음상

 

'해를 향한 암자'라는 뜻에서 이름 지어진, 여수 '향일암(向日庵)'. 향일암은 해수관음 성지로서, 남해 보리암, 양양 낙산사, 강화 보문사와 함께 우리나라 4대 관음성지 중 하나다. 이곳에서 기도 발원하면 그 어느 곳보다 관세음보살님의 가피를 잘 받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108산사여행>, 그 일곱 번째 기도순례는 향일암으로 떠나본다.

 

향일암은 다도해국립공원의 탁 트인 남도의 바다를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명당에 자리하고 있다. 암자 뒤로는 금오산의 기암괴석이 있어, 마치 향일암의 머리에 보관을 두른 형상을 하고 있다. 망망대해 바다에서 떠오르는 향일암의 일출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붉디붉은 태양과 눈이 시리도록 푸른 바다는 자연의 신비로운 조화를 이루며 여행자들로부터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향일암. 전라남도 문화재자료 제40호로 지정됐으며, 여수시 돌산읍 율림리 70번지에 자리하고 있다향일암은 백제 의자왕 4(644, 신라 선덕왕 13)에 신라의 원효대사께서 창건 원통암이라 칭하였고, 그 후 윤필대사께서 수도하면서 금오암이라 개명하였다. 조선시대 임진왜란 때는 승군의 본거지이기도 하였으며, 숙종 41(1715) 인목대사께서 현 위치로 이건하고 향일암이라 개칭, 오늘에 이르고 있다. 원효대사의 창건과 관련한 인터넷 자료를 살펴보니 여러 가지 설이 있음을 밝힌다.

 

거의 10년 만에 찾은 향일암 입구로 오르는 골목길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갓김치와 젓갈을 파는 자판대 앞에 선 아주머니가 갓김치 조각 하나를 입에 넣어준다. 쌉싸래한 맛이 입안을 자극한다. ‘내려오는 길에 들르겠다며 자리를 떴다.

 

 

가파른 언덕 계단에 서 있는 웅장한 일주문. 그런데 다른 사찰의 일주문과 다른 점이 눈에 띈다. 양 옆으로 나무기둥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용을 조각한 돌기둥이 지붕을 받치고 있다. 눈을 크게 부릅뜬 용의 얼굴은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만 형상을 하고 있다. 용이 향일암을 수호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로 보인다.

 

향일암의 주 법당은 극락보전. 향일암은 지난 20091220일 화재로 소실된, 대웅전(원통보전), 종무소(영구암), 종각을 복원하여 201356일 낙성식을 가졌다. 2년이 넘지 않은 신축건물이라 그런지 내림마루와 추녀마루의 곡선이 부드럽다. 용마루 끝에 자리한 치미는 두 번 다시 화마를 입지 않겠다는 확고한 신념을 가지게 한다. 처마 밑을 보니 공포 위에 12지간지 동물들을 조각해 놓았다. 이 역시 화재로부터 절을 보호하는 수호신 역할을 하리라.

 

 

절 터 빈 공간에는 눈에 띄는 특별한 그 무엇이 있다. 고개를 치켜들고 바다를 향하여 헤엄쳐 나가는 모습을 한 돌거북이다. 금오산에 자리한 향일암은 한 때, '영구암'이라 불렀으며, 영구암의 ''자는 '거북이', 금오산의 ''자는 '자라'를 뜻하는 한자어다. 그래서일까, 그리 넓지 않은 절터 곳곳에는 수많은 거북이가 바다를 향해 엎드려 있다. 마치 108배를 하는 불자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지난 해 통도사를 시작으로 한 <108산사여행>의 목적은 어리석음을 깨치기 위한 참선여행이다. 천수경 독송과 108배 그리고 반야심경을 독송하는 여정으로 진행되고 있다. 극락보전에서 3배를 올리고 108배를 하러 관음전으로 향했다. 극락보전에서 관음전까지는 불과 50여 미터. 그런데 관음전으로 가는 길 양쪽에는 큰 바위가 서로 맞대어 있고 그 사이에는 길이 7~8m의 작고 좁은 굴이 있다. 이 굴을 지난다는 것은 중생의 어리석음에서 부처의 깨달음으로 가는 길목이라는 느낌이다.

 

 

원효대사의 깨달음을 느낄 수 있는 터, 원효스님 좌선대

 

관음전에 오르니 앞으로 탁 트인 푸른 바다, 망망대해가 한 눈에 들어온다. 상쾌함을 넘어서 짜릿한 기분이 온몸을 자극한다. 큰 바위 밑에 자리한 관세음보살님은 바다를 향해 한량없는 시간을 두고 서 있다. 연화대에 선 해수관음상은 얼굴에는 맑은 미소를 가득 머금고, 오른손에는 약병을 들고 있다. 중생의 고통을 풀어주겠다는 자비가 넘쳐나는 모습이다. 양양 낙산사와 남해 보리암의 해수관음상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크기는 작지만, 인자한 모습이나 중생을 구제하겠다는 의지는 조금도 모자람이 없다는 느낌이다. 천수경 독송과 108배를 올렸다. 일 배 올리고 염주 알 하나 돌리면서 염원한다. ‘··치 삼독(三毒)을 끊겠다.

 

 

한 숨을 돌리고 바다를 내려다본다. 바로 아래 편편한 너럭바위에는 원효스님 좌선대라는 팻말에 놓여있다. 원효스님은 의상과 함께 당나라로 유학을 가던 중 한 무덤 앞에서 잠이 들었다. 잠을 자다, ‘목이 말라 물을 마셨는데 달다고 했다. 그런데 아침에 깨어보니 해골바가지에 담긴 더러운 물이었음을 알고 토하다가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모든 것은 오로지 마음이 지어내는 것이라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는 진리를 알고 유학을 포기했다던 원효스님.

 

심생즉종종법생 심멸즉감분불이(心生則種種法生 心滅則龕墳不二)”

마음이 나야 모든 사물과 법이 나는 것이요, 마음이 죽으면 곧 해골이나 다름이 없도다

 

 

원효스님의 그 심오한 뜻을 어찌 알겠냐마는, 모든 일은 자신의 마음에서 일어난다는 진리는 부정할 수 없는 일일 것이리라. 부처님 말씀에 삼계(三戒)가 오직 마음뿐이라고 했다. 이 세상에 경계해야 할 일이 어디 삼계뿐일까. 푸른바다를 보며 내 마음을 다스려본다.

 

향일암은 비탈진 산세에 자리한 탓에 평지가 거의 없다. 전각 하나하나 지형지세를 잘 활용하여 건축한 지혜가 돋보인다. 어느 법당에 가더라도 부처님은 확 트인 바다를 응시하며 자리한다. 우리나라 4대기도 도량 모두 바다를 내려다보는 자리에 위치한 이유를 알 것만 같다. 넓은 바다에서 큰 지혜를 얻기 위함인지도 모를 일이다.

 

 

향일암을 나와 내려가는 길에 거대한 바위 두 개 사이로 난 좁은 길을 만났다. 입구는 깜깜한 암흑으로 발을 내딛기가 두렵다. 짧은 구간이지만 맞은편은 밝은 빛이 넘쳐나는 광명의 세계. 이 좁은 거리는 겨우 한 사람 빠져 나갈 좁은 공간이다. 찰나가 따로 없고 겁이 따로 없다. 물같이 흐르고, 바람같이 지나가는, 이 시간에도 고통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는 사람은 많을 터. 고통과 두려움에서 벗어나는 지혜가 필요함을 느낀 향일암 여행.

 

향일암의 ()’자는 태양으로, ‘태양은 곧 진리라는 뜻이기도 하다. 진리를 향한 향일암에서, <108산사여행> 그 일곱 번째 염주 알을 꿸 수 있었다

 

 

『108산사순례 7

 

(1)양산 통도사 → (2)합천 해인사(483.8km) → (3)순천 송광사(367.8km) → (4)경산 선본사 갓바위(448.4km) →  (5)완주 송광사(220. 2km) →  (6)김제 금산사(279.2km)  → (7) 여수 향일암(집 → 향일암, 183.4km)

 

☞ 총 누적거리 1,982.8km

 

 

[108산사순례 7] 우리나라 4대관음기도도량 여수 금오산 향일암, 108배로 7번째 염주 알을 꿰다

/사찰여행/여수여행/여수 가볼만한 곳

 

 

Posted by 죽풍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Favicon of https://lifelab.tistory.com BlogIcon 한콩이 2015.02.23 09:1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남해가 보여 더 특별해 보이네요~ 잘 보고갑니다!

  2. Favicon of https://tokyo.innoya.com BlogIcon 이노(inno) 2015.02.23 10:0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많은 곳을 순례하시는군요.
    여수는 가본적이 없지만, 사진 보고 있으니 가보고 싶어집니다.
    역시 절에 가면 마음이 진정해지는게 정말 좋은거 같아요.

  3. Favicon of http://blog2050.tistory.com BlogIcon 랩소디블루 2015.02.23 10:5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마지막에 용조각상이 인상적이네염 가볼만한 곳이 많긴한데 오늘 소개지를 한번 가보고 싶네염.

  4. Favicon of https://0572.tistory.com BlogIcon 『방쌤』 2015.02.23 12:0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명절을 잘 보내셨나요?^^
    어리석음을 깨우치기 위한 참선여행...
    목적하신바 다 이루시는 길이 되시길 응원합니다!!!

  5. Favicon of https://nimpopoyes.tistory.com BlogIcon 톡톡 정보 2015.02.23 12: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여수 향일암에 대해 알아갑니다.
    행복하고 즐거운일이 가득한 한 주 되세요^^

  6. Favicon of https://yahoe.tistory.com BlogIcon 금정산 2015.02.23 14:4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멋진 사진과 함께한 금오도 향일함
    덕분에 좋은 구경하고 갑니다.

  7. Favicon of https://easy04055.tistory.com BlogIcon 자동차보험비교사이트 2015.02.23 15:1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 멋지네요 ㅎ
    가보고 싶은곳 입니다

  8. Favicon of https://lynmi.tistory.com BlogIcon 린미 2015.02.23 15:1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넘 멋져요~~
    요새 너무 일만했는데...ㅠㅠ 이렇게 사진으로 힐링합니다~~

  9. Favicon of https://hym9981.tistory.com BlogIcon 마니7373 2015.02.23 16:3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방문한 곳이라 많이 정겹습니다^^
    마음의 평온도 얻고 수행도 하시고 늘 존경스럽습니다~
    올해도 계획하신 일들 잘 되어 108산사순례 잘 되길 바랍니다!!
    다시 열심히 들리겠습니다.

  10. Favicon of https://soulwit.tistory.com BlogIcon 세상속에서 2015.02.23 16:4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여수 금오산 향일암 잘보고 갑니다.^^*

  11. Favicon of https://su1624.tistory.com BlogIcon 도느로 2015.02.23 18:0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바닷가에 위치해서 거북이가 많은 것 같네요.
    알고보면 화재로 인해 재건축되는 사찰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그 부분은 참 많이 안타깝네요.
    7번째 염주꿰신것 축하드립니다.
    101개의 번뇌가 아직 남았네요 ^^

  12. Favicon of https://gdlsg.tistory.com BlogIcon 도생 2015.02.23 19:4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성이면 감천입니다.
    성불하세요^_^

  13. Favicon of https://hanwhablog.com BlogIcon 한화호텔앤드리조트 2015.02.24 11:1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향일암에서 보는 일출은 정말 장관이죠^^
    잘 보고 갑니다~

  14. Favicon of https://travelyoungdo.tistory.com BlogIcon 영도나그네 2015.02.24 17: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여수 돌산의 향일암에 다녀 오셨군요..
    108산사순례의 일환으로...
    이곳 향일암은 몇년전 화재로 원통보전이 소실되었단 소릴 들었는데 지금은 이렇게
    깨끗하고 아름답게 복원이 된것 같아 다행이군요..
    몇년전 그곳을 다녀온 기억이 새롭게 다가오기도 하구요...
    잘보고 갑니다..
    편안한 저녁시간 되시기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