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강에 불 밝힌 유등, 그 화려함에 넋을 잃다/진주남강유등축제/진주성전투
반쪽짜리 여행 진주남강유등축제, 사전 여행정보가 필수적
진주성과 남강을 밝힌 유등. 진주유등축제의 아름다운 밤의 풍경이다.
남강에 불 밝힌 유등, 그 화려함에 넋을 잃다/진주남강유등축제/진주성전투
반쪽짜리 여행 진주남강유등축제, 사전 여행정보가 필수적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빠져나오자 예상했던 생각은 그대로 적중되었다. 한꺼번에 몰려든 차량으로 도로는 거대한 주차장으로 변하기 시작한 것. ‘이러다가 언제쯤 목적지에 도착할까’라는 것과, ‘목적지를 바꿀까’라는 생각으로 고민이었다. 이내, 당초 목적지인 남강 근처에 주차하려는 생각을 바꿔야만 했다. 도로변 임시주차장이라는 대형 안내판이 서 있었고, 그 장소는 공설운동장이라는 것을 알았기에. ‘그래, 차라리 셔틀버스를 이용하면 되겠다’는 생각이었다. 거리도 멀어야 1km 남짓이니까.
지난 주말인 5일. 진주유등축제를 보러, 늦은 시간 35번 고속국도 서진주IC를 빠져 나와 시내도로 상황을 보자, 머릿속에 든 고민이자 해결책이었다. 역시 잘했다는 판단이다. 셔틀버스가 수시로 운행했지만, 가까운 거리라 걸어서 가기로 했다. 사람들도 운동 삼아 걷는 이도 눈에 많이 띄었다. 진주성이 가까워오자, 차량과 건널목을 건너는 인파로, 도로는 그야말로 만원이다.
진주성 안에 또 다른 등불을 이룬 성.
서장대 입구 쪽 계단으로 올랐다. 성안에 사찰인 창렬사가 있는 것도 놀라웠다. 간단한 삼배기도와 약수를 마시고 빠져나와 진주성벽을 기어오르듯 걸었다. 한눈에 들어오는 남강과 시내 모습이 아름다움을 더해준다. 강물에 띄워진 등에 불이 밝혀지면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까, 가히 짐작이 가고 남음이 있는 풍경이다.
진주성에 불을 밝힌 갖가지 등불.
사적 제118호로 지정된 진주성. 임진왜란 때 진주에서는 두 차례의 큰 싸움이 벌어졌는데, 이를 진주대첩이라 부른다. 1592년 10월, 제1차 진주싸움은 김시민 장군이 왜군을 대파한 전투로 진주성대첩이라고 하며 한산도대첩, 행주대첩과 함께 임란3대첩으로 불린다. 이듬해 6월, 제2차 전투에서는 군관민 6만이 최후까지 항쟁하며 장렬한 최후를 맞는다. 이때 논개는 적장을 안고 남강에 투신하게 된다. 성내 의기사에는 논개를 기리는 영정이 있으며, 강가에는 논개가 몸을 던진 의암바위가 세월의 변함에도 굳건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성에서 30분을 기다린 끝에 보는 황홀함, 오후 6시 정각 등에 불 밝혀
진주성을 따라 조명불이 성벽을 밝히고 있다.
잘 닦여진 성벽 길을 따라 걸었다. ‘물이 흐르는지, 정지돼 있는지’ 모를 정도로 유유한 남강. 성 밖 풍경은 여행자에게 고즈넉한 선물을 안겨준다. 참으로 고맙다는 생각이다. 그럼에도, ‘수많은 등은 언제쯤 불을 밝힐까’라는 생각이 인다. 시간은 오후 5시 반. 이대로 걸어서 진주성 정문으로 나간다면 불 켜진 성안을 볼 수 없다는 생각에 편안한 자리에 앉아 휴식을 취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불이 밝혀지기 시작했다. 시간을 보니 정각 6시. 기다리기를 잘했다는 생각에 속으로 박수를 쳤다.
진주남강유등축제 역사는 깊다. 그간 몇 번 다녀간 적이 있지만, 야간에 성내를 구경하기는 이번이 처음. 등에 불을 밝힌, 이렇게 아름다운 성 안의 모습을 구경하지 못한 것은, 어찌 보면 그 동안 수박 겉핥기 여행이었다는 결론이다. 그저, 먹거리가 즐비한 야시장 구경이나 하는 정도였지 않았을까 싶다. 역시, 성안에는 볼거리가 많았다.
진주성 안 나무에 달린 나비 등이 참으로 화려한 모습을 하고 있다.
나무 가지에 매달아 놓은 나비와 매미 등 곤충 모양의 등불. 사주팔자를 보는 모습, 아이출산 장면 등 전통문화 풍속 모습에서부터 임진왜란 시 진주성싸움의 역사적인 모습까지 다양한 등은 여행자를 감동의 분위기로 몰아넣기에 충분했다. 그 중에서도 단연코, 압권은 학 모양을 한 등이다. 촉석루 맞은 편 언덕에 선, 고고한 자태를 뽐내는 학 등은 그야말로 탄성이 절로 뱉어진다. 작은 소리로 비명을 지르는 것은 나뿐만이 아니다. 아이 어른 모두 하나 같이, 느끼는 감정이 아닐 수 없다.
진주성 촉석루 맞은 편 언덕에 자리한 학 등. 진주성 안에 학 등이 백미로 꼽힌다.
작은 무대에는 다양한 공연도 펼쳐지고 있다. 선녀 복장을 한 부드러운 춤, 경쾌한 리듬에 율동이 어우러지는 댄스, 그리고 북치고 장고치는 사물장단에 상모 돌리는 묘기까지. 한 바탕 신명나는 밤의 진주성. 출연자도, 관객도 모두 제정신이 아닌 것은 분명한 듯하다. 아름다운 등불 구경도, 혼이 빠지는 공연 관람도, 이 모든 것이 무료라 하니, 이보다 더 좋은 축제가 어디 있을까 싶다. 한 동안 그렇게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불 밝힌 휘황찬란한 등불에, 정신을 잃게 하는 공연에 깊이 빠져 있었다.
진주성 정문 입구에는 발 디딜 틈도 없이 사람들로 빼곡하다. 시가지 불빛과 강변 등불이 아름다운 도시야경을 연출하고 있다. 한 편의 영화를 찍는 장소에 온 기분이다. 구경할 곳은 아직도 많은데, 그때서야 허기가 느껴짐을 깨닫는다. 구경거리를 다 마치고 저녁을 먹기로 맘먹고 진주교를 건넌다. 성 쪽에서 보는 남강의 모습과는 달리, 다리 쪽에서 보는 유등은 또 다른 분위기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진주교 위. 인도는 여행자가 차도는 차가 점령해 버리고 말았다.
진주성 안에서는 각가지 공연이 준비돼 여행자를 맞이하고 있다.
진정한 축제란, 금기를 위반하고 난장을 트는 것
진주유등축제에 와서 축제가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흔히 ‘먹거리, 볼거리, 즐길거리’라 말하지만, 그 진정한 의미는 무엇일까. 프로이트는 축제를 공격성과 즉흥성, 디오니소스적인 부정과 인간 본능을 억압하는 것의 폐기라 하였다. 나아가 해방을 향한 문화라고도 했다. 축제는 통합과 질서의 유지라기보다는 ‘금기의 위반, 과도함과 난장트기’라고 정의한 바 있다. 맞는 말인 것 같다. 축제는 먹고 즐기며 난장을 틀며, 금기를 위반하는 과도함을 표출하는, 잠재된 인간행동의 본연이 아닐까. 그래서 축제는 그냥, 마시고 즐겁게 노는 것이, 최고의 축제를 즐기는 모습이라는 생각이다.
진주교 위에서 바라 본 진주성과 남강.
야시장이 시끌벅적하다. 어떤 여행자에겐 귀청이 따가울 것만 같은 음악소리는 어떤 이에게는 최고의 흥을 돋우어 준다. 돼지 바비큐에서 뚝뚝 흘리는 기름방울을 보노라면, 식욕을 감퇴시킬 것만 같아도, 자리에 앉아 주문하며 맛있게 먹는 여행자들. 막걸리 한 사발 들이키며 한 점 뜯어먹는, 어떤 여행자의 모습에서 충만한 행복감을 읽을 수가 있다. 사람들은 축제장에 와서 흔히 ‘사람 구경 왔다’고들 말한다. 그렇다. 진주유등축제에서 등불 못지않게 사람 구경 실컷 하고도 남았다.
진주성에는 전통문화를 표현하는 갖가지 등이 즐비하다.
축제에 빠져 밤 8시를 훌쩍 넘긴 시간, 저녁을 먹기 위해 도심으로 나와 식당을 찾았다. 남강변에 위치한 장어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에는 앉을 자리가 없었다. 인근 다른 식당을 찾았으나 비슷한 실정이다. 제법 진주시가지를 안다고 자부했는데, 먹을 만한 식당을 찾는 것은 결국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그렇게 한 시간 넘게 시내를 헤집고 다닌 끝에, 허름한 시골집 같은 식당에서 간단한 밥 한 끼로 배를 채웠다. 축제장에 와서 조금 멋진 식당에서 폼 나게 저녁 한 번 먹으려 했던 꿈(?)은 산산조각이 돼 버렸다. 차라리 야시장에서, 소고기 국밥 한 그릇에 소주 한 잔 마셨으면 더 좋았을 걸. 한꺼번에 후회감이 밀려온다. 여행전문가라 자칭하는 내가 나 자신에게 속은 것만 같은 느낌이다.
진주남강유등축제 풍경.
어렵사리 주차한 곳으로 이동, 차를 갖고 숙소가 있는 평거동을 찾았다. 깔끔한 거리에 맛 집도 여럿 있다. 살아있는 분위기다. 유등 볼거리는 진주성과 남강에서, 맛집 느낌의 행복은 평거동에서 보낸 진주남강유등축제의 밤.
영화에서 주인공은 마지막에 나타난다고 했던가. 진주남강유등축제 여행에서 마지막 장식을 잘 마무리 하지 못함으로서 백퍼센트 만족감을 얻지 못했던 반쪽짜리 여행. 진주남강유등축제를 찾는 여행자들이여. 반쪽짜리 여행을 원하지 않는다면, 부디 사전에 충분한 정보로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는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남강에 불 밝힌 유등, 그 화려함에 넋을 잃다/진주남강유등축제/진주성전투
반쪽짜리 여행 진주남강유등축제, 사전 여행정보가 필수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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