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타임즈 2011년 3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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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거제 2011년 3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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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거슨의 껌 이야기


술도 마시지 않았는데도 술에 취한 듯한 벌건 얼굴. 바지 포켓에 두 손을 푹 끄집어 넣은 모습. 쉬지 않고 좌우상하로 빠르게 움직이는 숙달된 입놀림은 경이감 그 자체. 스타디움에 들어서면 벤치든, 운동장이든, 그의 껌 씹기는 쉬는 일이 없다. 경기에 이기든, 지든 그것도 관계없다. 다만, 껌 씹는 속도는, 이기고 지고에 따라 달라진다는 게, 그를 관찰한 사람들의 결론. 팀이 지고 있으면 껌 씹는 속도는 빨라진다. 골이 터질 땐, 그의 흥분은 절정에 다다른다. 총구에서 총알이 빠져 나오는 속도보다 더 빠르다. 바지포켓에서 빠져 나온 두 손은 허공을 가르며 총알처럼 날아간다. 그를 본 축구팬이라면 흥분하지 않을 수 없는 퍼거슨의 이미지.


알렉스 퍼거슨 경(Sir Alexander Chapman Ferguson, CBE, 1941년 12월 31일생). 현재, 세계 최고 명문 축구클럽인 잉글랜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이다. 얼마나 유명하면 귀족이라는 호칭까지 붙여 주었을까. 그는 스코틀랜드 출신으로 지금까지 20여 년 동안 1000회 이상의 경기를 치렀다. 독설(毒舌)과 다혈질적인 성격으로도 유명하다. 굳이 한국과 연관성을 따진다면, 박지성이 속한 맨유 감독으로 국내 축구팬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3월 19일(현지시간), 티브이 화면에 이상한 장면이 하나 포착되었다. 맨유와 볼턴의 코리언 더비로 성사될 가능성이 있었던, 2010/2011 EPL 30라운드 경기였다. 퍼거슨은 지난 2일 심판에게 부적절한 언행을 했다는 이유로 이날 경기는 중징계 기간이었다. 따라서 벤치에서 지휘를 해야 할 상황. 이때, 관중석에 올라가던 퍼거슨 감독은 맨유의 데이비드 길 사장의 머리를 살짝 치더니, 아이 다루듯 두어 번 쓰다듬으며 인사를 건넸다. 화가 날 법도 한 데이비드 길 사장은 별일 없는 듯한 모습으로 자리를 지켰다. 이를 두고 “퍼거슨이 카리스마가 있다.”거나 “사장이 마음이 넓다.”라는 네티즌들의 평이 있지만, 그래도 쉽게 있을 수 있는 일은 아닐 듯 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가? 예전에야 별로 그렇지 않았지만, 요즘은 어린아이들도 머리에 손을 대면 기분 나빠하는 것이 현실. 기분 나쁘게 머리를 치고 만진다고. 데이비드 길 사장이 기분이 나빴는지 속마음은 알 길이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고 넘기는 여유로움이 보는 이로 하여금 편안하게 만든다. 역시, 세계 최고의 명문 축구 클럽인 맨유의 사장과 감독이라서 그랬다면 지나친 과찬일까?


다시 껌 이야기로 돌아가 퀴즈를 하나 내 본다. 퍼거슨이 스타디움에서 껌을 왜 씹는지? 사지선다형 문제. ①캐스터의 말을 씹기 위해서 ②턱 근력 향상과 구강운동 차원에서 ③심신안정을 위해서 ④경기의 흐름을 파악하고 승리를 위한 전략을 짜기 위하여. 정답은 모른다. 퍼거슨만이 알고 있다. 혹여, 박지성을 만날 기회가 있다면 꼭 물어서 독자들에게 답 해 드릴 수 있을 것 같다.


지금은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한 호날두. 호날두의 현란한 발놀림이 있다면, 퍼거슨의 발랄한 입놀림은 축구팬들을 즐겁게 하는 장면이다. 퍼거슨의 껌 씹는 모습을 보면, 흡사 토끼가 앞발로 빠른 속도로 풀을 뜯어 먹는 행동이 연상된다. 또한, 다람쥐가 두 손으로 재빠르게 입술을 비비는 이미지도 떠오른다. 동물에 비유했다고 비난하지 마시라. 누구보다도 좋아하는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팬이니라.

Posted by 죽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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