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산사순례 20] 영천 팔공산 수도사에서 108배로 20번째 염주 알을 꿰다/사찰여행/영천여행/영천 가볼만한곳
영천 수도사.
[108산사순례 20] 영천 팔공산 수도사에서 108배로 20번째 염주 알을 꿰다/사찰여행/영천여행/영천 가볼만한곳
찰나에 그려내는 그림 한 장... 법당을 장식하는 진정한 예술가
<108산사순례 14> 팔공산 수도사
엊그제가 봄인가 싶었는데, 벌써 성큼 다가온 여름의 초입이다. 사월 초파일(5월 25일)인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둔 지난 달 23일, 경북 영천에 자리한 수도사로 향했다. 3일간 이어지는 연휴 첫날이라, 많은 차량이 붐빌 것이라 예감했지만 도로 상태는 그 예상을 비켜갔다. 여행길에 올라 생각치도 못한 도로 막힘은 모두를 힘들게 하고 지치게 만든다. 제대로 된 여행을 하고 싶다면 아침 일찍 집을 나서는 것도 하나의 방편이리라. 두 시간을 조금 넘게 달려 목적지에 안착했다.
수도사는 많은 전각들이 있는 큰 규모의 사찰은 아니지만, 팔공산의 정기를 받아 기도하기에는 안성맞춤이다. 수도사는 팔공산 자락에 있어, 약사 신앙의 성지인 관봉 갓바위로 오르는 등산 코스가 있다. 산 위쪽으로 1km 지점에는 3단으로 된 치산폭포가 절경을 이룬다. 영천시에서는 이 일대를 치산관광지로 조성하여 여행자의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수도사에 이르기 전 약 1.5km 지점에는 오토캠핑장이 조성돼 있어 캠핑 동호인의 인기를 얻고 있다.
팔공산의 우거진 녹음은 더위를 식혀 주기에 충분하다. 눈이 맑아지기 때문이다. 계곡을 타고 흐르는 시원한 물소리는 나쁜 말을 듣지 않게 해 주는 방패막이로 충분하다. 귀가 뻥 뚫려 행복하기 때문이다. 청춘남녀는 인공으로 만든 폭포 아래 웅덩이에서 물놀이에 빠져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직 차갑게 느껴지는 계곡 물이다.
차량이 주차할 때 까지 좁은 도로를 진입해도 일주문은 제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대신, '수도사'라 새긴 큰 바위가 일주문을 대신한다. 절 마당 앞에는 집 한 채를 짓는 공사가 한창이다. 불사가 진행 중인 전각은 보화루, 건물 밑을 통과하는 누하진입 방식이다. 꽤나 넓은 절 마당에 오색찬란한 연등이 걸렸고, 왼쪽 모퉁이에 자리한 약사여래가 있는 자리에도 연등이 하늘을 덮었다. 부처님 오신 날을 축복하기 위함이다.
우거진 녹음과 맑은 물... 눈과 귀를 행복하게 해 주는 팔공산 수도사
경북 영천 팔공산 자락에 앉은 수도사. 대한불교조계종 제10교구 본사인 은해사의 말사다. 수도사는 은해사로부터 약 19km 떨어져 있으며, 647년(진덕여왕 1)에 자장과 원효가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이 절의 원래 명칭은 금당사였지만, 화재로 소실된 뒤 중창을 할 때 수도사로 이름을 바꿨다. 현존하는 당우로는 주 법당인 극락전을 비롯하여 원통전, 삼성각, 산령각, 해회루, 요사채 등이 있다. 이 절에는 보물 제1271호 '수도사노사나불괘불탱'이 있는데, 주지스님께 "구경 좀 할 수 없느냐"하니, "통도사 박물관에서 올 10월까지 전시를 하는데, 기회가 있다면 직접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라며 귀띔해준다.
주 법당인 극락전으로 들어섰다. 화려하게 채색된 내부 천장과 벽면이 장식돼 있지만, 법당 안은 왠지 어수선한 분위기. 불단에는 극락전의 주불인 아미타부처님만 모셔져 있다. 한창 불사가 진행 중인 탓인지, 협시불은 보이지 않는다. 법당 한 쪽 구석에서는, 화려한 색으로 단청을 그려 넣는 채색작업이 한창이다. 가까이 다가가 작업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손놀림이 보통을 넘어선 수준이다. 왼손에는 막대기를 잡고 오른손을 받친 채, 작은 붓으로 선을 그어 단박에 원 하나를 그려낸다. 찰나에 그림 하나를 탄생시키는 예술가. 조심스럽게, "사진 한 장 찍어도 되겠냐"고 하니, "괜찮다"라는 답이 돌아온다. 짧은 말을 건넸다.
"연필로 선을 그어 놓고 그 선을 따라 그리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손도 떨리지 않고 한 번에 그림을 그려냅니까."
"작가님께서 사진촬영을 단번에 하는 것과 같은 이치겠지요."
막힘없는 답은 깨달음을 얻은 대선사의 모습이자, 타인을 배려하는 예술가의 면모를 풍긴다. 그림 그리는 실력뿐만이 아니라, 내면에서 우러나는 진정한 예술가 한 분과 대화를 나눈 것만으로도 기쁨이 넘친다. 한 동안 그의 붓놀림에 푹 빠져 헤어날 줄 모르는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수도사는 <108산사순례> 20번 째 여행지. 지금까지 108기도는 보통 주 법당에서 해 왔으나, 극락전의 어수선한 분위기로 바로 옆 원통전으로 자리를 옮겼다. 원통전은 정면 3칸 측면 1칸 맞배지붕으로 다포형식의 건물로, 법당 내부도 다포형식이다. 말이 '정면 3칸'이지 칸마다 사이가 좁다 보니 법당 안도 매우 좁은 편. 원통전은 관세음보살을 본존으로 모신 법당으로, 사찰에 따라서 관음전에 모시기도 한다. '두루 원만하고 어떤 것이든 통한다'는 '주원융통'의 뜻을 가진 원통전은 관세음보살에서 따 왔다.
'나무관세음보살'만 불러도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 주는, '관세음보살'
관세음은 광세음, 관음, 관자재라고도 부른다. <법화경> '보문품'에 나오는 '관음'은 "고통에 허덕이는 중생이 일심으로 '관세음보살'의 이름을 부르기만 하여도, 즉시 그 음성을 관하고 해탈시켜 준다"고 한다. 그래서 꼭 불자가 아니라도, 절집을 찾을 때 "관세음보살님께 귀의합니다"라는 의미를 가진 '나무관세음보살'을 호명하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 나온 것. 관음상은 그 종류로 6관음이 일반적이다. 그 중 성관음이 본신이고, 나머지 다섯 가지 모습은 보문시현의 변화신이다. 6관음 중 성관음은 주로 아귀도를 구제한다. 나머지 중 천수관음은 지옥중생을, 마두관음은 축생의 고통을, 십일면관음은 아수라의 고통을, 준제관음은 인간의 고통을, 그리고 여의륜관음은 천상의 고통을 구제하다고 알려져 있다. 즉, 6관음은 각각 육도를 구제하는 보살의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관세음보살의 왼손에 들고 있는 연꽃은 모든 중생이 본래부터 갖고 있는 불성을 나타낸다. 연꽃이 핀 것은 불성이 드러나서 성불한 것을 뜻하며, 아직 피어나지 않은 꽃봉오리는 번뇌 망상에 물들지 않고 장차 피어날 불성을 상징하고 있다. 수도사 원통전 관세음보살은 왼손에 활짝 핀 연꽃을 들고 있다. 부드러운 미소를 보더라도 성불한 관세음보살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맑은 정신으로 허리를 곧추 펴고 가부좌로 경전을 폈다. 독송을 마치고 108배를 시작했다. 늘 하는 108기도지만 힘들기는 매한가지. 얼굴에 땀이 서너 방울 떨어질 때서야 108배를 마쳤다. 기쁜 마음으로 염주 한 알을 더 꿰었다. 20번째 꿰는 염주 알이다.
수도사는 아직도 불사가 진행 중이다. 보화루 신축공사도, 극락전 내부 단장도 그렇다. 2011년까지 원통전은 수도사의 주 법당이었고, 지금 원통전이 자리한 곳에는 보물인 노사나불괘불탱이 야외에 걸려 있었다. 2012년 초, 수도사는 극락전을 주 법당으로 불사하면서 현재의 모습으로 바뀌었고, 야외에 걸었던 노사나불괘불탱도 철거하여 현재 통도사 박물관에서 전시하고 있다. 수도사는 이제 주 법당이 원통전에서 극락전으로 바뀌면서 주불도 관세음보살에서 아미타불로 바뀐 셈이다. 아미타부처님은 무량수(영원한 수명)와 무량광(무한한 광명)을 보장해 주는, 서방 극락정토를 주재하는 대자대비 부처님이다. 아미타부처님은 먼 옛날 '법장'이라는 비구스님으로 수행하면서 48가지 큰 서원을 세워 성불하고 극락정토를 이룩하였다. 일심으로 수행정진하고 깨달음을 성취하면 우리 모두가 부처가 되리라.
수도사는 팔공산의 울창한 숲과 계곡에서 흘러내리는 맑은 물이 있는 청정도량이다. 인간은 갖가지 고통 속에 현세를 살아가고 있다. 작은 고민에서부터 큰 고통이 있는 사람은, 작은 것 하나라도 잠시 내려놓고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 <108산사순례>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108산사순례 20』
(1)양산 통도사 → (2)합천 해인사(483.8km) → (3)순천 송광사(367.8km) → (4)경산 선본사 갓바위(448.4km) → (5)완주 송광사(220. 2km) → (6)김제 금산사(279.2km) → (7)여수 향일암(183.4km) → (8)여수 흥국사(192.3km) → (9)양산 내원사(100.3km) → (10)부산 범어사(126.6km) → (11)구례 연곡사(156.8km) → (12)구례 화엄사(25.1km) → (13)구례 천은사(192.5km) → (14)김천 청암사(204.9km) → (15)김천 직지사(270.7km) → (16)영천 은해사(184.0km) → (17)영천 거조암(220.5km) → (18)보은 법주사(289.1km) → (19)영동 영국사(301.0km) → (20)영천 수도사(378.6km)
☞ 총 누적거리 4,625.2km
[108산사순례 20] 영천 팔공산 수도사에서 108배로 20번째 염주 알을 꿰다/사찰여행/영천여행/영천 가볼만한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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