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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산사순례

[108산사순례 21] 남해 금산 보리암에서 108배로 21번 째 염주 알을 꿰다/남해여행/사찰여행/남해 가볼만한 곳

 

[108산사순례 21] 남해 금산 보리암에서 108배로 21번 째 염주 알을 꿰다/남해여행/사찰여행/남해 가볼만한 곳

 

 

[108산사순례 21] 남해 금산 보리암에서 108배로 21번 째 염주 알을 꿰다/남해여행/사찰여행/남해 가볼만한 곳

 

안개 속에 숨은 비밀은 무엇일까... 남해바다를 바라보고 선 관세음보살 

<108산사순례 21> 남해 금산 보리암

 

초여름이라지만 기온은 여름을 웃돈다. 가방을 멘 등엔 땀이 베여 촉촉하다. 그래도 기분은 최고요, 즐거움이 가득하다. 우거진 숲길을 걷고 있다는 것이. 현충일인 6일, 경남 남해 금산으로 오르는 길. 길 양쪽 녹음이 우거진 울창한 숲은 햇볕을 직접 받지 않고 걸을 수 있어 좋다.

 

보리암 매표소에서 약 15분을 걷는 길이 무척이나 편하다. 눈앞으로 보이는 기암괴석은 산 속에 뿌리를 내린 듯 하늘 높이 솟아 위용을 자랑한다. 그간 금산을 몇 번이나 올랐지만, 남해바다는 제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무슨 말 못할 고민이 있는지, 아니면 무슨 신비스러운 비밀을 안고 있는지, 남해바다는 안개 속에 자신을 숨겨 놓았다. 언제쯤 안개가 걷힌 신비한 남해바다를 볼 수 있을까. 그때까지 기다려 보리라.

 

 

우리나라 4대 기도도량으로 잘 알려진 남해 보리암이 자리한 금산. 신심 가득한 불자나 산을 즐기는 등산객이 아니라도, 금산을 오르거나 금산에 자리한 보리암에 한 번쯤은 가지 않았을까 싶다. 금산에 오르는 길은 여러 갈래가 있지만, 가장 많이 찾는 코스는 남해군 이동면 신전리 복곡탐방지원센터를 들머리로 하는 길이다. 이곳에는 대형주차장이 있는데, 여기서 차를 주차하고 셔틀버스를 이용하거나, 약 800m 떨어진 보리암 매표소 주차장까지 승용차를 이용하여 진입할 수 있다.

 

 

문제는 주말과 휴일에 몰려드는 인파로 보리암을 구경하지 못하고 돌아가는 사례가 많다는 것. 실제로 복곡탐방지원센터 진입로에는 '회차 하십시오'라는 플래카드가 사이사이 몇 개씩이나 걸려있다. 나 역시 예전에 이 코스를 찾았다가 밀리는 차량으로 돌아간 일도 몇 번이나 있었다. 연휴나 여름휴가 때 보리암에 갈 땐, 사전에 정보를 꼭 확인해야 할 일. 그것도 아니면 여행자가 한꺼번에 몰려들지 않는 이른 새벽녘에 찾는 것도 한 방편이리라.

 

 

남해 보리암은 양양 낙산사, 강화 보문사, 여수 향일암과 함께 예로부터 한국의 해수관음성지로 꼽아왔다. 관음성지란, '관세음보살님이 상주하는 성스러운 곳'이란 뜻으로, 이곳에서 기도 발원을 하면 그 어느 곳보다 관세음보살님의 가피를 잘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보리암은 관음성지로 불자들이 기도하러 찾는 곳만 아니라, 비단 같은 금산을 구경하러 찾는 등산객들로부터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조선왕조를 연 이성계, 보리암에서 관세음보살을 호명하다

 

 

남해 금산에 터를 잡은 보리암. 대한불교조계종 제13교구 본사인 쌍계사의 말사다. 683년(신문왕 3)에 원효가 이곳에 초당을 짓고 수도하면서 관세음보살을 친견한 뒤, 산 이름을 보광산이라 짓고 절 이름을 보광사라 하였다. 그 뒤 이성계가 이곳에서 백일기도를 하고 조선왕조를 연 것을 감사하는 뜻에서 '금산'이라 이름을 바꿨다.

 

1660년(현종 1)에는 현종이 이 절을 왕실의 원당으로 삼고 보리암으로 개명하였다. 보리암 주 법당인 보광전에서 약 200m 떨어진 곳에는 태조 이성계가 기도한 곳이 있는데 이곳에는 이를 기념하는 비 하나가 서 있다. 광무 7년(1903년 5월) 종일품 숭정대부의정부 찬정 윤정구가 "황지를 받들어 찬술하고 썼다"는 '남해금산영응기적비'다. 비에는 이런 내용이 나온다.

 

 

"대저 하늘의 명이 덕이 있고 여러 많은 신이 모두 받들어서 보이지 않게 가만히 돕지 아니함에 없음이 그 이치가 훤해서 숨기거나 속일 수 없는 것이다. 금산의 고명(옛 이름)은 보광산이다. 산 아래 사람들이 전해오기를 삼불암 아래에 고황제께서 제사 지내든 단이 있어서 그 옛터가 아직 남아 있다고 하였으며, 천위에 오르게 됨에 이르러서 그 산을 봉하여 말하기를, 가히 산을 둘러 비단을 입힌 것 같다하여 인하여 이름 지었다고 한다."

 

여기서 '고황제'가 누구며, '천위에 오르게 된 이'가 누군지는 굳이 말을 하지 안하도  알만하다. 이성계가 관세음보살을 호명하며 그 기도의 소원성취로 조선 최초의 왕으로 등극했는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확실한 건 그가 금산에서 기도를 했다는 사실이고, 그가 조선왕국을 건국했다는 사실이라는 것.

 

 

가까운 거리지만 날씨가 더운 탓에 '이성계 기도처'로 다녀오는 길이 쉽지마는 않다. 숨을 헐떡이며 언덕 계단 길을 올랐다. 오전 법회시간이라 보광전에는 불자들로 가득하다. 비구니 스님의 '관세음보살 정근'이 법당 밖까지 낭랑하게 울려퍼진다. 불교에서 말하는 정근이란, "어지러운 생각을 없애고 마음을 한곳에만 쏟는 힘의 바탕"이란 뜻으로, 기도할 때 부처님이나 보살님의 명호를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부르는 것을 말한다.

 

이는 법당에 따라, 불상에 따라, 정근은 다르게 독송된다. 보리암은 관세음보살을 모시는 곳으로, '관세음보살 정근'을 독송하고 있다. 불자들은 대개 정근할 때, 두 손 모아 간절히 염송하거나, 108배를 하며 지극정성으로 기도를 올린다. 정근은 보통 10분에서 15분 정도 이어지지만, 이곳 보리암은 기도도량이라 그런지 40분 넘게 이어졌다.

 

"나무 보문시현 원력홍심 대자대비 구고구난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멸업장진언 옴 아로녹게 사바하 구족신통력 광수지방편 시방제국토 무찰불현신 고아일심 귀명정례"

 

지그시 감은 두 눈의 관세음보살, 무슨 생각에 잠겼을까

 

 

남해바다가 한 눈에 보이는 곳에 선 관세음보살. 오른손은 엄지와 중지를 잡고, 왼손에는 중생의 고통을 없애주려 정병을 들었다. 지그시 감은 두 눈, 무슨 생각에 잠겼을까. 얼굴은 웃지도, 화난 표정도 아닌, 해탈한 모습이다. 머리에 쓴 보관에는 아미타부처님이 화불로 나타나 있다. 이는 아미타불의 화신으로 이 세상에 나타난 것이며, 이 때문에 쓰고 있는 보관에는 아미타불의 형상이 새겨져 있다. 관세음보살은 대세지보살(또는 지장보살)과 함께 아미타삼존불 중 좌 보처로서 보타락가산에 근거를 두고 있다. 옷은 흰색을 즐겨 입어 백의대사라고도 하는데, 이는 보살의 고결함을 의미한다.

 

 

내리쬐는 땡볕에 자리를 깔았다. 삼배 후 천수경을 암송하고 108배를 올렸다. 온 몸에 땀이 베인다. 기도처 주변 여행자들의 수군거리는 소리가 나지막이 들린다. "저 사람 108배하는 모양이야". 고개를 들어 관세음보살님을 바라보니, 뒤로 보이는 푸른 하늘에는 밝은 빛을 내는 부처님 형상이 스쳐 지나간다. 깜짝하는 순간, 찰나였다. 내가 무엇을 보았을까? 108배를 하느라 힘이 빠져 착각한 것일까, 아니면 그냥 단순한 자연현상이었을까. 

 

착각이든, 자연현상이든, 불심에서 나타난 부처님 형상을 보았든,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니다. 마음이란 평소 자신 속에 자리한 감정의 덩어리요, 그 마음이 구체화 되는 것이 생각이며, 생각은 행동으로 나타나는 법. 관세음보살을 애타게 부르며 간절히 염원하고 기도하면, 소원이 이루어지고, 해탈의 경지에 이르지 않았다고 하지 않았던가. 땡볕아래서 108배를 마쳤다. 기쁨에 가득 찬 성취감에 21번 째 염주 알을 꿰었다. 온 몸은 땀으로 뒤범벅이었지만 환희를 만끽한 108기도였다.

 

 

안개 속에 숨었던 산과 남해바다는 희미한 모습으로 자신을 보여준다. 무슨 대단한 비밀이라도 가진 줄 알았건만 그것도 아니었다. 짙은 안개 속에 산은 있는 법. 사람은 안개만 보고서, 안개 속에 숨어 있는 산은 애써 보려하지 않는다. 겉만 보고 자신의 생각을 기준으로 판단하고 합리화하려 한다. 겉과 속을 함께 볼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108산사순례> 21번째 여행, 남해 보리암에서 안개 속에 산은 자리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108산사순례 21

 

(1)양산 통도사 → (2)합천 해인사(483.8km) → (3)순천 송광사(367.8km) → (4)경산 선본사 갓바위(448.4km) →  (5)완주 송광사(220. 2km) →  (6)김제 금산사(279.2km)  → (7)여수 향일암(183.4km)  → (8)여수 흥국사(192.3km) → (9)양산 내원사(100.3km) → (10)부산 범어사(126.6km) → (11)구례 연곡사(156.8km) → (12)구례 화엄사(25.1km) → (13)구례 천은사(192.5km) → (14)김천 청암사(204.9km) → (15)김천 직지사(270.7km) → (16)영천 은해사(184.0km) → (17)영천 거조암(220.5km) → (18)보은 법주사(289.1km) → (19)영동 영국사(301.0km)  → (20)영천 수도사(378.6km) → (21)남해 보리암(집 → 보리암, 122.9km)

 

☞ 총 누적거리 4,748.1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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