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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산사순례

[108산사순례 26] 남원 지리산 실상사에서 108배로 26번째 염주 알을 꿰다/남원여행/사찰여행/남원 가볼만한 곳/남원 여행코스

 

[108산사순례 26] 남원 지리산 실상사에서 108배로 26번째 염주 알을 꿰다/남원여행/사찰여행/남원 가볼만한 곳/남원 여행코스

 

남원 실상사 삼층석탑.

 

[108산사순례 26] 남원 지리산 실상사에서 108배로 26번째 염주 알을 꿰다/남원여행/사찰여행/남원 가볼만한 곳/남원 여행코스

 

보물과 비밀을 간직통일신라시대로의 과거여행

<108산사순례 20> 남원 지리산 실상사

 

한적한 동네 앞 너른 들녘에 자리한 절. 그것도 전각 한 두동이 있는 작은 절이 아닌, 규모가 꽤나 큰 역사가 깊은 천년사찰이다. 이 절을 찾는 사람들은 한결같은 의문을 나타낸다. "뭔 절이 깊은 산 속에 있지 않고, 들판 한 복판에 있느냐고." 전라남도 남원 산내면에 있는 천년고찰 실상사. 전국에 이름 난 사찰을 많이 다녔고, '실상사'라는 이름을 수도 없이 들었건만, 처음 이 사찰로 찾아 가는 길이다. 가끔 꾸는 꿈은 극락의 집에서 살고 있다. 꿈에 나타났던 그 극락의 집으로 찾아가고 있다면 넘친 표현일까. 6월의 마지막 주 토요일인 27일. 비가 내린다는 예보도 무시하고, 천년고찰에 숨은 비밀을 밝히려 남원으로 가고 있다.

 

 

지리산이 품은 실상사는 고요하다. 산자락엔 엷은 안개가 껴, 마치 천상의 세계를 보는 것만 같다. 지리산 깊은 계곡, 뱀사골에 모인 물은 만수천을 따라 내려가며 임천과 형제를 이뤘다. 물은 사람을 불러들였고, 기름진 땅을 일구는 밑천이었다. 천 년 전 실상사가 자리한 땅은 아마도 심산유곡이 아니었을까. 사람들은 산을 개간하고 논과 밭을 만들어 마을을 이루었다. 논바닥에 자리한 실상사 탄생의 비밀은 한 꺼풀 벗겨지는 듯하다.

 

 

실상사. 대한불교조계종 제17교구 본사인 금산사의 말사다. 통일신라시대 828년(흥덕왕 3년) 증각대사 홍척이 당나라에 유학하며 선법을 배운 뒤 전국의 산을 다니면서 이곳에 터를 잡아 창건했다. 우리나라 선문의 효시로 꼽는 '구산선문'. 구산선문은, "신라 말기부터 고려 초기까지 중국 달마의 선법을 이어받아 그 문풍을 지켜 온 아홉 선문"을 말한다. 실상사는 구산선문 최초 가람으로서 한국 선풍의 발상지로 알려져 있다. 

 

실상사는 천년의 역사답게 많은 보물을 가지고 있다. 국보 제10호 '남원 실상사 백장암 삼층석탑'과 보물 11점(제33호에서 제41호까지 9점, 제420호, 제421호) 지방유형문화재 3점(제45호, 제88호, 제137호), 중요민속자료 제15호 그리고 '실상사 일원'은 사적 제309호로 지정돼 있다. 그야말로 보물창고이자, 야외 박물관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구산선문 최초의 가람 실상사... 한국 선풍의 발상지

 

지형적인 문제 때문인지 큰 사찰치고는 일주문이 없다. 대신 큰 하천을 건너는 다리가 있는데 해탈교다. 해탈교를 건너는 것이 속세를 떠나 부처님의 세계로 나아간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처음으로 만나는 문은 천왕문. 그저 평범한 팔작지붕을 한 천왕문 양 기둥에는 한참을 봐야만 읽을 수 있는 글이 새겨져 있다. 어려운 글씨체로 쓴 오른쪽 기둥에는, '가득함도 빛나고', 왼쪽 기둥에는 '비움도 빛나라'라 쓰였다. 어떤 의미일까 생각하느라 한 동안 발길을 옮길 수 없었다.

 

 

사천왕문은 절에 들어서는 3문(일주문, 금강문, 천왕문) 중 하나로 줄여서 천왕문이라고 하며, 불법을 수호하는 사천왕을 모신 전각이다. 양쪽으로 된 이 문 안에는 조각을 한 조각상이나 그림을 봉안한다. 사천왕은 천상계의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사천왕천의 동서남북 네 곳을 관장하는 신화적인 존자들이다. 수미산 중턱 사방을 지키며 사바세계 중생들이 올바르게 살아가는지 살피고 인도하는 천왕들이다. 아래 내용은 사천왕에 대한 설명으로 인터넷 백과사전을 참고하였다. 

 

동쪽을 지키는 지국천왕은 칼을 쥐고 있으며, 서쪽을 지키는 광목천왕은 삼지창과 보탑을 들고 있다. 남쪽을 지키는 증장천왕은 용과 여의주를 양손에 들고, 북쪽을 지키는 다문천왕은 비파를 들고 줄을 퉁기는 형상을 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다녀온 절마다 사천왕상에 대한 위 내용과 다름이 있음을 알게 됐다. 하동 쌍계사 천왕문 사천왕상 작은 안내판에는, 동쪽 지국천왕(비파), 서쪽 광목천왕(용과 여의주), 남쪽 증장천왕(탑과 일산), 북쪽 다문천왕(칼)으로 적혀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천왕문 입구로 들어서면 문 양쪽으로 사천왕을 배치하게 되는데, 절마다 사천왕의 자리배치가 각기 다르다는 것. <108산사순례>를 하면서 혼동을 느끼는 것 중 하나가 사천왕의 자리배치가 왜 각기 다를까 하는 의문이다.

 

건물을 지을 때는, 방위에 따라 남향으로 짓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건물 자체를 놓고 동서남북을 정할 때는 방위각이 아닌, 건물의 정면을 향하여 동서남북 위치가 결정된다. 즉 바라보는 정면이 북쪽이고, 좌측이 서, 우측이 동 그리고 후면이 남쪽이 된다. 이런 원리에 의한다면 사찰마다 천왕문에 자리한 사천왕상의 자리배치에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가 없다. 실상사 또한 최근 다녀온 옥천사, 표충사, 쌍계사와 사천왕상의 자리배치가 다름은 물론이다. 제각각 타당한 이유가 있는지 공부를 통해 알아야겠다.

 

 

절 주변으로 산이 둘러싸여 있지 않아서인지, 마당으로 들어서니 뻥 뚫린 느낌이다. 실상사 목탑지는 그 흔적만 남아 역사의 기록을 전한다. 약 1m 높이로 성토한 대지에는 목탑 기둥을 세웠던 초석만이 남았다. 실상사 목탑은 고려시대 축조된 것으로, 정면 7칸 측면 7칸 정방형으로 각 모서리가 동서남북을 향한다. 건물 한 변의 길이는 20.5m로 1층의 면적은 420.25㎡(127평)로 목조건물로서는 대단한 크기가 아닐 수 없다. 이는 황룡사 9층목탑에 버금가는 규모다. 언제가 될지 몰라도, 안내문에 그려진 목탑 복원 입면도와 똑 같은 건물이 새로 건축되기를 기원해 본다.

 

실상사는 통일신라시대로 과거여행을 떠난다고 해도 과한 표현이 아니다. 그만큼 이 시대의 예술작품이 많다는 것. 주 법당인 보광전 앞마당 중앙에 서 있는 삼층석탑도 통일신라시대 말기 작품이다. 이 탑은 동·서에 있는 쌍둥이 석탑으로 실상사를 지으면서 함께 만든 탑이다. 층마다 몸체와 지붕을 각각 별개의 돌로 만들었고, 각층 몸체의 모퉁이에는 기둥모양을 조각하였다. 서쪽 탑은 꼭대기 일부를 잃어버렸으나, 두 석탑 모두 비교적 원형대로 그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동쪽 탑은 지반의 영향인지 오른쪽으로 약간 기울어져 있는 느낌으로 다소 불안정한 모습이다.

 

 

108배가 좋은 이유는 여러 가지... 정신수양과 육체운동에도 좋아

 

최근에 지은 듯한, 약사전. 이 건물 안에도 귀한 보물이 여행자를 기다리고 있다. 보물 제41호 '남원 실상사 철조여래좌상'이다. 통일신라 말기에는 여러 선종 사찰에서 쇠를 녹여 많은 불상을 만들었다. 이 불상은 그 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것으로 높이가 2.69m로 좌불상으로는 큰 편에 속한다. 무릎 아래는 복원하고, 깨어진 두 손도 근래에 찾아 원형대로 복원했다. 이 불상은 온화한 미소를 띤 불상과는 달리 근엄하고 강직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앞 시대와 다른 불상의 변천 과정을 알 수 있는 귀중한 불상으로 평가 받고 있다.

 

 

 

처마 밑 허공에 달린 풍경이 운다. 바람이 때려 잠을 깨운 탓이다. 날짐승 한 마리가 지리산 꼭대기로 바삐 날아간다. 게으른 몸을 일으키고 나태한 정신을 일깨우는 풍경소리에 나도 깜짝 놀랐다. 정진하라는 신호다. 주 법당인 보광전 부처님 앞에 무릎 꿇어 조아린다. 삼배하고 경전을 폈다. 염주 알 하나 돌리고 부처님께 엎드린다. 108배로 이어졌다. 이날 따라 108기도를 하는 불자들이 여럿이다. 제각각 다른 사연을 안았으리라.

 

어떤 이는 묻는다. "108배를 하면 좋으냐"고. 물론, "기도하는 시간만큼은 당연히 좋다"라고 답한다.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어 좋고, 한 가지 생각에만 몰두한다는 것이 좋다. 힘든 것에 인내함을 배워서 좋고, 지은 죄에 참회하고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좋다. 정신적으로 좋은 점 이외에도 육체적으로 운동이 되서 건강에도 좋음은 물론이다. 불자라면 집에서도 정신수양과 육신의 건강유지를 위해 108기도로서 정진하는 것도 좋으리라.

 

 

실상사는 호국사찰로도 잘 알려져 있고 일본과 얽힌 설화가 많다. 실상사는 정유재란 때 왜구에 의해 전소됐다는 설도 있다. 약사전의 약사여래불은 천왕봉을 정면으로 바라 보는데, 천왕봉과 일본 후지산이 일직선상에 놓여 있다고 한다. "일본이 흥하면 실상사가 망하고, 일본이 망하면 실상사가 흥한다"는 구전도 있다. 보광전에 있는 범종에는 일본 열도의 지도가 그려져 있는데, 예불할 때 스님들이 이곳을 두드린다. 이 때문에 일본지도 중 홋카이도와 규슈지방만 제 모양으로 남았을 뿐, 나머지 열도는 희미해져 가고 있다는 것.

 

전설인지, 속설인지가 중요하지가 않다. 국내문제로는 독도 영유권과 위안부 해결 문제, 국제적으로는 동아시아 침략과 세계 평화를 깬 전쟁에 대해 입을 다문 일본이다. 진정한 참회가 필요하고 솔직함이 묻어나는 사과가 필요한 일본이다. 범종에 그려진 일본 지도가 스님이 치는 당목(종이나 징을 치는 나무 막대)에 지워지기 보다는, 범종의 울림소리에 귀를 열고 진중하게 들어야 하는 것이 우선이다. 깨우침의 범종소리가 일본 열도를 울려 퍼져 나가기를 기도해야겠다.

 

 

일기예보대로 늦은 오후 비가 내린다. 지인의 소개로 스님과 대화를 나누는데, 훼방꾼인 소낙비로 일찍 자리를 떠야만 했다. 실상사에는 귀중한 보물이 많고, 숨어 있는 비밀도 많다. <108산사순례> 그 스물여섯 번째 사찰여행. 26번 째 꿰는 염주 알은 남원 실상사의 보물과 비밀을 함께 담을 수 있었다.

 

 

『108산사순례 26

 

(1)양산 통도사 → (2)합천 해인사(483.8km) → (3)순천 송광사(367.8km) → (4)경산 선본사 갓바위(448.4km) →  (5)완주 송광사(220. 2km) →  (6)김제 금산사(279.2km)  → (7)여수 향일암(183.4km)  → (8)여수 흥국사(192.3km) → (9)양산 내원사(100.3km) → (10)부산 범어사(126.6km) → (11)구례 연곡사(156.8km) → (12)구례 화엄사(25.1km) → (13)구례 천은사(192.5km) → (14)김천 청암사(204.9km) → (15)김천 직지사(270.7km) → (16)영천 은해사(184.0km) → (17)영천 거조암(220.5km) → (18)보은 법주사(289.1km) → (19)영동 영국사(301.0km)  → (20)영천 수도사(378.6km) → (21)남해 보리암(122.9km)  → (22)고성 옥천사(144.4km) →  (23)울주 석남사(121.6km) → (24)밀양 표충사(156.0km) →  (25)하동 쌍계사(153.6km) → (26)남원 실상사(쌍계사 → 실상사 62.0km  → 집 171.7km, 233.7km)

 

☞ 총 누적거리 5,557.4km

 

 

[108산사순례 26] 남원 지리산 실상사에서 108배로 26번째 염주 알을 꿰다/남원여행/사찰여행/남원 가볼만한 곳/남원 여행코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