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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이야기

[안희정 대연정 발언] 안희정 발언, 그 가벼움의 극치/안희정 부산대 발언


[안희정 발언] 안희정 발언, 그 가벼움의 극치/안희정 부산대 발언

‘대연정’과 ‘선한취지’ 발언 국민 정서에 맞지도 않아


jtbc 방송화면 캡쳐.


기대됐던 한 유력 정치인의 발언이 야권 지지자를 중심으로 비판이 더해지고 있다. 그는 안희정 충남도지사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을 맞아 조기 대선이 가시화되면서, 더불어민주당의 대통령 후보로 지지 세력을 확장해 나가면서 터진, 그의 '선한 발언' 때문이다. 지난 19일 오후 7시 부산대 1016 기념관에서 있은 그의 발언 내용을 있는 그대로 옮긴다.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 그분들도 선한 의지로 우리 없는 사람들과 국민을 위해 좋은 정치하시려고 했습니다. <중략> 참고적으로 저는 그 누구라도 그 사람이 말하고 있는 그 액면가대로 선의로 받아들입니다."


어찌 보면 참으로 따뜻하고 선한 마음을 가진 정치인의 발언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SNS 등을 통해 비판이 일자 해명에 나섰지만, 논란은 쉽게 사그라질 기미가 없다. 그는 '비유와 반어'를 표현하는 식으로 말했다지만 설득력을 얻기는 힘들어 보인다. 그의 해명을 다시 들어보자. "박근혜 대통령을 두둔하거나 비호하려고 했던 말씀은 아닙니다."라고 했지만,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그의 해명에 고개를 끄떡일까 싶다.


그는 앞서, 지난 6일 서울 강북구 꿈의숲 아트센터에서 언급한 대연정 발언도 논란을 키웠다. 그의 발언을 들어보자.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당연히 민주당의 지도부와 상의를 해서 의회의 다수파와 과반을 어떻게 형성할 것인지를 상의할 것입니다. (새누리당도 파트너가 될 수 있다. 맞아요?) 의회의 지도부는 누구든 우리가 공통의 국가의 과제와 개혁의 과제에 합의한다면 구성할 수 있습니다."


이 발언 역시 논란이 일자 해명에 나섰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이 제안했던 미완의 역사를 완성하겠다고 말씀드렸고 그 미완의 역사는 의회의 다수파와 행정부가 협치를 하는 역사"라면서, "밑도 끝도 없이 지금 새누리당과 뭐 하자는 것이냐라고 공격하는 것은 제가 말한 취지와 다르다"며 반박했다.


중도층 지지 넓히려다, 오히려 전체 지지율 떨어질 수도 있음을 경계해야


나의 주장은 간단명료하다. "그의 발언이 가벼움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어서다. 더 나아가 중도층의 지지를 얻으려는 계산된 발언이라면 문제는 간단치가 않다. 정치인의 말 한 마디는 많은 해석을 낳는다. 본인이 말한 내용의 순수한 취지는 온 데 간 데 없어지기 일쑤다. 내뱉는 단어 한 마디에도 해석은 제각각으로, 국민 모두 생각이 같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발언을 자제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 하나 강조하고 싶은 것은 정치인의 발언이 논란을 일으키면, 해명하는 과정에서 모호한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 이를테면, "본뜻은 그런 것이 아니라 왜곡됐다"라든지, "그런 취지로 말한 것은 아니다"라고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해명을 내놓기에 앞서, 처음부터 신중한 발언으로 국민에게 다가설 수는 없는 것일까.


안희정 지사는 여론의 지지율에 있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한 자릿수 지지율을 보였던 그다. 충청남도 지사 재선의 성공과 도지사 직무를 무난하게 수행했다는 평을 받는 것도 지지를 올리는 한 요인이었다. 여기에다 참신한 이미지를 가진 그의 매력에 많은 사람들은 지지를 보냈을 것이다. 


하늘이 내려준 복도 그가 만난 행운이었다. 같은 충청지역 출신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출마 포기로 그는 충청지역의 표심을 넓혀 나간다. 그로서는 천만 우군을 얻은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며칠 사이, 몇 주 사이, 지지율은 급등한다. 한 자릿수는 두 자릿수로 올랐고, 마의 20%대를 넘어섰다. 어떤 여론조사 기관에서는 22%에 이르기까지 했다. 그가 고무될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했다.


정치인은 여론을 먹고 산다. 아니, 다수의 국민 여론을 무시하는 것은 정치인의 도리가 아니다. 그럼에도 원칙이 있다. 지지를 더 받거나, 표심을 더 얻으려고, 아무 말이나 해서는 안 된다. 각종 선거의 투표에서 '중도층'은 늘 존재하고 그 범위도 꽤 넓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원칙을 버린다면, 오히려 자신이 속한 지지층의 여론을 잃을 수도 있다.


나는 노무현을 지지했고 사랑했다.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 중에서도 가장 서민적인 모습으로 국민에게 다가왔다. 그런 노무현에게도 나는 배신감을 느꼈다. 2005년 노무현은 원고지 60장 분량의 글로 당시 한나라당에게 '대연정'을 제안했다. '지역구도 등 정치구조 개혁을 위한 제언, 당원동지 여러분께 드리는 글'이라는 제목의 글을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리면서 여론은 들끓었다. 제안을 받은 한나라당도 반대했고, 노무현이 속한 당도, 지지하는 국민들도, 반대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히틀러도, 이완용도 애초에는 '순수한 취지'였을까


결국 실패로 돌아간 한나라당과의 '대연정'. 나는 이때 노무현의 지지를 거두었다. 원고지 60장 분량의 글에서 노무현의 순수함과 진솔함이 있었을 것이다. 지역구도 타파와 정치구조 개혁을 위한 순수한 열정으로, 부산에서 몇 번의 선거에 떨어지면서까지, 선거에 나선 노무현의 진심도 모르는 바는 아니리라. 그렇지만 결과론적으로 실패로 돌아가는 정책을 '순한 의지' 하나 만으로 밀어붙여서는 될 일이 아니지 않은가.


그의 말대로 두 사례를 두고 비유코자 한다. 히틀러는 전쟁을 일으켜 수 백 만의 목숨을 잃게 한 전쟁 범죄자다. 36년 일제치하에서 백성을 고통에 시달리게 한 이완용은 나라를 팔아먹은 매국노다. 안희정이 말한 '순수한 취지'에 따라 해석하면, 전쟁범죄자나 매국노도 애초에는 '선한 의지'로 국민을 선동하고 설득했을 것이다. 하지만 히틀러도, 이완용도, '선한 취지'는 온 데 간 데 없어지고 시작과 끝은 너무나도 다른 비극을 낳고 말았다. 이명박의 4대강도, 박근혜의 재단 설립 등의 문제도 결과는 예산낭비, 이권 챙기기 등 국민 여론을 갈라 놓고 부패와 비리로 연결되는 결과를 만들었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히틀러도, 이완용도 그렇고 이명박도, 박근혜도 애초의 취지와는 달리 나쁜 결과에 도달했다는 것. 즉, 안희정이 말한 현재 시점에서 볼 때, 그들이 행한 '선한 취지'는 없다고 봐야 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럼에도 그런 발언을 하는 배경에는 숨은 의도가 담겨 있다고 봐야하지 않을까. 이미 나쁜 결론에 이르게 한 위정자들이 행한 '선한 취지' 발언은 국민의 정서와도 동떨어진 인식이 아닐 수 없다. 


대통령의 길, 국민의 뜻 제대로 알아야


어느 방송에서 인터뷰한 안희정의 말을 듣고 있자니 울화통이 터진다. 국민을 가르치려하는 그의 태도부터 궤변에 찬 그의 말은 국민을 바보로 생각하지 않는다면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목적지가 다른 차를 탔다면, 한 정거장을 더 가기 전에 내려, 바로 가는 차를 타야 한다. 사실과도 다르고, 국민 정서와도 다른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다면, 구차한 변명보다는 조금이라도 빨리 그 발언을 철회하는 것이 옳다. 그것이야말로 국민의 정서를 제대로 파악하는 참된 정치인이 아닐까. 국민은 어리석지 않음을 알아야 한다.


노무현은 대통령이 되기까지 원칙의 길을 걸었다. 표를 얻으려 꼼수를 부리지도 않았다. 진정성을 느낀 국민은 노무현을 대통령 자리에 앉혔다.


박근혜 탄핵 국면을 맞아 5월 선거가 현실화되고 있다. 여권과 야권 동시에 분열한 상황에서 국민을 위해 대통령을 해 보겠다는 정치인이 넘쳐난다. 국민의 마음을 진정으로 헤아리는 정치인이 다음 대통령에 당선되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떨어지더라고 '국민의 뜻'을 정확하게 알고 정정당당하게 국민의 심판을 받는 것이 올곧은 정치인의 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