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찾기] 눈앞에 있는 것도 발 앞에 놓인 것도 보고 느끼지 못하는 어리석음, 매일 마음에 낀 먼지를 쓸어라
/이 한 장의 사진/죽풍원의 행복찾기프로젝트/영월 법흥사 적멸보궁 오르는 길
영월 법흥사 적멸보궁 오르는 길. 스님은 매일같이 이 길을 쓸고 있다.
<108산사순례> 44번째 여행을 끝으로 1년이 넘도록 집을 떠나지 못했다. 게을러서였는지, 핑계거리가 있었는지, 불자로서 수행은 엉망이 돼 버렸다. 그래서 개나리봇짐(괴나리봇짐) 하나 걸쳐 매고 길을 떠났다.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신 5대 적멸보궁 중 하나인 강원도 정선 정암사와 영월 법흥사를 거쳐 4대 관음기도 도량인 서해 최북단 강화군 석모도 보문사로 부처님을 뵈러 떠난다. 기억나는 대로, 생각나는 대로 기록을 남긴다. 나만의 기록을 남기기 위해서다. -1-
참으로 오랜만에 떠나는 여행.
지난 해 <108산사 순례> 44번째를 끝으로 한 동안 뜸했던 사찰여행은 1년 넘도록 이어지지 않았다.
게을러서일까, 이런저런 핑계 때문이었을까.
다시 시작한 108산사 순례는 출가하는 심정으로 2박 3일간 봇짐 하나 걸친 채 길을 떠났다.
산골 오지 강원도로, 서해 최북단 강화도로, 어디를 가든 떠나는 마음은 똑 같다.
무엇을 얻을 것인가 보다, 무엇을 놓아야할지를 묻는 깨달음의 발걸음이다.
숙제가 풀리지 않는다면 부처님께 물어보리라는 생각이었다.
답은 멀리 있지 않다.
내 눈앞에 있는 것도 보지 못하고, 내 발 앞에 놓여있음에도 눈치 채지 못한다.
어리석은 사람은 멀리서 답을 찾으려고 애쓴다.
내가 꼭 그 꼴을 하고 말았다.
그래도 멀리서나마 무엇을 찾았다면 그것만으로도 행복이다.
영월 법흥사 적멸보궁을 오르는 길.
하늘 높이 선 소나무 숲 사이로 시멘트 길이 나 있다.
산 속에서 인공으로 만들어진 포장도로는 자연과 그리 어울리지 않는다.
다시 돌계단이 나타난다.
이제 자연의 품에 안긴 느낌이다.
길은 정갈하다.
스님은 매일 이 길을 쓸고 있다.
똥이 있어 냄새나고 더럽지도 아니하건만, 매일 같이 땅을 쓸고 닦는 이유는 무엇일까.
얼마나 쓸었는지, 땅바닥엔 비질을 한 흔적이 고스란히 남았다.
집에서도 찾을 수 있는 것을 산골 오지 먼 곳, 영월까지 가서 그 흔적을 보았고 느낌을 얻어 돌아왔다.
매일 같이 마음에 낀 때를 쓸어야 함이라.
재가 불자라도 수행은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 것 아니겠는가.
영월 법흥사 오르는 길. 이 길을 얼마나 쓸고 닦았는지 세월의 깊이를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