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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찾기프로젝트

[행복찾기] 종일 비가 내리는 날, 이런 생각 저런 생각에 잠겨 보는 것도 작은 행복이 아닐까/아들에게 검정 고무신을 사다 주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죽풍원의 행복찾기프로젝트

 

[행복찾기] 종일 비가 내리는 날, 이런 생각 저런 생각에 잠겨 보는 것도 작은 행복이 아닐까

/아들에게 검정 고무신을 사다 주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죽풍원의 행복찾기프로젝트

 

검정 고무신.

 

지난 주 며칠은 19호 태풍 솔릭으로 나라 전역이 비상상태였다.

당초 중부내륙으로 관통한다던 솔릭은 서해안으로 꺾어 북상하다 서울을 거쳐 동해안으로 빠져 나가면서 흔적이 사라졌다.

태풍 솔릭이 함양 지역 북위선까지 오기 전까지는 함양도 비상지역에서 예외는 아니었다.

그런데 기다리고 기다리던(?) 솔릭은 오지 않고 태풍을 그냥 보내야만 했다.

강우량도 지리산 일부 지역만 200mm 넘는 비를 뿌렸을 뿐, 내가 사는 동네는 태풍이 지나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평온했다.

 

뒤늦은 태풍의 영향인지, 일요일인 26일에는 하루 종일 비가 내렸다.

가는 빗줄기가 한참이나 이어지다가, 굵은 빗줄기가 땅을 파 헤집을 정도로 쏟아 내린다.

창문에 부딪치는 빗소리로 인해 나는 밖으로 관심을 돌린다.

 

창문 밖 데크에는 검정 고무신 한 켤레가 다소곳한 모습으로 놓여있다.

어릴 적 아버지가 재래시장에 나가 사다 주신 그 고무신과 똑 같이 닮은 신발이다.

새 고무신은 내게 있어 큰 자랑거리였다.

못 먹고 못 살던 시절, 헌 고무신을 버리고 새 고무신을 가진다는 것은 큰 행복이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나는 아들에게 운동화든 고무신이든 신발 한 켤레 사 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직장생활 한다는 핑계로 저들이 스스로 알아서 잘 해 주기를 바랐을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나는 아들에게 별로 다정한 아버지가 아니었다는 생각이다.

그래도 아들은 보통의 부자지간의 관계를 넘어 아버지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려 하고, 가깝게 지내려 하는 것이 그저 고마울 뿐이다.

 

다음 주 토요일, 아들이 아파트를 사서 집들이를 한다는데 그때 검정 고무신 한 켤레를 사서 아들에게 주고 싶은 생각이다.

그나저나 요즘 고무신을 어디서 파는지 그것부터 알아봐야겠다.

검정 고무신을 아들에게 내밀면 아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무슨 답을 해야 할지도 생각해 볼 일이다.

종일 비가 내리는 날, 이런 생각, 저런 생각에 잠겨 잔머리를 굴려 보는 것도 작은 행복이 아닐까 싶다.

 

 

 

 

[행복찾기] 종일 비가 내리는 날, 이런 생각 저런 생각에 잠겨 보는 것도 작은 행복이 아닐까

/아들에게 검정 고무신을 사다 주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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