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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친구의 신년인사, 사는 게 다 그런 거지 뭐


친구의 신년인사, 사는 게 다 그런 거지 뭐



1월 3일 오전, 사무실로 한 통의 엽서가 왔다. 울산 현대중공업에 근무하는 초등학교친구로부터. 친구는 거제도에 나서 고등학교까지 졸업하고 곧장 울산으로 가서 객지 생활을 시작한 후, 지금까지 울산에 살고 있다.

엽서 겉봉엔 2011. 12. 28일자 우체국 동그라미 소인이 찍힌 우편엽서인데, '₩270='이라고 표기돼 있다. 아마도 배달요금이 270원이라는 것이리라. 옛적에는 편지나 엽서에 우표를 붙였는데, 요즘은 우표도 붙이지 않고 이렇게 보내는 모양이다. 그러다 보니 우표 수집하는 취미도 없어진지 오래다. 봉투를 뜯어보니 의례적인 인사말이 두 줄로 쓰여 있다.

"밝아오는 새해에는 풍성한 기쁨으로,
뜻하신바 모든 일들이 성취되시길 기원합니다."

답장을 보내야 하는데, 똑 같은 엽서로 보내려니 귀찮다. 엽서도 사야하고, 우체국까지 가야하고, 바쁜 현대인(?)에겐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다. 문자로 답장 인사를 하려니, 친구의 전화번호가 입력돼 있지 않다. 하는 수 없어 다른 친구에게 엽서를 보낸 친구의 번호를 알아보려 문자를 보냈다. 몇 글자의 새해 인사와 함께. 그러고 보니 이 친구한테도 친구번호를 알려고 문자를 날리지 않았으면, 새해 인사도 그를 뻔 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인생사는 게 빡빡하다는 느낌이다.

"뭐, 이리 살아 뭐 할까?"

엽서를 보낸 친구는 작년에 아들 장가를 보냈다. 그런데 직접 가서 축하를 해 줬어야 함에도, 바쁘다는 핑계로 울산까지 가지도 못하고, 가는 친구에게 축의금만 달랑 붙여 보냈다. 그 뒤 전화를 해 미안하다는 마음을 전달했지만, 그래도 마음 한 구석 찜찜함이 남아있다.

울산 친구가 내 폰에 자기 전화번호가 입력돼 있지 않다는 것을 알면, 무척 섭섭하리라는 생각이다. 다른 친구로부터 엽서를 보낸 친구의 번호를 알아 입력을 끝냈다. 그리고 나 또한 의례적인 인사말로 새해 인사를 보냈다.

"친구야! 새해 안부인사 엽서 잘 받았어. 작년에 아들 결혼식에 못 가봐서 미안해. 아들내외는 잘 살고 있겠지. 어찌 손자는 언제 태어 날건지 궁금하네. 설날이 얼마 남지 않았네. 고향 오거든 얼굴이나 보면서, 오랜만에 소주나 한잔 하자꾸나. 그때까지 건강하게 잘 지내기 바라네. 새해에는 항상 건강하고 가정에 행운이 가득 하기를 비네."

그러고 보니 최소한의 예의다 싶어 20원짜리 간단한 문자가 아닌, 200원짜리 장문의 문자를 보냈다는 게 다행이다. 그런데 가만히 계산을 해 보니 친구는 엽서 한 통 보내는데, 몇 천원이 들었다는 생각이다. 엽서 500원에 우편료 270을 더하면 770원이고, 거기에다 엽서 사고, 우체국까지 가는 경비까지 계산한다면.

문자를 보내고 생각에 잠겼다.

"사는 게 다 그런 거지 뭐."라고, 스스로 위안하며 살 뿐이라고.



친구의 신년인사, 사는 게 다 그런거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