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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고향거제도/거제11대명산

거제여행, 추위에 파르르 떠는 붉은 진달래... 뭐가 급했을까(산방산)


거제여행, 추위에 파르르 떠는 붉은 진달래... 뭐가 급했을까(산방산)
[거제 11대 명산 이야기 ③]거제 산방산(507.2m)

거제여행, 거제 서쪽에 위치한 거제 11대 명산 중 여섯 번째 높이인 산방산(507.2m)

거제여행, 추위에 떠는 붉은 진달래... 뭐가 급했을까

푸른 바다를 감상하려면 해면이 접해 있는 바닷가보다는, 높은 위치에서 보는 것이 진한 쪽빛을 볼 수 있어 좋다.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 거제도. 겨울에서 봄으로 이어지는 지금 이 시기의 거제바다는 일년 중 제일 진한 푸른색을 띠고 있다. 지난 24일(토) 간담이 서늘해질 정도의 푸른색을 띤 바다를 보러 산위로 올랐다. 높은 곳에서 보는 바다색은 더욱 푸르다. 또 올망졸망한 섬은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 준다.

지난 셋째 주부터 거제 11대 명산을 같이 탐방하기로 한 후배는 이날 배신(?)으로 혼자 산행 길에 올랐다. 사정이 있다는 후배의 문자에 동행하지 못하고 혼자서 나서기로 한 것. 점심도 준비하지 않고 카메라만 챙겨 목적지인 산방산 들머리인 거제 둔덕면으로 향했다.

거제 11대 명산 중 여섯 번째 높이의 산방산(507.2m)은 거제도 서남쪽인 거제시 둔덕면에 위치해 있다. 이 산은 서쪽으로 고려 의종왕이 거처했던 우두봉과 마주하고 있으며, 산 입구에는 청마 유치환 시인의 생가가 있고, 산골짜기 깊은 곳에 보현사가 자리하고 있다. 기암괴석 일만 이천 봉은 금강산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거제여행, 산방마을에서 임도를 따라 오르면, 정상부 문턱에서 볼 수 있는 산방산 전경. 작은 금강산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암벽과 기암괴석이 아름답고, 능선이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고 있다.

금강산 기암 봉우리에 비교할 정도는 아니지만, 이 산 정상부에는 암석으로 된 세 개의 봉우리가 형제처럼 다정스런 모습으로 솟아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암석은 능선을 따라 산 중간까지 이어져 내려오면서 작은 봉우리를 만들어 한 폭의 동양화 같은 풍경이다.

푸른 해송으로 감싸인 숲은 거제의 명산답게 품위가 있다. 또 봄이면 진달래와 철쭉이 흐드러지게 펴 많은 여행자를 손짓하게 하는 아름다운 산이 바로 거제 산방산이다.


올해로 열일곱 번째 맞이하는 '산방산 삼월삼짇날 축제'

거제여행, 쪽빛바다.

들머리엔 차량과 사람들로 혼잡하다. 궁금해서 물어보니 이날 산중턱에서 축제가 열린다고 한다. 올 해로 열일곱 번째 맞이하는 '산방산 삼월삼짇날 축제'. 산 중턱까지는 임도가 잘 닦여 있어 차를 타고 갈 수는 있지만, 차는 버리고 지나가는 차량에 동승하여 편하게 올라 갈 수 있었다. 축제장답게 농악소리가 산중 메아리로 능선을 타고 계곡물 흐르듯 깊은 곳으로 빠져들게 하고 있다.

이 행사의 내력을 알아보니 참 재미가 있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지금에야, 어느 사내인들 동네 사람 눈을 피해 산중에서 참꽃 따다 아리따운 아가씨께 귀걸이 만들어주며 사랑놀이를 할까. 하지만, 옛날이라고도 말 할 수 없는 반세기 전만 하더라도, 어른들 눈을 피해 깊은 산속으로 사랑놀이 도피를 했다는 것.

겨울을 이겨내고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면, 식물만이 아니라 사람도 이성 간 본능이 남녀간 사랑을 꽃피우게 했던 것은 당연한 일. 삼월삼짇날(음력 3월 3일)이면 참꽃을 따고, 산나물을 채취하는 이런 풍속이 전해져 왔다고 한다.


거제여행. 산방산 산행에서 우연히 공짜 공연을 보게 됐는데, 북소리에 흥분을 멈출 수가 없었다. 이날 제17회 산방산 삼월삼짇날 축제가 산방산 문턱에서 열렸다.
 
산 중턱에서 펼쳐지는 전통문화행사는 내게 뜻 깊은 감명으로 다가온다. 사물놀이와 모듬북 공연에 이어 탈춤공연까지. 북치는 사람이야 북을 쳐서 흥이 난다지만, 북소리를 듣는 사람도 흥분되는 건 마찬가지.

전쟁터에서 북과 징을 왜 치는지 북소리를 들으며 알 수 있을 터.  산행에 나섰다가 우연히 보게 된 공짜 공연에 한 시간을 넘도록 넋을 잃은 채 흥분에 빠져 있었다.


거제여행. 산방산에 세워진 이정표. 보현사 1.8km, 정인사 1.2km이며, 거제면 옥산마을까지는 종주코스로 6.5km의 거리다.

구경에만 흠뻑 젖어 있을 수가 없다. 발걸음을 옮겨 정상으로 향한다. 무리의 등산객들은 벌써 하산 길로 접어드는데, 정상으로 오르는 내게는 부담이 느껴진다. 해발 507미터 높이지만 산은 산이라 급경사가 이어진다. 오래전, 지리산 중산리 코스로 천왕봉에 오르던 그때, 그 기억을 되살려 놓는다. 당시 가파른 언덕은 불과 세 걸음을 옮겨 놓지 못하게 만들었다. 섬이 거제도 낮은 산이라지만, 가파른 경사는 천왕봉 오를 그때의 시간으로 기억을 갖다 놓게 만든다.

산은 오르는데 기쁨이 있다. 그 기쁨 최고의 절정은 두 말할 것도 없이 정상에 다다랐을 때가 아니던가. 찬 바람이 귓가를 때지리만, 가슴은 시원하다. 푸른 바다는 정말, 진한 푸른 모습으로 내게 인사하고 있다. 쪽빛바다다.

산방산 정상에서 거제 11대 명산 한 눈에 들어와

거제도여행. 산방산 정상에서 바라 본 계룡산(왼쪽 높은 산)과 옥녀봉(중간 오른쪽 뾰족한 봉우리).

산방산 정상에서도 거제 11대 명산이 거의 한 눈에 들어온다. 멀리 거제의 주봉인 계룡산을 비롯하여 하늘과 하늘을 연결 짓는 거제의 산맥이 능선을 이루고 있다. 산방산은 통영 쪽과도 인접해 있어 한산도를 비롯해 다도해가 한 눈에 들어온다.

비행기를 타지 않고서는, 높은 산에 오르지 않고서는, 감히 볼 수 없는 아름다운 풍경이다. '왜 산에 오르냐'고 물으니 '산이 있어 오른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런데 내게 '왜 산에 오르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푸른 바다와 섬을 보려고'라며 답을 할 것만 같다
.


거제도여행. 푸른 하늘이 봄바람에 윙윙거리며 울고 있다.

정상에 도착한 시간은 열 두시가 넘은 시간. 아침도 걸렀고 허기도 질 것 같기도 하건만, 점심도 준비해 오지 않은 탓에 배고픔의 느낌도 없다. 하산길은 거제면 내간 마을 방향으로 남은 거리는 6.5km. 빨리 걸어도 두 시간은 더 가야만 한다. 미련은 등 뒤로 부는 세찬 바람에 함께 날려버리고 하산 길로 접어들었다.

바람은 잎사귀 없는 빈 가지를 이리저리 흔들어 놓고 있다. 윙~윙. 하늘이 우는소리에 나뭇가지는 놀라 줄달음을 치지만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고 만다. 2주 전 북병산에서 봤던 그 얼레지도 이곳에 지천으로 피어 있지만, 아직도 꽃망울은 보여주지 않고 있다. 경사진 언덕길 철 계단은 발걸음을 조심스럽게 옮게 놓게 만든다.

거제여행. 왼쪽으로 가면 둔덕면으로 가는 길이고, 바른쪽으로 가면 거제면 내간리 능선으로 이어진다.

갈림길이 나오는데, 아무런 방향 표시가 없다. 삼거리 길이다. 어릴 적 산길을 찾아 헤맬때, 어느 길을 가야할지 침을 티겨 선택한 기억이 떠오르지만, 그럴 수는 없는 일. 왼쪽은 아래로 경사진 길, 바른 길은 능선의 평탄 길이다. 종주해 본 사람이라면 당연히 능선 길을 택했을 것이고, 나 또한 이 길을 선택했다는 것이 산행을 마치고 옳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걸은 시간은 4시간 정도 총 산행 거리는 10.1km


거제여행. 봄바람 부는날, 만삭둥이 진달래 빨간 속옷을 보고야 말았다.

진달래가 빨간 옷을 자랑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 모습이다. 그런데 아직 여물지 않은 때 이른 팔삭둥이 진달래가 세상을 보러 나왔다. 작은 꽃잎과 꽃술은 왠지 안타까운 마음이 인다. 추위에 파르르 떨고 있는 붉은 진달래 한 송이. 무엇이 그리 급해 벌써 꽃망울을 틔웠다.

능선을 타고 내린 끝에 임도가 나온다. 정상에서 약 40여 분. 편안한 임도를 따라걷다, 다시 돌아 능선 길을 탔다. 오르막과 내리막 그리고 평지가 이어지는 작은 봉우리를 몇 개 넘었다. 다시 한 시간을 넘게 걸었다. 그리고 마지막 임도에서 편안하게 1.5km 임도를 따라 걸었다. 거제면 내간리에 다다랐다. 산방산 중턱까지 차를 타고 오른 시간을 제외하면 걸은 시간은 4시간 정도 총 산행거리는 10.1km. 혼자만의 멋진 산행, 거제 11대 명산 세 번째 산행이었다.

 

거제여행. 이날 산행한 산방산 등산코스(붉은 선).

산행코스

산방마을-산중턱임도 공터(3.1km)-정상(0.5km)-거제면 옥산마을(6.5km) = 총 10.1km.

거제여행, 추위에 파르르 떠는 붉은 진달래... 뭐가 급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