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여행] 진달래 꽃 잔치에서 본 '거가대교'의 위용(거제 대금산)
거가대교. 거제 대금산 정상에서 본 거가대교. 거가대교는 2010년 12월 개통한 거제와 부산을 잇는 총 8.2km의 다리로서 국내 최초로 침매터널 방식으로 건설됐다.
[거제여행] 진달래 꽃 잔치에서 본 '거가대교'의 위용(거제 대금산)
[거제 11대 명산 이야기 ④] 거제 대금산(437.5m)
봄꽃을 대표하는 벚꽃과 진달래. 웬만한 도로변에는 벚꽃이 하늘을 가리고, 진달래는 온 산야를 물들이고 있다. 화려한 꽃 잔치에 사람들도 덩달아 춤춘다. 봄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는 지난 휴일(8일). 거제 대금산 진달래 군락지에 피어난 진달래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산행에 나섰다. 거제 11대 명산 이야기 중 네 번째로 나서는 대금산 산행이다.
들머리인 연초면 명동마을 고개로 들어서자 2차선 도로는 양쪽으로 승용차와 대형차가 빽빽이 주차를 하고 있다. 순간 '골치 아프게 생겼네'라는 직감이 떠오른다. 아니나 다를까, 언덕진 고개를 보니 대형버스가 후진으로 경사진 길을 내려온다. 차를 돌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가던 길을 돌아 멀찌감치 주차를 하고 도로를 따라 한참이나 걸어서야 들머리에 들 수 있었다.
거제 대금산 진달래 군락지.
거제도 북단에 위치한 대금산(437.5m). 대금산은 장목면 대금리와 연초면 명동마을을 감싸고 있다. 신라 때는 쇠를 생산했던 곳이라 하여 대금(大金)산이라 하였으며, 산세가 순하고 비단 폭 같은 진달래가 온 산을 뒤덮고 있어, '크게 비단을 두른 산'이라 하여 대금(大錦)산이라고도 한다.
이 산 중봉에는 조선조 말기 축성한 성이 있어 군량을 저장하여 남해안의 각 진에 공급하였다고 전한다. 약수터와 기우제를 올린 제단도 있는데, 칠석날과 보름에는 목욕을 하고 제를 지냈다고 한다. 날씨가 맑은 날 정상에 오르면 멀리 대마도가 한눈에 들어오고, 부산, 마산, 그리고 진해 시가지가 눈앞에 펼쳐져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거제 대금산 정상부에서 바라 본 거제시 동부면 학동에 위치한 노자산(오른쪽 맨 뒤 희미한 산 꼭대기 부분).
거제 대금산 진달래 축제는 산행 하루 앞선 지난 7일 단 하루 동안 열렸으나, 많은 인파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아직 점심시간도 되지 않은 시간이지만, 기분도 풀 겸 축제장 부스에서 메밀묵과 막걸리 한 사발을 들이켰다. 푸른색을 띠 가는 나뭇잎과 붉은 진달래를 바라보며 한 잔 들이키는 막걸리 맛이 왜 이렇게도 맛이 있는지. 얼마의 시간이 흐른 뒤, 그럴싸한 기분을 뒤로 하고 본격 산행 길로 접어들었다.
지난 8일 휴일을 맞아 거제 대금산에 몰려든 등산객. 이날 줄잡아 2만 여명의 인파가 대금산에 몰렸다는 관측이다.
예년 같으면 진달래 붉은 빛이 온 산을 뒤덮을 시기지만, 개화율은 반 정도 밖에 피지 않았다는 느낌이다. 아마도 이번 주말(14일)이 돼야만 만개할 것 같만 같다. 사람 셋이 팔짱을 끼고 한꺼번에 걸어도 넓적한 산길은 사람들로 북새통이다. 열을 지어 군대 행렬을 한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모습이다.
5월 지리산 바래봉 철쭉제나 설악산 단풍 맞이 산행 길에서 사람에 밀려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는 이야기는 들어 봤어도, 거제 대금산에서 이런 광경을 볼 줄이야. 이날 줄잡아 모인 인파는 2만 명은 족히 넘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 앞 사람과 한 치의 틈도 없이 사람에게 밀려 정상을 오르는데 일행의 이야기는 내 귀를 파고든다.
지난 8일 거제도 대금산에 몰려든 등산객. 줄을 서야만 겨우 사람에 밀려 정상으로 향할 수 있었다.
"야~. 왜 이렇게 밀리는 거지. 꽃보다 사람이 많아.
"그러네. 정말로 많은 사람들이 몰렸어. 근데, 봐봐. 저기 저 다리가 뭐야?"
"저 다리 몰라? 아직 안 가봤어? 저 다리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만든 바다속 터널로 유명한 '거가대교'잖아."
"말로만 들었는데, 정말로 굉장하네."
정상이 가까워지자 푸른 바다와 하늘이 맞닿아 있다. 그 사이로는 섬과 섬을 잇고 바다 속으로 이어지는 거가대교가 한 눈에 들어온다. 거제도 땅인 본섬과 저도를 거쳐 부산 땅인 중죽도를 지나 바다 속으로 진입한 후 가덕도로 이어지는 8.2km의 거가대교. 2010년 12월 개통한 거가대교로 거제와 부산을 오가는 여행자는 한결 수월해졌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일이 돼 버렸다.
대구 삼영초등학교 20회 동창들이 이날 거제 대금산을 찾았다가, 나머지 일행은 먼저 하산하고 운좋게(?) 기념사진을 찍어 기록으로 남겼다.
들머리에서 1.6km를 걸어 정상에 도착했지만, 정상 주변부에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몰려 있다. 푸른바다를 배경으로 '대금산' 표지석 사진을 찍으려니 도무지 엄두가 나지 않는다. 기념사진을 먼저 찍으려는 아우성은 한 동안 계속되고 있다. 어디서 날아왔는지 갑자기 헬기 한 대가 정상 주변으로 아주 가까이 낮게 날고 있다. 방송국 헬기가 휴일 행락철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줄 알고, 사람들은 손을 흔들며 환호하고 있다.
지난 8일 휴일을 맞아 거제 대금산 산행에 나선 50대 등산객이 넘어져 머리를 다쳐, 119 헬기로 긴급 후송되고 있다.
정상 주변을 몇 번 선회한 헬기는 바로 옆 시루봉 위쪽 하늘에 날개만 퍼덕이며 공중에 정지한 채 떠 있다. 잠시 뒤 무엇인가 줄에 매달린 것이 땅으로 내려앉는 모습이다. 헬기를 구경하던 사람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한다.
"어머, 누가 다쳤나봐. 응급구조를 하는 모양이야"
"그래 맞네, 저것 봐. 무엇인가 줄에 달고 다시 올리고 있어."
맞았다. 그 헬기는 행락 철 스케치를 담는 방송국 카메라의 모습이 아니라, 응급구조용 헬기였던 것. 그날 경남지방에서만 산행사고로 3건의 헬기 출동이 있었다는 것을 저녁뉴스를 보고서야 알았다. 행락 철 안전사고는 우리 곁에 항상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그 헬기를 본 사람이라면 많은 것을 느꼈을 터.
거제 대금산 산행에서 만난 야생화 '남산제비꽃'. 꽃말은 '성실', '순진 무궁한 사랑'이라고 한다.
이날 산행은 거제도 남북 종주코스의 한 구간인 대금산~국사봉 코스. 대금산 정상에는 종주코스 이정표가 없어 애를 먹었다. 막다른 길을 한참이나 내려가다, 이상하다 싶어 다시 정상으로 올랐다. 거의 반시간을 허비하고 지인한테 전화로 길을 물은 연후에야 정상코스로 접어 들 수 있었다. 간단한 이정표 하나가 없다는 게 아쉬울 뿐이다.
내리막길을 얼마나 걸었을까 임도가 나온다. 또 다시 갈림길은 나타나는데, 이정표는 없다. 대충 눈짐작으로 길을 가는 수밖에. 산속 길은 잘 닦여 있다. 외국인도 몇 명 지나치는데 간단한 인사는 서로에게 힘을 북돋아 주게 하는 청량제 역할을 해 준다. 땅바닥은 아직 풀이 솟아나 있지 않다. 떨어져 쌓인 솔잎 사이로 하얀 야생화가 웃음 짓는다. 연약한 저 몸에 하얀 꽃을 피워 지나가는 나그네를 붙잡는다. 같이 놀아 달라는 느낌이다.
거제 대금산 산행중에 만난 산악자전거를 타는 외국인들.
오르막길을 올라 고개를 넘어 내리막길이 반복된다. 가도 가도 끝이 없다. 숲길이 너무나도 잘 닦여 있고 아름답기 그지없다. 또 다른 야생화가 군락으로 피어 있다. 푸른 꽃 현호색. 거제도 명산 등산길 주변으로 야생화 보기가 하늘에 별 따기 정도로 어려운 게 현실. 무분별하게 야생화를 채취하는 사람들이 미워진다.
마주하는 곳에 한 무리의 산행 팀이 밀려온다. 밀양에서 왔다는 이 팀은 지도와 나침반으로 들머리를 찾고, 산행에 나선 것. 잠시 뒤, 깜짝 놀란 장면이 나타났다. 그것은 바로 자전거를 탄 일행. 두 명의 외국인이 안전모와 자전거를 타고 좁은 숲길을 자유자재로 운전하며 묘기를 부리듯 지나간다. 인사를 하니 한 손을 들어 흔들어 주는 여유를 부린다. 거의 묘기 수준이다.
숲길을 나오니 환한 웃음을 만발한 봄날 늦은 시간이다. 연초면 명동고개 들머리에서 정상까지 1,6km, 정상에서 옥포고등학교 입구까지 7.2km 등 총 8.8km를 걸은 거제 11대 명산 여행 네 번째 대금산 산행이었다.
산행지도. 거제시 연초면 명동고개에서 출발 정상까지 1.6km, 옥포동 옥포고등학교 입구까지 7.2km 등 총 8.8km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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