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산사순례 23] 울주 가지산 석남사에서 108배로 23번째 염주 알을 꿰었다/사찰여행/울주여행/울주 가볼만한 곳

 

 

[108산사순례 23] 울주 가지산 석남사에서 108배로 23번째 염주 알을 꿰었다/사찰여행/울주여행/울주 가볼만한 곳

 

500년 전 옮겨 왔다는 큰 나무그릇, 용도는?

<108산사순례 23> 울주 가지산 석남사

 

어두컴컴한 숲속 길, 적막감이 감돈다. 앞뒤를 둘러봐도 사람을 볼 수 없다. 새벽녘에 찾아 온 이유 때문일까. 아니면 요즘 창궐하는 전염병인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의 여파일까. 막다른 길목에 갇혀 버린 공포심. 군 생활 야간훈련 시 홀로 공동묘지에서 체험했던 그 공포심이 되살아나는 느낌이다. 아늑하고 포근한 숲길을 걷는데도 즐거움보다는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은 왜일까. 유월의 둘째 주말 아침(13일). 일찍 찾은 울주 가지산 석남사로 들어가는 길에 느낀 공포심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그 답은 나 자신이 만들어낸 가공의 '마음'인 것을 오래가지 않아서야 알았다.

 

사찰에는 국보나 보물 등 많은 문화재가 있어 여행지로서는 제격이다. 또한 명산을 오르는 길목에 있으니 등산객들이 산을 오르내리면서 절을 찾는 것도 흔한 일이다. 그래서일까, 종교를 불문하고 사람들이 즐겨 찾는 여행지가 사찰이라는 것에는 특별한 의의가 없을 것만 같다.

 

 

울산광역시 울주군 가지산 동쪽에 자리한 석남사. 대한불교조계종 제15교구 본사인 통도사의 말사다. 헌덕왕 16년(824) 우리나라에 최초로 선을 도입한 도의선사가 호국기도도량으로 창건한 선찰이다. 불자들에게는 국내외 가장 큰 규모의 비구니 종립특별선원으로 널리 알려졌다. 석남사는 창건이후 여러 차례 중건중수를 거듭했고, 임진왜란 때 소실과 한국전쟁으로 폐허가 되면서, 신라고찰의 모습이 파괴되는 아픔을 겪어야만 했다. 그럼에도 아픔은 치유되고, 물길은 돌고 돌아 제 모습을 찾는 것도 자연의 이치. 1957년 비구니 인홍스님이 주지로 부임하면서 사찰의 면모를 새롭게 한다. 이후 비구니 스님들의 수도처로서, 정진하는 곳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지금에 이르고 있다.

 

 

'시냇물을 베개 삼아 잠을 잔다는 누각', 침계루

 

그림은 사람만 그릴까. 계곡에서 흘러내린 물이 아름다운 수채화 한 폭을 그렸다. 가공미가 들어간 인위적인 그림보다는 순수함과 자연미가 한층 넘쳐난다. 한 폭의 그림을 전시하고 있는 반듯한 돌바닥을 내려다보는 침계루. '시냇물을 베개 삼아 잠자는 누각'이란 뜻을 가진 침계루는 계곡을 건너 절의 중심으로 들어가는 언덕에 있는 경우가 많다. 해남 대흥사, 순천 송광사도 계곡을 건넌 곳에 이런 누각이 있다. 침계루는 계곡을 건너야 하기에 다리도 있어야 하는데, 반야교가 그 역할을 하고 있다. 반야교와 침계루, 사람이 짠 구도의 그림이라 할 수 있지만, 자연의 조화로움이 돋보이는 작품이 아닐 수 없다.

 

 

조용한 절간은 침묵이 가득하다. 한 발자국 발걸음을 옮기는 것도 신경이 쓰인다. 대웅전을 중심으로 마당엔 '삼층석가사리탑'이 섰다. 이 탑은 신라 흥덕왕 16년 도의국사가 호국의 염원을 빌며 세운 15층 대탑으로 임진왜란 때 손실됐다. 1973년 삼층탑으로 복원하고 스리랑카 사타티싸 스님이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이 탑 안에 봉안했다고 전해진다. 탑을 중심으로 북쪽에는 대웅전이, 동서로는 강선당과 서래각(종무소)이 절 마당에 안정적으로 배치돼 있다. 

 

 

안정감은 편안함과 여유로움을 유발하는 심신작용으로, 이런 상태에서 한 동안 머물러 있다는 것이, 곧 요새 말로 힐링이 아닐까. 강선당 앞에 작은 기와 조각이 돌 속에 박힌 이유가 궁금하다. 석남사는 공양간이 따로 있지만, 아침공양을 위해 스님들은 강선당에 모여들고, 발우공양을 마친 후 빈 물을 이곳에 버린다고 한다. 게송을 외고, 발우를 펴 공양하고, 나머지 물까지 버리는 이 절차 모두 그 자체가 수행임은 물론이다.

 

 

석남사 대웅전의 역사는 오래되지 않았다. 1974년 인홍스님이 해체하여 복원한 건물로, 정면 3칸, 측면 2칸의 다포형 팔작지붕 형식이다. 정면 계단을 오르는 소맷돌에는 용이 입안에 여의주를 머금고 불법을 호위하는 자태를 나타냈다. 단청은 비단에 수를 놓은 듯 화려하게 칠한 금단청. 법당 안은 석가모니불을 본존으로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이 모셔졌다. 천수경을 읽고 108배를 올렸다. 더운 날씨 탓에 숨이 차고 온 몸에 땀이 베인다. 기도하는 사이사이 잡생각이 일어나지만, 마음을 고쳐 생각을 바꾼다. '어리석음으로부터 벗어나서 깨달음의 경지로 가게 해 달라고'. 알고 보면, 이 기도는 부처님에게 비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 엄한 채찍질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가부좌로 앉아 잠시 묵상에 잠겼다. 혼탁한 사회, 시끄러운 세상, 고통이 가득한 삶, 주변을 둘러봐도 무엇 하나 녹녹함이 없는 세상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진리를 보는 눈이 부족하다. 혼탁하거나, 시끄럽거나, 고통이 가득하거나, 애초부터 이런 것은 없는지도 모른다. 형상이 없는데도, 형상을 보며, 그 형상 속에 갇힌 인간의 모습. 금강경 제5장 '여리실견분'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凡所有相 皆是虛妄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무릇 형상이 있는 모든 것은 허망하니, 모든 형상이 있는 것이 형상(진실상)이 아닌 것을 알게 되면, 곧 여래를 보게 되리라.”

 

어릴 때 밤길을 걷다가 도깨비를 본 적이 있다. 놀라고 궁금함에 아침 일찍 일어나 그 장소에 가 봤더니 도깨비는 온데간데없고 싸리나무 빗자루만 서 있었다. '헛것'을 보았던 것. 보편적인 사람들도 '헛것을 보고 헛것이 아니라'고 마음에 새긴다. 형상이 아닌 것을 알고 여래를 볼 날이 언제쯤이나 다가올까.

 

석남사에서 볼 수 있는 특별한 건축미... 대웅전 지붕위에 앉은 용 조각

 

 

대웅전 서쪽 뒤에 자리한 '도의국사 부도탑'을 보러 가는 길. 아주 오래되고 아담한 마을 골목길 같은 느낌이다. 기왓장으로 마무리한 담장 너머로 겹겹이 쌓인 전각들의 기와지붕. 곡선에서 느끼는 부드러움, 직선이 주는 강렬함, 선과 선을 연결하는 섬세함이 돋보인다. 특별한 모습은 또 있다. 건물 지붕에 있는 장식물로, 대개 사찰의 경우 잡상 등을 놓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석남사 대웅전 지붕에는 용의 장식물을 얹었는데, 용마루 중간에 두 개, 내림마루와 추녀마루 각각 한 개씩이 있다. 흑기와와 청기와가 적절히 혼합된 조화로움도 빼 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산자락에 엷게 낀 안개 속에 묻힌 석남사의 전각들. 이런 풍경이야말로 진정, 아름다운 '한국의 미'가 아닐까. 보물 제369호 '울주 석남사 승탑'은 스님들의 유골을 모시기 위한 돌탑으로 통일신라 말기 승탑 양식을 잘 갖추고 있다.

 

 

절 구석구석을 살펴보면 소소한 구경거리도 있다. 극락전 앞에 있는 삼층석탑은 신라말기에서 고려 초기 만든 탑으로 기단  모서리각을 줄여 둥글게 처리한 것이 특징이다. 대웅전 뒤쪽에는 약 500년 전 간월사에서 옮겨 왔다는 큰 나무그릇이 있다. 옛날 사찰에서 여러 대중스님의 공양을 위해 쌀을 담아 두거나 밥을 퍼 담아 둔 그릇인 '엄나무 구유'다. 종루 앞에 있는 석남사 수조(울산광역시 문화재자료 제4호)는 물을 받아 놓은 물통으로 화강암으로 만들어졌고, 모서리는 안과 밖을 둥글게 다듬어 아름다운 형태를 보여준다. 두 시간을 넘게 절간에 머물렀지만 인기척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조용하다.

 

 

반야교에서 일주문까지 약 700여 미터를 걸으며 세속으로 발길을 옮긴다. 길목마다 나무에 걸어 놓은 좋은 글귀가 잠시 발길을 붙잡는다. <법구경> 말씀을 옮긴다.

 

마음이야말로 만유의 근본

일체는 마음이 지은 바요

마음으로 이루어지나니

마음 가운데 착한 생각 일으켜

선한 말을 하고 바르게 행동하면

행복과 기쁨이 뒤를 따르리라

물체의 그림자가 그 형상을 따르듯이

 

 

마음이 생각을 일으키고, 생각은 행동으로 옮긴다. 첫 단추를 잘 못 끼우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시작이 잘못되면 마지막도 결실을 이루지 못하는 법. 형상이 그림자를 제대로 따르게 하려면, 그림자인 나의 모습이 바른 모습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108산사순례> 그 스물세 번째 기도여행. 울주 가지산 석남사에서 23번 째 염주 알을 꿴 결실로, 23번째 <108산사순례> 그 간 다닌 거리도 5000km를 넘어섰다.

 

『108산사순례 23

 

(1)양산 통도사 → (2)합천 해인사(483.8km) → (3)순천 송광사(367.8km) → (4)경산 선본사 갓바위(448.4km) →  (5)완주 송광사(220. 2km) →  (6)김제 금산사(279.2km)  → (7)여수 향일암(183.4km)  → (8)여수 흥국사(192.3km) → (9)양산 내원사(100.3km) → (10)부산 범어사(126.6km) → (11)구례 연곡사(156.8km) → (12)구례 화엄사(25.1km) → (13)구례 천은사(192.5km) → (14)김천 청암사(204.9km) → (15)김천 직지사(270.7km) → (16)영천 은해사(184.0km) → (17)영천 거조암(220.5km) → (18)보은 법주사(289.1km) → (19)영동 영국사(301.0km)  → (20)영천 수도사(378.6km) → (21)남해 보리암(122.9km)  → (22)고성 옥천사(144.4km) →  (23)울주 석남사(집 → 석남사, 121.6km)

 

☞ 총 누적거리 5,014.1km

 

 

[108산사순례 23] 울주 가지산 석남사에서 108배로 23번째 염주 알을 꿰었다/사찰여행/울주여행/울주 가볼만한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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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광역시 울주군 상북면 | 석남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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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죽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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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jongamk.tistory.com BlogIcon 핑구야 날자 2015.06.19 08:2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108산사순례를 따라 여행하면 좋을 것 같아요

  2. Favicon of https://sjinub15.tistory.com BlogIcon misoyou 2015.06.19 09:3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곳 이네요
    덕분에 잘보고갑니다

  3. Favicon of https://kbank.tistory.com BlogIcon 행복생활 2015.06.19 11: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덕분에 좋은곳 잘 알아 갑니다 ^^

  4. Favicon of https://roki1.tistory.com BlogIcon 로키. 2015.06.19 12:0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울주에도 이런 좋은곳이 있었군여.. 잘보고 갑니다~

  5. Favicon of https://0572.tistory.com BlogIcon 『방쌤』 2015.06.19 13:0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평화로운 모습의 사찰
    좋은 이야기들
    잠시 편안한 마음으로 마주하다 갑니다^^

  6. Favicon of https://dietx.tistory.com BlogIcon 다이어트X 2015.06.19 13:1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잠시 머리를 식힐 수 있겠어요~!

  7. Favicon of https://me2days.tistory.com BlogIcon 프리뷰 2015.06.19 14:0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예전에 몇번 갔던 기억이 나네요.
    오늘도 수고하세요^^*

  8. Favicon of https://su1624.tistory.com BlogIcon 도느로 2015.06.19 14: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죽풍님의 사찰사진 중에 사람없는 포스팅은 이번이 처음인것 같습니다.
    저정도로 사람의 발길이 끊길줄은 몰랐네요.
    말씀대로 고요함보다는 공포로움이 더 큰것처럼 느껴집니다.

  9. Favicon of http://5stin.tistory.com BlogIcon 메리. 2015.06.19 15: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보기만 해도 힐링이 되는군여 ㅎㅎ

  10. Favicon of https://fuente.tistory.com BlogIcon 목요일. 2015.06.19 16:2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공기 좋고 물 맑아보이는 곳이네요

  11. Favicon of https://fkisocial.tistory.com BlogIcon FKI자유광장 2015.06.19 17:0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보기만해도 힐링 되는게 진짜 신기 하네요! ^^;

  12. Favicon of https://gdlsg.tistory.com BlogIcon 도생 2015.06.19 17:1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메르스 영향으로 사찰에도 사람의 방문이 줄어든것 같습니다.
    성불하세요^^

  13. Favicon of https://hanwhablog.com BlogIcon 한화호텔앤드리조트 2015.06.21 23:2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석남사 풍경 좋네요^^

지금껏 세상을 한쪽만 본 것은 아닌지 느낀 사찰여행

‘다리’의 의미는 무엇일까, 석남사 반야교에서 그 해답을 찾다

 

부드러운 곡선의 아름다움을 잘 표현한 한국의 미. 석남사 대웅전을 비롯한 전각의 모습이다. 참으로 아름답기 그지없다.

 

[울주명소] 단청이 아름다운 언양 가지산 석남사 일주문과 전각

/울주 가볼만한 곳/울주여행

 

일상에서 벗어 낯선 곳으로 떠나 새로운 감흥에 젖어들고 싶어 하는 여행. 사람마다 여행이 주는 의미는 각기 다를 것이라는 생각이다. 가고 싶어 하는 곳도 다르고, 무엇을 즐길 것이냐는 것도 다를 것이기에. 그럼에도 사찰여행은 여행지를 선택하는데 있어서 빼 놓을 수 없는 곳 중 하나가 아닐까. 나 역시도 타 지역으로 여행 시 그 주변 유명사찰은 꼭 둘러본다는 사실을 보면 큰 차이는 없을 듯하다. 지난 달 21일. 울산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중 언양에 소재한 석남사로 향했다.

 

석남사 일주문. 일주문은 사찰에 들어서는 산문 가운데 첫 번째 문으로, 기둥이 한 줄로 돼 있는데서 유래한 말이다. 이 문이 선 자리는 속세에서 부처님이 계신 신성한 곳으로 들어가는 경계로 해석된다.

 

일주문이 웅장하다. 일주문은 사찰에 들어서는 산문 가운데 첫 번째 문으로, 기둥이 한 줄로 돼 있는데서 유래한 말이다. 이 문이 선 자리는 속세에서 부처님이 계신 신성한 곳으로 들어가는 경계로 해석된다. 세속의 번뇌를 불법의 청량수로 말끔히 씻고, 진리의 세계로 향하라는 상징적인 가르침이 담겨 있는 문이라 할 수 있다.

 

석남사 일주문 천장의 화려한 단청. 나는 형형색색 이 아름다움을 보러 절을 찾아가고 있다.

  

팔작지붕으로 치미(목조 건물 지붕 용마루 좌우 끝에 장식된 기와)는 용이 여의주를 물고 있다. 동서방향으로부터 다가서는 액운을 물리쳐 버리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는 것만 같다. 고개를 들어 천장을 보니 화려한 단청이 눈을 사로잡는다. 문양도 상하좌우 대칭모습으로 다양한 모양새다. 단청이란 여러 가지 안료를 사용하여 건물의 벽과 기둥, 천장 등에 여러 종류의 그림이나 무늬를 그리는 것을 말한다.

 

목조건물에서 단청은 필수적으로, 목재 표면이 갈라지거나 비, 바람 등으로부터 부식방지와 해충피해도 예방할 수 있다. 흔히 단청이 갖는 의미를 말한다면, ‘일정한 질서와 약속된 언어표현의 예술’이라 칭하기도 한다. 화려한 단청을 보니 단청장의 땀과 노력과 혼을 느낄 수가 있다. 사찰을 여행지로 선택하는 것도 화려한 이 단청을 구경하기 위함도 있다.

 

봄이 석남사 주변을 물들이고 있다.

 

화려한 단청, 조화로운 건축미를 자랑하는 석남사 일주문을 지나다

 

축 늘어진 연두색 나뭇가지가 춤춘다. 잎사귀 사이로 하얀 거품을 낸 계곡물이 흐른다. 덩달아 새도 노래한다. 자연이 연주하는 오케스트라가 온 몸으로 전해오는 느낌이다. 눈길을 돌려보니 다른 여행자는 앞길만 보며 걷는 데만 열중이다. 그런데, 저 여행자도 나와 같은 봄의 향연을 느끼고 있을까 궁금하다. 연두색으로 물든 나무 옆에 분홍빛 꽃이 활짝 폈다. 화려한 모습을 한 겹벚꽃이란다. 겹벚꽃은 벚꽃과는 달리 잎도 크고 꽃도 크며, 여러 겹으로 피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겹벚꽃의 화려한 모습.

 

석남사는 불자들에게 국내외에서 가장 큰 규모의 비구니 종립특별선원으로 알려져 있다. 대한불교조계종 제15교구인 통도사 말사로, 가지산 자락에 위치한다. 그래서 일주문 편액에는 ‘가지산석남사’라고 표기돼 있다. 석남사는 가지산을 석면산이라고 하는데, 이 산의 남쪽에 있다 해서 지어진 이름이라고 전해온다.

 

신라 헌덕왕 16년(824년) 도의국사가 창건했으며, 이후 1674년 선찰선사 등에 중수되는 등 여러 차례 중수를 거쳐 현재에 이르고 있다. 문화재로는 창건 당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석남사 부도(보물 제369호)와 삼층석탑(울산광역시 유형문화제 제5호), 석남사 수조(울산광역시 문화재자료 제4호) 등이 있다.

 

석남사 반야교 아래로 시원한 봄의 물줄기가 흐르고 있다.

 

일주문을 지나 본 법당까지 약 700m를 걸으니 석재로 잘 조각된 다리 하나가 나타난다. 보통사람들이 사는 속세에도 다리가 있고, 수행을 위한 산문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도 다리가 있다. 다리는 바다나 하천을 건너기 위한 교통편의의 목적으로 이용되지만, ‘다리가 주는 진정한 의미는 무엇일까’라는 의문이 인다. 그것도 절에 와서야 왜 이런 화두가 일어날까? 공간사이를 넘어가는 ‘건넘’과 양쪽을 이어주는 ‘연결’을 의미하는 다리. 사람이 생존에 필요한 물질적인 다리가 ‘건넘’의 의미라면,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이어주는 정신세계는 ‘연결’의 의미가 아닐까.

 

석남사 반야교.

 

이미 일주문을 통과했으니 내 몸은 나의 것이 아니라 부처인 셈. 세속의 번뇌에서 깨달음인 진리의 세계로 들어가는 반야교를 지나니, 정면 3칸 측면 2칸짜리 2층 팔작집이 나온다. 계류를 베게삼은 누각이라는 의미의 침계루다. 누각형태가 아님에도 편액이 ‘루’인 것을 보니, 초창기에는 누각형식의 건물로 추정된다. 계곡 옆에 앉아 물소리를 들으며 ‘독야청정’, 그 느낌이 저절로 다가온다.

 

탑을 도는 아이와 어른들, 무엇을 빌고 있을까

 

절 마당 한 가운데 선, 하늘을 찌를 듯 높이 솟은 삼층석탑이 웅장한 모습으로 사찰의 품격을 한층 높여 주는 것만 같다. 두 손 합장으로 탑돌이를 하는 아이와 어른들. 저들은 무엇을 기도하고, 어떤 서원을 가지면서 탑돌이를 할까. 절 뒤편에 위치한 창건당시 건립된 것으로 추정되는, 도의국사 부도에도 아이 셋이 탑돌이를 하고 있다. 몇 바퀴를 돈 아이들은 탑 정면에 서서, 두 손 모아 고개 숙여 기도하고 있다. 한참을 기다려 세 아이에게 물었다.

 

세 아이는 탑돌이를 마치고 탑 앞에 서서 두 손 모아 합장기도 하고 있다. 무슨 소원을 빌고 있을까? 

 

“어디서 왔어요? 두 손 모아 탑돌이를 하고, 제 자리에 서서 무슨 소원을 빌었는지 물어봐도 돼요?”

“...”

 

‘부산에서요’라는 대답 외 더 이상 답을 들을 수는 없었다. 혼자만의 비밀이라는 듯, ‘엄마한테도 말해 줄 수 없어요’라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한참 시간이 흐른 뒤 대웅전 앞마당에서 그 아이를 다시 만났다. 그리고 명랑한 모습으로, 먼저 말문을 터는 아이들.

 

“공부 잘 하게 해 달라고 빌었어요.”

 

그래, 맞지. 어린 아이가 무슨 큰 소원을 빌까 싶었다. 아이는 공부 잘하면 되고, 어른은 돈 잘 벌고 건강하면 될 터. 모두가 고만고만한 소원을 빌며, 그 소원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꿈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 우리네 삶의 모습이라는 생각이다.

 

석남사 대웅전 뒤편에 자리한 엄나무 구유.

 

대웅전 뒤쪽에 ‘엄나무 구유’가 길게 누웠다. 길이 6.3m의 목재 가운데를 움푹 파서 만든 나무그릇인 구유. 약 500년 전 간월사에서 옮겨온 것으로, 옛날 사찰 내 여러 대중스님들이 공양을 지을 때 쌀을 씻어 담아 두거나, 밥을 퍼 담아 두던 그릇이라고 한다. 구유 앞에서 세 모녀가 합장 기도하는 모습이 정겹기만 하다.

 

석남사에는 대웅전을 비롯한 약 30여 동의 전각이 배치돼 있다. 절 마당을 거닐며 자세히 보면 처마곡선이 참으로 아름답고, 각각의 전각마다 연결돼 있다는 느낌이 든다. 이 각도에서 보면 떨어져 있고, 저 각도에서 보면 하나로 연결돼 있다는 것을 보게 된다. 보는 시각에 따라 떨어져 있기도 하고, 연결돼 있음을 느끼게 하는 전각의 배치가 어리석음을 깨우치게 한다.

 

석남사 각각의 전각들이 아름다운 선으로 연결돼 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세상과 사람을 한쪽의 시각에서만 본 것이 아닌지? 다른 방향에서 보면 사물이 달라질 수 있음에도, 꼭 한 방향만 고집하는 것은 아닌지? 나 자신에게 물어 본 석남사 여행이었다.

 

 

 

[울주명소] 단청이 아름다운 언양 가지산 석남사 일주문과 전각/울주 가볼만한 곳/울주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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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죽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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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agapejoseph.tistory.com BlogIcon agapejoseph 2013.05.04 08:2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봄 기운이 물씬 풍기는 군요. 날씨가 좋을 듯 한데, 마늘과 산행 가야겠네요~^^

  2. Favicon of https://travelyoungdo.tistory.com BlogIcon 영도나그네 2013.05.04 11:2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봄의 싱그러움이 가득 묻어있는 석남사는 사시사철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것 같습니다..
    석남사 일주문 천정을 이렇게 처음으로 본답니다..
    그곳에도 아름다운 단청이 숨어 있었네요..

  3. Favicon of https://ggng2.tistory.com BlogIcon 헬로끙이 2013.05.04 13:1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탑앞에서서 소원을 빌고있는 세아이의 사진이 괜히 흐믓해 지네요 ^^
    덕분에 잘 보구갑니다. 즐거운 주말되세요 !

  4. 지리산 2013.05.06 19:5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석남사는 그 주변이 더 절경인 거 같네요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