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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경상지역

[울주명소] 단청이 아름다운 언양 가지산 석남사 일주문과 전각/울주 가볼만한 곳/울주여행

지금껏 세상을 한쪽만 본 것은 아닌지 느낀 사찰여행

‘다리’의 의미는 무엇일까, 석남사 반야교에서 그 해답을 찾다

 

부드러운 곡선의 아름다움을 잘 표현한 한국의 미. 석남사 대웅전을 비롯한 전각의 모습이다. 참으로 아름답기 그지없다.

 

[울주명소] 단청이 아름다운 언양 가지산 석남사 일주문과 전각

/울주 가볼만한 곳/울주여행

 

일상에서 벗어 낯선 곳으로 떠나 새로운 감흥에 젖어들고 싶어 하는 여행. 사람마다 여행이 주는 의미는 각기 다를 것이라는 생각이다. 가고 싶어 하는 곳도 다르고, 무엇을 즐길 것이냐는 것도 다를 것이기에. 그럼에도 사찰여행은 여행지를 선택하는데 있어서 빼 놓을 수 없는 곳 중 하나가 아닐까. 나 역시도 타 지역으로 여행 시 그 주변 유명사찰은 꼭 둘러본다는 사실을 보면 큰 차이는 없을 듯하다. 지난 달 21일. 울산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중 언양에 소재한 석남사로 향했다.

 

석남사 일주문. 일주문은 사찰에 들어서는 산문 가운데 첫 번째 문으로, 기둥이 한 줄로 돼 있는데서 유래한 말이다. 이 문이 선 자리는 속세에서 부처님이 계신 신성한 곳으로 들어가는 경계로 해석된다.

 

일주문이 웅장하다. 일주문은 사찰에 들어서는 산문 가운데 첫 번째 문으로, 기둥이 한 줄로 돼 있는데서 유래한 말이다. 이 문이 선 자리는 속세에서 부처님이 계신 신성한 곳으로 들어가는 경계로 해석된다. 세속의 번뇌를 불법의 청량수로 말끔히 씻고, 진리의 세계로 향하라는 상징적인 가르침이 담겨 있는 문이라 할 수 있다.

 

석남사 일주문 천장의 화려한 단청. 나는 형형색색 이 아름다움을 보러 절을 찾아가고 있다.

  

팔작지붕으로 치미(목조 건물 지붕 용마루 좌우 끝에 장식된 기와)는 용이 여의주를 물고 있다. 동서방향으로부터 다가서는 액운을 물리쳐 버리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는 것만 같다. 고개를 들어 천장을 보니 화려한 단청이 눈을 사로잡는다. 문양도 상하좌우 대칭모습으로 다양한 모양새다. 단청이란 여러 가지 안료를 사용하여 건물의 벽과 기둥, 천장 등에 여러 종류의 그림이나 무늬를 그리는 것을 말한다.

 

목조건물에서 단청은 필수적으로, 목재 표면이 갈라지거나 비, 바람 등으로부터 부식방지와 해충피해도 예방할 수 있다. 흔히 단청이 갖는 의미를 말한다면, ‘일정한 질서와 약속된 언어표현의 예술’이라 칭하기도 한다. 화려한 단청을 보니 단청장의 땀과 노력과 혼을 느낄 수가 있다. 사찰을 여행지로 선택하는 것도 화려한 이 단청을 구경하기 위함도 있다.

 

봄이 석남사 주변을 물들이고 있다.

 

화려한 단청, 조화로운 건축미를 자랑하는 석남사 일주문을 지나다

 

축 늘어진 연두색 나뭇가지가 춤춘다. 잎사귀 사이로 하얀 거품을 낸 계곡물이 흐른다. 덩달아 새도 노래한다. 자연이 연주하는 오케스트라가 온 몸으로 전해오는 느낌이다. 눈길을 돌려보니 다른 여행자는 앞길만 보며 걷는 데만 열중이다. 그런데, 저 여행자도 나와 같은 봄의 향연을 느끼고 있을까 궁금하다. 연두색으로 물든 나무 옆에 분홍빛 꽃이 활짝 폈다. 화려한 모습을 한 겹벚꽃이란다. 겹벚꽃은 벚꽃과는 달리 잎도 크고 꽃도 크며, 여러 겹으로 피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겹벚꽃의 화려한 모습.

 

석남사는 불자들에게 국내외에서 가장 큰 규모의 비구니 종립특별선원으로 알려져 있다. 대한불교조계종 제15교구인 통도사 말사로, 가지산 자락에 위치한다. 그래서 일주문 편액에는 ‘가지산석남사’라고 표기돼 있다. 석남사는 가지산을 석면산이라고 하는데, 이 산의 남쪽에 있다 해서 지어진 이름이라고 전해온다.

 

신라 헌덕왕 16년(824년) 도의국사가 창건했으며, 이후 1674년 선찰선사 등에 중수되는 등 여러 차례 중수를 거쳐 현재에 이르고 있다. 문화재로는 창건 당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석남사 부도(보물 제369호)와 삼층석탑(울산광역시 유형문화제 제5호), 석남사 수조(울산광역시 문화재자료 제4호) 등이 있다.

 

석남사 반야교 아래로 시원한 봄의 물줄기가 흐르고 있다.

 

일주문을 지나 본 법당까지 약 700m를 걸으니 석재로 잘 조각된 다리 하나가 나타난다. 보통사람들이 사는 속세에도 다리가 있고, 수행을 위한 산문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도 다리가 있다. 다리는 바다나 하천을 건너기 위한 교통편의의 목적으로 이용되지만, ‘다리가 주는 진정한 의미는 무엇일까’라는 의문이 인다. 그것도 절에 와서야 왜 이런 화두가 일어날까? 공간사이를 넘어가는 ‘건넘’과 양쪽을 이어주는 ‘연결’을 의미하는 다리. 사람이 생존에 필요한 물질적인 다리가 ‘건넘’의 의미라면,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이어주는 정신세계는 ‘연결’의 의미가 아닐까.

 

석남사 반야교.

 

이미 일주문을 통과했으니 내 몸은 나의 것이 아니라 부처인 셈. 세속의 번뇌에서 깨달음인 진리의 세계로 들어가는 반야교를 지나니, 정면 3칸 측면 2칸짜리 2층 팔작집이 나온다. 계류를 베게삼은 누각이라는 의미의 침계루다. 누각형태가 아님에도 편액이 ‘루’인 것을 보니, 초창기에는 누각형식의 건물로 추정된다. 계곡 옆에 앉아 물소리를 들으며 ‘독야청정’, 그 느낌이 저절로 다가온다.

 

탑을 도는 아이와 어른들, 무엇을 빌고 있을까

 

절 마당 한 가운데 선, 하늘을 찌를 듯 높이 솟은 삼층석탑이 웅장한 모습으로 사찰의 품격을 한층 높여 주는 것만 같다. 두 손 합장으로 탑돌이를 하는 아이와 어른들. 저들은 무엇을 기도하고, 어떤 서원을 가지면서 탑돌이를 할까. 절 뒤편에 위치한 창건당시 건립된 것으로 추정되는, 도의국사 부도에도 아이 셋이 탑돌이를 하고 있다. 몇 바퀴를 돈 아이들은 탑 정면에 서서, 두 손 모아 고개 숙여 기도하고 있다. 한참을 기다려 세 아이에게 물었다.

 

세 아이는 탑돌이를 마치고 탑 앞에 서서 두 손 모아 합장기도 하고 있다. 무슨 소원을 빌고 있을까? 

 

“어디서 왔어요? 두 손 모아 탑돌이를 하고, 제 자리에 서서 무슨 소원을 빌었는지 물어봐도 돼요?”

“...”

 

‘부산에서요’라는 대답 외 더 이상 답을 들을 수는 없었다. 혼자만의 비밀이라는 듯, ‘엄마한테도 말해 줄 수 없어요’라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한참 시간이 흐른 뒤 대웅전 앞마당에서 그 아이를 다시 만났다. 그리고 명랑한 모습으로, 먼저 말문을 터는 아이들.

 

“공부 잘 하게 해 달라고 빌었어요.”

 

그래, 맞지. 어린 아이가 무슨 큰 소원을 빌까 싶었다. 아이는 공부 잘하면 되고, 어른은 돈 잘 벌고 건강하면 될 터. 모두가 고만고만한 소원을 빌며, 그 소원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꿈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 우리네 삶의 모습이라는 생각이다.

 

석남사 대웅전 뒤편에 자리한 엄나무 구유.

 

대웅전 뒤쪽에 ‘엄나무 구유’가 길게 누웠다. 길이 6.3m의 목재 가운데를 움푹 파서 만든 나무그릇인 구유. 약 500년 전 간월사에서 옮겨온 것으로, 옛날 사찰 내 여러 대중스님들이 공양을 지을 때 쌀을 씻어 담아 두거나, 밥을 퍼 담아 두던 그릇이라고 한다. 구유 앞에서 세 모녀가 합장 기도하는 모습이 정겹기만 하다.

 

석남사에는 대웅전을 비롯한 약 30여 동의 전각이 배치돼 있다. 절 마당을 거닐며 자세히 보면 처마곡선이 참으로 아름답고, 각각의 전각마다 연결돼 있다는 느낌이 든다. 이 각도에서 보면 떨어져 있고, 저 각도에서 보면 하나로 연결돼 있다는 것을 보게 된다. 보는 시각에 따라 떨어져 있기도 하고, 연결돼 있음을 느끼게 하는 전각의 배치가 어리석음을 깨우치게 한다.

 

석남사 각각의 전각들이 아름다운 선으로 연결돼 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세상과 사람을 한쪽의 시각에서만 본 것이 아닌지? 다른 방향에서 보면 사물이 달라질 수 있음에도, 꼭 한 방향만 고집하는 것은 아닌지? 나 자신에게 물어 본 석남사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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