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산사순례 20] 영천 팔공산 수도사에서 108배로 20번째 염주 알을 꿰다/사찰여행/영천여행/영천 가볼만한곳

 

영천 수도사.

 

[108산사순례 20] 영천 팔공산 수도사에서 108배로 20번째 염주 알을 꿰다/사찰여행/영천여행/영천 가볼만한곳

 

찰나에 그려내는 그림 한 장... 법당을 장식하는 진정한 예술가

<108산사순례 14> 팔공산 수도사

 

엊그제가 봄인가 싶었는데, 벌써 성큼 다가온 여름의 초입이다. 사월 초파일(5월 25일)인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둔 지난 달 23일, 경북 영천에 자리한 수도사로 향했다. 3일간 이어지는 연휴 첫날이라, 많은 차량이 붐빌 것이라 예감했지만 도로 상태는 그 예상을 비켜갔다. 여행길에 올라 생각치도 못한 도로 막힘은 모두를 힘들게 하고 지치게 만든다. 제대로 된 여행을 하고 싶다면 아침 일찍 집을 나서는 것도 하나의 방편이리라. 두 시간을 조금 넘게 달려 목적지에 안착했다.

 

수도사는 많은 전각들이 있는 큰 규모의 사찰은 아니지만, 팔공산의 정기를 받아 기도하기에는 안성맞춤이다. 수도사는 팔공산 자락에 있어, 약사 신앙의 성지인 관봉 갓바위로 오르는 등산 코스가 있다. 산 위쪽으로 1km 지점에는 3단으로 된 치산폭포가 절경을 이룬다. 영천시에서는 이 일대를 치산관광지로 조성하여 여행자의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수도사에 이르기 전 약 1.5km 지점에는 오토캠핑장이 조성돼 있어 캠핑 동호인의 인기를 얻고 있다.

 

 

팔공산의 우거진 녹음은 더위를 식혀 주기에 충분하다. 눈이 맑아지기 때문이다. 계곡을 타고 흐르는 시원한 물소리는 나쁜 말을 듣지 않게 해 주는 방패막이로 충분하다. 귀가 뻥 뚫려 행복하기 때문이다. 청춘남녀는 인공으로 만든 폭포 아래 웅덩이에서 물놀이에 빠져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직 차갑게 느껴지는 계곡 물이다. 

 

차량이 주차할 때 까지 좁은 도로를 진입해도 일주문은 제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대신, '수도사'라 새긴 큰 바위가 일주문을 대신한다. 절 마당 앞에는 집 한 채를 짓는 공사가 한창이다. 불사가 진행 중인 전각은 보화루, 건물 밑을 통과하는 누하진입 방식이다. 꽤나 넓은 절 마당에 오색찬란한 연등이 걸렸고, 왼쪽 모퉁이에 자리한 약사여래가 있는 자리에도 연등이 하늘을 덮었다. 부처님 오신 날을 축복하기 위함이다.

 

 

우거진 녹음과 맑은 물... 눈과 귀를 행복하게 해 주는 팔공산 수도사

 

경북 영천 팔공산 자락에 앉은 수도사. 대한불교조계종 제10교구 본사인 은해사의 말사다. 수도사는 은해사로부터 약 19km 떨어져 있으며, 647년(진덕여왕 1)에 자장과 원효가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이 절의 원래 명칭은 금당사였지만, 화재로 소실된 뒤 중창을 할 때 수도사로 이름을 바꿨다. 현존하는 당우로는 주 법당인 극락전을 비롯하여 원통전, 삼성각, 산령각, 해회루, 요사채 등이 있다. 이 절에는 보물 제1271호 '수도사노사나불괘불탱'이 있는데, 주지스님께 "구경 좀 할 수 없느냐"하니, "통도사 박물관에서 올 10월까지 전시를 하는데, 기회가 있다면 직접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라며 귀띔해준다. 

 

 

주 법당인 극락전으로 들어섰다. 화려하게 채색된 내부 천장과 벽면이 장식돼 있지만, 법당 안은 왠지 어수선한 분위기. 불단에는 극락전의 주불인 아미타부처님만 모셔져 있다. 한창 불사가 진행 중인 탓인지, 협시불은 보이지 않는다. 법당 한 쪽 구석에서는, 화려한 색으로 단청을 그려 넣는 채색작업이 한창이다. 가까이 다가가 작업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손놀림이 보통을 넘어선 수준이다. 왼손에는 막대기를 잡고 오른손을 받친 채, 작은 붓으로 선을 그어 단박에 원 하나를 그려낸다. 찰나에 그림 하나를 탄생시키는 예술가. 조심스럽게, "사진 한 장 찍어도 되겠냐"고 하니, "괜찮다"라는 답이 돌아온다. 짧은 말을 건넸다.

 

 

"연필로 선을 그어 놓고 그 선을 따라 그리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손도 떨리지 않고 한 번에 그림을 그려냅니까."

"작가님께서 사진촬영을 단번에 하는 것과 같은 이치겠지요."

 

막힘없는 답은 깨달음을 얻은 대선사의 모습이자, 타인을 배려하는 예술가의 면모를 풍긴다. 그림 그리는 실력뿐만이 아니라, 내면에서 우러나는 진정한 예술가 한 분과 대화를 나눈 것만으로도 기쁨이 넘친다. 한 동안 그의 붓놀림에 푹 빠져 헤어날 줄 모르는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수도사는 <108산사순례> 20번 째 여행지. 지금까지 108기도는 보통 주 법당에서 해 왔으나, 극락전의 어수선한 분위기로 바로 옆 원통전으로 자리를 옮겼다. 원통전은 정면 3칸 측면 1칸 맞배지붕으로 다포형식의 건물로, 법당 내부도 다포형식이다. 말이 '정면 3칸'이지 칸마다 사이가 좁다 보니 법당 안도 매우 좁은 편. 원통전은 관세음보살을 본존으로 모신 법당으로, 사찰에 따라서 관음전에 모시기도 한다. '두루 원만하고 어떤 것이든 통한다'는 '주원융통'의 뜻을 가진 원통전은 관세음보살에서 따 왔다.

 

 

'나무관세음보살'만 불러도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 주는, '관세음보살'

 

관세음은 광세음, 관음, 관자재라고도 부른다. <법화경> '보문품'에 나오는 '관음'은 "고통에 허덕이는 중생이 일심으로 '관세음보살'의 이름을 부르기만 하여도, 즉시 그 음성을 관하고 해탈시켜 준다"고 한다. 그래서 꼭 불자가 아니라도, 절집을 찾을 때 "관세음보살님께 귀의합니다"라는 의미를 가진 '나무관세음보살'을 호명하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 나온 것. 관음상은 그 종류로 6관음이 일반적이다. 그 중 성관음이 본신이고, 나머지 다섯 가지 모습은 보문시현의 변화신이다. 6관음 중 성관음은 주로 아귀도를 구제한다. 나머지 중 천수관음은 지옥중생을, 마두관음은 축생의 고통을, 십일면관음은 아수라의 고통을, 준제관음은 인간의 고통을, 그리고 여의륜관음은 천상의 고통을 구제하다고 알려져 있다. 즉, 6관음은 각각 육도를 구제하는 보살의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관세음보살의 왼손에 들고 있는 연꽃은 모든 중생이 본래부터 갖고 있는 불성을 나타낸다. 연꽃이 핀 것은 불성이 드러나서 성불한 것을 뜻하며, 아직 피어나지 않은 꽃봉오리는 번뇌 망상에 물들지 않고 장차 피어날 불성을 상징하고 있다. 수도사 원통전 관세음보살은 왼손에 활짝 핀 연꽃을 들고 있다. 부드러운 미소를 보더라도 성불한 관세음보살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맑은 정신으로 허리를 곧추 펴고 가부좌로 경전을 폈다. 독송을 마치고 108배를 시작했다. 늘 하는 108기도지만 힘들기는 매한가지. 얼굴에 땀이 서너 방울 떨어질 때서야 108배를 마쳤다. 기쁜 마음으로 염주 한 알을 더 꿰었다. 20번째 꿰는 염주 알이다.

 

 

수도사는 아직도 불사가 진행 중이다. 보화루 신축공사도, 극락전 내부 단장도 그렇다. 2011년까지 원통전은 수도사의 주 법당이었고, 지금 원통전이 자리한 곳에는 보물인 노사나불괘불탱이 야외에 걸려 있었다. 2012년 초, 수도사는 극락전을 주 법당으로 불사하면서 현재의 모습으로 바뀌었고, 야외에 걸었던 노사나불괘불탱도 철거하여 현재 통도사 박물관에서 전시하고 있다. 수도사는 이제 주 법당이 원통전에서 극락전으로 바뀌면서 주불도 관세음보살에서 아미타불로 바뀐 셈이다. 아미타부처님은 무량수(영원한 수명)와 무량광(무한한 광명)을 보장해 주는, 서방 극락정토를 주재하는 대자대비 부처님이다. 아미타부처님은 먼 옛날 '법장'이라는 비구스님으로 수행하면서 48가지 큰 서원을 세워 성불하고 극락정토를 이룩하였다. 일심으로 수행정진하고 깨달음을 성취하면 우리 모두가 부처가 되리라.

 

 

수도사는 팔공산의 울창한 숲과 계곡에서 흘러내리는 맑은 물이 있는 청정도량이다. 인간은 갖가지 고통 속에 현세를 살아가고 있다. 작은 고민에서부터 큰 고통이 있는 사람은, 작은 것 하나라도 잠시 내려놓고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 <108산사순례>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108산사순례 20

 

(1)양산 통도사 → (2)합천 해인사(483.8km) → (3)순천 송광사(367.8km) → (4)경산 선본사 갓바위(448.4km) →  (5)완주 송광사(220. 2km) →  (6)김제 금산사(279.2km)  → (7)여수 향일암(183.4km)  → (8)여수 흥국사(192.3km) → (9)양산 내원사(100.3km) → (10)부산 범어사(126.6km) → (11)구례 연곡사(156.8km) → (12)구례 화엄사(25.1km) → (13)구례 천은사(192.5km) → (14)김천 청암사(204.9km) → (15)김천 직지사(270.7km) → (16)영천 은해사(184.0km) → (17)영천 거조암(220.5km) → (18)보은 법주사(289.1km) → (19)영동 영국사(301.0km)  → (20)영천 수도사(378.6km)

 

☞ 총 누적거리 4,625.2km

 

 

[108산사순례 20] 영천 팔공산 수도사에서 108배로 20번째 염주 알을 꿰다/사찰여행/영천여행/영천 가볼만한곳

 

 

이 장소를 Daum지도에서 확인해보세요.
경상북도 영천시 신녕면 |
도움말 Daum 지도
Posted by 죽풍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Favicon of https://yahoe.tistory.com BlogIcon 금정산 2015.06.06 05:0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108순례 수도사 잘 보고 갑니다.
    즐거운 시간 되세요

  2. 2015.06.06 13:5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3. Favicon of https://gdlsg.tistory.com BlogIcon 도생 2015.06.06 19:0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세상 모든 것의 실상을 보고 듣는 세계로 가는 것이 모든 불자들의 소망을 겁니다.
    성불하세요^^

>

 

[108산사순례 19] 영동 천태산 영국사에서 108배로 19번째 염주 알을 꿰다/사찰여행/영동여행/영동 가볼만한 곳/불기 2559년 부처님 오신 날

 

 

[108산사순례 19] 영동 천태산 영국사에서 108배로 19번째 염주 알을 꿰다/사찰여행/영동여행/영동 가볼만한 곳/불기 2559년 부처님 오신 날

 

만남과 이별 그리고 만남... 자연과 인간도 똑 같은 '회자정리'

<108산사순례기 ⑬> 영동 천태산 영국사

 

편안한 삶을 영위하는 사람이라면, 현재의 상태에 만족하거나, 더 나아지려고 노력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안주하려는 이런 자세는 보편적으로 인생 말년에 나타나는 모습인데 반해, 무엇인가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개척하고 그 실천을 위해 정열을 바치는 이들이 많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취미나 운동도 마찬가지. 한 가지 일을 중단하지 않고 계속 이어 나간다는 것은 보통 쉬운 일은 아닐 터. 오죽하면 '작심삼일'이라는 말이 생겨났겠는가.

 

나 역시 지난 해 10월부터 우연하게도 시작한 <108산사순례>는 그 동안 끊어질듯 하면서도 지금까지 열아홉 번째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 5월 2일 오전, 속리산 법주사를 찾았다가 영동군에 소재한 천태산 영국사로 가는 길이다. 말이 사찰여행이라지만, 아무런 심적 부담 없이 쉴 수 있는 여행과는 달리, 어떤 목적의식을 가지고 하는 여행은 그야말로 단순하지마는 않다는 것. 의무감을 가진 여행, 조금은 피곤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여기서 끝낼 수는 없는 일이리라.

 

 

충북 영동 천태산 자락에 자리한 영국사. 대한불교조계종 제5교구 본사인 법주사의 말사로, 고려 문종 때 원각국사가 창건한 절이라 전해진다. 법주사에서 약 71km 거리에 있는 이 절은 창건 당시 국청사라 칭했다. 그 뒤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을 피해 이원 마니산성에 머물 때, 이 절에 와서 기도드린 뒤 국난을 극복하고 나라가 평온하게 됐다하여 영국사로 고쳐 불렀다고 한다.

 

중요 문화재인 보물로는 제532호 '영동 영국사승탑', 제533호 '영동 영국사 삼층석탑', 제534호 '영동 영국사 원각국사비', 제535호 '영동 영국사 망탑봉 삼층석탑'이 있다. 대웅전은 충청북도 유형문화재 제61호이며, 절 밖에는 천연기념물 제223호인 수령 약 1000년의 은행나무가 절을 지키고 있다.

 

 

올해는 불기로 2559년이며, 부처님 오신 날은 오는 5월 25일(음력 4월 8일). '불기'는 "불교의 기원으로부터 헤아리는 햇수"로, 석가모니가 타계한 연도, 즉 석가모니가 입멸한 이후부터 경과된 햇수를 말한다. 이 연도에 의하면 석가모니의 생존기간이 80년이므로, 출생연도는 BC 624년이고 입멸 연도는 BC 544년이 되는 셈이다.

 

석가모니 출생과 입멸에 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으나, 현재 공식적인 차원에서 통용되고 있는 불기는 남방불교권의 전통을 채택한 것. 한국불교도 1967년부터 세계불교도우의회(WFB)의 결의에 따라 이 불기를 따르고 있다. 만세루에는 부처님 오신 날을 경축하는 '세상에 희망을 마음에 행복을'이라는 글귀를 붙여 놓았다. 그 어느 누가 '세상에 희망이 없기를, 마음에 행복이 없기를' 바라겠는가. 이날 하루만이라도 세상에 행복이 넘쳤으면 좋겠다.

 

 

부처님 오신 날, '세상에 희망을 마음에 행복을'

 

작은 절 마당엔 오색빛깔 연등이 하늘거린다. 저마다의 기도가 등불을 타고 하늘로 올라 각기 소원성취로 이루어지리라. 신라시대 만들어졌다는 삼층석탑(보물 제533호) 옆으로는 보리수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보리수는 '각수', '사유수'라고도 하며, "석가모니부처님께서 이 나무 아래에서 깨달음을 얻었다"고 하여 '성수'라는 뜻을 가진 나무다. 주 법당인 대웅전은 정면 3칸, 측면 2칸의 다포식 맞배지붕으로 규모가 작은 전각이다.

 

대웅전은 주존불로 석가여래좌상을 모시고 있다. 협시보살로는 관세음보살과 지장보살이 자리하는데, 좌우배치가 여느 사찰과는 다른 형식이다. 대형사찰을 제외한 소규모의 절이나 암자에서는 부지와 비용문제로 여러 동의 전각을 지을 수 없는 형편이다. 이런 이유로 대웅전에는 주불로는 석가모니불을, 협시로는 불자들이 많이 찾는 관세음보살과 지장보살을 모시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협시보살의 자리 배치. 지금까지 봐 온 협시보살의 자리는 중앙에 석가모니불을 중심으로, 오른쪽엔 지장보살, 왼쪽엔 관세음보살이 자리하고 있었던 것(불상을 보는 방향에서 좌우가 아닌, 불상이 앉은 자리에서 좌우라는 뜻). 어떤 연유에서 절마다 협시보살의 자리배치가 다른 것인지 궁금하던 차, 옆 자리 불자에게 살며시 그 이유를 물었는데, 돌아오는 답이 참으로 걸작이다.

 

 

"먼저 자리를 잡은 게 임자가 아닐까요?"

 

더 이상 대화를 나눌 형편이 아니다. 천수경을 암송하고 경전을 펴 마음속으로 독송을 시작했다. 이어 엎드리고 일어서면서 염주 한 알을 돌린다. 왜 기도를 하는지, 그 목적이 되 뇌이지지 않는다. 그저 일어났다 엎드렸다를 반복하는 일 뿐이다.

 

가끔 오랜 시간 투병생활을 하는 노모의 회복을 위해 소원을 빌기도 하고, 한 순간에는 '무엇을 위해 기도하지'라는 생각에 빠지지만 그것도 잠시 뿐. 아마 큰 스님들이 이 글을 본다면, '순 엉터리 불자'라고 죽비를 내리치고도 남았을 터. 간절함이 부족해서일까, 매번 기도에 들 때마다 목적의식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 내게 있어 큰 문젯거리라는 것. 염주를 한 바퀴 돌리고 고두배를 올리는 시간, 간절한 마음을 내어 빌었다. 잡생각을 끊게 해 달라고.

 

 

극락보전 앞에 자리한 다람쥐 한 마리. 오후시간을 만끽하는 여유로움이 넘쳐난다. 날짐승은 인기척에 쉽게 놀라 도망가지만, 어쩐지 이 다람쥐는 가까이 다가가도 도망갈 줄을 모른다. 한 발자국 두 발자국 가까이해도 도망가지 않던 다람쥐는 카메라 셔터의 기계소리에 줄행랑을 치고야 만다.

 

사람 발자국 소리가 더 친근해서일까, 째지는 듯한, 기계소리가 더 경계심을 들게 했던 걸까. 아무튼 다람쥐는 숲으로 사라졌고 혼자만 남았다. 다람쥐가 사라진 숲에는 작은 돌부처가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참선에 깊이 빠진 탓인지, 왠지 심각해 보이는 표정이다. 영국사는 대웅전과 극락보전을 제외하면 불상을 모신 전각이 많지 않다. 인근에 계월암이 있지만, 참선 수행하는 곳이라 출입할 수 없는 곳이다. 

 

 

천년된 은행나무, 나라에 큰 어려움 있을 때 소리 내 울어

 

녹음이 우거진 숲길을 따라 영국사에서 관리하는 보물을 만나러 가는 길. 이 길은 천태산으로 오르는 D코스 들머리. 약 50m를 오르니 원각국사비(보물 제534호)가 나온다. 원각국사는 고려 중기의 승려로 어려서 출가, 선사·대선사가 된 명승으로, 명종 4년(1174)에 입적하자 왕은 그의 유해를 영국사에 안치했다. 입구에 안내된 보물 제532호 '영국사 승탑'은 아무리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다. 나중에야 안 일이지만 이 보물은 영국사에서 약 200m 떨어진 곳에 있다고 한다. 여행자를 위한 더욱 세심한 안내가 필요하다.

 

원각국사비 주변에는 충청북도 유형문화재인 제184호 '영동 영국사 석종형승탑'과  제185호 '영동 영국사 구형승탑'이 있다. 두 승탑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알 수 없다고 한다. 승탑 옆에 선 한 그루의 키 큰 소나무. 이 소나무는 두 가지로 자라다 언제 적 만났는지 모르지만, 두 가지가 하나로 뭉쳤고, 다시 각각의 가지로 자라고 있는 특별한 형태다. 만나고 헤어지며, 헤어졌다 만나는, 인간세상의 '회자정리'와 흡사하다. 하기야 인간과 자연이 다를 바 무엇 있겠는가.

 

 

엷은 분홍색 왕벚꽃이 활짝 폈다. 늦봄이 지고 초여름으로 가는 길목이다. 밭에서 땀 흘리며 농사일에 여념이 없는 스님께 합장 기도를 올렸다. 약수터에서 물 한 바가지를 떠 갈증을 달랬다. 사찰 외곽에 있는 1000년이나 된 은행나무. 천연기념물 제223호 '영동 영국사 은행나무'다. 높이가 31m, 가슴 높이의 둘레는 11m로, 나이는 천 살 정도 추정된다고 한다. 국내에는 오래된 은행나무가 기념물로 지정된 곳이 몇 군데 있지만, 이처럼 천 년이나 된 곳은 이곳이 처음이 아닌가 싶다. 나무 주변을 자세히 살펴보니 가지가 땅에 닿아 뿌리를 내렸고, 다시 그 가지는 하늘 높이 솟아올라 다른 하나의 나무로 커 나간다. 높이도 5m가 넘을 정도로 크다. 이 은행나무는 나라에 큰 어려움이 있을 때 소리를 내 운다고 한다.

 

은행나무 건너편에 전각 한 동이 보여 그쪽으로 가 보니 이곳이야말로 영국사 정문격인 일주문이다. 나중에야 알았지만 영국사에 이르는 길은 두 갈래로, 나는 후문 쪽으로 온 셈. 보은에서 영동으로는 지리적으로 북에서 남으로 내려오다 보니 내비게이션이 가까운 길로 안내한 모양이다. 정문인 주차장에서 일주문으로 오르면 천태산 계곡의 수려함에 빠졌을 텐데 아쉬움만 남는다. 약 1km를 걸으며 삼신할멈바위도 만나고, 삼단폭포도 만나면서 부처님의 세계로 들어갔을 텐데. <108산사순례> 그 열아홉 번째 천태산 영국사에서 열아홉 번째 염주 알을 꿰었다.

 

 

『108산사순례 19

 

(1)양산 통도사 → (2)합천 해인사(483.8km) → (3)순천 송광사(367.8km) → (4)경산 선본사 갓바위(448.4km) →  (5)완주 송광사(220. 2km) →  (6)김제 금산사(279.2km)  → (7)여수 향일암(183.4km)  → (8)여수 흥국사(192.3km) → (9)양산 내원사(100.3km) → (10)부산 범어사(126.6km) → (11)구례 연곡사(156.8km) → (12)구례 화엄사(25.1km) → (13)구례 천은사(192.5km) → (14)김천 청암사(204.9km) → (15)김천 직지사(270.7km) → (16)영천 은해사(184.0km) → (17)영천 거조암(220.5km) → (18)보은 법주사(289.1km) → (19)영동 영국사(법주사  → 영국사 71.1km → 집 229.9km, 301.0km)

 

☞ 총 누적거리 4,246.6km

 

 

 

[108산사순례 19] 영동 천태산 영국사에서 108배로 19번째 염주 알을 꿰다/사찰여행/영동여행/영동 가볼만한 곳/불기 2559년 부처님 오신 날

 

 

이 장소를 Daum지도에서 확인해보세요.
충청북도 영동군 양산면 | 천태산영국사
도움말 Daum 지도
Posted by 죽풍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Favicon of https://tokyo.innoya.com BlogIcon 이노(inno) 2015.05.20 06:2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일본의 신사도 괜찮지만 개인적으로는 한국의 절을 좋아한답니다.

  2. Favicon of https://jongamk.tistory.com BlogIcon 핑구야 날자 2015.05.20 08:2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귀여운 다람쥐가 참 인상적이네요~~

  3. Favicon of https://yahoe.tistory.com BlogIcon 금정산 2015.05.20 08: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ㅎㅎ 저도 오래전에 가봤네요 천태산 화재이후 가보질 못한 것 같습니다.
    사진으로 잘 보고 갑니다.

  4. Favicon of https://gdlsg.tistory.com BlogIcon 도생 2015.05.20 11:2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양평 용문사 앞에도 1000년이 넘는 천연기념물 은행나무가 그 위용을 뽐내고 있습니다.
    성불하세요^^

  5. Favicon of https://feeltone1.tistory.com BlogIcon 신선함! 2015.05.20 11:3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녀간답니다 ^^ 좋은 하루를 보내세요~

  6. Favicon of https://tm7rl1.tistory.com BlogIcon 착한곰돌이 2015.05.20 12:0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절은 특유의 향기가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것 같아요

  7. Favicon of https://0572.tistory.com BlogIcon 『방쌤』 2015.05.20 12:1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멀어서 자주는 못가지만 천태산도 참 좋아하는 곳입니다
    70m직벽을 타는 재미도 쏠쏠하거든요~
    1000년된 은행나무...
    요즘에는 허구헌날 우는건 아닌지 걱정이네요

  8. Favicon of http://5stin.tistory.com BlogIcon 메리. 2015.05.20 12:2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역시 절에는 다람쥐가 있어야 합니다.ㅎㅎ

  9. Favicon of https://moldone.tistory.com BlogIcon 청결원 2015.05.20 13:2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람쥐 참 오랜만에 보는듯 하네요^^

  10. Favicon of https://sunkist5rg.tistory.com BlogIcon 구아바12 2015.05.20 13:5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보고 갑니다 즐거운 하루되시길~

  11. Favicon of https://kbank.tistory.com BlogIcon 행복생활 2015.05.20 14:0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보고 갑니다 ^^ 멋진 하루를 보내세요~

  12. Favicon of https://travelyoungdo.tistory.com BlogIcon 영도나그네 2015.05.20 14: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영동의 영국사에서 108산사순례는 계속 이어지고 있군요..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이렇게 특정한 목적이 있어 찾아가는 순례길은
    남다른 보람과 함께 성취감도 느낄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당초 계획되로 108산사 순례가 잘 마무리 할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13. Favicon of https://tiktok2.tistory.com BlogIcon TikTok2 2015.05.20 16:0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덕분에 잘 보고 간답니다 ^^

  14. Favicon of https://me2days.tistory.com BlogIcon 프리뷰 2015.05.20 16: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영동 천태산 영국사 소개글 잘봤습니다~

  15. Favicon of https://lilyvalley.tistory.com BlogIcon 릴리밸리 2015.05.20 20:1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알록달록 연등이 아름다운 영국사입니다.
    고즈넉한 풍경에 다람쥐가 적막을 깨네요.^^

  16. Favicon of https://su1624.tistory.com BlogIcon 도느로 2015.05.20 21:4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염주를 꿰는 사이클이 많이 빨라지신듯합니다. ^^
    저도 죽풍님의 부지런함을 배워야하는데 참 그게 참 잘 안되는 것 같습니다.
    편안한밤 되세요 ^^

  17. Favicon of https://hanwhablog.com BlogIcon 한화호텔앤드리조트 2015.05.21 17:5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영국사 풍경 잘 보고 갑니다~

 

[108산사순례 16] 천년고찰 팔공산 은해사에서 108배로 16번 째 염주알을 꿰다

/사찰여행/영천여행/영천 가볼만한 곳

 

팔공산 은해사 단서각.

 

[108산사순례 16] 천년고찰 팔공산 은해사에서 108배로 16번 째 염주알을 꿰다

/사찰여행/영천여행/영천 가볼만한 곳

 

살 속을 파고드는 고통, 승화된 사랑은 한 몸으로 다시 태어나

<108산사순례기도로 떠나는 사찰이야기 10> 천년고찰 팔공산 은해사

 

같은 봄이라지만 일주일 사이 기온이 높아졌고 자연도 눈에 띄게 달라졌다. 경북 영천으로 가는 길. 웃옷을 벗어야만 했고, 차량 에어컨을 살짝 켜야만 했다. 산야는 연두색 옷으로 치장하며 여행자의 시선을 사로잡고 놔 주지를 않는다. 하얀 포말을 내며 흐르는 냇가의 물소리는 귀를 맑게 하는데 부족함이 없다. 눈과 귀가 즐거울 수밖에 없고, 마음도 덩달아 춤춘다. 팔공산 자락에 앉은 은해사는 나를 <108산사여행> 열여섯 번째로 초대했다. 4월의 끝 토요일인 25일에.

 

 

아침 일찍 경산 갓바위에 다녀온 탓인지 차에서 내리자 몸이 찌뿌듯하다. 걸음걸이도 무겁다. 내리쬐는 태양열은 두 발을 옮겨 놓는데 무척이나 힘들게 한다. 광장에서 잠자는 분수대가 물을 뿜었으면 좋으련만, 제 시간이 아니라는 이유로 쉬고 있다. 발걸음을 옮기는 정면 좌우로 가로막은 듯 길게 보이는 웅장한 문.

 

'팔공산은해사'라는 편액 글씨체가 살아 움직이는 듯, 획수 끝자리가 편액 밖으로 튀어나갈 기세다. 힘이 넘쳐나고 위풍당당하다. 대궐 같은 큰 문 좌우에는 사천왕상이 여행자에게 눈망울을 부라린다. 기가 죽을 내가 아니다. 문 뒤쪽에는 사천왕이라는 편액이 걸려있다. 일주문과 사천왕문이 이중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일주문을 들어서자 하늘을 가린 울창한 소나무 숲 사이로 오솔길이 나 있다. 포근하고 정겨워 걷기에 딱이다. 일주문에서 보화루까지 약 500m의 길 양쪽으로는, 높이 10여 미터가 넘는 300년생 이상 되는 소나무가 숲을 이룬다. '일체의 생명을 살생하지 않았다'해서 붙여진 '금포정((禁捕町)'이란 숲 이름이다. 

 

야말로 하늘을 찌른다 해도 과장됨이 없을 정도로 높이 솟은 소나무. 대나무와 함께 사군자의 기상과 체통을 유지하려 함일까. 휘어지거나 굽어졌지만, 꺾인 모습은 보여 주지 않는다. 그늘진 오솔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몸과 마음을 치유하기에 충분하다. 절에서는 숙종 때 땅을 매입, 소나무 숲을 조성하여 오늘에 이르렀고, 2007~2008년에도 약 2천 주의 금강송을 식재하여 관리해 오고 있다.

 

'일체의 생명을 살생하지 않는 생명의 숲', 금포정 길

 

 

두 나무가 사랑에 빠져 한 몸으로 된 것이 언제 적이었을까. 느티나무와 참나무가 사랑을 이뤄 한 몸으로 태어났다. 연리지는 가지와 가지가 붙어 한 몸이 된 나무를, 연리목은 줄기와 줄기가 붙어 한 몸이 된 나무를 말한다. 그런데 이곳 연리지는 가지와 줄기가 붙은 특이한 형태다. 느티나무는 자신의 가지를 참나무 몸속으로 뻗쳤다. 살 속을 파고드는 고통을 참아가며 거룩한 사랑을 이뤄낸 참나무.

 

참사랑이란 이런 모습이 아닐까. 당당하고 떳떳함 때문일까, 연리지는 여행자에게 사랑을 뽐내고 있다. 이날 은해사에서는 청춘남녀가 백년해로를 기약했다. 이 부부에게 저 "연리지처럼 평생을 떨어지지 않고 한 몸으로 살았으면 좋겠다"는 기도를 올렸다.

 

 

천년고찰 팔공산 은해사. 대한불교조계종 제10교구 본사로, '조선31본산'이자 '경북5대 본산'으로 경북지방의 대표적인 사찰이다. 교구 본사 중 본존불로 아미타불을 모시는 미타도량으로 유명하다. 신라 41대 헌덕왕 1년(809년) 혜철국사가 해안평에 창건한 사찰로 처음에는 해안사라 하였다.

 

'은해사'는 "불, 보살, 나한 등이 중중무진으로 계신 것처럼 웅장한 모습이 은빛 바다가 춤추는 극락정토 같다"하여 생긴 이름이다. 또 하나는 "은해사 주변에 안개가 끼고 구름이 피어 날 때면 그 광경이 은빛 바다가 물결치는 듯하다"고 해서 붙여졌다고도 한다. '첩첩산중' 산에서, 왜 '망망대해' 바다를 비유해 이름 지었을까 의문이다. 그러나 답은 금방 찾았다. 보화루 앞으로 흐르는 계곡에서, 돌 틈을 돌며 하얀 포말을 내는 것은 파도요, 고여 있는 물은 크기가 작은 바다로 보였기 때문이다.

 

 

은해사는 오래된 역사에 비해 본찰에는 이렇다 할 문화재가 많지 않다. 1847년 대화재로 극락전을 제외한 1천여 칸의 전각이 불타버렸기 때문이다. 당시 주지였던 혼허스님은 불사에 전념했고, 이때 병조판서로 지내던 추사 김정희는 스님의 부탁을 받고 곳곳에 글씨를 남긴다. 추사의 글씨는 은해사 내 성보박물관에 별도 보관돼 있지만, 경내에서도 볼 수 있는 곳은 '보화루' 편액이다.

 

이 밖에 추사가 쓴 현판으로 문루인 '은해사', 불전인 '대웅전', 조실스님의 거처인 '시홀방장', 다실인 '일로향각', 백흥암에 있는 여섯 폭의 '주련(기둥이나 벽에 세로로 써 붙이는 글씨)'이 있다. 은해사와 관련된 국보로는 제14호(영천 은해사 거조암 영산전)는 거조암에 있고, 보물로는 제486호(영천 은해사 백흥암 수미단)와 제790호(영천 은해사 백흥암 극락전)는 백흥암에 있다. 보물 제514호(영천 은해사 운부암 금동보살좌상)는 운부암에 가야만 볼 수 있다. 은해사 본찰에는 보물 제1270호(은해사괘불탱)과 제1604호(청동북 및 북걸이)는 성보박물관에서 관람할 수 있다.

 

은해사 성보박물관.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추사 최고의 작품은 '불광'이라는 글씨. '불광(佛光)'이라는 편액은 당시 불광각에 걸려 있던 편액으로 이 글씨에 대한 숨은 이야기가 있다. 추사는 제주도에서 8여 년의 유배를 끝내고 불교에 귀의하면서, 은해사 주지스님 부탁으로 '대웅전' 등 글씨 몇 점을 남긴다. 불광이라는 글씨도 추사가 직접 스님에게 주었다. 스님은 나무 판에 원본을 떠 글자를 새겼는데, 판이 작았는지 길게 뻗은 '불'자의 세로획을 잘라 '광'자와 비슷한 크기로 새겨서 걸었던 것. 

 

훗날 은해사를 찾은 추사는 아무 말 없이 편액을 떼어내고 마당에서 불태워 버렸다. 주지는 뒤늦게 그 이유를 알고 참회하며 원본 그대로 새겨 다시 걸었다고 한다. 현재 불광각은 남아있지 않고, 그 흔적인 '불광'이라는 편액만이 성보박물관 입구에서 여행자에게 숨은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추사 김정희 글씨와 그 숨은 뒷얘기를 전하는 곳, 은해사 성보박물관

 

 

보화루를 지나니 절 마당엔 오색찬란한 연등이 하늘을 덮었다. 사월 초파일 '부처님 오신 날'을 기념하기 위해 분주한 절간이다. 등은 육법공양의 하나다. <화엄경>에서 육법공양이란, 중생을 이롭게 구제하고 보살의 뜻을 저버리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보리심을 잃지 않는다는 것.

 

육법공양에는 해탈과 자유로움을 상징하는 향(해탈향), 자신을 태워 희생하며 세상을 밝히는 등(반야등), 성취의 꽃을 피운다는 만행을 뜻하는 꽃(만행화)이 있다. 다음으로, 수행을 통한 깨달음의 결과를 상징하는 과일(보리과), 감로의 법문을 뜻하는 차(감로다), 깨달음의 기쁨을 나타내는 쌀(선열미) 등 여섯 가지를 말한다. 번뇌와 무지로 가득한 어두운 세계에서, 지혜로 가득한 광명의 세상으로 나아가기를 기도했다.

 

 

중심 법당인 극락보전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정장을 한, 젊은 남녀 한 쌍이 법당 앞을 서성인다. 웬일일까 궁금하다. 그러고 보니 화환 하나가 눈길을 끈다. 화환에는 '선남선녀의 결혼을 축하드립니다', '은해사 사부대중'이라 적혀 있다. 절에서 영가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은 들어 본 적은 있지만, 이처럼 선남선녀 결혼식은 처음 보는 일. 남에게 보이려 의식하며, 겉으로 드러나는 허례허식보다는, 가족과 친지 그리고 친구 몇 명이 축하해 주는 이런 결혼식이야말로, 단출하지만 뜻 깊은 경사로 평생에 기억으로 남을 것이 아닐까.

 

곧 결혼을 앞둔 아들도 절에서 평생의 연을 맺어주고 싶지만, 과연 부모의 뜻대로 될지는 모를 일이다. 부처님 앞에서 올리는 선남선녀의 결혼식이 참 부럽기만 하다. 이들의 행복한 삶을 위해 정성 가득한 기도를 올린 것은 나의 일이 되고 말았다.

 

 

주 법당에서의 결혼식으로, 극락보전 옆에 자리한 '단서각'으로 자리를 옮겼다. 여느 사찰에서는 보기 드문 절집 이름이다. 절에는 많은 전각들이 있지만, 이처럼 '단서각'이라는 집 이름을 보는 것은 은해사가 처음이다. 단서각은 어떤 집일까. 보통 절집의 이름을 붙일 때는 불보살을 봉안하는 곳은 '전', 그 외 산신이나 용왕, 칠성 등을 모신 곳을 '각'이라 붙인다. 그런데 단서각 수미단 중앙에는 불상이, 우측에는 또 다른 불상이, 좌측에는 보살상이 협시로 있다. 그 외에 좌우로는 나한상이 자리하고 있다.

 

단서각이 어떤 집인지 보살님에게 물으니 '독성각'이라 답하는데, 그래도 궁금증이 풀리지 않는다. 다음 기회에 스님께 알아보는 것을 숙제로 남겼다. 108배 기도를 올리는데 어느 법당이든 무슨 상관일까. <108산사순례기도여행> 그 열여섯 번째 염주 알은 은해사 단서각에서 꿸 수 있었다.

 

 

『108산사순례 16

 

(1)양산 통도사 → (2)합천 해인사(483.8km) → (3)순천 송광사(367.8km) → (4)경산 선본사 갓바위(448.4km) →  (5)완주 송광사(220. 2km) →  (6)김제 금산사(279.2km)  → (7)여수 향일암(183.4km)  → (8)여수 흥국사(192.3km) → (9)양산 내원사(100.3km) → (10)부산 범어사(126.6km) → (11)구례 연곡사(156.8km) → (12)구례 화엄사(25.1km) → (13)구례 천은사(192.5km) → (14)김천 청암사(204.9km) → (15)김천 직지사(270.7km) → (16)영천 은해사(집 → 은해사 184.0km)

 

☞ 총 누적거리 3,436.0km

 

 

[108산사순례 16] 천년고찰 팔공산 은해사에서 108배로 16번 째 염주알을 꿰다

/사찰여행/영천여행/영천 가볼만한 곳

 

이 장소를 Daum지도에서 확인해보세요.
경상북도 영천시 청통면 | 은해사
도움말 Daum 지도
Posted by 죽풍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Favicon of https://realog.net BlogIcon 악랄가츠 2015.04.29 00:0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고향이 경주다 보니 영천은 정말 가까운 이웃 도시인데
    정작 제대로 둘러 본 적은 거의 없네요! ㄷㄷㄷㄷ

  2. Favicon of https://mkm5669.tistory.com BlogIcon 다딤이 2015.04.29 07:3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은해사 추사김정희 불광에 대하여 잘알고 갑니다.
    기회되면 한번 구경해야겠어요^^ 좋은 하루 되세요^^

  3. Favicon of https://bonlivre.tistory.com BlogIcon 봉리브르 2015.04.29 09:1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팔공산은 많이 들어봤는데
    그곳에 은해사도 있군요.
    추사 김정희가 써준 불광이라는 글자를 보기 위해서라도
    한번 가보고 싶어집니다..^^

  4. Favicon of https://tokyo.innoya.com BlogIcon 이노(inno) 2015.04.29 09: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빌딩숲에서 살다보니 이런 나무들이 많은 숲을 보니 정말 마음이 정화되는거 같아요.
    숙막히는 도심을 떠나 이런 곳에서 깨끗한 공기를 들여마시고 싶어집니다

  5. Favicon of https://bankplan.tistory.com BlogIcon 뱅크플랜 2015.04.29 09:4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아름답네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6. Favicon of https://gdlsg.tistory.com BlogIcon 도생 2015.04.29 11:2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천 그루의 금강송이 우뚝 자라면 가히 멋진 전경이 되겠습니다.
    성불하세요^^

  7. Favicon of https://0572.tistory.com BlogIcon 『방쌤』 2015.04.29 12:3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단서각이라는 이름은 저도 처음 들어보네요
    일주문을 지나서 만나게되는 소나무숲의 모습이 정말 멋집니다.
    팔공산에 은해사가 있다는 것은 모르고 있었는데 또 하나 배워갑니다
    즐거운 하루 보내시길~^^

  8. Favicon of https://jongamk.tistory.com BlogIcon 핑구야 날자 2015.04.29 12: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부처님 오신날이 멀지 않았군요. 나무들이 많은 사찰로 잠시 힐링을 하면 좋을 것 같아요

  9. Favicon of https://saygj2.tistory.com BlogIcon 광주랑 2015.04.29 13:0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단서각이라는 이름이 참 예쁘네요. 깨끗한 숲의 정경이 너무 아름답습니다.

  10. Favicon of https://rnasatang.tistory.com BlogIcon 낮에도별 2015.04.29 13:1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연등이 꽃처럼 아름답네요 ^^ 은해사 전경 잘 구경하고 갑니다~~

  11. Favicon of https://trier365.tistory.com BlogIcon 트라이어 2015.04.29 13: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한번 가볼만한 곳이네요. ^^

  12. Favicon of https://yahoe.tistory.com BlogIcon 금정산 2015.04.29 14:1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팔공산 은해사 절집 규모가 대단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13. Favicon of https://roki1.tistory.com BlogIcon 로키. 2015.04.29 14:4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분위기 있어보이는 곳이네요 ^^

  14. Favicon of https://lilyvalley.tistory.com BlogIcon 릴리밸리 2015.04.29 18:1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300년생 소나무 숲길을 걸어보고 싶네요.
    연등을 보니 부처님 오신 날이 기다려집니다.^^

  15. Favicon of https://su1624.tistory.com BlogIcon 도느로 2015.04.29 20:5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번엔 팔공산에 오셨군요 ^^
    저도 아직 팔공산에 있는 사찰 전부는 못가봤습니다.
    이번엔 날씨 때문에 많이 힘드셨나봅니다.
    건강관리 잘 하시길 바래요 ^^

  16. Favicon of https://morocossi.tistory.com BlogIcon 모로코씨 2015.04.30 00:5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기와집과 꽃이 넘 아름답게 어우러지는 사진이네요!! 나이가 드니 이런 옛것과 자연이 좋아요

  17. Favicon of https://travelyoungdo.tistory.com BlogIcon 영도나그네 2015.04.30 18:4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팔공산 자락의 은해사에서 108 산사순례를 계속 하시는 군요..
    은해사는 입구의 소나무 군락지가 운치를 더해주는 곳이고 약간떨어져 잇는 탓에 잘 들리지
    못하는 사찰이지만 옛스러움은 항상 간직하고 있는 천년 고찰이기도 하구요..
    성불하시고 좋은 기운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108산사순례 15] 김천 황악산 직지사에서 108배로 15번 째 염주 알을 꿰다

/사찰여행/김천여행/김천 가볼만한 곳

 

 

[108산사순례 15] 김천 황악산 직지사에서 108배로 15번 째 염주 알을 꿰다

/사찰여행/김천여행/김천 가볼만한 곳

 

'같이 가자'며 소리지르는 물소리에서 배운 '조화'의 깨달음 

<108산사순례기도로 떠나는 사찰이야기> 황악산 직지사

 

꽃비가 내린다. 살랑대는 봄바람에 벚꽃 잎이 하늘거리며 땅 위로 떨어진다. 오후에 비가 내린다는 예보가 있지만, 여행자들과 차량이 도로를 점령한지 오래다작은 하천 양쪽 길가에 핀 벚꽃은 냇가의 하늘을 덮었다. 장난기 가득한 꼬맹이는 한 손에 풍선을 든 채, 다른 손으로 떨어지는 꽃잎을 잡으려 용쓴다. 힘에 부쳤는지 달려가다 이내 포기하는 아이. 허탈해 하기 보다는, 웃음 가득 활기발랄하다. 마치 새 생명으로 활짝 꽃을 피운 순백의 자연을 닮은 모습 그대로. 4월 4일. 김천 직지사 앞을 흐르는 백운천 풍경이다.

 

 

<108산사여행> 그 열다섯 번째 여행지는 김천 직지사. 직지사는 한국불교 1천 6백 년의 역사와 그 세월을 같이 하고 있다. 대한불교조계종 제8교구 본사로 신라 눌지왕 2년(418) 아도화상이 창건했다. 쉽게 부르는 이름에도 숨은 뜻이 있다. 사람도, 다른 동물도, 자연도 그리고 다른 그 어떤 사물에도 이름 속에 숨은 뜻을 알아보는 것은 공부도 되고 재미도 되는 일. '직지사'란 이름도 여러 가지 뜻이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정설이라 설명하는 것은, 선종의 가르침에서 나온 '직지인심 견성성불(直指人心 見性成佛)'에서 나왔다는 것. 사전에 의하면, "선종에서 깨달음을 설명한 말로 교학에 의지하지 아니하고, 좌선에 의해서 바로 사람의 마음을 직관하여 불의 깨달음에 도달하는 것"이라 돼 있다. 다음으로, 창건주 아도화상이 황악산을 가리키면서 저 산 아래도 절을 지을 '길상지지'가 있다고 한데서 유래됐다. 또 다른 설은 고려의 능여화상이 직지사를 중창할 때 '자를 쓰지 않고 자기 손으로 측지' 하였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어쨌거나 숨은 이름의 뜻을 아는 것도 여행의 참 맛이 아닐까.

 

 

오래된 역사를 간직한 직지사는 국보와 보물 급 문화재도 많이 있다. 국보로는 제208호 '도리사 세존사리탑 금동 사리기'가 있다. 보물로는 제11-2호, 제319호, 제606호, 제607호, 제670호, 제1141호, 제1186호, 제1241호, 제1303호, 제1306호, 제1330호, 제1576호가 있다. 경상북도 유형문화재로는 제296호 '직지사석조나한좌상'이 있다. 보물은 수가 많아 호수만 게재하며, 참고로 문화재청 누리집 '문화재검색'에서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있다.(문화재청 문화재검색) 

 

대웅전 앞 넓은 마당 양쪽에 터를 잡은 탑, 안정감 더해 주는 이곳이 극락세계

 

 

사찰로 들어가는 문은 제일 먼저 '일주문'을 통과하는 것이 보통이나, 이곳은 대궐 같은 문이 여행자를 압도한다. '동국제일가람황악산문'이라는 황금색의 힘찬 서체가 편액을 차지하고 있다. 잘 닦여진 도로 양쪽으로 하늘을 가린 숲은 힐링하기에 안성맞춤이다. '하늘 끝까지 뻗어보겠다'는 것인지, 목련은 홀쭉하게 잘 빠진 키 큰 소나무와 같은 높이를 이룬다. 생태계에 적응한 탓일까, 옆으로 퍼지지 않고 길쭉하게 솟아 오른 목련은 하늘 끝에 하얀 꽃을 달고 있다. 직지사가 안고 있는 역사의 깊이는 사찰로 들어가면서부터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낸다. 몸통이 굵은 붉은 소나무는 휘어져 있음에도 꺾이거나 드러눕지 않고 버텨 서 있다. '나 좀 봐 달라'는 느낌이다.

 

 

일주문 '황악산직지사'라는 편액 뒤에 또 다른 작은 현판에는 '자하문'이라 쓰여 있다. 이 일주문은 고려시대에 건립됐고, 사천왕문과 함께 임진왜란 때도 무사했다고 전해진다. 잠시 뒤 나타나는 '대양문'. 다른 사찰에서 좀처럼 보기 드문 이 문은 어떤 용도이며 무슨 의미를 담았을까 궁금하다. 글자를 풀이하면, '큰 빛'이라 할 수 있는데, 살펴보니 '부처님의 큰 광명을 상징하는 문'이라고 한다. 어쨌거나 사찰 기도여행을 위한 여행자에게 부처님이 내려 주신 작은 광명이라도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직지사는 일주문, 대양문, 금강문 그리고 보수공사로 인한 사천왕문을 지나고 만세루를 건너야만 부처님이 계신 곳 대웅전을 만난다.

 

 

절 마당이 탁 트여 시원하다. 대웅전을 중심으로 동서 양쪽으로 균형을 이룬 탑이 안정감을 더해준다. 이 두개의 탑은 보물 제606호 '문경 도천사지 동·서 삼층석탑'으로 통일신라 말기 석탑이다. 비로전 앞 '문경 도천사지 삼층석탑(보물 제607호)'과 함께 원래는 경북 문경군 산북면 서중리의 옛 절터에 쓰러져 있던 것인데, 1974년 옮겨 온 것이다. 탑을 자세히 관찰하니 상륜부가 좀 특이하다. 돌의 색깔이나, 문양 등이 탑신부와는 달리 새것처럼 보인다. 안내문을 보니 이 탑을 옮겨 올 즈음인 1976년, 상륜부는 추정 복원한 것이라고 한다. 눈여겨 볼 것은 일반적인 삼층석탑에서 볼 수 있는 이중기단이 아닌 단층기단이라는 점과 1층 몸돌이 2·3층 몸돌에 비해 훨씬 커 안정감보다는 상승감이 강해 보인다는 것이다.

 

 

주 법당인 대웅전은 보물 제1576호. 정면 5칸, 측면 3칸 형식의 겹처마 팔작지붕이다. 중심 법당답게 크고 짜임새가 있으며, 중후한 모양새가 묵은 장맛을 맛보는 느낌이다. 스님들만 출입 할 수 있는 어간문이 특별나다. 두 개의 문 중 오른쪽 문에 작은 쪽문 하나가 달려 있는 것. 이 작은 문을 열고 들어가면 자연스레 고개가 숙여지고, 이로 마주하는 부처님께 공경함을 내는 것은 아닐까 나름의 해석이다. 불단에는 석가모니불을 중심으로 좌우에 약사불과 아미타불이 모셔져 있다. 내부에는 용, 물고기, 개구리, 연꽃 등 소박한 장식에서 정감미가 넘쳐 난다. 폭 9m의 후불벽 뒤로는 활달한 필치로 관세음보살이 그려져 있다. 바닥에 엎드려 108배를 올렸다. <108산사순례> 그 열다섯 번째 기도여행에서 15번 째 염주 알을 꿰었다.

 

 

직지성보박물관 주변에 핀 노란 개나리, 짐작으로 봐도 오십 년은 넘게 보여

 

조계종 제8교구 본사답게 절의 규모도 매우 크다. 여러 부처님을 상징하는, 각각의 의미를 지닌 법당을 둘러보는 것도 사찰여행에서 빼 놓을 수 없는 구경거리이자 묘미. 천불상을 모신, 일명 천불전이라는 불리는 비로전에는 비로자나불을 중심으로 약사불과 노사나불을 모셨다. 그 뒤로는 천불상이 자리한다. 조선시대 천불상을 모셨던 세 곳의 절이 있는데, 이곳 직지사, 마곡사 그리고 대흥사라고 한다. 알록달록하게 색칠한 꽃 창살문이 화려하지도, 촌스럽지도 않게 수수하다.

 

꽃 문양 중간에 자물쇠 없는 문고리를 보니, '영원을 약속'하는 두 개의 꽉 잠긴 열쇠와 좋은 대비를 이룬다. 잠가 놓지 않아도 억지로 열지 않으면 열 수 없는 문고리. 우리는 스스로가 그 문고리를 잠가 놓고 사는 것은 아닐까. 육신은 잠가 놓아 도망갈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정신까지 잠긴 상태로야 있을까. 문고리에서 느끼는 작은 깨달음. 깨달음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내 안의 부처님'이라고 하는 걸까.

 

 

직지성보박물관 앞마당은 작은 조각공원이다. 돌부처를 비롯한 다양한 조각상을 만날 수 있다. 박물관에는 국보 제208호인 '도리사 금동육각사리함'을 비롯한 9점의 국가지정문화재, 4점의 지방문화재, 불교조각, 불교회화, 불교공예 작품 등 5700여 점의 유물이 소장돼 있다. 소중한 문화재를 관람할 수 있는 기회는 입장료 1000원이면 충분하다. 여유를 가지고 마당을 한 바퀴 돌아보면 불교예술에 푹 빠져드는 자신을 발견한다. 한 방울씩 떨어지는 가랑비에 제 몸을 맡겨 놓은 노란 개나리꽃. 개나리는 가지가 번져 나가는 속성으로 제 몸의 둘레를 살찌우지 못하는데, 이곳 몇 그루의 개나리는 그 나이를 추정하기가 쉽지 않다. 고목에서 흔히 나타나는 나무 밑둥 구멍이 파인 것을 보니, 족히 오십 년은 넘어 보인다.

 

 

외부인출입금지 구역을 제외하고 구석구석 둘러 본 직지사. 작은 하천을 따라 여행자는 발길을 옮긴다. 냇가를 흐르는 물이 내 뒤를 바짝 쫓아오며 소리를 지른다. '같이 가자'거나, '날 데려 가라'는 소리다. 장독대 옆에 핀 자색 목련, 늘어선 장독 그리고 기와지붕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다. "어긋나거나 부딪침이 없이 서로 고르게 잘 어울림, 모순되거나 어긋남이 없이 서로 잘 어울리는 상태에 있다"라는 '조화'의 의미. '셋'이 가장 안정적이라고 한다. 이쪽저쪽 편을 들지 않는 중립도 있기 때문이다. 하나를 빼면 균형을 잡기도 어렵고 조화를 이루는데 힘도 든다. '같이 가거나', '같이 데려 가거나' 하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요, 삶이 아닐까. 김천 직지사에서 '조화로움'을 깨달은 기도여행이었다.

 

 

『108산사순례 15

 

(1)양산 통도사 → (2)합천 해인사(483.8km) → (3)순천 송광사(367.8km) → (4)경산 선본사 갓바위(448.4km) →  (5)완주 송광사(220. 2km) →  (6)김제 금산사(279.2km)  → (7)여수 향일암(183.4km)  → (8)여수 흥국사(192.3km) → (9)양산 내원사(100.3km) → (10)부산 범어사(126.6km) → (11)구례 연곡사(156.8km) → (12)구례 화엄사(25.1km) → (13)구례 천은사(192.5km) → (14)김천 청암사(204.9km) → (15)김천 직지사(청암사 → 직지사 40.4km → 집 230.3km, 270.7km) 

 

☞ 총 누적거리 3,252.0km

 

 

[108산사순례 15] 김천 황악산 직지사에서 108배로 15번 째 염주 알을 꿰다

/사찰여행/김천여행/김천 가볼만한 곳

 

 

이 장소를 Daum지도에서 확인해보세요.
경상북도 김천시 대항면 | 직지사
도움말 Daum 지도
Posted by 죽풍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Favicon of https://aaqq.tistory.com BlogIcon 아쿠나 2015.04.17 06:5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황악산에 대해서 알아보시려는 분들에게
    정말 좋은 글인듯 합니다~
    잘보고 가구요 불금되세요 ^^

  2. Favicon of http://bbs2014.tistory.com BlogIcon 뉴론♥ 2015.04.17 07:4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108배 하려면 생가보단 힘들겠어여 전 해본적이 없어서여 그래도 잘보고 갑니다.

  3. Favicon of https://hym9981.tistory.com BlogIcon 마니7373 2015.04.17 08:1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직지사는 유명한 사찰이죠~
    108산사순례 덕에 한국의 사찰들을
    앉아서 편하게 많이 접하게 됩니다.
    아무쪼록 계획하신데로 잘 시행 하시기 바랍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4. Favicon of https://mindman.tistory.com BlogIcon mindman 2015.04.17 09:2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번뇌를 떨쳐버리자!~ 108 산사 순례!~ 하하. 잘 보고 있어요.

  5. Favicon of https://tokyo.innoya.com BlogIcon 이노(inno) 2015.04.17 09:3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직지사는 들어본적 있어요.
    김천에 사는 친구들이 많았거든요

  6. Favicon of https://hansik07.tistory.com BlogIcon Hansik's Drink 2015.04.17 09:4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보고 간답니다 ^^
    활기차게 하루를 보내세요~

  7. Favicon of https://yahoe.tistory.com BlogIcon 금정산 2015.04.17 09:5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멋진 직지사 풍경 감상 잘하고 갑니다.
    즐거운 시간 되세요

  8. Favicon of https://bonlivre.tistory.com BlogIcon 봉리브르 2015.04.17 09:5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50년도 넘어보인다는 개나리나무가 있네요.
    저렇게 나무둥치가 큰 개나리를 처음 봅니다.

    직지사는 늘 들어본 이름의 절인데도
    아직 가본 적이 없네요.
    언제든 꼭 한 번 가볼 생각인데
    미리 잘 보고 갑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9. Favicon of https://nimpopoyes.tistory.com BlogIcon 톡톡 정보 2015.04.17 10:0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천 직지사에 대해 알아갑니다.
    즐거움과 행복이 가득한 하루 되세요^^

  10. Favicon of https://feeltone1.tistory.com BlogIcon 신선함! 2015.04.17 10:0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녀갈게요~ 행복 가득한 오늘이 되셔요~

  11. Favicon of https://gdlsg.tistory.com BlogIcon 도생 2015.04.17 11:1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직지사는 고찰답게 문화유산의 보고입니다.
    성불하세요^^

  12. Favicon of https://trier365.tistory.com BlogIcon 트라이어 2015.04.17 13: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날씨 참 좋은날 다녀오셨나보네요. 좋아보입니다. ^^

  13. Favicon of https://aquaplanetstory.tistory.com BlogIcon aquaplanet 2015.04.17 13:5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렸을 때 가봤던 곳이라 옛 기억이 새록새록~ 추억이 있는 곳이라 더 반가운 포스팅이네요 :)

  14. Favicon of https://0572.tistory.com BlogIcon 『방쌤』 2015.04.17 14: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황악산은 작년에 산행을 다녀온 곳이라 익숙한데
    직지사는 못가봤네요
    첫번째 사진 너무 이뻐요~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15. Favicon of https://rnasatang.tistory.com BlogIcon 낮에도별 2015.04.17 14:2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덕분에 직지사 풍경 잘 보고갑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16. Favicon of https://roki1.tistory.com BlogIcon 로키. 2015.04.17 14:3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천 하면 김밥ㅊ... 죄송합니다. 즐거운 주말 되세요 ㅎㅎ

  17. Favicon of https://soulwit.tistory.com BlogIcon 세상속에서 2015.04.17 15:3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직지사는 몇번 가봤는데,
    벚꽃 필때는 못가봤네요~

  18. Favicon of https://su1624.tistory.com BlogIcon 도느로 2015.04.17 20:3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번에 직지사에 오셨군요 ^^
    사는 곳과 가까워 나름 자주가는 곳인데..
    이렇게 블로그로 보니 또 새롭네요.
    제가 모르고 있던 직지사란 이름의 유래 잘 알아갑니다.
    행복한 주말 맞으세요~

  19. Favicon of https://sunni32.tistory.com BlogIcon 의료실비보험 비교사이트 2015.04.17 22:4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덕분에 너무 좋은 내용 잘보고 갑니다.

  20. Favicon of https://travelyoungdo.tistory.com BlogIcon 영도나그네 2015.04.17 23:3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천직지사로 108산사순례를 다녀 오셨네요..
    흐드러지게 핀 직지시 입구의 벚꽃들과 함께 봄내음이 물씬 풍기는
    이곳 직지사는 계절따라 또다른 아름다운 모습과 함께 고즈녁함이
    묻어있는 유서 깊은 사찰 같습니다..
    덕분에 잘보고 갑니다..
    편안한 주말저녁 되시기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