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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11.12.15 박득순 선생님께 드립니다 by 죽풍

선생님 건강해 보이십니다

 

꽃게

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시절, '예술'이 무언지 눈을 뜨게 해 준 분이 계셨으니, 그림을 그리셨던 문암 박득순 선생님이다. 당시 촌에서 먹고 살기에도 바쁜 궁핍한 삶에서, '예술'이 무슨 밥 먹여 줄 것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예술적 감각이 싹틀 수 있는 중요한 청년시절에 선생님을 만났으니, 선생님의 아름다운 영혼을 닮아서였을까?

분야는 다르지만, 예술을 한답시고 카메라를 맨 채, 전국의 산하를 돌아다닌 시절이 벌써 30년. 그렇다고 변변한 개인전도 한 번 연 적이 없다. 옛적 네가티브 필름을 인화한, 볼품없는 사진 몇 천 여장이 나의 재산이라면 재산이랄까.


영혼

나에게 예술적 영혼을 넣어준 그 선생님의 미술전시회가 고향 거제도에서 열리고 있다. 지난 4일, 거제문화예술회관 전시실에서 문을 연 '화업 50주년 기념, 문암 박득순 초대전' 행사. 오는 9일까지 열리는 선생님의 전시회는 지난 2007년 1월에 이어 두 번째 개최하는 초대전이다. 나를 비롯한 동기생들이 고교졸업 30주년을 맞아, 특별히 초대한 지난 번 전시회는 많은 사연을 쏟아낸, 스승과 제자의 만남이었다.


고송

그 때, 선생님은 밤을 꼬박 세워가며 그림을 그리셨고, 동기생들은 물감과 붓을 드는 작업을 도와드렸다. 선생님은 예술적 영혼과 제자에 대한 사랑을 화선지에 붓으로 표현하셨다. 그리고 평생 잊지 않도록 밤새 그렸던 그림을, 제자 모두에게 선물로 주신 선생님이셨다.


어촌풍경


선생님은 서울에서 대학을 나와 청년시절 우연히 거제도 여행길에 올랐다고 한다. 세계 최고의 미항 나포리보다 더 아름다운 장승포항의 매력에 빠져 거제도에 눌러앉기로 작정했다는 것. 당시 먹고 살아야했던 삶의 과제는 취업이라, 인근 학교 미술선생님으로 취직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한다. 선생님은 학교로 찾아가 아이들에게 미술을 가르치고 싶다는 사정을 이야기 했고, 학교는 선생님을 받아 주게 된 것. 바로 그 학교가 내가 다녔던 거제 장승포에 있는 '해성고등학교'다.


거북선


문암 박득순, 30년 만에 첫 만남 그리고 5년 후 두 번째 만남

5년 만에 다시 보는 선생님은 건강한 모습으로 오셨다. 이번 전시회를 위해 얼마나 많은 열정을 쏟아냈는지 눈에 확 들어오는 느낌이다. 전시 작품 수만 해도 70점. 모두 거제도의 풍경과 혼을 담아낸 작품들이다. 그만큼 거제도는 선생님에게 잊지 못할 곳이라는 것을 예술적 표현으로 대신하고 있다.


장승포항


그림은 거제도와 인간의 삶 전체를 표현하고 있다. 제일 잊지 못할 아름다운 항구인 '장승포항'은 선생님의 추억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 해금강은 거제도를 대표하는 명소로, 장어통발 배는 어민들의 고단한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 생동감이 넘치는 붉은 칠을 한 꽃게 다리를 보노라면, 하나 뚝 떼어, 살을 발라 먹고 싶은 강한 충동을 느끼게 하고도 남는다.


동기생의 열창(위), 스케치하는 선생님(가운데), 개막식 테이프 컷팅(아래)

많은 동문과 지역 예술계 인사들이 선생님의 초대전을 찾아 격려 해 주시는 개막식 모습이 아름다웠다. 여자 동기생은 선생님의 예술적 혼 못지않은 영혼의 목소리로 국악 한 곡을 뽑아 전시실을 휘감아 울려 퍼지게 했다. 열창에 빠진 동기생의 모습을 일필휘지 붓으로 그려내는 선생님. 며칠 남지 않은 시간, 거제도에 머무르는 선생님과 따뜻한 점심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다.


선생님 건강해 보이십니다

Posted by 죽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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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aazz.tistory.com BlogIcon [블루오션] 2012.01.08 10:5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늘은 즐거운 일요일이네요~

    날씨가 춥지도 않고 활동하기 딱좋은거 같아요~
    좋은 휴일 잘보내시고~

    손가락 더블클릭하고~ 블루 다녀가요~^^

    항상 답방에서 뵈는겁니다^^

  2. Favicon of http://centurm.tistory.com BlogIcon 연리지 2012.01.08 22: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제간의 끈끈한정이오가는모습 너무부럽습니다.
    죽풍님의 훌륭하신 인품이 상상이됩니다.
    잘보고갑니다.

    • Favicon of http://bamnwind.tistory.com/ BlogIcon 죽풍 2012.01.09 09:05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이고,,,과찬의 말씀입니다.
      암튼 감사하다는 말씀드리면서, 좋은 시간 되시기를 바랍니다.

  3. Favicon of https://dbfldn.tistory.com BlogIcon 승현이라 불러줘 2012.01.09 01:4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미술을 조금^^했었는데....
    오랜만에 작품감상에 마음이 훈훈 합니다^^
    감동 받고 돌아 갑니다...

    즐건 한주 되세요^^*

    • Favicon of http://bamnwind.tistory.com/ BlogIcon 죽풍 2012.01.09 09:04  댓글주소  수정/삭제

      예...
      미술을 하셨네요.
      저는 미술에 관심을 가지기는 했지만, 어렵더군요.
      시작도 해 보지 못하고, 선생님한테 영적인 감정만 받고 말았습니다.
      암튼 감사합니다. 좋은 시간 되시기를 바랍니다.


박득순 선생님께 드립니다.

고1때 미술을 가르치셨던, 박득순 선생님께 죄송한 마음을 전하면서...


선생님께서 주신 선물

선생니~임~. 건강하시죠?

먼저, 지난달 선생님께서 초대한 미술전시회에 참석하지 못한데 대해 죄송스럽다는 말씀부터 드립니다. 부끄럽지만, 그래도 전시회를 잘 치르셨는지 궁금하고요. 물론, 빈틈없는 선생님의 평소 생활 모습을 보면, 당연히 잘 마무리하였을 것으로 믿습니다.

며칠 전, 권수 친구가 사무실로 왔더군요. 가끔씩 들르는 친구라 그냥 지나가다 차나 한 잔 하러 온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그림 하나를 꺼내놓더군요. 심상찮은 분위기에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선생님께서 주신 작품이라는 것을.

친구로부터 '전시회를 잘 마쳤다는 것과 얼마 전 거제를 한번 다녀가셨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습니다. 참으로 미안하고 민망함이 교차하더군요. 변명이지만, 선생님께서 보내 주신 초대장을 항상 책상 위에 얹어 놓고 생각했습니다. '친구들이 가지 않더라도 혼자라도 가봐야지' 하고 말입니다. 바쁜 직장생활에 특히, 연말 업무를 정리하는 마당이라도 꼭 가 보리라 다짐했는데도, 결국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거제와 서울이 멀어 어쩔 수 없는 거 아니냐' 하면서 말입니다.

존경하는 선생님!

흔히, 세월은 흐르는 물과 같다고 합니다. 물은 위에서 아래로만 흐릅니다. 낮은 곳을 향한다는 의미겠지요. 여러 군데서 흐른 물은 거대한 바다에 함께 모여 공동체를 형성하고요. 그리고 인간을 비롯한 뭇 생명에게 이로움을 주는 위대한 자연 자산이기도 합니다. 저 역시도 물처럼 낮은 곳으로 흘러, 공동체를 형성하고, 사회에 보탬이 되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삶의 물길을 거슬러 올라가면,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꼭 30년이 되는 지난 2007년 선생님을 뵈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달, 선생님과의 특별한 만남의 기회를 저 손으로 뿌리쳤다는 것을 자책하고 있습니다.

이제 한 해가 또 다시 저물어 갑니다. 사람들은 '세월 참... 벌써, 12월이야' 라고 합니다. 세월과 도둑은 소문내지 않고 다녀간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맞는 말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엊그제 제야의 종소리를 들었고, 해돋이를 보겠다며 차가 밀린다는 소식을 들은 것만 같았습니다. 사람들은 또 다시 한 해를 정리하겠다고 부산을 떨겠지요. 따지고 보면, 지나가는 올해라는 것도, 다가오는 새해라는 것도 사람이 만들어 놓은 것인데, 그 속에 빠져 있는 모양입니다.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사람 사는 세상, 그렇고 그렇게, 두리 뭉실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보고 싶은 선생님!
아름다운 추억과 슬펐던 사연은 많고 많은 삶의 기억 중 조각 하나하나에 불과하다는 생각입니다. 선생님의 인생전반을 기리는 지난 번 미술작품 전시회 때, 참석하지 못한 가슴 아픈 조각 하나. 다시 한번 죄송스러럽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너그러운 마음으로 제자를 이해해 주셨으면 하는 마음, 감히 말씀드립니다. 선생님께 편지를 쓰면서, 지난 2007년 선생님을 초대했던 글을 다시 보게 됩니다. 그 당시 '오마이뉴스'에 실렸던 기사도 다시 찾아보게 되네요.

사랑하는 선생님!
지인이 그러더군요. '사람은 외롭다'고 말입니다. 그래서인지, 연말이 다가올수록 왠지 쓸쓸함이 드는 느낌입니다. 날씨도 계속 추울 것이라는 소식입니다. 겉옷 하나도 따뜻하게 입으시고, 건강하게 지내시기 바라면서, 이 편지로 선생님께 죄스러움을 대신합니다.


항상 건강하십시오.

따뜻한 섬나라, 거제도에서
제자 정도길 올림



2007년 1월 4일 <오마이뉴스> 기사, <스승과 제자 30년 만의 특별한 초대전>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0384082&PAGE_CD=



30년 세월을 기리며 선생님을 모십니다


삼십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지난 여름, 좁은 이 땅에 살면서도 선생님과 헤어진 지 꼭 삼십년 만에 동기생들과 함께 만났습니다. 해성고등학교가 있는 아름다운 언덕배기는 그 옛날의 모습을 간직하지 아니 하였어도, 은사님의 얼굴은 옛 모습 그대로 우리의 기억을 살려 주었고 모두를 반겨 주었습니다.

뜨거운 태양이 작열하던 그 때, 미치도록 자연경관이 아름다운 거제의 곳곳을 둘러보시면서 스케치하시던 그 모습. 살며시 눈 감으면 떠오르곤 합니다. 처음 만나는 날, 오랜만에 보는 제자들에게 주고자 하얀 백지 위에 정성과 사랑과 예술의 혼을 그려 넣었습니다. 밤을 새워 가면서 붓을 든 은사님의 손을 훔쳐보았습니다. 그 손은 사랑스런 어미니의 손이었습니다.

평생, 예술에 열정을 쏟아 온 선생님께서는 학도들에게 예술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 주셨습니다. 선생님께서 간직한 예술의 혼을 제자들이 다시 보기를 갈망합니다. 삼십년 만에 만나는 두 번째 만남에서 선생님에 대한 그리움과 예술에 대한 혼을 보고 싶어 합니다.

거제도의 아름다운 풍경을 하얀 백지위에 그려내는 선생님만이 간직한 예술세계의 혼. 그 세계를 다시 보고 싶어 합니다. 정열에 불탔던 선생님께서 제자들을 가르치신, 해성고등학교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 수많은 사람들의 기쁨과 슬픔을 간직한 장승포항을 내려다보며 위치한 곳에 세워진 거제도를 상징하는 건물, 예술의 전당인 거제문화예술회관. 이 곳, 거제문화예술회관에서 선생님을 모시고자 합니다.
 
2007. 1. 10

선생님을 모시는 제자 일동
Posted by 죽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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