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산사순례 31] 춘천 오봉산 청평사에서 108배로 31번째 염주 알을 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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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청평사 전경.

 

[108산사순례 31] 춘천 오봉산 청평사에서 108배로 31번째 염주 알을 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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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짓는 업... 그림자로 평생 나를 따라 다닐 것

<108산사순례 25> 춘천 오봉산 청평사

 

맑고 깨끗하다. 울창한 숲이 맑고, 계곡을 따라 도는 물소리가 맑다. 녹색 나무 잎사귀가 깨끗하고, 폭포에서 떨어지는 하얀 포말도 더 없이 깨끗하다. 쇠가 부딪히는, 귓전을 때리는 매미소리. 그 소리가 전혀 거슬리지 않는다. 왜 그럴까. 그건 나 자신이 시끄럽다 인식하지 않고, 그 소리에 빠졌다는 것이리라. 


여름휴가로 떠난, <108산사순례>는 강원도 춘천 청평사에서 첫 걸음을 내딛었다. 주차장에서 약 1.6km 떨어진 청평사까지 가는 길은 매미의 합창과 계곡의 물소리가 숲 속 저 멀리까지 가득 차 있다. 자연이 연출하는 환상적인 멜로디. 그 속에 여행자는 몸과 마음을 아낌없이 내 주고 말았다. 계곡 길을 따라 청평사까지 가는 그 시간 내내 까지는.


 

계곡 넙적 바위엔 웬 여인이 오른손으로 뱀 머리를 든 채 애틋한 심정으로 뱀의 두 눈을 쳐다보고 있다. 청평사 '공주설화'에 얽힌 이야기를 꾸며놓은 조각상이다.

 

중국 당나라 태종의 딸을 한 청년이 사랑했다. 청년은 그 죄로 죽임을 당하고, 상사뱀으로 환생하여 공주의 몸에 붙어서 살게 된다. 궁궐에서는 뱀을 떼어내려 갖은 방법을 찾았지만 효험은 없었다. 궁궐을 나온 공주는 먼 길 끝에 청평사에 이르게 되고, 공주굴에서 하룻밤을 잔 공주는 공주탕에서 몸을 깨끗이 씻고, 스님의 가사를 공양으로 올렸다. 그 공덕으로 상사뱀은 공주와 인연을 끊고 해탈을 끊었다.

 

이런 종류의 이야기는 설화에만 있는 것일까. 인간은 살아가면서 무수히 많은 판단착오를 일으키고, 그 결과는 생각하지 못한 곳에 이른다. 서로가 화를 불러들이고 화를 맞이한다. 양보하거나 집착을 내려놓았다면 어땠을까. 서로가 이익이 되는 길을 찾는 지혜가 필요하다.


 

청평사 계곡 '공주설화'에 얽힌 이야기, 집착을 내려놓아라

 

강원도 춘천시 소양강 댐 북쪽에 자리한 청평사. 오봉산 기슭에 자리한 청평사는 고려 광종 24년(973년) 승현선사가 창건하고 백암선원이라 하였으나, 그 뒤 폐사되었다. 조선 명종 때 보우선사가 중건하면서 대사찰로 변하지만, 한국전쟁 때 거의 소실되는 아픔을 겪는다. 이후 1970년대 전각을 새로 짓고 회전문을 보수하면서 지금에 이른다. 청평사란 이름은 '맑게 평정되었다'는 뜻 '청평'에서 비롯됐다


문화재로는 보물 제164호(춘천 청평사 회전문)와 강원도 문화재자료 제8호(청평사 삼층석탑)가 있으며, 명승 제70호(춘천 청평사 고려선원)가 있다. 현존 건물로는 중심법당인 대웅전을 비롯하여, 극락보전, 삼성각, 세향원, 청평루, 해탈문 등이 있으며, 진락공부도, 환적당부도, 고려정원 등이 있다. 이곳 읍지에 따르면, 고려시대 청평사는 221칸이 되는 대규모였다고 전한다.


 

울창한 숲 속을 얼마나 걸었을까, 편안한 걸음걸이가 끝나는 것을 예고라도 하듯 하늘이 열린다. 온 몸에 땡볕의 열기가 파고든다. 일주문이 없는 터라, 직행으로 청평사에 닿았다. 몇 개의 계단을 오르니 널찍한 절 마당이 나타나고, 뒤로는 암석지대 오봉산이 병풍으로 펼쳐져 있다. 절 마당 한가운데 우뚝 선 안내 간판과 받침돌 하나. '청평사 문수사 시장경비'라는 비석으로, "고려 말 원나라에서 청평사에 보내온 대장경과 사찰 후원금에 대한 내용을 기록한 비석"이라 적혀있다. 마당에는 받침돌만 덩그러니 남았다. 비와 받침돌이 영원하지 못함에 애틋함이 묻어나는 느낌이다.


 

일주문이 없는 청평사는 처음으로 회전문(보물 제164호)을 지난다. 청평사에서만 볼 수 있다는, 회전문이라는 이름 자체도 낯설다. 회전문을 지레짐작하면, '빙글빙글 돌아가는 문'이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런 뜻을 가진 것은 아니다. 중생들에게 윤회전생을 깨우치게 하는 '마음의 문'이란다. 정면 3칸, 측면 1칸의 맞배지붕으로 규모가 작은 회전문은 가운데 한 칸은 통로로 이용되고 양쪽 2칸은 마루가 깔려있다. 


양쪽의 좁은 공간에는 사천왕상이나, 다른 아무런 장식이 없다. 이 문은 1555년 경 보우대사가 건립했다고 전해지며, 한국전쟁 때 불탔으나 축대만큼은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천장에는 사찰에서 보기 드문 홍살을 가로로 배열한 것이 특징이다. 좌우로는 같은 규모의 건물 한 동씩이 자리하는데 그 용도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청평사 중심법당은 대웅전. 정면 3칸, 측면 3칸 맞배지붕 건물로 그리 크지 않은 아담한 편. 중앙계단 소맷돌은 용이나 거북 등을 장식하는 보통 사찰과는 달리 태극문양을 새겼다. 태극문양은 왕실과 관련 있는 건축물에서만 새기는 것을 감안하면 왕궁의 보호를 받는 사찰임을 증명한다. 회전문에 홍살을 설치한 것도 마찬가지 이유. 불단에는 주불인 석가모니불을 중심으로 좌우 협시보살로는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을 모셨다. 


문수보살은 ‘지혜’를 상징하는 보살로, 보현보살은 ‘행을 실천’하는 보살로 우리들에게 잘 알려져 있다. 문수·보현보살이 손에 든 연꽃 위에는 문수동자와 보현동자가 두 손 모아 합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는 일반사찰에서 보기 드문 형태로 특별나다. 동자의 머리 모양은 중국의 형태를 닮았는데, 불교가 중국을 거쳐 들어오면서 받은 영향이리라.

 

무릎을 꿇는다는 것, 진정한 '사과'와 '참회'란 무엇일까

 

공양미를 올리고 공손한 마음으로 무릎을 꿇었다. 사람이 무릎을 꿇는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닐 터. "무릎을 꿇을 바에야, 차라리 죽음을 달라"는 말을 짚어보면 더욱 그렇다. 그렇다면 어떤 경우, 왜, 무릎을 꿇을까. 그건, 자신이 저지른 잘 못을 비는 '사과'와 자신의 부족함을 반성하는 '참회' 등 두 가지 때문이 아닐까. 사과와 참회의 기본은 진정성. 진심이 담기지 않은 사과와 참회는 아무런 감동도, 그 의미도, 없다. 부처님 앞에 108배를 올렸다. 나의 건강을 위하고 명예를 위하여, 나의 재산 증식을 위하고 내 가족의 행복을 기원하는, 그런 기도가 아님은 물론이다. 



염주 한 알을 돌릴 때 마다, '참회합니다'라는 주문은 끝없이 이어진다. 오로지 나 자신의 부족함을 비는 진심을 담은 108배는 그렇게 끝을 맺었다. 얼굴과 온 몸은 땀범벅이다. 개운하기 이를 데 없고 날아갈듯 상쾌하다. '진정한 참회'는 이렇듯 맑고 깨끗함을 얻을 수 있다. 그런데, 이웃나라 일본은 70년 세월을 '진정한 사과' 없는 세월을 보내고 있다. 더러운 물속에 자신을 가두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기만 하다. 광복 70년을 맞아 문득 이는 생각이다.


 

청평사는 댐이 생긴 후 유명해졌다. 소양댐에서 배로 15분 걸리는 '섬 속의 사찰'로 찾아가는 매력 때문이다. 연인들은 기차를 타고 춘천에서 내려, 다시 버스를 갈아타고 소양댐까지 간다. 여기서부터는 청평사행 배를 타는 것. 각종 교통편을 갈아타면서 육지와 호수의 주변 풍경을 감상하는 것도 여행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어 좋다. 하늘을 덮은 우거진 숲 속을 걷는 재미도 쏠쏠하다. 길목마다 청평사와 관련한 이야깃거리는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번잡한 도심에서 벗어나 자신을 돌아보는 여행지로서는 '딱'이라는 생각이다.


 

'맑게 평정되었다'는 청평사에서 일어나는 생각 한 조각이 머리를 스친다. '그림자'가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그림자는 평생 나를 따라 다니면서 내 곁을 떠나지 않는다. 떠날 수도 없는 그림자다. 그림자는 나의 분신이요, 나의 영혼이다. 그림자는 맑은 날이면 더욱 뚜렷해진 모습으로 내 곁에서 머문다. 비오거나 흐린 날이면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다. 그렇다고 영원히 나를 떠났을까. 


다시, 맑아지는 날이면 그림자는 원래 모습으로 내 곁에 살짝 와 있다. 살아가면서 착한 일을 많이 행하면, 선행의 그림자로서 든든한 동반자가 될 것이요. 나쁜 일을 더 많이 하면, 악행의 그림자로 나를 괴롭히며 쫓아 올 것이다. 나쁜 일은 생각도 내지 말며, 착한 일은 행동으로 실천하라. 내가 짓는 업은 그림자의 모습으로 죽음을 다하는 그날까지 평생 나를 따라 다닐 것임을 알아야만 한다. <108산사순례> 그 서른한 번째 여행, 춘천 청평사에서 31번 째 염주 알을 꿸 수 있었다.


 

『108산사순례 31

 

(1)양산 통도사 → (2)합천 해인사(483.8km) → (3)순천 송광사(367.8km) → (4)경산 선본사 갓바위(448.4km) →  (5)완주 송광사(220. 2km) →  (6)김제 금산사(279.2km)  → (7)여수 향일암(183.4km)  → (8)여수 흥국사(192.3km) → (9)양산 내원사(100.3km) → (10)부산 범어사(126.6km) → (11)구례 연곡사(156.8km) → (12)구례 화엄사(25.1km) → (13)구례 천은사(192.5km) → (14)김천 청암사(204.9km) → (15)김천 직지사(270.7km) → (16)영천 은해사(184.0km) → (17)영천 거조암(220.5km) → (18)보은 법주사(289.1km) → (19)영동 영국사(301.0km)  → (20)영천 수도사(378.6km) → (21)남해 보리암(122.9km)  → (22)고성 옥천사(144.4km) →  (23)울주 석남사(121.6km) → (24)밀양 표충사(156.0km) →  (25)하동 쌍계사(153.6km) → (26)남원 실상사(233.7km) → (27)달성 용연사(334.8km) → (28)천안 각원사(325.4km) → (29)천안 광덕사(30.2km) → (30)공주 마곡사(311.8km) → (31)춘천 청평사(집 → 청평사, 486.8km)

 

☞ 총 누적거리 7,046.4km


 

[108산사순례 31] 춘천 오봉산 청평사에서 108배로 31번째 염주 알을 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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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춘천시 북산면 | 청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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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죽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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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moldone.tistory.com BlogIcon 청결원 2015.08.20 06: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청평사 잘 보고 가네요

  2. Favicon of https://jongamk.tistory.com BlogIcon 핑구야 날자 2015.08.20 07:5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폭포가 아직은 시원하게 느껴집니다 서울에서도 멀지 않네요

  3. Favicon of https://tm7rl1.tistory.com BlogIcon 착한곰돌이 2015.08.20 09:5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공주와 상사뱀의 조각 잘 만들어졌네요

  4. Favicon of https://t-a-s.tistory.com BlogIcon 뷸꽃남자+ 2015.08.20 11: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 진자 좋은곳이 이렇게나 많네요

  5. Favicon of https://gdlsg.tistory.com BlogIcon 도생 2015.08.20 11: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시간이 있다면 소양감댐에 차를 두고 배타고 다녀오는 것도 좋습니다.
    성불하세요^^

  6. Favicon of https://kbank.tistory.com BlogIcon 행복생활 2015.08.20 13:1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덕분에 좋은곳 잘 보고 갑니다 ^^
    행복 가득한 하루를 보내세요~

  7. Favicon of https://onetwopunch.tistory.com BlogIcon 강냉이. 2015.08.20 13:4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108배 정말 힘들다고 하던데 ㅠㅠ

  8. Favicon of https://jemstory.tistory.com BlogIcon 윤유엄니 2015.08.20 13:5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진으로 시원하게 구경 잘 하고 갑니다.^^

  9. BlogIcon sto 2015.08.20 14: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집착을 버리는 자세가 필요하군요

  10. Favicon of https://ggng2.tistory.com BlogIcon 헬로끙이 2015.08.20 15:5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청평사에 가면 울창한 숲과 계곡도 볼수있군요 ^^
    산사 순례를 하시다니 덕분에 청평사에 대해 잘 알아갑니다

  11. 2015.08.20 23: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12. Favicon of https://travelyoungdo.tistory.com BlogIcon 영도나그네 2015.08.21 22:3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하!
    이번 여름휴가에는 멀리 춘천의 청평사에서 108산사순례행사를 가지셨네요..
    말고 깨끗한 물소리와 세소리들이 어우러진 깊은 계곡에서의 순례행사는 정말
    의미있는 시간이 된것 같기도 하구요..
    오늘도 행복한 시간 가지시기 바라면서..

  13. Favicon of https://unitform.tistory.com BlogIcon 정감이 2015.08.21 22:5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멋지군요.. 이런 이쁜데가 있군요.

 

 

[108산사순례 24] 밀양 재약산 표충사에서 108배로 24번 째 염주 알을 꿰다/사찰여행/밀양여행/밀양 가볼만한곳

 

 

[108산사순례 24] 밀양 재약산 표충사에서 108배로 24번 째 염주 알을 꿰다/사찰여행/밀양여행/밀양 가볼만한곳

 

세상만사 거치적거린다고 나빠 할 일은 아니다

<108산사순례 18> 밀양 사명대사 호국성지 표충사

 

울주 석남사에서 이른 아침 시간을 보내고 밀양 표충사로 가는 길. 석남사 입구에서 국도 24호선을 타고 가지산터널을 통과하니 밀양시에 금방 와 닿는다. 가지산터널은 2008년 3월 준공 당시, 국도터널로서는 4.58km(울산방향, 밀양방향은 4.534km)로 국내에서 최고 긴 터널이었다. 지금은 2012년 3월 임시 개통한 5.1km의 배후령터널(국도 제46호선)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아무튼 여행자로서는 편리한 교통 덕분에 그만큼 수월해서 좋기는 하다. 그럼에도 시간만 좀 넉넉했다면 산 중턱에 자리한 석남터널을 타고 꼬불꼬불한 옛 길을 드라이브 하는 재미도 마음껏 즐길 수 있었을 텐데. 지난 6월 13일 울주 석남사에서 밀양 표충사로 가는 도로상황이다.

 

 

약 25km를 달려 표충사 입구에 다다르니 시원한 계곡과 숲길이 여행자를 맞이한다. 홍제교 너머 서 있는 일주문. 일주문에는 절이 자리한 산 이름과  절 이름을 병기한 편액을 거는데 표충사 일주문에 편액이 걸려있지 않다. 무슨 사연이 있을까. 사찰로 들어가는 좌우에 펼쳐진 넓은 숲에 우거진 나무들. 가까이로는 계곡이 있어 여름 더위를 보내기엔 제격이다. 길옆에 허름한 집, 무엇이 있을까 궁금해 고개를 들여다보니 비가 서 있다. 성과 이름 그리고 관직을 새겼고, 마지막에 '불망비'라 적은 비 대여섯 개가 있다. '나는 죽으면 그 누가 불망비를 세워줄까', 문득 일어나는 생각이다.

 

 

표충사는 밀양의 주산이라 불리는 재약산 자락에 터를 잡았다. 사명대사 호국성지 표충사. 대한불교조계종 제15교구 본사인 통도사의 말사다. 표충사는 임진왜란 때 큰 공을 세운 사명대사의 혼을 기리기 위하여 나라에서 이름 지었고, 경내에는 표충사당이 자리하고 있다. 654년(무열왕 1년) 원효대사가 삼국통일을 기원하고자 창건하고 죽림사라 하였다. 829년(흥덕왕 4) 인도의 고승 황면선사가 석가모니의 진신 사리를 봉안할 곳을 동방에서 찾다가 오색서운이 감도는 것을 발견하고 3층 석탑을 세워 사리를 봉안했다.

 

이 때 왕의 셋째 왕자가 몹쓸 병을 얻었다. 전국의 명산과 명의를 찾던 중 이곳 약수를 마시고, 황면선사의 법력으로 왕자는 쾌유됐다. 왕이 칭송하니 선사가 말하기를, "이곳 유수와 산초가 모두 약수요, 약초 아님이 없습니다"라 말하니, 왕이 기뻐하고 절 이름을 재약산 영정사라 이름 지어 크게 부흥시켰다고 전한다. 국보 제75호 '청동은입사향완'과 보물 제467호 '3층석탑'이 있으며, 경상남도 유형문화재로는 석등(제14호), 표충서원(제52호), 대광전(제131호), 밀양표충사소장유품(293호)등이 있다.

 

유․불․선이 함께하는 표충사, 사당과 사원의 영역으로 구분된 특별한 가람배치

 

 

표충사의 중문격인 수충루 누각 아래로 진입하면 시원스레 펼쳐진 절 마당이 나온다. 꽤나 넓다. 정면으로 바라 보는 산세가 수려하기 그지없다. 표충사는 사당과 사원의 영역으로 나뉘어져 있다. 사천왕문이 있는 중앙 계단을 중심으로 아래쪽 마당에는 표충서원과 표충사당이 있다. 사천왕문을 들어서면 절에 있어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석탑과 중심 법당인 대광전 등이 자리한다. 사원의 영역인 셈이다. 대개의 사찰과는 다른 가람배치를 보여준다.

 

 

표충서원은 임진왜란 때 큰 공을 세운 서산, 사명, 기허당 세 분 대사의 충절을 기리기 위해 건립됐다. 원래 무안면에 '표충사'라는 사당으로 세워졌으나, 1839년(헌종 5)에 옛 영정사 터인 지금의 자리로 옮기면서 '표충서원'으로 편액을 걸었다. 이 때 절 이름도 '표충사'로 고쳤다. 매년 3월과 9월 두 차례 제례가 행해진다. 이 서원은 조선시대 이후 유교와 불교의 관계를 보여주는 특이한 사례다. 표충사((表忠祠)에는 진영이 모셔져 있다.

 

 

계단 길을 올라 사천왕문을 지나니 부처님 계신 사원이다. 삼층석탑이 자리한 좌우 주변으로 많은 전각들. 그런데 어딘지 모르게 전각의 배치가 부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절 입구에 들어서면 정면으로 중심법당이 나타나는데 반해, 표충사는 주 법당인 대광전이 좌측에 자리하고 있다. 대광전 맞은편에 자리한 정면 7칸, 측면 2칸의 날씬하게 빠진 우화루도 마찬가지. 가람배치를 이해하는 불자라면 설명이 없어도 눈치를 채고도 남을 일이다.

 

원래 대광전에 이르는 길은 사천왕문을 통과하는 길이 아닌, 우화루 앞으로 진입로가 있었다고 한다. 근래 가람을 정비하면서 진입로가 바뀌었다는 것. 익숙하지 않은 모습으로 자리한 전각들. 석탑 역시 중심법당인 대광전 앞에 자리하지 않고 한 쪽으로 비켜 나 서 있다. 언젠가 중창할 그 때가 오면, 주 법당을 정면으로 맞이하면 좋겠다는 작은 소망이다.

 

 

대광전. 표충사의 큰 법당으로 정면 5칸, 측면 3칸, 외 3포 내 3포 다포식 팔작지붕을 가진 건축물이다. 고건축에 관심 있는 여행자라면 대광전 건물 하나만 놓고도 한참이나 관심을 기울여도 좋다. 우선 겉으로 드러나는 단청이 화려하다. 중앙계단 소맷돌 조각과 잘 다듬어진 주초석은 조각예술의 진미를 보여준다. 건물 네 귀퉁이는 지붕의 무게를 감당해 내고 추녀가 처지는 것을 막기 위한 네 개의 활주가 있다. 앞쪽의 기둥은 팔각형인데 비해, 뒤쪽의 기둥은 원형으로 그 형태가 매우 특이하다. 몇 몇 볼거리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용마루와 추녀마루에 설치한 장식물. 궁궐의 집들은 용마루를 비롯한 내림마루와 추녀마루에 액운을 쫓거나 화재를 예방하는 기능으로 잡상을 얹히는 것이 보통이다. 이에 반해 절 집 건축에 있어 지붕에 잡상을 장식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 편이다. 표충사 대광전 지붕 위 장식물은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절 집 건축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장식물, 찰간대와 잡상들

 

용마루 중앙에 장식한 찰간대. 원래 '찰간'의 뜻은 큰 절 앞에 세우는 깃대와 비슷한 물건으로 나무나 쇠로 만들며, 예전에 덕이 높은 승려가 있음을 알리기 위해 세웠다. 절에서 의식을 할 때면 당간지주에 불화를 건다. 대형 불화는 오색 천으로 사방을 장식하고, 그 천이 찰간대에 묶여 내려오면서 불화를 아름답게 장식한다. 찰간대와 관련한 일화가 전해온다. 부처님의 십대제자인 가섭존자는 아난존자에 '찰간대를 꺾여 버려라'라는 화두를 던진다.

 

아난은 그 의미를 알지 못하고 시키는 말에 '예'라고 답만 할 뿐 그 뜻을 헤아리지 못했다. 많은 시간을 보내고서야 스스로 깨달음에 이른다. 가섭은 깨달음으로 가는 길을 직접 제시하지 않았고, 아난은 수행정진으로 자신이 홀로 의문을 풀었다. 지붕 위 잡상 또한 절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잡상을 얹힌 것은 도교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며, 서원이 함께 있는 유불선 삼교일치를 나타내는 뜻을 함축하고 있음을 의미하고 있다.

 

 

대광전은 대적광전의 또 다른 표현으로 표충사의 주 법당이다. 대적광전은 연화장세계의 교주인 비로자나불을 모신 법당이다. 그런데 이 법당에는 석가여래를 주불로 아미타여래와 약사여래가 좌우 협시불로 봉안돼 있다. 어떤 연유에서 비로자나불 대신 석가여래를 주불로 모셨을까 하는 의문은 다음 방문 때까지 숙제로 남겼다. 삼배를 올리고 정좌하여 묵상에 잠겼다. 천수경을 읽고 108배를 시작했다. 바닥이 고르지 않아 나무판자가 삐거덕거리는 소리에 신경이 쓰인다. 실내의 높은 기온으로 온 몸은 땀범벅이 된지 오래다. 다시 정좌하고 염주 알 하나를 추가로 꿰었다. 24번 째 꿴 염주 알이다.

 

 

우화루에 올라 자리에 앉았다. 사방으로 탁 트인 공간이 시원하다. 계곡에서 흐르는 물은 바위와 부딪혀 높낮이의 소리를 반복한다. 바위가 없다면 그 소리도 나지 않을 법. 숲 속에서 지저귀는 새의 울음소리. 시끄러운 울음소리도 숲이 없다면 맑고 깨끗한 노래 소리로 들리지 않았을 터. 세상만사 모두 거치적거린다고 나빠하거나 화낼 일은 아니다. 물과 울음소리는 바위와 숲에 거치적거림으로서, 아름다운 소리로 귀를 청정하게 만들어 준다. 자연은 인간에게 '무한한 베풂'을 제공한다. 그렇다면 인간은 자연에게 무엇을 주는 걸까. <108산사순례> 그 스물네 번째 기도여행에서 자연에게 무엇을 베풀 것인가 고민한 여행이었다.

 

 

 

『108산사순례 24

 

(1)양산 통도사 → (2)합천 해인사(483.8km) → (3)순천 송광사(367.8km) → (4)경산 선본사 갓바위(448.4km) →  (5)완주 송광사(220. 2km) →  (6)김제 금산사(279.2km)  → (7)여수 향일암(183.4km)  → (8)여수 흥국사(192.3km) → (9)양산 내원사(100.3km) → (10)부산 범어사(126.6km) → (11)구례 연곡사(156.8km) → (12)구례 화엄사(25.1km) → (13)구례 천은사(192.5km) → (14)김천 청암사(204.9km) → (15)김천 직지사(270.7km) → (16)영천 은해사(184.0km) → (17)영천 거조암(220.5km) → (18)보은 법주사(289.1km) → (19)영동 영국사(301.0km)  → (20)영천 수도사(378.6km) → (21)남해 보리암(122.9km)  → (22)고성 옥천사(144.4km) →  (23)울주 석남사(121.6km) → (24)밀양 표충사(석남사 → 표충사 25.3km → 집 130.7km, 156.0km)

 

☞ 총 누적거리 5,170.1km

 

 

[108산사순례 24] 밀양 재약산 표충사에서 108배로 24번 째 염주 알을 꿰다/사찰여행/밀양여행/밀양 가볼만한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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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죽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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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jongamk.tistory.com BlogIcon 핑구야 날자 2015.06.25 08:3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더워서 그런지 산사에 가보고 싶어지는 거 있죠

  2. Favicon of https://dietx.tistory.com BlogIcon 다이어트X 2015.06.25 09:0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언제나 한번 가볼 수 있을지..^^~!

  3. Favicon of https://roki1.tistory.com BlogIcon 로키. 2015.06.25 10:2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 마루에 누우면 시원하겠지만.ㅎㅎ 신성한 절에서 그럼 안되겠죠 ㅎㅎ.

  4. Favicon of http://5stin.tistory.com BlogIcon 메리. 2015.06.25 12:1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밀양의 여행지 잘 보고 갑니다~

  5. Favicon of https://0572.tistory.com BlogIcon 『방쌤』 2015.06.25 13:4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들어가는 길이 너무 예뻐서
    갈때마다 기분이 좋아지는 표충사입니다
    조만간 밀양을 다시 찾으면 꼭 들리려구요^^

  6. Favicon of https://ggng2.tistory.com BlogIcon 헬로끙이 2015.06.25 15:5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와 여기도 멋진 사찰이네요 ^^
    사찰 여행 너무 멋진것 같습니다

  7. Favicon of https://gdlsg.tistory.com BlogIcon 도생 2015.06.25 16:0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하나 하나의 염주알에 마음의 정성의 엿보입니다.
    성불하세요^^

  8. Favicon of https://me2days.tistory.com BlogIcon 프리뷰 2015.06.25 17: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곳이 참 많이 있었네요^^

  9. Favicon of https://sjinub15.tistory.com BlogIcon misoyou 2015.06.25 17:3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밀양 가볼만 한곳 이네요
    잘보고갑니다

  10. Favicon of https://su1624.tistory.com BlogIcon 도느로 2015.06.25 18:3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번엔 저도 가끔 들르는 곳에서 염주를 꿰셨군요 ^^
    표충사 블로그에서보니 더 반갑네요.
    늘 건강챙기면서 수행하셔요~

  11. Favicon of http://bbs2014.tistory.com BlogIcon 뉴론♥ 2015.06.25 20:1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마지막에 염주에 불교서책이 인상적이네여 이런곳에 방문하면 마음이 편해지죠

  12. Favicon of https://aquaplanetstory.tistory.com BlogIcon aquaplanet 2015.06.25 20:3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불망비, 저도 누군가가 세워줬으면 좋겠네요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13. Favicon of https://yahoe.tistory.com BlogIcon 금정산 2015.06.25 22: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표충사 오랜만에 봅니다. 덕분에 잘 보고 갑니다.

  14. Favicon of https://travelyoungdo.tistory.com BlogIcon 영도나그네 2015.06.26 17:0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밀양의 표충사에서 108산사순례 24번째 염주를 꿰는 시간을 가지셨네요..
    볼때마다 죽풍님의 불심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해보면서 108번째 사찰은 언제 어느사찰이
    될지 궁금해 지기도 하구요..
    모처럼 새운 계획이 꼭 이루어 지시기를 바랍니다..

  15. Favicon of http://blog.daum.net/mbbbk/?t__nil_login=myblog BlogIcon 미륵 2015.07.09 09: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원시시대도 아니고 종교는 무슨 종교?종교라는것은 없다.종교가 선량한 사람들의 눈을 멀게하여 죽음의길로 들어가게 하는 범죄를 저질르고 있는 것이다.오랜 과거에서 오늘날까지 전래되어 관습화하여 문화화하고 우리 일상 생활에서 행하여진 것이기에,선입관,판단력의 부족,사고력의 부족,인식자료의 부족으로 많은 사람들이 무의식,무비판적으로 받아 드리고 죽어 간다.세숫대야에 따뜻한 물을 받아 앉아만 계십시요(좌욕).건강을 지킬수 있습니다.오전,오후30분이상 실행하며,매일 습관을 들이는것이 중요합니다.죽고 싶지 않은 사람은 실행 하십시오.미륵 배상!

 

[108산사순례 15] 김천 황악산 직지사에서 108배로 15번 째 염주 알을 꿰다

/사찰여행/김천여행/김천 가볼만한 곳

 

 

[108산사순례 15] 김천 황악산 직지사에서 108배로 15번 째 염주 알을 꿰다

/사찰여행/김천여행/김천 가볼만한 곳

 

'같이 가자'며 소리지르는 물소리에서 배운 '조화'의 깨달음 

<108산사순례기도로 떠나는 사찰이야기> 황악산 직지사

 

꽃비가 내린다. 살랑대는 봄바람에 벚꽃 잎이 하늘거리며 땅 위로 떨어진다. 오후에 비가 내린다는 예보가 있지만, 여행자들과 차량이 도로를 점령한지 오래다작은 하천 양쪽 길가에 핀 벚꽃은 냇가의 하늘을 덮었다. 장난기 가득한 꼬맹이는 한 손에 풍선을 든 채, 다른 손으로 떨어지는 꽃잎을 잡으려 용쓴다. 힘에 부쳤는지 달려가다 이내 포기하는 아이. 허탈해 하기 보다는, 웃음 가득 활기발랄하다. 마치 새 생명으로 활짝 꽃을 피운 순백의 자연을 닮은 모습 그대로. 4월 4일. 김천 직지사 앞을 흐르는 백운천 풍경이다.

 

 

<108산사여행> 그 열다섯 번째 여행지는 김천 직지사. 직지사는 한국불교 1천 6백 년의 역사와 그 세월을 같이 하고 있다. 대한불교조계종 제8교구 본사로 신라 눌지왕 2년(418) 아도화상이 창건했다. 쉽게 부르는 이름에도 숨은 뜻이 있다. 사람도, 다른 동물도, 자연도 그리고 다른 그 어떤 사물에도 이름 속에 숨은 뜻을 알아보는 것은 공부도 되고 재미도 되는 일. '직지사'란 이름도 여러 가지 뜻이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정설이라 설명하는 것은, 선종의 가르침에서 나온 '직지인심 견성성불(直指人心 見性成佛)'에서 나왔다는 것. 사전에 의하면, "선종에서 깨달음을 설명한 말로 교학에 의지하지 아니하고, 좌선에 의해서 바로 사람의 마음을 직관하여 불의 깨달음에 도달하는 것"이라 돼 있다. 다음으로, 창건주 아도화상이 황악산을 가리키면서 저 산 아래도 절을 지을 '길상지지'가 있다고 한데서 유래됐다. 또 다른 설은 고려의 능여화상이 직지사를 중창할 때 '자를 쓰지 않고 자기 손으로 측지' 하였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어쨌거나 숨은 이름의 뜻을 아는 것도 여행의 참 맛이 아닐까.

 

 

오래된 역사를 간직한 직지사는 국보와 보물 급 문화재도 많이 있다. 국보로는 제208호 '도리사 세존사리탑 금동 사리기'가 있다. 보물로는 제11-2호, 제319호, 제606호, 제607호, 제670호, 제1141호, 제1186호, 제1241호, 제1303호, 제1306호, 제1330호, 제1576호가 있다. 경상북도 유형문화재로는 제296호 '직지사석조나한좌상'이 있다. 보물은 수가 많아 호수만 게재하며, 참고로 문화재청 누리집 '문화재검색'에서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있다.(문화재청 문화재검색) 

 

대웅전 앞 넓은 마당 양쪽에 터를 잡은 탑, 안정감 더해 주는 이곳이 극락세계

 

 

사찰로 들어가는 문은 제일 먼저 '일주문'을 통과하는 것이 보통이나, 이곳은 대궐 같은 문이 여행자를 압도한다. '동국제일가람황악산문'이라는 황금색의 힘찬 서체가 편액을 차지하고 있다. 잘 닦여진 도로 양쪽으로 하늘을 가린 숲은 힐링하기에 안성맞춤이다. '하늘 끝까지 뻗어보겠다'는 것인지, 목련은 홀쭉하게 잘 빠진 키 큰 소나무와 같은 높이를 이룬다. 생태계에 적응한 탓일까, 옆으로 퍼지지 않고 길쭉하게 솟아 오른 목련은 하늘 끝에 하얀 꽃을 달고 있다. 직지사가 안고 있는 역사의 깊이는 사찰로 들어가면서부터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낸다. 몸통이 굵은 붉은 소나무는 휘어져 있음에도 꺾이거나 드러눕지 않고 버텨 서 있다. '나 좀 봐 달라'는 느낌이다.

 

 

일주문 '황악산직지사'라는 편액 뒤에 또 다른 작은 현판에는 '자하문'이라 쓰여 있다. 이 일주문은 고려시대에 건립됐고, 사천왕문과 함께 임진왜란 때도 무사했다고 전해진다. 잠시 뒤 나타나는 '대양문'. 다른 사찰에서 좀처럼 보기 드문 이 문은 어떤 용도이며 무슨 의미를 담았을까 궁금하다. 글자를 풀이하면, '큰 빛'이라 할 수 있는데, 살펴보니 '부처님의 큰 광명을 상징하는 문'이라고 한다. 어쨌거나 사찰 기도여행을 위한 여행자에게 부처님이 내려 주신 작은 광명이라도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직지사는 일주문, 대양문, 금강문 그리고 보수공사로 인한 사천왕문을 지나고 만세루를 건너야만 부처님이 계신 곳 대웅전을 만난다.

 

 

절 마당이 탁 트여 시원하다. 대웅전을 중심으로 동서 양쪽으로 균형을 이룬 탑이 안정감을 더해준다. 이 두개의 탑은 보물 제606호 '문경 도천사지 동·서 삼층석탑'으로 통일신라 말기 석탑이다. 비로전 앞 '문경 도천사지 삼층석탑(보물 제607호)'과 함께 원래는 경북 문경군 산북면 서중리의 옛 절터에 쓰러져 있던 것인데, 1974년 옮겨 온 것이다. 탑을 자세히 관찰하니 상륜부가 좀 특이하다. 돌의 색깔이나, 문양 등이 탑신부와는 달리 새것처럼 보인다. 안내문을 보니 이 탑을 옮겨 올 즈음인 1976년, 상륜부는 추정 복원한 것이라고 한다. 눈여겨 볼 것은 일반적인 삼층석탑에서 볼 수 있는 이중기단이 아닌 단층기단이라는 점과 1층 몸돌이 2·3층 몸돌에 비해 훨씬 커 안정감보다는 상승감이 강해 보인다는 것이다.

 

 

주 법당인 대웅전은 보물 제1576호. 정면 5칸, 측면 3칸 형식의 겹처마 팔작지붕이다. 중심 법당답게 크고 짜임새가 있으며, 중후한 모양새가 묵은 장맛을 맛보는 느낌이다. 스님들만 출입 할 수 있는 어간문이 특별나다. 두 개의 문 중 오른쪽 문에 작은 쪽문 하나가 달려 있는 것. 이 작은 문을 열고 들어가면 자연스레 고개가 숙여지고, 이로 마주하는 부처님께 공경함을 내는 것은 아닐까 나름의 해석이다. 불단에는 석가모니불을 중심으로 좌우에 약사불과 아미타불이 모셔져 있다. 내부에는 용, 물고기, 개구리, 연꽃 등 소박한 장식에서 정감미가 넘쳐 난다. 폭 9m의 후불벽 뒤로는 활달한 필치로 관세음보살이 그려져 있다. 바닥에 엎드려 108배를 올렸다. <108산사순례> 그 열다섯 번째 기도여행에서 15번 째 염주 알을 꿰었다.

 

 

직지성보박물관 주변에 핀 노란 개나리, 짐작으로 봐도 오십 년은 넘게 보여

 

조계종 제8교구 본사답게 절의 규모도 매우 크다. 여러 부처님을 상징하는, 각각의 의미를 지닌 법당을 둘러보는 것도 사찰여행에서 빼 놓을 수 없는 구경거리이자 묘미. 천불상을 모신, 일명 천불전이라는 불리는 비로전에는 비로자나불을 중심으로 약사불과 노사나불을 모셨다. 그 뒤로는 천불상이 자리한다. 조선시대 천불상을 모셨던 세 곳의 절이 있는데, 이곳 직지사, 마곡사 그리고 대흥사라고 한다. 알록달록하게 색칠한 꽃 창살문이 화려하지도, 촌스럽지도 않게 수수하다.

 

꽃 문양 중간에 자물쇠 없는 문고리를 보니, '영원을 약속'하는 두 개의 꽉 잠긴 열쇠와 좋은 대비를 이룬다. 잠가 놓지 않아도 억지로 열지 않으면 열 수 없는 문고리. 우리는 스스로가 그 문고리를 잠가 놓고 사는 것은 아닐까. 육신은 잠가 놓아 도망갈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정신까지 잠긴 상태로야 있을까. 문고리에서 느끼는 작은 깨달음. 깨달음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내 안의 부처님'이라고 하는 걸까.

 

 

직지성보박물관 앞마당은 작은 조각공원이다. 돌부처를 비롯한 다양한 조각상을 만날 수 있다. 박물관에는 국보 제208호인 '도리사 금동육각사리함'을 비롯한 9점의 국가지정문화재, 4점의 지방문화재, 불교조각, 불교회화, 불교공예 작품 등 5700여 점의 유물이 소장돼 있다. 소중한 문화재를 관람할 수 있는 기회는 입장료 1000원이면 충분하다. 여유를 가지고 마당을 한 바퀴 돌아보면 불교예술에 푹 빠져드는 자신을 발견한다. 한 방울씩 떨어지는 가랑비에 제 몸을 맡겨 놓은 노란 개나리꽃. 개나리는 가지가 번져 나가는 속성으로 제 몸의 둘레를 살찌우지 못하는데, 이곳 몇 그루의 개나리는 그 나이를 추정하기가 쉽지 않다. 고목에서 흔히 나타나는 나무 밑둥 구멍이 파인 것을 보니, 족히 오십 년은 넘어 보인다.

 

 

외부인출입금지 구역을 제외하고 구석구석 둘러 본 직지사. 작은 하천을 따라 여행자는 발길을 옮긴다. 냇가를 흐르는 물이 내 뒤를 바짝 쫓아오며 소리를 지른다. '같이 가자'거나, '날 데려 가라'는 소리다. 장독대 옆에 핀 자색 목련, 늘어선 장독 그리고 기와지붕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다. "어긋나거나 부딪침이 없이 서로 고르게 잘 어울림, 모순되거나 어긋남이 없이 서로 잘 어울리는 상태에 있다"라는 '조화'의 의미. '셋'이 가장 안정적이라고 한다. 이쪽저쪽 편을 들지 않는 중립도 있기 때문이다. 하나를 빼면 균형을 잡기도 어렵고 조화를 이루는데 힘도 든다. '같이 가거나', '같이 데려 가거나' 하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요, 삶이 아닐까. 김천 직지사에서 '조화로움'을 깨달은 기도여행이었다.

 

 

『108산사순례 15

 

(1)양산 통도사 → (2)합천 해인사(483.8km) → (3)순천 송광사(367.8km) → (4)경산 선본사 갓바위(448.4km) →  (5)완주 송광사(220. 2km) →  (6)김제 금산사(279.2km)  → (7)여수 향일암(183.4km)  → (8)여수 흥국사(192.3km) → (9)양산 내원사(100.3km) → (10)부산 범어사(126.6km) → (11)구례 연곡사(156.8km) → (12)구례 화엄사(25.1km) → (13)구례 천은사(192.5km) → (14)김천 청암사(204.9km) → (15)김천 직지사(청암사 → 직지사 40.4km → 집 230.3km, 270.7km) 

 

☞ 총 누적거리 3,252.0km

 

 

[108산사순례 15] 김천 황악산 직지사에서 108배로 15번 째 염주 알을 꿰다

/사찰여행/김천여행/김천 가볼만한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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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aaqq.tistory.com BlogIcon 아쿠나 2015.04.17 06:5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황악산에 대해서 알아보시려는 분들에게
    정말 좋은 글인듯 합니다~
    잘보고 가구요 불금되세요 ^^

  2. Favicon of http://bbs2014.tistory.com BlogIcon 뉴론♥ 2015.04.17 07:4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108배 하려면 생가보단 힘들겠어여 전 해본적이 없어서여 그래도 잘보고 갑니다.

  3. Favicon of https://hym9981.tistory.com BlogIcon 마니7373 2015.04.17 08:1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직지사는 유명한 사찰이죠~
    108산사순례 덕에 한국의 사찰들을
    앉아서 편하게 많이 접하게 됩니다.
    아무쪼록 계획하신데로 잘 시행 하시기 바랍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4. Favicon of https://mindman.tistory.com BlogIcon mindman 2015.04.17 09:2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번뇌를 떨쳐버리자!~ 108 산사 순례!~ 하하. 잘 보고 있어요.

  5. Favicon of https://tokyo.innoya.com BlogIcon 이노(inno) 2015.04.17 09:3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직지사는 들어본적 있어요.
    김천에 사는 친구들이 많았거든요

  6. Favicon of https://hansik07.tistory.com BlogIcon Hansik's Drink 2015.04.17 09:4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보고 간답니다 ^^
    활기차게 하루를 보내세요~

  7. Favicon of https://yahoe.tistory.com BlogIcon 금정산 2015.04.17 09:5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멋진 직지사 풍경 감상 잘하고 갑니다.
    즐거운 시간 되세요

  8. Favicon of https://bonlivre.tistory.com BlogIcon 봉리브르 2015.04.17 09:5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50년도 넘어보인다는 개나리나무가 있네요.
    저렇게 나무둥치가 큰 개나리를 처음 봅니다.

    직지사는 늘 들어본 이름의 절인데도
    아직 가본 적이 없네요.
    언제든 꼭 한 번 가볼 생각인데
    미리 잘 보고 갑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9. Favicon of https://nimpopoyes.tistory.com BlogIcon 톡톡 정보 2015.04.17 10:0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천 직지사에 대해 알아갑니다.
    즐거움과 행복이 가득한 하루 되세요^^

  10. Favicon of https://feeltone1.tistory.com BlogIcon 신선함! 2015.04.17 10:0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녀갈게요~ 행복 가득한 오늘이 되셔요~

  11. Favicon of https://gdlsg.tistory.com BlogIcon 도생 2015.04.17 11:1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직지사는 고찰답게 문화유산의 보고입니다.
    성불하세요^^

  12. Favicon of https://trier365.tistory.com BlogIcon 트라이어 2015.04.17 13: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날씨 참 좋은날 다녀오셨나보네요. 좋아보입니다. ^^

  13. Favicon of https://aquaplanetstory.tistory.com BlogIcon aquaplanet 2015.04.17 13:5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렸을 때 가봤던 곳이라 옛 기억이 새록새록~ 추억이 있는 곳이라 더 반가운 포스팅이네요 :)

  14. Favicon of https://0572.tistory.com BlogIcon 『방쌤』 2015.04.17 14: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황악산은 작년에 산행을 다녀온 곳이라 익숙한데
    직지사는 못가봤네요
    첫번째 사진 너무 이뻐요~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15. Favicon of https://rnasatang.tistory.com BlogIcon 낮에도별 2015.04.17 14:2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덕분에 직지사 풍경 잘 보고갑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16. Favicon of https://roki1.tistory.com BlogIcon 로키. 2015.04.17 14:3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천 하면 김밥ㅊ... 죄송합니다. 즐거운 주말 되세요 ㅎㅎ

  17. Favicon of https://soulwit.tistory.com BlogIcon 세상속에서 2015.04.17 15:3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직지사는 몇번 가봤는데,
    벚꽃 필때는 못가봤네요~

  18. Favicon of https://su1624.tistory.com BlogIcon 도느로 2015.04.17 20:3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번에 직지사에 오셨군요 ^^
    사는 곳과 가까워 나름 자주가는 곳인데..
    이렇게 블로그로 보니 또 새롭네요.
    제가 모르고 있던 직지사란 이름의 유래 잘 알아갑니다.
    행복한 주말 맞으세요~

  19. Favicon of https://sunni32.tistory.com BlogIcon 의료실비보험 비교사이트 2015.04.17 22:4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덕분에 너무 좋은 내용 잘보고 갑니다.

  20. Favicon of https://travelyoungdo.tistory.com BlogIcon 영도나그네 2015.04.17 23:3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천직지사로 108산사순례를 다녀 오셨네요..
    흐드러지게 핀 직지시 입구의 벚꽃들과 함께 봄내음이 물씬 풍기는
    이곳 직지사는 계절따라 또다른 아름다운 모습과 함께 고즈녁함이
    묻어있는 유서 깊은 사찰 같습니다..
    덕분에 잘보고 갑니다..
    편안한 주말저녁 되시기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