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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11.09 [108산사순례 35] 양양 낙산사에서 108배로 35번 째 염주 알을 꿰다/강원도여행/강원도여행코스/강원도가볼만한곳/양양여행/양양여행코스/양양 가볼만한 곳/3대관음성지 by 죽풍 (10)
  2. 2015.10.24 [108산사순례 34] 속초 설악산 신흥사에서 108배로 34번 째 염주 알을 꿰다/강원도여행/강원도여행코스/강원도 가볼만한 곳/속초여행/속초 가볼만한 곳/속초여행코스/신흥사 대웅전 by 죽풍 (9)
  3. 2015.08.31 [108산사순례 33] 강원도 고성 금강산 건봉사에서 108배로 33번째 염주 알을 꿰다/강원도여행/강원도여행코스/강원도 가볼만한 곳/고성여행/고성여행코스/고성 가볼만한 곳 by 죽풍 (14)
  4. 2015.08.20 [108산사순례 31] 춘천 오봉산 청평사에서 108배로 31번째 염주 알을 꿰다/춘천여행/춘천 가볼만한 곳/춘천여행코스/강원도여행/강원도여행코스 by 죽풍 (13)
  5. 2015.08.04 [108산사순례 30] 공주 태화산 마곡사에서 108배로 30번 째 염주 알을 꿰다/사찰여행/공주여행/공주 가볼만한 곳 by 죽풍 (16)
  6. 2015.07.24 [108산사순례 28] 천안 태조산 각원사에서 108배로 28번 째 염주 알을 꿰었다/천안여행/사찰여행/천안 가볼만한 곳/천안 12경 by 죽풍 (17)
  7. 2015.07.17 [108산사순례 27] 달성 비슬산 용연사에서 108배로 27번 째 염주 알을 꿰다/사찰여행/달성여행/달성 가볼만한 곳 by 죽풍 (15)
  8. 2015.06.19 [108산사순례 23] 울주 가지산 석남사에서 108배로 23번째 염주 알을 꿰었다/사찰여행/울주여행/울주 가볼만한 곳 by 죽풍 (13)
  9. 2015.04.14 [108산사순례 14] 김천 불령산 청암사에서 108배로 14번 째 염주알을 꿰다/사찰여행/김천여행/김천 가볼만한 곳 by 죽풍 (20)
  10. 2015.03.27 [108산사순례 11] 지리산 피아골 연곡사에서 108배로 11번 째 염주 알을 꿰다/산사여행/구례여행/구례 가볼만한 곳 by 죽풍 (13)

 

[108산사순례 35] 3대 관음도량 양양 낙산사에서 108배로 35번 째 염주 알을 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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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산사순례 35] 3대 관음도량 양양 낙산사에서 108배로 35번 째 염주 알을 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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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행복이란, 작은 소망에서 얻는 더 큰 행복

<108산사순례 29> 양양 오봉산 관음성지 낙산사

 

사람은 남에게 드러내 보이기 위해 겉모습에 치중하고, 나아가 목숨까지 거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그런 겉모습이야말로 그 사람의 진실 된 모든 것을 담았을까. 결코, 아니다. 뼈아픈 과거는 누구에게나 있는 법. 다만 밖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 아픔을 간직하며 살고 있다. 사물과 자연도 마찬가지. 뼈아픈 고통을 이겨내며 새로운 생명으로 거듭난 곳으로 찾아 가는 길.

 

10년 전, 낙산사는 대형 산불로 당우 대부분이 소실되는 큰 피해를 겪었다. 금수강산 자연은 전쟁의 상흔보다 더 큰 폐허를 남겼고, 천년고찰은 그 터마져 흔적을 지웠다. 불자는 물론이요, 전 국민의 신음소리는 천상에 달했다. 그렇다고 아픔의 늪에서 허우적거릴 수는 없었다. 국민들의 관심과 불사로 흔적 없이 사라졌던 그 터에 새 생명의 씨를 뿌렸다. 보라! 지금의 낙산사를. 아픔은 치유된다는 진리를, 우리는 낙산사 복원을 통해 알았다.

 

많은 사람들이 아픔의 고통 속에 살고 있다. 그 뼈아픔을 드러내어 이웃과 사회가 관심과 사랑으로 같이 한다면, 새로운 삶을 영위할 수 있지 않을까. 낙산사 입구에 하늘 높이 솟구쳐 선 큰 소나무. 그 밑동에는, 화염에 새까맣게 탄 뼈아픈 상흔이 아직도 남아 있다.


 

이 자리 위의 꼭대기에 대나무가 쌍으로 돋아날 것이니, 그곳에 불전을 짓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우리나라 불교사상에서 빼 놓을 수 없는 고승을 꼽으라면 원효와 의상이라는 데는 크게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 법 하다. 신라 문무왕 원년(661), 두 스님은 중국 당나라로 유학을 떠난다. 한 스님은 잠을 자다 갈증을 풀기 위해 해골바가지에 고인 물을 마시고는, 화엄의 핵심이라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는 깨달음에 이르렀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세상 모든 일은 마음먹기 달렸다는 사상이다.

 

대형 산불로 폐허가 된 땅, 새로운 생명으로 태어 나

 

이에 반해 정통 유학코스를 마치고 귀국한 의상은 관음보살이 상주한다는 소문을 듣고 낙산의 관음굴로 찾아간다. 천룡팔부 시종이 굴속으로 인도하고 7일 만에 진용(眞容)을 뵈고 굴에서 나오니, 계시한데로 땅에서 대나무가 솟아나 금당을 짓고는 소상을 봉안한다. 삼국유사에 나오는 낙산사의 창건설화이다. 이와 함께 관세음보살의 진신을 친견하기 위해 간절한 발원으로, 홍련암에서 쓴 261자로 된 백화도량발원문은 의상의 화엄사상과 정토신앙의 진수를 보여주는 명문으로 꼽힌다.


 

강원도 양양군 오봉산에 있는 낙산사는 사적 제495호로 지정된 양양 낙산사 일원에 있다. 대한불교조계종 제3교구 신흥사의 말사로, 671(신라 문무왕 11)에 의상이 창건했다. 문화재로, 보물 제499(낙산사 칠층석탑), 1362(양양 낙산사 건칠관음보살좌상), 1723(양양 낙산사 해수관음공중사리탑비 및 사리장엄구 일괄)가 있으며, 명승 제27호인 양양 낙산사 의상대와 홍련암이 있다.

 

강원도 유형문화재로는 제33(낙산사 홍예문), 34(낙산사원장), 48(의상대)가 있으며, 강원도 문화재자료 제36(낙산사 홍련암)가 있다. 보물 제479호 낙산사 동종은 화재로 소실되고 복원되었지만, 보물에서 지정 해제돼 지금은 결번으로 남아 있다.


 

천상의 네 방위에서 불법을 수호하고 사찰을 지키면서 사부대중을 보호하는 사천왕을 모신 전각인 사천왕문. 정면 3, 측면 2칸 맞배지붕의 이 문은 한국전쟁과 2005년 양양 산불의 재난 속에서도 화마를 피해가며 제 임무를 다했다. 그런 연유 때문일까. 고맙고 격려하는 뜻에서, 네 곳 천왕에게 합장 기도를 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 어려움에 처했어도 용케 잘 버텨 냈구나. 장하구나!


 

사천왕문을 지나 빈일루, 응향각, 7층 석탑 그리고 원통보전으로 이어지는 일직선으로 앉은 전각은 전형적인 사찰의 가람 배치 양식이다. 응향각 문으로 통해 보는 7층 석탑과 관음보살을 모신 원통보전의 정취가 뛰어나다. 원통보전에서 다시 나와, 낙산사가 관음도량으로 상징되는 해수관음상으로 가는 길로 접어드니, ‘꿈이 이루어지는 길이란다.

 

수많은 여행자는 어떤 꿈을 가지고 이 길을 걸을까. 그 작은 꿈을 담기 위해 작은 돌멩이로 쌓은 작은 돌탑. 모두가 소박한 삶의 작은 모습이다. 큰 사람이 되기 위해서 큰 꿈을 가져라 주문하지만, 작은 것에 큰 의미를 둔다면 그 보다 더 큰 행복은 없으리라.


 

기도는 믿음과 정성이 가득 담긴 지극정성으로

 

내리쬐는 땡볕은 몸을 지치게 만들지만, 하늘 높이 장엄하게 선 관음보살을 친견하러 가는 마음만은 힘이 솟아난다. 낙산사 해수관음상은 불자가 아니더라도, 동해바다에 구경 와서 들렀다가 참배하는 코스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 관음상은 1972년 착공되어 1977116일 점안했다.

 

높이가 16m인 해수관음상은, 왼손으로 감로수병을 받쳐 들고 오른손은 가슴까지 든 수인형태로서, 먼 바다를 보며 중생을 구원하고 있다. 해수관음상 앞 복전함 밑에는 돌로 만든 두꺼비상이 있는데, 이 돌 두꺼비를 만지면 두 가지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이 말을 누가 믿겠냐마는, 신심이 있다면 잘 풀리지 않는 어려운 일도 잘 되지 않을까 싶다. <화엄경>에 전하는 경구에도 비슷한 내용이 있다.


 

신심은 도의 근원이고 모든 공덕의 어머니다. 그러기에 믿음은 온갖 착한 법을 길이 기르며, 의심을 끊고 애착에서 벗어나 열반의 무상도(無上道)를 드러낸다.”

 

관음전에서 108배를 올렸다. 작은 창을 통해 보는, 온화하게 미소 띤 해수관음상의 얼굴은 또 다른 울림으로 가슴을 친다. 기도는 신심과 정성이 기본이다. 믿음이 없는 기도는 하나마나이며, 정성이 없는 기도는 공염불에 그칠 뿐이다. 공염불이란 무엇인가, 신심 없이 입으로만 외는 헛된 염불이요, 정성이 담기지 않은 기도가 공염불이다.

 

지혜로운 눈이 없어 부득이 어리석음으로 가득 차 업을 지었다면, 업을 소멸시킬 때는 공경한 마음이 담긴 정성으로 가득해야 한다. 우리는 이를 지극정성이라 부른다. 내가 지은 업은 남이 소멸시켜 주지 않는 법. 그래서 기도는 믿음과 정성이 담긴 지극정성으로 올려야 함은 물론이다.


 

낙산사에서 제일 큰 전각인, 정면 5, 측면 4칸 팔작지붕을 한 보타전. 원통보전, 해수관음상과 더불어 낙산사가 우리나라 대표적 관음성지임을 상징하는 불전이다. 내부에 모셔진 불상이 크기에서부터 수량까지 보통의 규모가 넘는다.

 

불단에는 천수, , 십일면, 여의륜, 마두, 준제, 그리고 불공견색의 7관음이 중앙에 자리해 있다. 양측과 뒷면으로 32응신과 1500관음상을 봉안해 놓았다. 가히, 우리나라 4대관음성지답게 다양한 관세음보살님을 친견할 수 있다. 우리나라 4대 관음도량으로는, 낙산사를 비롯하여, 남해 보리암, 여수 향일암, 강화 보문사를 꼽고 있다.

 

의상의 생애와 화엄사상이 담긴, 의상기념관


 

동해의 푸른 바다가 넘실댄다. 천 년을 살았음직한 제멋대로 휘어진 소나무 세 그루, 그 옆에 자리한 의상대는 한 폭의 동양화를 그려놓은 듯하다. 의상대는 낙산사를 창건할 때 의상대사가 이곳에서 좌선한 것을 기리기 위해 만든 정자다. 조금 멀리 해안가 암벽에 자리를 턴 홍련암도 보인다.

 

홍련암은 낙산사 창건의 모태가 된 암자로 관음굴 위에 자리하고 있다. 당시, 의상대사는 파랑새가 굴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이상히 여겨 7일 밤낮으로 기도한 끝에, 바다 위 붉은 연꽃이 솟아나고 그 위에 관음보살이 나타난 것을 친견했다는 설화가 전해온다. 내부에는 작은 구멍이 있어 살펴보니 아래로 바닷물이 철썩대며 석굴에 들락날락 하고 있다. 그 때 그 파랑새는 어디가고, 연꽃을 피운 바닷물만 굴속을 드나들고 있다.


 

중국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낙산사를 지은 의상. 이어 미리사, 화엄사, 해인사, 보원사, 갑사, 화산사, 범어사, 옥천사, 국신사 등 화엄십찰을 건립하게 되는데, 이 중에는 이름이 잘 알려진 사찰이 있음은 물론이다. 이밖에도 불영사 등 여러 사찰을 창건한 것으로 전해진다.

 

낙산사와 떼래야 뗄 수 없는 인연 탓일까, 의상기념관에서 그의 생애를 엿볼 수 있다. 기념관에는 의상의 진영과 그의 일대기를 그린 여덟 폭의 불화, 화엄의 핵심인 화엄일승법계도백화도량발원문을 담은 10폭 병풍, 서적 그리고 각종 유물이 전시돼 있다.

 

경내에서 두 시간을 넘게 머물다 돌아 나오는 길. ‘무료국수공양실에서 국수 한 그릇으로 허기를 채웠다. 살아 있음에 감사하고, 모든 것에 고마울 따름이다. 세상이 각박하다고 원망하기보다는, 나의 존재가 중요하고 내가 부처임을 깨달아야 한다. 그래야만 진정한 행복을 누릴 수 있다. 또 하나의 작은 소망이 있다. 다시는 산불 등 자연재해로 금수강산 자연을 파괴하고, 소중한 문화유산을 잃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108산사순례> 그 서른다섯 번째 여행은 관음도량 낙산사에서 108배를 올리고 염주 알을 꿰었다.


 

『108산사순례 35

 

(1)양산 통도사 → (2)합천 해인사(483.8km) → (3)순천 송광사(367.8km) → (4)경산 선본사 갓바위(448.4km) →  (5)완주 송광사(220. 2km) →  (6)김제 금산사(279.2km)  → (7)여수 향일암(183.4km)  → (8)여수 흥국사(192.3km) → (9)양산 내원사(100.3km) → (10)부산 범어사(126.6km) → (11)구례 연곡사(156.8km) → (12)구례 화엄사(25.1km) → (13)구례 천은사(192.5km) → (14)김천 청암사(204.9km) → (15)김천 직지사(270.7km) → (16)영천 은해사(184.0km) → (17)영천 거조암(220.5km) → (18)보은 법주사(289.1km) → (19)영동 영국사(301.0km)  → (20)영천 수도사(378.6km) → (21)남해 보리암(122.9km)  → (22)고성 옥천사(144.4km) →  (23)울주 석남사(121.6km) → (24)밀양 표충사(156.0km) →  (25)하동 쌍계사(153.6km) → (26)남원 실상사(233.7km) → (27)달성 용연사(334.8km) → (28)천안 각원사(325.4km) → (29)천안 광덕사(30.2km) → (30)공주 마곡사(311.8km) → (31)춘천 청평사(486.8km) → (32)인제 백담사(79.1km) → (33)고성 건봉사(40.5km) → (34)속초 신흥사(46.3km)  → (35)양양 낙산사(17.1km)

 

☞ 총 누적거리 7,229.4km



[108산사순례 35] 3대 관음도량 양양 낙산사에서 108배로 35번 째 염주 알을 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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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양양군 강현면 | 낙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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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죽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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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bmking2015.tistory.com BlogIcon 뉴론♥ 2015.11.09 07:5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늘도 비소식이 있군요 주말 내내 어디좀 가보려고 했는데 그래도 비가 많이 와야 가뭄이
    해결이 되죠 좋은 곳 소개 잘보고 갑니다.

  2. Favicon of https://jongamk.tistory.com BlogIcon 핑구야 날자 2015.11.09 08:0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낙산사에 가 본지도 오래 되었네요 기회가 되면 한번가 볼까 봐요

  3. Favicon of https://kbank.tistory.com BlogIcon 행복생활 2015.11.09 09:0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덕분에 잘 둘러보고 갑니다 ^^
    기분 좋은 하루를 보내세요~

  4. Favicon of https://gdlsg.tistory.com BlogIcon 도생 2015.11.09 11: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낙산사를 비롯해서 강원도 삼척까지 넓은 지역에 걸쳐 화재의 흔적을 볼 수 있습니다.
    성불하세요^^

  5. Favicon of https://0572.tistory.com BlogIcon 『방쌤』 2015.11.09 13:1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멀리 다녀오셨네요
    낙산사는 정말 오래 전에 딱 한 번 가본 일이 있는데
    사실 기억에서도 많이 흐릿해졌습니다. 덕분에 다시 한 번 환기시켜보네요^^
    즐거운 한 주 보내시구요~

  6. Favicon of https://ggng2.tistory.com BlogIcon 헬로끙이 2015.11.09 14:5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대형 산불이 있었다니 안타깝네요
    새로운 모습으로 변했다니 다행이예요
    다시는 이런일이 없기를..

  7. Favicon of https://xuronghao.tistory.com BlogIcon 공수래공수거 2015.11.09 15:1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대단하시군요
    다녀 오신 사찰중 저는 10군데 정도 다녀 왔네요
    낙산사가 의상께서 창건하셨군요

  8. Favicon of https://yahoe.tistory.com BlogIcon 금정산 2015.11.09 15:5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리나라 최고의 기도도량 낙산사의 풍경 사진으로 잘 보고 갑니다.
    멋진 시간 되세요

  9. Favicon of https://su1624.tistory.com BlogIcon 도느로 2015.11.09 16:5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화재당시 정말 큰 뉴스거리였는데 아무리 새로운 건물로 지어졌다해도
    당시의 아픈역사는 절대 잊어선 안될 것 같습니다.
    먼 곳에서 염주를 꿰고 오셨군요.
    수고하셨습니다. ^^

  10. Favicon of https://travelyoungdo.tistory.com BlogIcon 영도나그네 2015.11.10 18:4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대형산불로 폐허가된 낙산사가 이제 완전한 복원을 해서 정말 다행이구요..
    죽풍님도 이곳에서 108산사 순례를 할수 있어 다행이기도 하네요..
    덕분에 아름다운 난산사 풍경들....
    잘보고 갑니다..

 

[108산사순례 34] 속초 설악산 신흥사에서 108배로 34번 째 염주 알을 꿰다

/강원도여행/강원도여행코스/강원도 가볼만한 곳/속초여행/속초 가볼만한 곳/속초여행코스/신흥사 대웅전

 

설악산 신흥사 입구 5층석탑.

 

[108산사순례 34] 속초 설악산 신흥사에서 108배로 34번 째 염주 알을 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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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예약하라, 진정한 자유를 얻으려면

<108산사순례 28> 속초 설악산 신흥사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죽음은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진리다. 다만 그것을 알고는 있지만, 애써 외면하고 있을 뿐이다. 예약이란, 제때 점심을 먹기 위해서, 준비된 결혼식을 올리기 위해서, 하는 것만도 아니다. 모든 일에는 예약이 필요하다. 예약한 시간만큼이나 준비할 시간이 있기에 그 성과는 배로 나타날 수 있어 좋다. 

 

죽음을 예약하라. 성스러운 죽음도 준비가 필요하다. 지난 1년이나 병원에 누워계시는 어머니. 팔순이 넘은 어머니는 죽음을 맞이하고 있다. 아니, 죽음을 예약해 놓았다. 어머니를 뵈러 갈 때 마다 서서히 다가오는 어머니의 죽음. 어머니처럼 다른 중환자들도 죽음을 예약한 상황은 마찬가지. 그들은 어떤 생각으로 죽음을 맞이하고 있을까. <108산사순례> 강원도 설악산 신흥사로 가는 길목에서 일어나는 생각이다.

 

 

거대한 병풍이 눈앞을 가린다. 이 병풍은 양반 댁 안방에 모셔진 여덟 폭짜리 그림이 아니다. 둘레만도 4킬로미터가 넘는 이 병풍은 산속에 뿌리를 박고 하늘 높이 우뚝 선 거대한 바윗덩이로 만든 작품이다. 사람들은 이 바윗덩이 병풍을 울산바위라 부른다. 설악산 최고의 명물인 울산바위는 2013년 3월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100호로 지정됐다.

 

6개의 거대한 봉우리와 정상부에 항아리 모양의 구멍이 5개 있는 이 바위는 기이한 봉우리가 울타리를 설치한 것과 같은 데서 유래하였다. 고지도에는 천후산으로도 표기돼 있는데, "바위가 많은 산에서 바람이 불어나오는 것을 하늘이 울고 있는 것에 비유했다"고 한다. 설악산의 내설악에는 백담사가 있다면, 외설악에는 신흥사가 있다. 속초에서 인제로 넘어가는 미시령터널 입구에서 바라보는 울산바위는 거대한 울림으로 여행자를 맞이하고 있다.

 

 

 

설악산 신흥사는 신라 진덕여왕 6년(652) 자장율사가 창건하고 향성사라 하였다. 701년(효소왕 10) 화재로 대사찰이 소실되고 그 후 의상이 부속암자인 능인암 터에 다시 절을 짓고 선정사라 하였다. 선정사는 이후 1000년간 번창했으나, 조선 중기 1644년(인조 22)에 다시 소실되는 불운을 맞는다.

 

이때 많은 승려가 절을 떠났으나, 영서, 연옥, 혜원 세 승려는 유서 깊은 절이 폐허가 된 것을 가슴 아프게 생각하고 다시 재건을 논의하게 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세 스님이 똑 같은 꿈을 꾸게 되는데 백발신인이 나타나, "이곳은 누 만대에 삼재가 미치지 않는 신역이니라"라는 말을 남기고 홀연히 사라져 버렸다는 것. 이후 다시 절을 중창하고 이름을 신흥사라 하였다. 원래 신흥사는 1912년부터 강원도 고성 건봉사의 말사였으나, 건봉사가 38선 이북지역으로 출입이 자유롭지 못하자 1971년 대한불교조계종 제3교구 본사로 승격된다.

 

 

민족통일의 염원을 담은 108톤의 청동으로 만들어진 청동대불

 

문화재로는 보물 제1721호(속초 신흥사 목조아미타여래삼존좌상)가 있고, 보물 제443호(속초 향성사지 삼층석탑)는 속초시가 관리하고 있다. 강원도 유형문화재로는 제14호(신흥사 극락보전), 제15호(신흥사경판), 제104호(신흥사 보제루), 제163호(속초 신흥사금고), 제164호(속초 신흥사 동종), 제165호(속초 신흥사 안양암 아미타회상도), 제166호(속초 신흥사 명부전)가 있다. 강원도 문화재자료로는 제115호(속초신흥사부도군), 제153호(속초 신흥사 칠성도)가 있다.

 

 

찜통 같은 여름 날씨는 사람들을 산중 깊은 곳으로 몰아갔고, 설악산도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어서 빨리 산 속으로 들어가 더위를 피하고 싶었으나 부처님을 앞에 두고 그럴 수는 없는 일. 일주문을 지나자 거대한 청동불상이 우뚝 서 있다. 이 불상은 대형 석가모니불로 민족통일을 기원하기 위해, 1987년 8월부터 조성하여 10년이 지난 1997년 10월 점안식을 가졌다.

 

불상내부에는 미얀마 정부가 기증한 부처님 진신사리 3과와 다라니경, 칠보 등 복장 유물도 봉안했다. 이 불상은 높이 14.6m, 좌대 높이 4.3m, 좌대 지름 13m이며, 108톤의 청동으로 만들어졌고, 8면의 좌대에는 16나한상을 돋을새김해 놓았다. 불상의 미간에는 지름 10cm 크기의 인조 큐빅 1개와 8cm 짜리 8개로 된 백호가 박혀있어 화려함을 더한다.

 

 

불상 뒤쪽에는 불상 내부로 들어가는 출입구가 있는데, 안쪽에는 '내법원당'이라고 불리는 법당이 있다. 법당에는 1000개의 손과 눈을 가진 천수천안관세음보살이 봉안돼 있다. 이 불상은 천 개의 손바닥 하나하나에 눈이 달려있다. 눈은 모든 사람의 괴로움을 보면서, 그 손으로 구제하고자 하는 염원을 담고 있다.

 

여기서 '천'은 '무량하다'거나 '원만하다'는 뜻이며, '천수'는 자비의 광대함을, '천안'은 지혜의 원만함을 표현하고 있다. <삼국유사>에는 분황사 "천수관음에게 빌어 눈먼 아이가 눈을 뜨게 되었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눈먼 이 아이의 이야기는 우리나라에 관음신앙이 깊이 자리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자비의 화신으로 불리는 관세음보살 앞에 엎드려 참회의 기도를 올리면서 나 자신의 어리석음을 되짚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틀 동안 네 번째 이어지는 산사순례는 천근만근의 몸이지만, 그와는 반대로 정신은 맑아지고 의지는 더욱 강해지는 느낌이다.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는 것이 힘들지만, 새로운 경험을 찾아 떠나는 발걸음은 가볍기만 하다. 부처님께서 출가하고 고행 길에 나선 것과 비교하면 '새 발의 피'에 해당하겠지만, 그 정신만큼은 부처님이 걸으신 고난의 길을 따라가고 싶을 뿐이다. 그래도 난 아무래도 좋다. 내가 걷는 <108산사순례> 길을 통하여 깨달음에 한 걸음 다가설 수만 있다면 그 무엇을 바라겠는가.

 

설악의 깊은 계곡에서 나온 물줄기는 신흥사 곁에 이르고, '마음을 씻는다'는 세심교 밑으로 흘러 저 넓은 바다로 흘러간다. 세상살이도 물 흐르듯 쉽게 쉽게 흘러가면 좋으련만, 갈등과 다툼은 끊이지 않고 있다. 세심교 다리에서 세속에 찌든 마음의 때를 씻으면서, 나 혼자만이라도 물 흐르듯 고통 없는 삶을 영위해 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법당 안에서는 조심, 밖에서는 어지러움으로 가득한 나

 

사천왕문에 들어서니 수미산 동서남북을 지키는 사천왕이 째려보는듯하다. 사천왕은 그 위치와 지니고 있는 물건, 즉 지물로서 구별하지만 사찰마다 조금씩 다른 형태를 보여 왔는데 그 궁금증을 비로소 풀었다. 대한불교조계종 포교원에서 펴낸, '불교입문서'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기술하고 있다. 

 

동쪽은 지국천왕으로 손에 칼을 쥐고 있으며, 인간의 감정 중 기쁨의 세계를 관장하고, 사계절에서 봄을 관장한다. 술과 고기를 먹지 않고 향의 향기만 맡는다는 음악의 신 건달바와 부단나의 신을 거느린다. 동쪽을 상징하는 청색을 띤다.

 

서쪽은 광목천왕(손에 삼지창과 보탑, 노여움의 감정을 주관, 가을을 관장, 용과 혈육귀로 불리는 비사사 신을 거느림, 서쪽하늘을 다스리고 얼굴은 백색), 남쪽은 증장천왕(손에 용과 여의주, 사랑의 감정 주관, 여름을 관장, 사람의 정기를 빨아먹는 귀신 말머리에 사람의 몸을 취함, 아귀를 거느리고 남쪽을 상징하는 적색), 북쪽은 다문천왕(손에 비파, 즐거움의 감정을 주관, 야차와 나찰을 거느림, 북쪽하늘을 지배하고 얼굴은 흑색)이 지키고 있다.

 

 

대웅전 옆문을 살며시 열고 발을 바닥에 디뎠다. 언제나 조심스럽게 내딛는 법당 안 첫 걸음을 내려놓은 자리다. 정숙하고 엄숙한 마음자세를 잃지 않으려 애쓴다. 이런 마음은 비단 법당 안에서만 지킬 일은 아닐 터. 어느 때 어느 장소에 가더라도 사람이 모이는 그 어느 곳이라도, 법당이라 생각하면 말과 행동은 조심해야 하리라. 그럼에도 나를 비롯한 많은 불자들이 열심히 기도하고 법당 밖에 나서기만 하면, 법당 안에서의 예절은 어디로 사라지고 마는 것일까. 아직도 공부가 부족한 나를 보고 있다.

 

 

부처님을 앞에 두고 다시 죽음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하다. 만약, '내가 내일 죽는다'면, 오늘은 무슨 생각이 일어날까. 죽음의 시간은 다가오는데, 남은 시간은 어떻게 보내야 할지 돌아봐야 할 터. 재산을 더 가지려 욕심을 부릴까, 나를 미워한 사람에게 화풀이를 해 댈 것인지, 어리석음으로 번뇌에 시달릴까. 아마도 이때쯤이면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을 알리라. 

 

내일 죽는다고 생각하면 탐·진·치 삼독으로부터 벗어나는 진정한 자유를 얻으리라. 어떤 이에게는 죽음은 곧 내일이요, 자고나면 바로 찾아오는 것이 내일이다. 그래서 죽음도 예약이 필요한 법. <108산사순례> 설악산 신흥사에서 '죽음'에 대해 고민하며 그 서른네 번째 염주 알을 꿴 기도여행이었다.

 

 

『108산사순례 34

 

(1)양산 통도사 → (2)합천 해인사(483.8km) → (3)순천 송광사(367.8km) → (4)경산 선본사 갓바위(448.4km) →  (5)완주 송광사(220. 2km) →  (6)김제 금산사(279.2km)  → (7)여수 향일암(183.4km)  → (8)여수 흥국사(192.3km) → (9)양산 내원사(100.3km) → (10)부산 범어사(126.6km) → (11)구례 연곡사(156.8km) → (12)구례 화엄사(25.1km) → (13)구례 천은사(192.5km) → (14)김천 청암사(204.9km) → (15)김천 직지사(270.7km) → (16)영천 은해사(184.0km) → (17)영천 거조암(220.5km) → (18)보은 법주사(289.1km) → (19)영동 영국사(301.0km)  → (20)영천 수도사(378.6km) → (21)남해 보리암(122.9km)  → (22)고성 옥천사(144.4km) →  (23)울주 석남사(121.6km) → (24)밀양 표충사(156.0km) →  (25)하동 쌍계사(153.6km) → (26)남원 실상사(233.7km) → (27)달성 용연사(334.8km) → (28)천안 각원사(325.4km) → (29)천안 광덕사(30.2km) → (30)공주 마곡사(311.8km) → (31)춘천 청평사(486.8km) → (32)인제 백담사(79.1km) → (33)고성 건봉사(40.5km) → (34)속초 신흥사(46.3km)

 

☞ 총 누적거리 7,212.3km

 

 

[108산사순례 34] 속초 설악산 신흥사에서 108배로 34번 째 염주 알을 꿰다

/강원도여행/강원도여행코스/강원도 가볼만한 곳/속초여행/속초 가볼만한 곳/속초여행코스/신흥사 대웅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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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속초시 대포동 | 신흥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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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죽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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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jongamk.tistory.com BlogIcon 핑구야 날자 2015.10.24 08:1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울산바위를 보면 떨어진다면 하는 상상에 정말 무섭다는 생각을 하게되요

  2. Favicon of http://bmking2015.tistory.com BlogIcon 뉴론♥ 2015.10.24 09:0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래된 역사 만큼이나 볼거리가 다양한 곳이네여

  3. Favicon of https://toyvillage.net BlogIcon 라이너스™ 2015.10.24 09:0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멋진곳입니다.
    덕분에 구경잘하고갑니다^^
    행복한 하루되세요~

  4. Favicon of https://xuronghao.tistory.com BlogIcon 공수래공수거 2015.10.24 09:2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산사순례를 하셨군요
    신흥사 아직 못 가본곳인데 언젠가 한번 가 보고 싶습니다
    요즘 저도 각종 종교의 가르침이 조금씩 관심이 있어집니다^^

  5. Favicon of https://windyhill73.tistory.com BlogIcon 바람 언덕 2015.10.24 11:0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대학교 1학년때 우리학교는 늘 설악산 등정을 합니다.
    백담사를 거쳐 오르는 코스인데, 힘들게 오른 뒤에 정상에서 내려다보이는
    동해바다가 그렇게 멋있을 수가 없었지요.
    오늘 포스팅을 보니 그 당시의 기억이 새록새록 나네요.
    올 여름에도 설악산은 아니지만 삼척을 가는 코스에서 설악산을 먼발치에서 바라 봤지요.
    명불허전이더군요...
    ^^*
    좋은 주말 보내세요...

  6. Favicon of https://gdlsg.tistory.com BlogIcon 도생 2015.10.24 12:3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내 몸과 마음은 떠나도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내 유전자를 가진 또 다른 나로서의 후손이 세상을 만들어 나가겠죠.
    성불하세요^^

  7. Favicon of https://kissthedragon.tistory.com BlogIcon 인생이란 즐거운 롤러코스터 2015.10.24 12:4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나중에 가보고 싶네요~

  8. Favicon of https://su1624.tistory.com BlogIcon 도느로 2015.10.24 18:3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34번째 염주는 먼 곳에서 꿰고 오셨네요.
    요즘 설악산 많은 분들이 찾는다고 하던데 정말 언제나 위엄있어보입니다. ^^
    즐거운 주말되시고 행복하세요~~

  9. Favicon of https://dksgodnr.tistory.com BlogIcon 해우기 2015.10.28 10:5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걷는 즐거움..보는 즐거움이 가득찰수 있을것 같아요...
    추워진 날씨에 옷깃만 자꾸 여미게 되는데..
    이런 모습을 보니...
    아....달려가고픈데요.... ㅎㅎ

 

[108산사순례 33] 강원도 고성 금강산 건봉사에서 108배로 33번째 염주 알을 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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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고성군 건봉사.

 

[108산사순례 33] 강원도 고성 금강산 건봉사에서 108배로 33번째 염주 알을 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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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지 빛에서의 느낌... '깨침'이란 '순간'에 일어 나는 것

<108산사순례> 강원도 고성 금강산 건봉사

 

웬 바리케이드야! 잘못 왔나? 또, 군인은 뭐지?

 

막다른 골목이다. 차를 막고 선 것은 바리케이드와 무장한 군인들. 놀란 가슴으로 내비게이션을 본다. 차량 앞 유리창을 통해 본 풍경은 내비게이션 상황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내비게이션에 따라 정확하게 운전을 했건만, 앞으로 펼쳐진 낯선 풍경에 적잖이 놀랄 수밖에 없었다. 긴장했던 탓일까, 군인이 총을 들었는지는 기억에도 없다. 차를 돌려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상황임에도, 이내 군인 앞으로 서서히 움직이는 자동차. 그리고는 군인과 마주쳤다.

 

어디가십니까?

건, 건봉사 가는데요.

 

짧은 두 마디는 육중한 바리케이드를 움직였다. 다시 몇 분을 달렸을까, 또 다시 나타나는 검문소. "또, 이번엔 뭐야"라는 예민한 반응이 내 가슴 깊이 꽈리를 털었다. 심장이 두근거린다. 차량 앞으로 묵직한 구둣발을 옮겨 놓는 군인의 날카로운 시선이 나를 향한다. 처음 검문소를 통과할 때처럼 같은 질문이 반복됐다. 신분증과 연락처를 확인한 후 짧은 대화를 끝으로, 쇳소리 나는 바리케이드는 아스팔트에 자국을 남기며 비켜섰다. 통과하라는 신호다. <108산사순례>로 떠난, 강원도 최북단에 자리한 건봉사로 가는 길목에서 마주한 예기치 못한 상황이다.

 

 

적멸보궁 금강산 건봉사는 520년(신라 법흥왕 7년) 아도화상이 창건하고 원각사라 하였다. 758년 발진화상이 중건하고 정신, 양순스님에 의해 '염불만일회'의 효시가 된다. 염불만일회에 참여했던 31인이 아미타불의 가피를 입어 극락왕생하면서 아미타도량으로 이름을 알린다. 1465년에는 세조가 행차하여 자신의 원당으로 삼아 어실각을 짓고, 친필로 동참문을 써 하사하면서 조선왕실의 원당으로 자리한다.

 

임진왜란 때는 사명대사가 승병을 기병한 곳으로 호국의 본거지였고, 1605년 일본에 강화사로 간 사명대사는 왜군이 통도사에서 약탈해 간 부처님 치아사리를 되찾아와 절에 봉안하게 된다. 지금도 염불전에는 부처님 진신치아사리 5과가 보관돼 있고, 일반인들에게 공개되고 있다.

 

1900년대 초 건봉사는 우리나라 4대 사찰과 31본산의 하나로서 명망을 떨치기도 했다. 한국전쟁 전에는 642칸의 전각과 보리암 등 124칸의 부속암이 있었던 대사찰이었으나, 한국전쟁으로 대부분의 전각은 불타는 아픔을 겪는다. 그럼에도 1920년에 건립된 불이문은 유일하게 화마를 피해 지금까지 원형의 모습으로 여행자를 맞이하고 있다.

 

둥근 세상, 둥근 인생... 그 원의 시작과 끝은 어디일까

 

 

 

 

절 입구에 선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소나무. 몸통이 붉은 색을 띤 적송은 기개가 넘쳐난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기상이 느껴진다. 1500년을 지나온 건봉사는 전란과 산불로 산천초목도 피해갈 수는 없었다. 그럼에도 생명은 강한 법. 불탄 전각도 새로 지으면서 다른 모습으로 태어나고, 초목도 새 생명으로 자라나 자연과 인간이 하나가 된다.

 

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하나도 없다. 불교에서 말하는 '제행무상'을 이르는 말이다. 사람은 언젠가는 '반드시' 죽는다. 이것은 곧 진리인 셈. 생명이란, '나고 죽으며, 죽고 나는 것'을 의미한다. 중생이 죽어도 다시 태어나 생이 반복된다는 '윤회사상'은 사람에게만 통용되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식물도, 사람을 제외한 동물도, 윤회는 거듭되고 있다. '세상은 돌고 돈다'고 했다. 둥근 세상, 둥근 인생의 동그라미를 그리는 원. 그 원의 시작과 끝은 어디일까. 적멸보궁 가는 길 왼쪽 산등성이에 300년 된 소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건봉사 소나무'라는 이름을 단 그 소나무 앞에서 일어나는 잡생각이다.

 

 

건봉사 적멸보궁은 대웅전을 비롯한 여타 전각들이 자리한데서 멀리 떨어져 있다. 주변으로 큰 빈 터가 남아 있는 것을 보면, 기록에서처럼 절터 규모가 엄청났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출입문을 들어서니 네모진 작은 마당이 아담하다. 사면으로 건물이 성처럼 둘러쳐져 있어 꼭 방에 들어온 느낌이다. 적멸보궁은 정면 3칸, 측면 3칸, 팔작지붕을 한 작은 건물이다. 

 

적멸보궁은 법당 안에 불상을 모시는 대신 진신사리를 법당 뒤쪽 사리탑에 봉안하거나 계단을 설치한다. 법당 뒤 뚫린 창을 통해 범종형 사리탑이 눈에 들어온다. 빛은 한 점 바람 없는 것을 눈치라도 챘을까. 강렬하게 들어오는 빛은 피할 겨를도 없이 두 눈에 꽂힌다. 한 대 죽비를 맞듯, 정신이 번쩍 든다. 삼배를 올리고 경전을 폈다. 무릎 꿇어 108기도를 올렸다. 땀이 흘러 눈으로 들어가 눈물이 흐른다. 그 눈물은 얼굴을 타고 온 몸으로 파고든다. 참회를 통한 육신의 눈물이다. 맑고 개운함을 느꼈다.

 

 

대웅전을 가려면 능파교를 건너야 한다. '고성 건봉사 능파교'(보물 제1336)는 대웅전 지역과 극락전 지역을 연결하는 홍교로서, 숙종 30년(1704)에서 33년(1707) 사이에 지어졌다. 이는 축조연대와 건립자 등이 기록된 '능파교신창기비'의 비문에 기록돼 있다. 지금의 다리는 2005년 10월 복원됐다.

 

 

'금강산건봉사'라는 현판을 단 보제루 앞 계단 좌우에 선 두 개의 돌로 만든 석주. 석주에는 도형이 음각돼 있는데, 한 개에 다섯 개씩 모두 10개의 문양을 새겼다. 다른 사찰에서 볼 수 없는 특별한 이 모습은 '십바라밀석주'로 1920년에 만들어졌다. 십바라밀(十波羅蜜)은 대승불교의 기본 수행법인 보시(布施), 지계(持戒), 인욕(忍辱), 정진(精進), 선정(禪定), 지혜(智慧) 등 6바라밀에 이 여섯 가지를 보조하는 방편(方便), 원(願), 력(力), 지(知) 등 4바라밀을 덧붙여 구성한 것이다. 십바라밀도는 수행에 있어 그 하나하나에 깊은 의미가 있어 신심 있는 불자라면 꼭 알았으면 좋겠다.

 

우리나라 최북단에 자리한 건봉사, 국내 유일한 부처님 치아진신사리 봉안

 

 

대웅전 앞마당이 깔끔하다. 좌우로 석등 두 개를 앞에 둔 대웅전은 정면 3칸, 측면 3칸 팔작지붕으로 지붕이 건물을 압도하는 느낌이다. 화가 잔뜩 난, 입을 크게 벌린 용의 입에서 맑은 물이 쏟아진다. 한 바가지 떠 단숨에 마셨다. 화가 난 사람이 뱉는 말은 독이 된다. 용은 화가 났지만, 용의 입에서 뱉어내는 물은 달기만 하다. 인간관계에서도 화가 날 때도 있다. 화는 상대방을 죽이는 동기가 되고, 무기가 된다.

 

그래서 화를 잘 다스려야 화를 면할 수 있다. 사람은 입으로 수많은 죄를 짓는다. 천수경에 사람이 짓는 열 가지 죄에 대해 참회하는 '십악참회'가 있다. 그 열 가지 중, 망어중죄(거짓말), 기어중죄(꾸밈 말), 양설중죄(이간질) 그리고 악구중죄(악한 말) 등 네 가지가 입으로 짓는 중죄로, 그 무게가 결코 가볍지가 않다. 그래서 "한 번 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다"는 말도, "말로 주고 되로 받는다"라는 말도, 괜히 생겨 난 것이 아니다. 말을 삼가 해야 할 필요가 여기에 있다.

 

 

진신사리를 봉안한 사찰은 우리나라에 더러 있으나, 부처님 치아사리를 봉안한 곳은 건봉사가 유일하다. 이 사리는 사명대사에 의해 이뤄졌다. 신라 자장법사는 636년(선덕왕 5년) 중국 오대산 문수보살전에 기도를 올리고 진신사리 100과를 얻게 된다.

 

643년 귀국, 통도사 등 5대 적멸보궁에 나누어 봉안하였으나, 임진왜란 때 통도사에 모셔진 사리를 왜군들에게 탈취 당하고 만다. 사명대사는 잡혀간 포로 송환 등의 문제로 일본으로 가게 되고, 그때 되찾아오게 된다. 그 가운데 12과를 건봉사에 봉안하였으나, 이후 도굴꾼에 의해 잃게 되고, 우여곡절 끝에 8과를 찾아, 3과는 적멸보궁 석탑에 5과는 법당에 봉안하여 참배토록 하고 있다. 아직도 4과의 사리는 행방이 묘연하다.

 

치아사리는 세계에서 15과 뿐인데 건봉사에 12과 스리랑카(불치사)에 3과가 보관된 희귀한 보물이라고 전해진다. 조용히 발걸음을 옮겨 봉안된 사리 앞에 섰다. 영롱한 빛이 암흑의 세상을 밝게 비춘다. 사리를 친견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에 강한 울림으로 와 닿았다. 어리석음으로부터 깨어나라는 희망의 빛으로.

 

 

건봉사는 우리나라 최북단인 강원도 고성군 민통선(민간인 출입 통제선) 안에 있는 큰 사찰이다. 제주도를 제외한 우리나라에서 최남단이라 할 수 있는 거제도에서 543km, 가는데 만도 7시간이 넘는 거리다. 참고로 완도에서 625km, 진도에서 579km, 목포에서 533km 등 남쪽 지방에서 건봉사까지 가는 길은 멀고도 험한 길이 아닐 수 없다. 뚜렷한 목적 없이 건봉사로 여행을 떠나기란 쉽지 않은 일.

 

그럼에도 한반도 최남단에서 최북단까지 오른 여행길은 마냥 즐겁기만 하다. 도와 도의 경계를 지나고, 시와 군의 경계를 넘나들며 보는 풍경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 없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지역마다 다른 음식을 맛보는 것도 큰 즐거움이 아닐 수 없다.

 

 

나는 건봉사에서 두 가지 빛을 보고 그 무엇을 느꼈다. 하나는 적멸보궁 창을 통해 본 강렬한 자연의 빛이요, 다른 하나는 만일염불원에 모셔진 부처님 치아사리를 통해 본 지혜의 빛을. 빛은 '순간'이자, '어둠을 밝히는 힘'이다. 어리석음도 순간에 깨쳐야 한다. 아침에 일어나기 싫다고, 이리 굴리고 저리 굴리고 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 이불을 탁 걷고 일어나면, 곧 그것이 '깨침'이다. 10년, 20년 수행했다고 깨침을 꼭 얻는 것만도 아니다. 

 

빛이 순간이듯, 깨침도 순간에 일어난다. 깨침은 하루 이틀 미룰 일이 아닌, 지금 바로 이 순간 깨달아야만 한다. 그래야만 진정한 행복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108산사순례> 그 서른세 번 째 여행, 우리나라 최북단 강원도 건봉사에서 33번째 염주 알을 꿰었다.

 

『108산사순례 33

 

(1)양산 통도사 → (2)합천 해인사(483.8km) → (3)순천 송광사(367.8km) → (4)경산 선본사 갓바위(448.4km) →  (5)완주 송광사(220. 2km) →  (6)김제 금산사(279.2km)  → (7)여수 향일암(183.4km)  → (8)여수 흥국사(192.3km) → (9)양산 내원사(100.3km) → (10)부산 범어사(126.6km) → (11)구례 연곡사(156.8km) → (12)구례 화엄사(25.1km) → (13)구례 천은사(192.5km) → (14)김천 청암사(204.9km) → (15)김천 직지사(270.7km) → (16)영천 은해사(

184.0km) → (17)영천 거조암(220.5km) → (18)보은 법주사(289.1km) → (19)영동 영국사(301.0km)  → (20)영천 수도사(378.6km) → (21)남해 보리암(122.9km)  → (22)고성 옥천사(144.4km) →  (23)울주 석남사(121.6km) → (24)밀양 표충사(156.0km) →  (25)하동 쌍계사(153.6km) → (26)남원 실상사(233.7km) → (27)달성 용연사(334.8km) → (28)천안 각원사(325.4km) → (29)천안 광덕사(30.2km) → (30)공주 마곡사(311.8km) → (31)춘천 청평사(486.8km) → (32)인제 백담사(79.1km) → (33)고성 건봉사(40.5km)

 

 

☞ 총 누적거리 7,166.0km

 

 

[108산사순례 33] 강원도 고성 금강산 건봉사에서 108배로 33번째 염주 알을 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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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죽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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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jongamk.tistory.com BlogIcon 핑구야 날자 2015.08.31 08:2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소나무의 높다란 키가 참 장관이네요

  2. Favicon of https://wkwk.tistory.com BlogIcon 박군.. 2015.08.31 10:1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강원도에는 오래된 소나무가 참 많은 것 같아요 ㅎ

  3. Favicon of https://wiinemo.tistory.com BlogIcon 위네모 2015.08.31 10:2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훈련 뛰던 시절 이쪽에서 있어써 그런지 건봉사라는 곳을 잊을 수가 없네요.
    전역 후 나와서 몇번 찾아가보고 했는데 지리적으로 참 좋은 곳이기도 합니다.
    둘러보다가 오랫만에 추억 살리는 글 잘 보고 갑니다.~

  4. 2015.08.31 11:0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5. Favicon of https://hanwhablog.com BlogIcon 한화호텔앤드리조트 2015.08.31 11:5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거제도에서 고성까지.. 정말 먼 여정을 떠나셨네요 ^^
    그만큼 의미 있는 여행이셨길 바래봅니다 :)

  6. Favicon of https://0572.tistory.com BlogIcon 『방쌤』 2015.08.31 11:5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군부대가 근처에 있나봐요~
    들어가는 길이 수월하지가 않은데요~
    사찰이 있는 곳들은 다들 풍경이 너무 멋져서
    그 고즈넉한 모습에 반해서 다시 찾게 되는 것 같습니다^^

  7. Favicon of https://roki1.tistory.com BlogIcon 로키. 2015.08.31 12:0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용이 굉장히 무섭게 생겼네요::

  8. Favicon of https://onetwopunch.tistory.com BlogIcon 강냉이. 2015.08.31 12:4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마음이 평안해지겠네요 :)

  9. Favicon of https://min7zz.tistory.com BlogIcon 미뇩사마 2015.08.31 13:0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바로 근처에서 군생활을 해서 주말마다 건봉사로 종교행사 많이 갔습니다. 사진을 보니 10년이 다되어 가지만 기억이 새록새록 나네요.

  10. Favicon of https://kbank.tistory.com BlogIcon 행복생활 2015.08.31 13:3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덕분에 멋진 곳 잘 보고 갑니다 ^^
    행복 가득한 한 주를 보내세요~

  11. Favicon of https://gdlsg.tistory.com BlogIcon 도생 2015.08.31 14:4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쟁으로 사라졌으나 이제 조금씩 전국 4대 사찰의 옛 모습을 찾아가는듯 합니다.
    성불하세요^^

  12. Favicon of https://ggng2.tistory.com BlogIcon 헬로끙이 2015.08.31 15:5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강원도 고성에 이런곳이 있었군요 ~
    덕분에 잘 보고갑니다 ^^

  13. Favicon of https://dksgodnr.tistory.com BlogIcon 해우기 2015.08.31 16:2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호기심을 자극하네요...
    이곳에서 고성은 너무도 멀지만....ㅜㅜ
    왠지 풍경을 담고 싶어지네요...

  14. Favicon of https://jemstory.tistory.com BlogIcon 윤유엄니 2015.08.31 22: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1500년 동안이나~~~ 이어져왔군요~
    역사가 깊네요

 

[108산사순례 31] 춘천 오봉산 청평사에서 108배로 31번째 염주 알을 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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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청평사 전경.

 

[108산사순례 31] 춘천 오봉산 청평사에서 108배로 31번째 염주 알을 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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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짓는 업... 그림자로 평생 나를 따라 다닐 것

<108산사순례 25> 춘천 오봉산 청평사

 

맑고 깨끗하다. 울창한 숲이 맑고, 계곡을 따라 도는 물소리가 맑다. 녹색 나무 잎사귀가 깨끗하고, 폭포에서 떨어지는 하얀 포말도 더 없이 깨끗하다. 쇠가 부딪히는, 귓전을 때리는 매미소리. 그 소리가 전혀 거슬리지 않는다. 왜 그럴까. 그건 나 자신이 시끄럽다 인식하지 않고, 그 소리에 빠졌다는 것이리라. 


여름휴가로 떠난, <108산사순례>는 강원도 춘천 청평사에서 첫 걸음을 내딛었다. 주차장에서 약 1.6km 떨어진 청평사까지 가는 길은 매미의 합창과 계곡의 물소리가 숲 속 저 멀리까지 가득 차 있다. 자연이 연출하는 환상적인 멜로디. 그 속에 여행자는 몸과 마음을 아낌없이 내 주고 말았다. 계곡 길을 따라 청평사까지 가는 그 시간 내내 까지는.


 

계곡 넙적 바위엔 웬 여인이 오른손으로 뱀 머리를 든 채 애틋한 심정으로 뱀의 두 눈을 쳐다보고 있다. 청평사 '공주설화'에 얽힌 이야기를 꾸며놓은 조각상이다.

 

중국 당나라 태종의 딸을 한 청년이 사랑했다. 청년은 그 죄로 죽임을 당하고, 상사뱀으로 환생하여 공주의 몸에 붙어서 살게 된다. 궁궐에서는 뱀을 떼어내려 갖은 방법을 찾았지만 효험은 없었다. 궁궐을 나온 공주는 먼 길 끝에 청평사에 이르게 되고, 공주굴에서 하룻밤을 잔 공주는 공주탕에서 몸을 깨끗이 씻고, 스님의 가사를 공양으로 올렸다. 그 공덕으로 상사뱀은 공주와 인연을 끊고 해탈을 끊었다.

 

이런 종류의 이야기는 설화에만 있는 것일까. 인간은 살아가면서 무수히 많은 판단착오를 일으키고, 그 결과는 생각하지 못한 곳에 이른다. 서로가 화를 불러들이고 화를 맞이한다. 양보하거나 집착을 내려놓았다면 어땠을까. 서로가 이익이 되는 길을 찾는 지혜가 필요하다.


 

청평사 계곡 '공주설화'에 얽힌 이야기, 집착을 내려놓아라

 

강원도 춘천시 소양강 댐 북쪽에 자리한 청평사. 오봉산 기슭에 자리한 청평사는 고려 광종 24년(973년) 승현선사가 창건하고 백암선원이라 하였으나, 그 뒤 폐사되었다. 조선 명종 때 보우선사가 중건하면서 대사찰로 변하지만, 한국전쟁 때 거의 소실되는 아픔을 겪는다. 이후 1970년대 전각을 새로 짓고 회전문을 보수하면서 지금에 이른다. 청평사란 이름은 '맑게 평정되었다'는 뜻 '청평'에서 비롯됐다


문화재로는 보물 제164호(춘천 청평사 회전문)와 강원도 문화재자료 제8호(청평사 삼층석탑)가 있으며, 명승 제70호(춘천 청평사 고려선원)가 있다. 현존 건물로는 중심법당인 대웅전을 비롯하여, 극락보전, 삼성각, 세향원, 청평루, 해탈문 등이 있으며, 진락공부도, 환적당부도, 고려정원 등이 있다. 이곳 읍지에 따르면, 고려시대 청평사는 221칸이 되는 대규모였다고 전한다.


 

울창한 숲 속을 얼마나 걸었을까, 편안한 걸음걸이가 끝나는 것을 예고라도 하듯 하늘이 열린다. 온 몸에 땡볕의 열기가 파고든다. 일주문이 없는 터라, 직행으로 청평사에 닿았다. 몇 개의 계단을 오르니 널찍한 절 마당이 나타나고, 뒤로는 암석지대 오봉산이 병풍으로 펼쳐져 있다. 절 마당 한가운데 우뚝 선 안내 간판과 받침돌 하나. '청평사 문수사 시장경비'라는 비석으로, "고려 말 원나라에서 청평사에 보내온 대장경과 사찰 후원금에 대한 내용을 기록한 비석"이라 적혀있다. 마당에는 받침돌만 덩그러니 남았다. 비와 받침돌이 영원하지 못함에 애틋함이 묻어나는 느낌이다.


 

일주문이 없는 청평사는 처음으로 회전문(보물 제164호)을 지난다. 청평사에서만 볼 수 있다는, 회전문이라는 이름 자체도 낯설다. 회전문을 지레짐작하면, '빙글빙글 돌아가는 문'이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런 뜻을 가진 것은 아니다. 중생들에게 윤회전생을 깨우치게 하는 '마음의 문'이란다. 정면 3칸, 측면 1칸의 맞배지붕으로 규모가 작은 회전문은 가운데 한 칸은 통로로 이용되고 양쪽 2칸은 마루가 깔려있다. 


양쪽의 좁은 공간에는 사천왕상이나, 다른 아무런 장식이 없다. 이 문은 1555년 경 보우대사가 건립했다고 전해지며, 한국전쟁 때 불탔으나 축대만큼은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천장에는 사찰에서 보기 드문 홍살을 가로로 배열한 것이 특징이다. 좌우로는 같은 규모의 건물 한 동씩이 자리하는데 그 용도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청평사 중심법당은 대웅전. 정면 3칸, 측면 3칸 맞배지붕 건물로 그리 크지 않은 아담한 편. 중앙계단 소맷돌은 용이나 거북 등을 장식하는 보통 사찰과는 달리 태극문양을 새겼다. 태극문양은 왕실과 관련 있는 건축물에서만 새기는 것을 감안하면 왕궁의 보호를 받는 사찰임을 증명한다. 회전문에 홍살을 설치한 것도 마찬가지 이유. 불단에는 주불인 석가모니불을 중심으로 좌우 협시보살로는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을 모셨다. 


문수보살은 ‘지혜’를 상징하는 보살로, 보현보살은 ‘행을 실천’하는 보살로 우리들에게 잘 알려져 있다. 문수·보현보살이 손에 든 연꽃 위에는 문수동자와 보현동자가 두 손 모아 합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는 일반사찰에서 보기 드문 형태로 특별나다. 동자의 머리 모양은 중국의 형태를 닮았는데, 불교가 중국을 거쳐 들어오면서 받은 영향이리라.

 

무릎을 꿇는다는 것, 진정한 '사과'와 '참회'란 무엇일까

 

공양미를 올리고 공손한 마음으로 무릎을 꿇었다. 사람이 무릎을 꿇는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닐 터. "무릎을 꿇을 바에야, 차라리 죽음을 달라"는 말을 짚어보면 더욱 그렇다. 그렇다면 어떤 경우, 왜, 무릎을 꿇을까. 그건, 자신이 저지른 잘 못을 비는 '사과'와 자신의 부족함을 반성하는 '참회' 등 두 가지 때문이 아닐까. 사과와 참회의 기본은 진정성. 진심이 담기지 않은 사과와 참회는 아무런 감동도, 그 의미도, 없다. 부처님 앞에 108배를 올렸다. 나의 건강을 위하고 명예를 위하여, 나의 재산 증식을 위하고 내 가족의 행복을 기원하는, 그런 기도가 아님은 물론이다. 



염주 한 알을 돌릴 때 마다, '참회합니다'라는 주문은 끝없이 이어진다. 오로지 나 자신의 부족함을 비는 진심을 담은 108배는 그렇게 끝을 맺었다. 얼굴과 온 몸은 땀범벅이다. 개운하기 이를 데 없고 날아갈듯 상쾌하다. '진정한 참회'는 이렇듯 맑고 깨끗함을 얻을 수 있다. 그런데, 이웃나라 일본은 70년 세월을 '진정한 사과' 없는 세월을 보내고 있다. 더러운 물속에 자신을 가두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기만 하다. 광복 70년을 맞아 문득 이는 생각이다.


 

청평사는 댐이 생긴 후 유명해졌다. 소양댐에서 배로 15분 걸리는 '섬 속의 사찰'로 찾아가는 매력 때문이다. 연인들은 기차를 타고 춘천에서 내려, 다시 버스를 갈아타고 소양댐까지 간다. 여기서부터는 청평사행 배를 타는 것. 각종 교통편을 갈아타면서 육지와 호수의 주변 풍경을 감상하는 것도 여행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어 좋다. 하늘을 덮은 우거진 숲 속을 걷는 재미도 쏠쏠하다. 길목마다 청평사와 관련한 이야깃거리는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번잡한 도심에서 벗어나 자신을 돌아보는 여행지로서는 '딱'이라는 생각이다.


 

'맑게 평정되었다'는 청평사에서 일어나는 생각 한 조각이 머리를 스친다. '그림자'가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그림자는 평생 나를 따라 다니면서 내 곁을 떠나지 않는다. 떠날 수도 없는 그림자다. 그림자는 나의 분신이요, 나의 영혼이다. 그림자는 맑은 날이면 더욱 뚜렷해진 모습으로 내 곁에서 머문다. 비오거나 흐린 날이면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다. 그렇다고 영원히 나를 떠났을까. 


다시, 맑아지는 날이면 그림자는 원래 모습으로 내 곁에 살짝 와 있다. 살아가면서 착한 일을 많이 행하면, 선행의 그림자로서 든든한 동반자가 될 것이요. 나쁜 일을 더 많이 하면, 악행의 그림자로 나를 괴롭히며 쫓아 올 것이다. 나쁜 일은 생각도 내지 말며, 착한 일은 행동으로 실천하라. 내가 짓는 업은 그림자의 모습으로 죽음을 다하는 그날까지 평생 나를 따라 다닐 것임을 알아야만 한다. <108산사순례> 그 서른한 번째 여행, 춘천 청평사에서 31번 째 염주 알을 꿸 수 있었다.


 

『108산사순례 31

 

(1)양산 통도사 → (2)합천 해인사(483.8km) → (3)순천 송광사(367.8km) → (4)경산 선본사 갓바위(448.4km) →  (5)완주 송광사(220. 2km) →  (6)김제 금산사(279.2km)  → (7)여수 향일암(183.4km)  → (8)여수 흥국사(192.3km) → (9)양산 내원사(100.3km) → (10)부산 범어사(126.6km) → (11)구례 연곡사(156.8km) → (12)구례 화엄사(25.1km) → (13)구례 천은사(192.5km) → (14)김천 청암사(204.9km) → (15)김천 직지사(270.7km) → (16)영천 은해사(184.0km) → (17)영천 거조암(220.5km) → (18)보은 법주사(289.1km) → (19)영동 영국사(301.0km)  → (20)영천 수도사(378.6km) → (21)남해 보리암(122.9km)  → (22)고성 옥천사(144.4km) →  (23)울주 석남사(121.6km) → (24)밀양 표충사(156.0km) →  (25)하동 쌍계사(153.6km) → (26)남원 실상사(233.7km) → (27)달성 용연사(334.8km) → (28)천안 각원사(325.4km) → (29)천안 광덕사(30.2km) → (30)공주 마곡사(311.8km) → (31)춘천 청평사(집 → 청평사, 486.8km)

 

☞ 총 누적거리 7,046.4km


 

[108산사순례 31] 춘천 오봉산 청평사에서 108배로 31번째 염주 알을 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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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moldone.tistory.com BlogIcon 청결원 2015.08.20 06: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청평사 잘 보고 가네요

  2. Favicon of https://jongamk.tistory.com BlogIcon 핑구야 날자 2015.08.20 07:5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폭포가 아직은 시원하게 느껴집니다 서울에서도 멀지 않네요

  3. Favicon of https://tm7rl1.tistory.com BlogIcon 착한곰돌이 2015.08.20 09:5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공주와 상사뱀의 조각 잘 만들어졌네요

  4. Favicon of https://t-a-s.tistory.com BlogIcon 뷸꽃남자+ 2015.08.20 11: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 진자 좋은곳이 이렇게나 많네요

  5. Favicon of https://gdlsg.tistory.com BlogIcon 도생 2015.08.20 11: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시간이 있다면 소양감댐에 차를 두고 배타고 다녀오는 것도 좋습니다.
    성불하세요^^

  6. Favicon of https://kbank.tistory.com BlogIcon 행복생활 2015.08.20 13:1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덕분에 좋은곳 잘 보고 갑니다 ^^
    행복 가득한 하루를 보내세요~

  7. Favicon of https://onetwopunch.tistory.com BlogIcon 강냉이. 2015.08.20 13:4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108배 정말 힘들다고 하던데 ㅠㅠ

  8. Favicon of https://jemstory.tistory.com BlogIcon 윤유엄니 2015.08.20 13:5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진으로 시원하게 구경 잘 하고 갑니다.^^

  9. BlogIcon sto 2015.08.20 14: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집착을 버리는 자세가 필요하군요

  10. Favicon of https://ggng2.tistory.com BlogIcon 헬로끙이 2015.08.20 15:5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청평사에 가면 울창한 숲과 계곡도 볼수있군요 ^^
    산사 순례를 하시다니 덕분에 청평사에 대해 잘 알아갑니다

  11. 2015.08.20 23: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12. Favicon of https://travelyoungdo.tistory.com BlogIcon 영도나그네 2015.08.21 22:3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하!
    이번 여름휴가에는 멀리 춘천의 청평사에서 108산사순례행사를 가지셨네요..
    말고 깨끗한 물소리와 세소리들이 어우러진 깊은 계곡에서의 순례행사는 정말
    의미있는 시간이 된것 같기도 하구요..
    오늘도 행복한 시간 가지시기 바라면서..

  13. Favicon of https://unitform.tistory.com BlogIcon 정감이 2015.08.21 22:5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멋지군요.. 이런 이쁜데가 있군요.

 

[108산사순례 30] 공주 태화산 마곡사에서 108배로 30번 째 염주 알을 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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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 태화산 마곡사 일주문.

 

[108산사순례 30] 공주 태화산 마곡사에서 108배로 30번 째 염주 알을 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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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멸을 부르는 욕심... 버려야 산다

<108산사순례 24> 공주 태화산 마곡사

 

사람은 누구나 욕심을 가진다. 욕심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욕심이 사람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욕심은 인간성을 파멸시키며 끝내 파국으로 치닫게 하는 나쁜 씨앗이다. 그렇다면 욕심이 꼭 나쁜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욕심이 없으면 무책임하고, 살아갈 이유가 없다. 욕심은 내가 살 존재이유가 되고, 가족과 사회를 발전시키는 긍정적인 씨앗이다. 


욕심으로 생긴 이득을 사회발전에 투자하고, 가난한 이들을 도우며, 좋은 일에 기여한다면 이보다 더 좋은 욕심은 없으리라. 그럼에도 불가에서는 욕심을 버리라 이른다. 욕심으로 인해 얻는 것 보다는 잃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부처님 말씀에서도 탐·진·치 삼독 중에서 제일 먼저 '탐욕'을 버리라고 설법한다. 지난 7월 11일. 아침 일찍 들른 천안 각원사와 광덕사에 이어 오후에는 세 번째로 공주에 자리한 마곡사로 찾아 가는 길에 드는 생각이다.


 

'계영배'라는 술잔이 있다. 과음을 경계하기 만든 술잔으로 '절주배'라고도 한다. 고대 중국에서 넘쳐나는 욕심을 경계하기 위해 하늘에 정성을 드리며 비밀리에 만들었던 의식 때 쓰던 그릇이다. 계영배는 밑에 구멍이 뚫려 있는데도 물이나 술을 부어도 전혀 새지 않다가, 7할 정도 채우면 밑구멍으로 새어 나가는 구조다. 


공자가 제나라 환공의 사당을 찾았다. 공자가 "저 그릇은 무엇에 쓰는 것"인지 물었다. 사당지기는 "항상 곁에 두고 보는 그릇(유좌지기, 宥坐之器)이라 답했다. 공자도 "이 그릇은 속이 비면 기울고, 가득 채우면 엎질러지며, 적당하면 바로 선다"는 것을 알면서 고개를 끄떡였다. 욕심을 절제하는 철학이 과학과 조화를 이룬 멋진 만남이다. 욕심으로 선업을 짓기도 하지만, 적당함을 유지하는 절제로 자신을 경계해야 하는 교훈으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충남 공주시 마곡면에 자리한 태화산 마곡사. 대한불교조계종 제6교구 본사다. 마곡사는 640년(백제 무왕 41년) 신라의 고승 자장율사가 창건했다. 고려 명종 때인 1172년 보조국사가 중건하고 범일대사가 재건했다. 다시 도선국사가 중수하고 각순국사가 보수해 오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마곡사는 창건 할 당시에만 해도 30여 칸이 넘는 대사찰이었다. 


문화재로서 보물로는 제269호(감지금니묘법연화경 제6권), 제270호(감지은니묘법연화경 제1권), 제799호(공주 마곡사 5층석탑), 제800호(공주 마곡사 영산전), 제801호(공주 마곡사 대웅보전), 제802호(공주 마곡사 대광보전)가 있다. 지방유형문화재로는 제20호(마곡사동제은입사향로), 제62호(마곡사 동종)가 있다. 마곡사의 말사로는 80군데로, 같은 도인 충남이 69개소이고, 나머지 지역도 11곳이나 되는 큰 사찰이다.

 

'계영배라는 술잔에서 배우는 절제


 

마곡사는 마곡사입구 관광휴게소 주차장에서 1.2k를 걸어야만 마곡사 해탈문을 만날 수 있다. 이 사이에는 일주문이 있는데, 일주문과 해탈문 사이의 거리도 0.8km나 된다. 일주문을 넘어서면서 부처님의 세계로 들어가는 의미를 새기는 시간이 그 만큼 길어서 좋다. 묵언으로 세속에 물든 마음을 정화하고 깨달음에 한 발자국 더 나아갈 수 있는 기회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더운 날씨라도 걷는 데는 별 문제가 없다. 하늘을 덮은 짙은 녹음은 자외선을 막아 주고, 계곡의 물소리는 귀를 깨끗하게 해 준다. 여행은 일상에서 벗어나 찌든 때를 씻는 기회. 그 동안 쌓인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먹고 노는 즐거움을 만끽하는 여행도 필요하지만, 온전히 나를 돌아보는 '나만의 세계'에 빠져 보는 것도 필요하다. 지난해부터 시작한 <108산사순례> 사찰여행. 그래서 나는 좋다.


 

처음으로 찾는 마곡사. 부처님의 법계에 들어서는 해탈문과 사천왕상이 있는 천왕문을 지나, 큰 하천을 넘는 극락교를 건너니 부처님 세상에 닿았다. 그런데 참으로 놀랍다. 온 몸에 기운이 빠지고 정신이 혼미하다. 마당 한 가운데 하늘 높이 선 석탑, 그 뒤로 웅장한 전각 두 동. 그리고 입구에 전시된 사진 한 장이 눈길을 끈다. 맑고 푸른 하늘에 떠 있는 구름모양이 꼭 관세음보살을 닮은 모습이다. 이 모든 상황이 혼을 빼 놓지 않았나 싶다. 범종각 건물 지붕에 절병통을 얹었다. 천안 광덕사에 이어 두 번째 보는 절병통으로 재료는 석재를 사용했다.

 

마곡사 대광보전은 보물 제802호로 중심법당이다. 이 법당은 '앉은뱅이 업장 소멸한 대광보전'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아주 오래 전, 앉은뱅이가 법당 밖으로 걸어서 나왔다고 한다. 그는 부처님께 공양 올릴 삿자리를 짜면서, '걸을 수만 있다'면, '자비광명을 얻게만 된다'면, 세세생생 보시하며 살겠다고 다짐한다. 어느덧 100일째 되는 날, 그는 너무 과한 소원을 품었던 자신의 부끄러움을 알아차렸다.

 

"내가 가진 업보가 그 얼마나 큰데 감히 부처님께 그런 소원을 빌다니! 얼마나 더 공덕을 쌓아야 그 동안 지은 억겁의 죄업을 다 씻을 수 있을 것인가. 슬프도다. 슬프도다."


 

앉은뱅이가 법당 밖으로 걸어서 나갔다는 사연을 간직한 대광보전

 

지난 100일 기도 끝에 깨달은 것은 첫째도, 둘째도, '참회'였다. 날이 계속 될수록 자신이 걷게 되기를 빌기보다는, "이름 없는 들꽃이 살아 있음이 소중"하고, "내가 살아 있음에 감사"를 느꼈다. '기도'라는 것은 나의 복을 위해 비는 것이 아님을 알았다. 그래서 일체 삼라만상에 계신 부처님의 자비를 회향하겠노라고 다짐했다. 


그렇게 날이 지나 삿자리를 완성하고, 성치 않은 다리를 끌고 부처님 앞으로 나아가 지극한 마음으로 절을 올리고 법당을 나왔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가. 그가 걸어 나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자신도 의식하지 못한 채 걷고 있는 나를 본 것이다. 그는 마곡천을 바라보며 부처님의 자비를 온몸으로 느꼈다. 그리고 다짐했다. '나누는 삶', '자비의 삶'을 살겠노라고.



대광보전에는 특이한 점이 눈에 띈다. 내부에는 비로자나 부처님을 모셨는데, 중앙에 자리한 것이 아니라 서쪽에서 동쪽을 향해 봉안돼 있다.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에 봉안된 아미타부처님도 서쪽에 앉아 동쪽을 향한다. 마곡사와 부석사 모두 서쪽에 앉아 동쪽으로 향하는 불상이다. 


그런데, 마곡사는 비로자부처님을 모셨고, 부석사는 아미타부처님을 모셨다. 아미타부처님은 서방정토 극락세계에서 머물면서 법을 설하는 부처로, 서쪽에 자리한 것이라지만, 비로자나부처님은 왜 서쪽에 자리한 것일까 궁금하다. 비로자나부처님 뒤쪽 벽에는 18세기 후반 조선회화의 특징이 돋보이는 백의수월관음도가 봉안돼 있다. 고개 들어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환희심이 생겨난다. 


 

대광보전 뒤 언덕에 자리한 대웅보전에도 설화가 전해온다. '아들 점지해 주는 대웅보전'이란다. 정면 5칸, 측면 3칸, 2층 규모 팔작지붕 대웅보전은 웅장한 규모의 통층으로 내부에는 싸리나무 기둥이 네 개가 있다. 사람이 죽어 염라대왕 앞에 가면, "너는 마곡사 싸리나무 기둥을 몇 번이나 돌았느냐"고 묻는다고 한다. 아예 돌지 않았다면 지옥에 떨어지고, 많이 돌았다면 극락에 가까이 왔다고 일러준다. 아들이 없는 사람이 싸리나무 기둥을 안고 돌면 아들을 낳는다고 점지해 주는 대웅보전. 지금도 이 싸리나무 기둥은 아들을 낳고 싶어 하는 아낙의 손때가 묻어 번질번질하게 윤기가 나 있다.


 

싸리나무 기둥 안고 돌면 아들을 낳는다는 대웅보전

 

대웅보전에는 석가모니불을 중심으로 약사여래와 아미타불과 함께 삼세불이 모셔져 있다. 경전을 읽고 지극정성으로 108배를 올렸다. 108기도는 나와 내 가족의 행복과 무병장수를 기원하지 않는다. 재물을 얻거나 모든 일이 잘 되기를 바라지도 않는다. 매일 같이 크고 작게 일어나는 욕심을 비롯한 삼독을 없애는 깨우침을 위한 기도로 일관하고 있다. 대광보전의 앉은뱅이 업장 소멸에 관한 이야기처럼 참회하고, 또 참회했다. 온 몸에 땀이 베였다. 개운하다. '그 무엇'을 바라지 않은 기도야말로 그렇게 기쁠 수가 없다.


 

마곡사는 백범 김구선생과 인연이 깊다. 백범은 해방 이듬해인 1946년, 마곡사를 떠난 지 50년 만에 동지들과 이곳을 찾아 기념식수를 했다. 대광보전 기둥에 걸려있는 주련을 보고 감개무량하여 향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주련(기둥이나 벽 따위에 장식 삼아 세로로 써서 붙이는 글씨)에는 각래관세간 유여몽중사(却來觀世間   猶如夢中事, 돌아와 세상을 보니 모든 일이 꿈만 같구나)라 쓰여 있다. 


세상사 모두 꿈같지 아니한 것이 있을까. 나고 죽음도 곧 꿈이리라. 백범은 갔지만 그 향나무는 아직도 파랗게 고고한 모습으로 백범의 정신을 기리고 있다. 백범은 명성황후가 시해된 1896년 일본군 중좌를 죽이고 인천교도소에 사형수로 수감됐다. 복역 중 탈옥하여 1898년 마곡사에서 은신하다, 하은당이라는 불리는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법명은 원종. 백범일지에 나오는 출가 기록이다.




 

"사제 호덕삼이 머리털을 깎는 칼을 가지고 왔다. 냇가로 나가 삭발진언을 쏭알쏭알 하더니 내 상투가 모래 위로 뚝 떨어졌다. 이미 결심을 하였지만 머리털과 같이 눈물이 뚝 떨어졌다."

 

백범이 출가했던 마곡사, 자신이 심었던 향나무는 지금까지 푸르러

 

출가 당시 착잡한 심경이 잘 드러난다. 지금도 그때 삭발했던 바위가 있고, 마곡천과 삭발바위를 잇는 백범교가 있다. 백범이 지냈던 백범당 벽에 걸려 있는 사진이 눈길을 끈다. 왼쪽에는 완장을 찬 우익이 오른쪽엔 넥타이를 맨 우익이 함께 서 있다. 백범선생은 사상보다 하나 된 조국을 더 원하였던 것이다. 사진 옆에는 백범선생이 평생 좌우명으로 살았던 친필 휘호가 있다. 서산대사의 시다.

 

답설야중거(踏雪野中去) 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

불수호란행(不須胡亂行) 어지럽게 함부로 걷지 마라

금일아행적(今日我行跡) 오늘 내가 가는 이 발자취가

수작후인정(遂作後人程) 사람의 이정표가 될 것이니

 

마곡사 앞을 흐르는 계곡이 시원하다. 깊은 물에 노는 물고기를 낚시하는 사람들. 썩 보기 좋은 모습이 아니다. 그것도 '살생하지 말라'는 부처님 법을 배우는 절간 옆에서. 주변으로 '백범 명상길'인 '마곡사 솔바람길'이 나 있다. 마곡사를 중심으로 삭발바위(0,2km), 군왕대(0.6km), 마곡사천연송림(0,7km), 백련암(1.4km), 활인봉(2.5km), 나발봉(3.6km)으로 다녀 올 수 있다. 시간이 넉넉한 여행자라면 솔바람을 쐬며 여유 있는 여가를 즐겼으면 좋으리라.


 

'견물생심'이라 했던가. 하지만, 지나친 욕심은 화를 불러 온다는 것을 '과욕초화'라 하며 경계했다. "욕심이 사람을 죽인다" 했고, "바다는 메워도 사람의 욕심은 메우지 못한다"고도 했다. 그래서 현명한 이는, "황금 보기를 돌 같이 하라(견금여석, 見金如石)"고 조언한다. 


서 있으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다. 욕심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누우면 잠자고 싶은 것이 인간의 본능이다. <108산사순례> 그 서른 번째 여행은 '탐욕'으로부터 자유로움을 깨닫는 기도여행이었다. 공주 마곡사에서 108배로 30번째 염주 알을 꿰었다.

 

『108산사순례 30

 

(1)양산 통도사 → (2)합천 해인사(483.8km) → (3)순천 송광사(367.8km) → (4)경산 선본사 갓바위(448.4km) →  (5)완주 송광사(220. 2km) →  (6)김제 금산사(279.2km)  → (7)여수 향일암(183.4km)  → (8)여수 흥국사(192.3km) → (9)양산 내원사(100.3km) → (10)부산 범어사(126.6km) → (11)구례 연곡사(156.8km) → (12)구례 화엄사(25.1km) → (13)구례 천은사(192.5km) → (14)김천 청암사(204.9km) → (15)김천 직지사(270.7km) → (16)영천 은해사(184.0km) → (17)영천 거조암(220.5km) → (18)보은 법주사(289.1km) → (19)영동 영국사(301.0km)  → (20)영천 수도사(378.6km) → (21)남해 보리암(122.9km)  → (22)고성 옥천사(144.4km) →  (23)울주 석남사(121.6km) → (24)밀양 표충사(156.0km) →  (25)하동 쌍계사(153.6km) → (26)남원 실상사(233.7km) → (27)달성 용연사(334.8km) → (28)천안 각원사(집 → 각원사, 325.4km) → (29)천안 광덕사(각원사 → 광덕사, 30.2km) → (30)공주 마곡사(마곡사 → 집 311.8km)

 

☞ 총 누적거리 6,559.6km


 

[108산사순례 30] 공주 태화산 마곡사에서 108배로 30번 째 염주 알을 꿰다

사찰여행/공주여행/공주 가볼만한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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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남도 공주시 사곡면 | 마곡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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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죽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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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t-a-s.tistory.com BlogIcon 뷸꽃남자+ 2015.08.04 07:5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참 의미있는 일입니다. 이로인해 좋은 얻음 있으시길 바라겠습니다~

  2. Favicon of https://jongamk.tistory.com BlogIcon 핑구야 날자 2015.08.04 08:1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구선생님과 인연이 많은 사찰이군요~~ 잘 알고 갑니다.

  3. Favicon of https://toyvillage.net BlogIcon 라이너스™ 2015.08.04 09:0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좋은 곳이로군요^^
    휴가 잘다녀오세요^^

  4. Favicon of https://tm7rl1.tistory.com BlogIcon 착한곰돌이 2015.08.04 09:5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존경스러운 김구 선생님의 사진이 딱 놓여있는 게 멋지네요

  5. Favicon of https://0572.tistory.com BlogIcon 『방쌤』 2015.08.04 10:2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길이 참 좋네요
    몽땅 다 버리지는 못하겠지만 쓸데없는 욕심들은 가볍게 내려놓게 될 것 같아요^^

  6. Favicon of https://gdlsg.tistory.com BlogIcon 도생 2015.08.04 11:2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즈막한 산들이 모여 깊은 골을 이루었습니다.
    성불하세요^^

  7. Favicon of https://kbank.tistory.com BlogIcon 행복생활 2015.08.04 11:4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늘은 공주네요~
    덕분에 항상 좋은곳들 많이 둘러보고 갈 수 있습니다 ^^

  8. BlogIcon sto 2015.08.04 11:5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주변 경치도 정말 좋네요 잘 보고 갑니다

  9. Favicon of https://jemstory.tistory.com BlogIcon 윤유엄니 2015.08.04 12:1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요즘 더운데.. 이런곳 한번 둘러보면 산바람에 시원해질것 같네요
    마음도 몸도 시원해지겠습니다.

  10. Favicon of https://hanwhablog.com BlogIcon 한화호텔앤드리조트 2015.08.04 13:3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계영배라는 술잔, 신기하군요
    싸리나무 기둥은 정말 번질번질 윤기가 나네요^^
    좋은 포스팅에 마치 제가 다녀온 듯 합니다^^

  11. Favicon of https://yahoe.tistory.com BlogIcon 금정산 2015.08.04 14:0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ㅎㅎ 마곡사 저도 두번 가봤네요 고졸하니 멋진 사찰입니다.

  12. Favicon of https://zachenet.tistory.com BlogIcon 자취in 2015.08.04 14:4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맘이 편안해지는 경치 잘 보고가요 ^^

  13. Favicon of https://bonbonn.tistory.com BlogIcon 봉봉.. 2015.08.04 16:0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멋진 사찰이네요 잘 보고 갑니다~

  14. Favicon of https://ggng2.tistory.com BlogIcon 헬로끙이 2015.08.04 16:0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태화산 마곡사 저는 처음 보고 들은곳인데 덕분에 어떤곳인지 잘 알게된것 같아요 ^^

  15. Favicon of https://dietx.tistory.com BlogIcon 다이어트X 2015.08.04 17:3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편안하니 더위 피해 사찰에서 마음 정리하고
    오면 좋겠네요~!

  16. 2015.08.04 17:5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108산사순례 28] 천안 태조산 각원사에서 108배로 28번 째 염주 알을 꿰었다/천안여행/사찰여행/천안 가볼만한 곳/천안 12경

 

각원사 대웅보전.

 

[108산사순례 28] 천안 태조산 각원사에서 108배로 28번 째 염주 알을 꿰었다/천안여행/사찰여행/천안 가볼만한 곳/천안 12경

 

삶은 고통입니까?... 그곳에서 답을 얻다

<108산사순례 28> 천안 태조산 각원사

 

"삶은 고통이다."

 

불자들과 대화를 나눌 때 가끔 하는 말이다. 모든 사람들은 '고통 없는 삶'을 영위하며 살고 있는 것일까. 이런 의문은 비단 나 혼자만 느끼는 것은 아닐 것임에도, 나의 고통은 왜 이다지 크게 느껴지는 걸까. 떡은 남의 것이 더 커 보인다는데, 고통은 왜 내 것이 커 보이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모순은 아니겠지이런 현상이야말로, 이기심의 발로에서 비롯된 것임은 물론이다. 그렇다면, 고통을 끊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이기심을 없애면 고통을 끊을 수 있겠지만, 이 역시 인간의 욕심이라 실천하기도 어렵다.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 이기심을 버리려 325km를 넘게 달려 천안 각원사로 향했다. 7월 11일, 천안으로 가는 차 안에서 일어나는 생각이다.

 

 

각원사는 1번 고속국도 천안 IC에서 십 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에 있다. 각원사는 천안 12경 중 제 6경으로, 시 외곽 한적한 자리에 터를 잡고 있어 천안 시민들도 많이 찾는다고 한다. 이 사찰은 역사가 아주 짧다. 그럼에도 스님의 원력과 불자들의 관심으로 여느 사찰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주문은 없고 절 주차장에서 범종을 모신 성종각으로 진입하면 대웅보전 앞마당이다. 눈에 띄는 특징을 바로 느낄 수 있다. 그것은 보통의 다른 사찰과는 달리 전각 모두 규모가 웅장하다는 것.

 

 

천안 태조산에 자리한 각원사. 대한불교조계종에 등록된 사찰로, 1975년 개산조 경해법인 조실스님의 원력으로 창건했다. 경내에는 대웅보전을 비롯하여, 태조산루(성종각), 설법전, 천불전, 산신전, 칠성전, 관음전, 경해원, 반야원, 영산전과 개산기념관이 있다. 범종을 모신 성종각 1층에는 대웅보전 지붕에 얹힌 치미가 실물 크기로 전시돼 있다. 안내문에는 이렇게 적혀있다.

 

"경주 황룡사(신라시대) 금당지붕 용마루 양쪽 끝에 세워졌음. 치미로는 청동으로 재현되었음."이라고.

 

 

1500여 년 전, 황룡사에서 세워졌던 청동 치미를 보는 기쁨

 

고건축을 이해하는데 이런 조형물을 직접 본다는 것은 큰 행운이다. 사찰에서 여행자를 위한 세심한 배려가 깊음에 감사한 마음이다. 329평의 이 건물 2층에는 20톤에 달하는 '태양의 성종'이 성종각에 걸려있다. 아침저녁으로 울려 퍼지는 범종소리는 어떤 의미로 중생의 어리석음을 깨닫게 할지 궁금할 따름이다. 언제 적이 될지 몰라도, 은은한 범종소리를 듣고 세파에 시달린 번뇌와 고통을 조금이나마 씻었으면 좋겠다.

 

 

절 마당에서 높은 계단 위에 자리한 대웅보전을 올려본다. 웅장하고 기개가 넘친 모습에 나 자신이 초라해지는 느낌이다. 목조건축물로는 이렇게 큰 전각을 보기는 처음이다. 자료를 찾아보니, 생각했던 대로다. 국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기념비적 건물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정면 7칸, 측면 4칸 팔작지붕으로, 외 9포, 내 20포 다포식 건물이다. 이 건물은 건평이 200평으로 34개의 주춧돌이 놓여 졌고, 100여 만재의 목재가 투입됐다. 실로 대단한 불사가 아닐 수 없다.

 

지붕 용마루 양쪽 끝에는 치미 장식으로 마무리했다. 멋을 맘껏 뽐내는 조형물이다. 법당 안도 넓어 많은 불자들이 함께 할 수 있어 좋다. 불단에는 석가모니불을 주불로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이 협시불로 있다. 이른 아침이지만 많은 불자들이 자리를 잡고 기도에 열중이다. 불상 앞에 오체투지로 108배를 마치고 고두배를 올렸다. 몸과 입과 마음의 삼업을 깨끗이 하려 나 자신에게 약속해야만 했다.

 

 

각원사에는 또 하나의 큰 불상이 야외에 자리하고 있다. 경내 전체를 둘러보지 않으면 이 불상을 접견하기란 쉽지 않다. 대웅전 옆쪽으로 난 길을 따라 숲 속 길을 조금 오르면 나타나는 거대한 불상. 높이 15m, 무게 60톤 규모의 청동 아미타좌불상이다. 귀의 길이도 1.75m, 손톱 길이는 30cm나 된다. 이 불상은 남북통일을 기원하기 위해 1975년 4월 불사를 시작으로, 1977년 5월 봉안됐다. 태조산을 배경으로 우뚝 선 아미타부처님은 중생들을 구제하겠다는 의지로 엷은 미소를 띠고 있다.

 

아미타부처는 대승불교에서 서방정토 극락세계에 머물면서 법을 설한다는 부처다. 부처가 되기 전, 법장보살때 48가지 원을 세웠는데, 한결같이 남을 위하는 이타행을 실천했다. 이 중 12번째 '광명무량원'과 13번째 '수명무량원'은 아미타불의 본질을 잘 나타내는 상징이다. 또한, 18번째 '염불왕생원'은 "불국토에 태어나려면 지극한 마음으로 내 이름을 염원하면 왕생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나무아미타불' 육자명호를 부르는 것이야말로, 염불왕생 하겠다는 원을 세우는 것.

 

 

짧은 역사지만 특별함이 많은 각원사... 우리나라 최대 목조건물인 대웅보전

 

불·보살상은 다양한 손 모양의 형태를 취하고 있는데, 이를 수인이라고 한다. 수인은 '손갖춤'이란 말로, 여래나 보살의 깨달음의 내용, 서원 등을 손의 모양을 통하여 표현한 것을 말한다. 석가여래 근본 5인은 선정인, 항마촉지인, 전법륜인, 시무외인, 여원인 등 다섯 가지가 일반적이다. 그런데 아미타불은 아미타정인 등 구품왕생과 관련하여 아홉 가지의 손 모양을 만들었다. 이를 '아미타여래 9품인'이라고 한다.

 

즉, 극락세계에 왕생하는 무리를 상, 중, 하 3품으로 나누고, 이를 다시 또 3생으로 나누어 9단계의 수인으로 나타냈다. 양손의 위치에 따라 상생, 중생, 하생으로 나누고, '품'은 엄지와 맞대고 있는 검지, 중지, 약지 손가락에 따라 상, 중, 하로 구분된다. 각원사 청동불상은 9품 중 '중품하생인'의 손 모양을 취하고 있다. 오른손은 손바닥이 밖으로 향하게 하여 가슴까지 올리고, 왼손은 무릎 위에 얹어 아래로 내린 형상으로 손가락은 엄지와 중지를 맞대고 있다.

 

 

각원사는 2002년 '각원사 불교대학'을 설립했다. '세상의 모든 것은 변하니 부지런히 정진하여 고통의 속박에서 벗어나자'는 학훈을 가지고 있다. 1년제 불자 교육기관으로 그 동안 많은 사람들이 교육을 수료했다. 학훈에서처럼 고통의 속박에서 벗어나는 지혜를 얻었으면 좋겠다. 각원사는 특별난 점이 많다. 우선 큼직큼직한 전각의 규모는 여느 사찰과는 그 크기가 차이 날 정도로 크다. 

 

 

그 중에서도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목조건물인 대웅보전, 무게 20톤에 달하는 '태양의 성종', 15m의 높이 청동 아미타좌불상 등이 있다. 후손들이 잘만 보존한다면, 천 년 후 국가 지정문화재로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도시는 시멘트 숲으로 변한지 오래다. 시멘트 건물의 생명은 길어야 백 년이지만, 목조 건물은 천 년을 훨씬 넘어서도 장수한다. 한번 상상해 보면 알리라. 천년의 세월을 넘긴 건물에서, 천 년 전의 사람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는 것을. 

 

 

사람은 힘들여 노력하지 않고 많은 것을 얻으려 한다. 밤낮을 새워 열심히 공부한 학생과 온 종일 놀면서 공부에는 관심 없는 학생들의 차이는 그 결과를 굳이 보지 않아도 알법하다. 한 시간 일해 놓고, 두 시간 일한 돈을 바라는 것도, 로또를 사 놓고 당첨되기를 기도하는 것도 욕심이다. 열심히 기도한다고 성공하고, 출세하고, 돈을 많이 벌게 되는 걸까. 기도해서 그런 결과가 나타난다면, 아마도 죽으라, 열심히 기도하지 않을 사람은 없으리라.

 

욕심을 버려야 마음이 평온하고 행복을 느낀다. 하나를 버리면 다른 하나가 생기는 법. 기도는 나의 욕심을 채우는 도구나 수단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기복신앙을 위한 기도가 아닌, 참 '나'를 찾는 기도가 필요하다. 수행하고 또 정진수행하면 어리석음으로부터 벗어나는 지혜를 터득하지 않겠는가. <108산사순례> 기도여행은 끊임없는 '나'를 찾아가는 긴 여정이다. 그 스물여덟 번째 기도는 천안 각원사에서 '나는 누구인가'를 발견하는 자리였다. 28번째 염주 알을 꿰면서.

 

 

『108산사순례 28

 

(1)양산 통도사 → (2)합천 해인사(483.8km) → (3)순천 송광사(367.8km) → (4)경산 선본사 갓바위(448.4km) →  (5)완주 송광사(220. 2km) →  (6)김제 금산사(279.2km)  → (7)여수 향일암(183.4km)  → (8)여수 흥국사(192.3km) → (9)양산 내원사(100.3km) → (10)부산 범어사(126.6km) → (11)구례 연곡사(156.8km) → (12)구례 화엄사(25.1km) → (13)구례 천은사(192.5km) → (14)김천 청암사(204.9km) → (15)김천 직지사(270.7km) → (16)영천 은해사(184.0km) → (17)영천 거조암(220.5km) → (18)보은 법주사(289.1km) → (19)영동 영국사(301.0km)  → (20)영천 수도사(378.6km) → (21)남해 보리암(122.9km)  → (22)고성 옥천사(144.4km) →  (23)울주 석남사(121.6km) → (24)밀양 표충사(156.0km) →  (25)하동 쌍계사(153.6km) → (26)남원 실상사(233.7km) → (27)달성 용연사(334.8km) → (28)천안 각원사(집 → 각원사, 325.4km)

 

☞ 총 누적거리 6,217.6km

 

 

[108산사순례 28] 천안 태조산 각원사에서 108배로 28번 째 염주 알을 꿰었다/천안여행/사찰여행/천안 가볼만한 곳/천안 12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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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남도 천안시 동남구 신안동 | 각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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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죽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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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deborah.tistory.com BlogIcon Deborah 2015.07.24 01:0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큰 불상이 세상의 고뇌를 다 짊어지고 품어주고 있는듯해요.

  2. Favicon of https://mkm5669.tistory.com BlogIcon 다딤이 2015.07.24 08:1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108배로 28번째 염주알을 궤면서 많은것을 깨달으셨네요~~
    하나를 버리면 또하나가 생기는 진리 와닿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3. Favicon of https://jongamk.tistory.com BlogIcon 핑구야 날자 2015.07.24 08: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앵글이 너무 멋져요 신경써서 찍으셔서 더 보기 좋아요

  4. Favicon of https://toyvillage.net BlogIcon 라이너스™ 2015.07.24 08: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고즈넉한 곳입니다^^
    행복한 하루되세요~

  5. Favicon of https://t-a-s.tistory.com BlogIcon 뷸꽃남자+ 2015.07.24 09:3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천안에 이런데가 있었네요 가깝고 좋네요.

  6. Favicon of https://wkwk.tistory.com BlogIcon 박군.. 2015.07.24 10:0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불상의 온화한 표정을 보니 마음이 놓이네요 ^^

  7. Favicon of https://hym9981.tistory.com BlogIcon 마니7373 2015.07.24 10:2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천안에도 이런 사찰이 있네요~
    산사순례 함께 보면서 덕분에
    좋은 사찰들 많이 알게 됩니다.
    언젠가는 꼭 갈 일이 생기겠죠.
    이번 주는 또 어디로 발길을
    돌리시는지.... 늘 화이팅 하세요^^

  8. Favicon of https://0572.tistory.com BlogIcon 『방쌤』 2015.07.24 11:1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태조산도 몰랐지만
    이런 규모의 대웅보전이 있다는게 더 놀랍네요^^

  9. Favicon of https://kbank.tistory.com BlogIcon 행복생활 2015.07.24 11:4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녀갑니다 ^^ 좋은 하루를 보내세요~

  10. Favicon of https://hansiks.tistory.com BlogIcon HanSik's 2015.07.24 13:1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이야기 잘 보구 갈게요 ^^
    멋진 오늘이 되셔요~

  11. Favicon of https://su1624.tistory.com BlogIcon 도느로 2015.07.24 14: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번엔 천안까지 가셨군요 ^^
    계속 윗쪽으로 올라가시는 느낌이 듭니다.
    또하나의 염주...죽풍님의 목표가 하나더 이뤄진것에 축하드립니다.
    점점더 고행의 날씨가 되는 것 같네요. 건강 잘 챙기시길 바랍니다. ^^

  12. Favicon of https://gdlsg.tistory.com BlogIcon 도생 2015.07.24 14:4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현대에 만들어진 건축물이지만 그 위용한 대단합니다.
    성불하세요^^

  13. Favicon of https://ggng2.tistory.com BlogIcon 헬로끙이 2015.07.24 15: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기와 제일 끝쪽에 뿔같이 생긴 모양이 신기하네요 ㅎㅎ
    덕분에 잘 보고갑니다 ^^

  14. Favicon of https://onetwopunch.tistory.com BlogIcon 강냉이. 2015.07.24 15:3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엄청 큰 불상이 인상에 남네요 ㅋㅋ

  15. Favicon of https://sunkist5rg.tistory.com BlogIcon 구아바12 2015.07.24 16: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멋진 절 잘 보고 갑니다

  16. Favicon of https://travelyoungdo.tistory.com BlogIcon 영도나그네 2015.07.24 17:2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천안 태조산의 각원사를 들리셨네요..
    이곳에서도 죽풍님의 108사찰 순례는 계속되고 있구요...
    몇년전 천안 태조산 산행때 잠시 들렸던 기억이 다시나게 하기도 하답니다..
    항상 뜻하는 목표가 이루어 지시길 바랍니다..

  17. Favicon of https://easy04055.tistory.com BlogIcon 자동차보험비교사이트 2015.07.24 18: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덕분에 너무 잘보고갑니다
    즐건 하루 되세요

 

[108산사순례 27] 달성 비슬산 용연사에서 108배로 27번 째 염주 알을 꿰다/사찰여행/달성여행/달성 가볼만한 곳

 

용연사 삼층석탑과 극락전.

 

[108산사순례 27] 달성 비슬산 용연사에서 108배로 27번 째 염주 알을 꿰다/사찰여행/달성여행/달성 가볼만한 곳

 

사람이 만든 불상에서 해야만 꼭 기도인가... 널려 있는 것이 부처

<108산사순례기 21> 비슬산 용연사

 

지난해 10월부터 시작한 <108산사순례> 기도여행. 2006년말 현재 전국에는 약 22000개소의 사찰이 있다고 한다. <108산사순례> 기도여행은 전국에 소재한 108산사를 엄선하여 내년 말까지 진행할 계획이다. 지난 5일, 이른 아침. 매달 한 차례 방문하는 경산 갓바위에 올랐다가, 인근지역인 달성 용연사로 찾아가는 길이다. 그런데 드는 의문 하나가 있다. 대구·경북지역에 사찰이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번 연재 <108산사순례기>에 의한 전국 분포도를 보면, 108산사 중 경상지역이 37개소(34%)이며, 이 중 대구·경북지역이 28개소로 26%를 차지하고 있다. 참고로 2007년도 문화관광체육부에 등록된 전통사찰 930개소 중에서도, 대구·경북지역이 193개소(20.7%)로 압도적으로 많다.

 

 

울창한 숲과 계곡에 터를 잡은 연못, '용연지'를 지나면 나타나는 일주문이 특별나다. 보편적으로 일주문에 거는 현판은 절이 자리한 주산 이름과 절 이름을 병기하는데, 용연사는 '비슬산용연사자운문'이라 썼다. '자운'이란, '은혜가 구름처럼 널리 미침'이란 뜻인데, 이 절을 찾는 모든 사람들에게도 은혜가 내렸으면 하는 바람을 담지 않았을까. 다포식 팔작지붕을 한 이 문은 지붕과 공포가 기둥에 비해 엄청 크다.

 

문기둥 역시 보통 굵기를 넘어섬에도, 오랜 세월 동안 이들의 무게를 어떻게 이겨내며 참아 왔을까. 생명이 없는 것에도 생명을 불어 넣어, 그 어떤 의미와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면, 이것 역시 심오한 공부가 되리라. 그래서 '나'를 찾고, '깨우침'을 안다면, 그것보다 행복한 일은 없지 않을까. 도도한 여인이 머리를 고상스럽게 틀어 올린 궁중머리 모양을 한 일주문에서 한 동안 넋을 잃고 있었다.

 

 

천년 역사와 정취를 고스란히 간직한 용연사. 대한불교조계종 제9교구 본사인 동화사의 말사다. 914년(신라 선덕왕 3) 보양이 창건했다고 전한다. 1419년(조선 세종 1) 천일이 중건하였으나, 임진왜란으로 소실되었고, 1603년(선조 36) 탄옥, 경천 등이 사명대사 유정의 명으로 중창한 기록이 있다. 1722년(경종 2)에는 대웅전과 종각을 수리하였는데, 당시 절 규모는 2백 칸이 넘었으며, 거주하는 승려도 500여 명에 달한 큰 사찰로 알려져 있다. 문화재로는 보물 제539호 '달성 용연사 금강계단'과 대구광역시 시도유형문화재 제28호 '용연사 삼층석탑', 제41호 '용연사극락전'이 있다.

 

 

 

일주문을 지나니 갈림길이다. 왼쪽은 '비슬산용연사적멸보궁'으로, 오른쪽은 본 법당으로 가는 길. 천왕문 입구에서 목이 말라 물 한 모금 떠 마시려니 웬 악어 한 마리가 길을 막고 섰다. 사찰에 웬 악어가 나타났을까. 불법을 수호하고 화재로부터 사찰을 보호하기 위해, 코끼리나 용, 사자, 거북이 등이 조각되는 것은 흔히 볼 수 있었어도, 악어 조각상을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극락전 앞에 둥지를 턴 동물 조각들도 남다르다. 삼층석탑 옆에 자리한 '거북이 등에 용머리를 한 이름 모를 조각상'과 계단 입구에 고개를 치켜들고 뭔가 갈구하는 듯한, 두꺼비상도 그렇다. 용연사의 이런 조각상들은 세세하게 관찰하지 않으면 그냥 지나쳐버리기 십상이다. 눈여겨 보면서 사찰여행의 묘미를 느꼈으면 좋겠다.

 

 

용연사에서만 볼 수 있는 동물 조각상들... 악어, 두꺼비, 거북이와 용이 한 몸인 동물상

 

극락전은 용연사의 중심법당으로, 정면 3칸, 측면 3칸 단출한 맞배지붕 다포식 건물이다. 용연사의 전각들은 임진왜란 때 많이 불탔는데, 이 극락전은 1728년(영조 4)에 다시 지었다. 극락전은 주불로 아미타불을 모시는 것이 일반적인데, 여기에는 아미타불이 아닌 석가모니불과 협시불로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이 모셔졌다. 후불탱화 역시 미타탱이 아닌 석가모니부처님을 상징하는 영산탱으로 장식하고 있다.

 

불전 내부는 우물마루 바닥을 깔고 내진고주를 세워 고주 사이를 후불벽으로 처리하여 불단을 꾸린 것이 눈에 띈다. 짧은 널을 가로로, 긴 널을 세로로 놓아 우물 '정'자 모양으로 짰다 하여 우물마루 또는 귀틀마루라 부른다.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 기후에 알맞는 마루 형태다. 어릴 적, 작은 집에 살았어도, 그 때 엉덩이를 부비며 지냈던 마룻바닥의 추억이 떠오름은 행복이리라.

 

 

부처님 앞에 경전을 펴고 엎드려 절을 올린다. 108배하는 내내 잡상은 끊이지 않고 머리를 맴돈다. 문득, 법정스님 말씀이 떠오른다.

 

"사람이 만든 불상 앞에 고개를 숙이고, 힘들어 하며 절 할 것이 아니다"라고. 그러면서, "집에 계신 부처님, 길에 널브러져 있는 괴로움을 안은 부처님께, 절하면서 시주하라고."

 

부끄럽고 혼란스럽다. 나는 누구를 위해, 무엇을 얻기 위해 기도하며 <108산사순례>를 하고 있는 것일까. 부처님께서는 사문에서 '생노병사'라는 네 가지 고통을 일찍 느끼면서 의문을 가졌고, 출가를 통해서 깨달음을 깨치셨다. 나는 무슨 고통과 어떤 괴로움을 느끼기에, 고행 아닌 고생을 마다하지 않는 여정을 끊지 못하고 있는가. 끊이지 않는 의문을 푸는 일은, 결국 나 자신이 풀어야 하는 과제라는 것만큼은 인지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힘들게 108기도를 마쳤다. 이날 또 하나의 염주 알을 추가하면서, 의문의 숙제를 푸는 기쁨을 맛보았다. 

 

 

절 마당 뒷문으로 나서니 계곡이 나타난다. 오랜 가뭄 탓에 물이 마른지 오래인 듯하다. 청운교를 지나니 명부전이고, 그 옆으로는 외부인 출입금지 구역인 홍제문이 있다. 울창한 숲과 계곡 그리고 불성을 담은 다리 하나.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은 실제 그림으로 그려지고 있다. 이날따라 화가들이 절 터 곳곳에 자리하여 그림 그리기에 열중이다. 붓으로 살짝 터치하는 손놀림은 하얀 종이에 점 하나를 찍어낸다.

 

점과 점은 선으로 변하고, 선은 사면팔방으로 퍼져 나가면서 다리와 집 한 채를 뚝딱 만든다. 불교에서 말하는 '시방삼세'가 그림 한 장에 그대로 반영됨을 보고 있다. 대구지역에서 활동하는 화가협회 회원들은 이날 영천사 곳곳에서 백지에 불심을 가득 담고 있었다.

 

 

용연사 석조계단, 우리나라 8대 적멸보궁 중 하나

 

영천사 석조계단. '계단'이란 '부처의 사리를 모신 곳으로, 승려들이 '계'를 수여하는 의식이 이루어지는 단'을 말한다. 신성한 곳으로 '금강계단'이라고도 한다. 영천사 석조계단은 보물 제539호로, 정확한 명칭은 '달성 용연사 금강계단'이다. 통상 앞쪽에는 적멸보궁이라는 전각을 설치하는데, 이 전각에는 불상을 봉안하지 않는다. 이는 금강계단에 모셔져 있는 사리가 예배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각 뒤 문을 만들어 금강계단을 바라보게 하고, 법당 안에서 기도를 올리는 것이 상례다. 영천사 석조계단은 널찍한 2중 기단 위에 꼭 종 모양을 닮은 탑 몸돌을 올렸다. 아래층 기단의 각 모서리에는 사천왕상으로 모셔 사방을 수호하게 했다. 위층 기단의 각 면에는 팔부신장상으로 돋을새김하여 단조로움을 덜었다. 절 안에 세워진 석가여래비에는, 석가의 사리를 모시고 이 계단을 쌓았다는 내용이 기록돼 있는데, 조선 광해군 5년(1613)에 완성됐다고 전한다. 17세기 초 당시의 석조건축과 조각을 연구하는데 귀중한 자료라 평가받고 있다.

 

 

용연사 적멸보궁은 우리나라 8대 보궁 중 하나로, "사명대사의 제자 청진스님이 임진왜란 때 왜적을 피해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통도사에서 금강산으로 모셔 가던 중, 사리 1과를 이곳 용연사에 봉안하였다"고 전해진다. 8대 보궁은, 봉정암(설악산), 통도사(영축산), 정암사(태백산), 월정사(오대산), 법흥사(사자산) 등 5대 적멸보궁에 이어, 건봉사(금강산), 도리사(태조산)와 함께 8대 보궁이라 한다. 적멸보궁을 돌아 나오는 길은 옆쪽으로 난 곳을 택하면 부도군을 만날 수 있다. 탑에 새겨진 이름은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 있다. 낙파대사, 원계대사, 인악대사, 동운대사 그리고 송파대사 등 이름을 밝힌 곳이 5기이고 이름을 알 수 없는 2기도 있다.

 

 

간혹 불자들에게 '형식에 얽매이지 마라'며, 잘라 말하기도 한다. "절에 열심히 다니고, 불상 앞에 지극정성으로 기도하는 것"이 형식적인 의미라는 것. 그럼에도 나 자신이 형식에 얽매여 있음을 알아차린다. 부처는 절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이 부처요, 이웃이 부처라는 것을. 비슬산 용연사에서 염주 알 하나를 추가하여 27번 째 염주 알을 꿰었다. 이 염주 알에는 '혼돈'의 가르침을 담을 수 있었다.

 

 

『108산사순례 27

 

(1)양산 통도사 → (2)합천 해인사(483.8km) → (3)순천 송광사(367.8km) → (4)경산 선본사 갓바위(448.4km) →  (5)완주 송광사(220. 2km) →  (6)김제 금산사(279.2km)  → (7)여수 향일암(183.4km)  → (8)여수 흥국사(192.3km) → (9)양산 내원사(100.3km) → (10)부산 범어사(126.6km) → (11)구례 연곡사(156.8km) → (12)구례 화엄사(25.1km) → (13)구례 천은사(192.5km) → (14)김천 청암사(204.9km) → (15)김천 직지사(270.7km) → (16)영천 은해사(184.0km) → (17)영천 거조암(220.5km) → (18)보은 법주사(289.1km) → (19)영동 영국사(301.0km)  → (20)영천 수도사(378.6km) → (21)남해 보리암(122.9km)  → (22)고성 옥천사(144.4km) →  (23)울주 석남사(121.6km) → (24)밀양 표충사(156.0km) →  (25)하동 쌍계사(153.6km) → (26)남원 실상사(233.7km) → (27)달성 용연사(334.8km)

 

☞ 총 누적거리 5,892.2km

 

[108산사순례 27] 달성 비슬산 용연사에서 108배로 27번 째 염주 알을 꿰다/사찰여행/달성여행/달성 가볼만한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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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죽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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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su1624.tistory.com BlogIcon 도느로 2015.07.17 06:4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음 주 수요일 용연사를 갑니다. ^^
    저도 죽풍님의 말씀을 보니 용연사를 조금더 유심히 볼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
    활기찬 하루되세요~

  2. Favicon of https://moldone.tistory.com BlogIcon 청결원 2015.07.17 07:0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찰 여행 떠나고 싶네요~

  3. Favicon of https://yahoe.tistory.com BlogIcon 금정산 2015.07.17 08: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적멸보궁 용연사에 저도 꼭 가보고 싶네요 잘 알고 갑니다.

  4. Favicon of http://garden0817.tistory.com BlogIcon garden0817 2015.07.17 09:2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보고갑니다 주말 잘 보내세요~

  5. Favicon of https://wkwk.tistory.com BlogIcon 박군.. 2015.07.17 10:0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 안에 있는 동전은 그대로 방치하는건가여??

  6. Favicon of https://t-a-s.tistory.com BlogIcon 뷸꽃남자+ 2015.07.17 10:1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것저것 볼거 많네요.
    동전은 당연 저녁ㅁ다 수거해가죠 ㅋㅋㅋ

  7. Favicon of https://bonbonn.tistory.com BlogIcon 봉봉.. 2015.07.17 12:2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림그리고 있는 사진은 본인이신가여?

  8. Favicon of https://jongamk.tistory.com BlogIcon 핑구야 날자 2015.07.17 12:3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수묵화를 보니 기분이 좋아지는데요~~ 어제 TV에 수묵화를 박스에 그리던 분이 소개되었거든요

  9. Favicon of https://0572.tistory.com BlogIcon 『방쌤』 2015.07.17 12: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동물조각상들이 정말 특이하네요
    저렇게 탑 주위로 방생하듯,,, 편안하게 놓여있는 것들은 본적이 없는것 같거든요
    색다른 사찰여행이 될것도 같습니다^^

  10. Favicon of https://kbank.tistory.com BlogIcon 행복생활 2015.07.17 12:5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녀갑니다 ^^ 좋은 하루를 보내세요~

  11. Favicon of https://onetwopunch.tistory.com BlogIcon 강냉이. 2015.07.17 15:0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금강계단 한번 보고싶네요 !

  12. Favicon of https://ggng2.tistory.com BlogIcon 헬로끙이 2015.07.17 15:3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림 완전 잘그린듯 ㅎㅎ
    사찰을 계속 보고있으면 마음이 편해지는것 같아요

  13. Favicon of https://sunkist5rg.tistory.com BlogIcon 구아바12 2015.07.17 16:1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공기가 너무 좋아보이는 곳이에요

  14. Favicon of https://gdlsg.tistory.com BlogIcon 도생 2015.07.17 16:3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내 마음을 가리고 있는 그 모든 것들을 하나하나 걷어내는 그 과정에도 참 묘미가 있는듯 합니다.
    성불하세요^^

  15. Favicon of https://dietx.tistory.com BlogIcon 다이어트X 2015.07.17 19:0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덕분에 용연사를 보게되네요!
    멋진곳입니다!

 

[108산사순례 23] 울주 가지산 석남사에서 108배로 23번째 염주 알을 꿰었다/사찰여행/울주여행/울주 가볼만한 곳

 

 

[108산사순례 23] 울주 가지산 석남사에서 108배로 23번째 염주 알을 꿰었다/사찰여행/울주여행/울주 가볼만한 곳

 

500년 전 옮겨 왔다는 큰 나무그릇, 용도는?

<108산사순례 23> 울주 가지산 석남사

 

어두컴컴한 숲속 길, 적막감이 감돈다. 앞뒤를 둘러봐도 사람을 볼 수 없다. 새벽녘에 찾아 온 이유 때문일까. 아니면 요즘 창궐하는 전염병인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의 여파일까. 막다른 길목에 갇혀 버린 공포심. 군 생활 야간훈련 시 홀로 공동묘지에서 체험했던 그 공포심이 되살아나는 느낌이다. 아늑하고 포근한 숲길을 걷는데도 즐거움보다는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은 왜일까. 유월의 둘째 주말 아침(13일). 일찍 찾은 울주 가지산 석남사로 들어가는 길에 느낀 공포심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그 답은 나 자신이 만들어낸 가공의 '마음'인 것을 오래가지 않아서야 알았다.

 

사찰에는 국보나 보물 등 많은 문화재가 있어 여행지로서는 제격이다. 또한 명산을 오르는 길목에 있으니 등산객들이 산을 오르내리면서 절을 찾는 것도 흔한 일이다. 그래서일까, 종교를 불문하고 사람들이 즐겨 찾는 여행지가 사찰이라는 것에는 특별한 의의가 없을 것만 같다.

 

 

울산광역시 울주군 가지산 동쪽에 자리한 석남사. 대한불교조계종 제15교구 본사인 통도사의 말사다. 헌덕왕 16년(824) 우리나라에 최초로 선을 도입한 도의선사가 호국기도도량으로 창건한 선찰이다. 불자들에게는 국내외 가장 큰 규모의 비구니 종립특별선원으로 널리 알려졌다. 석남사는 창건이후 여러 차례 중건중수를 거듭했고, 임진왜란 때 소실과 한국전쟁으로 폐허가 되면서, 신라고찰의 모습이 파괴되는 아픔을 겪어야만 했다. 그럼에도 아픔은 치유되고, 물길은 돌고 돌아 제 모습을 찾는 것도 자연의 이치. 1957년 비구니 인홍스님이 주지로 부임하면서 사찰의 면모를 새롭게 한다. 이후 비구니 스님들의 수도처로서, 정진하는 곳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지금에 이르고 있다.

 

 

'시냇물을 베개 삼아 잠을 잔다는 누각', 침계루

 

그림은 사람만 그릴까. 계곡에서 흘러내린 물이 아름다운 수채화 한 폭을 그렸다. 가공미가 들어간 인위적인 그림보다는 순수함과 자연미가 한층 넘쳐난다. 한 폭의 그림을 전시하고 있는 반듯한 돌바닥을 내려다보는 침계루. '시냇물을 베개 삼아 잠자는 누각'이란 뜻을 가진 침계루는 계곡을 건너 절의 중심으로 들어가는 언덕에 있는 경우가 많다. 해남 대흥사, 순천 송광사도 계곡을 건넌 곳에 이런 누각이 있다. 침계루는 계곡을 건너야 하기에 다리도 있어야 하는데, 반야교가 그 역할을 하고 있다. 반야교와 침계루, 사람이 짠 구도의 그림이라 할 수 있지만, 자연의 조화로움이 돋보이는 작품이 아닐 수 없다.

 

 

조용한 절간은 침묵이 가득하다. 한 발자국 발걸음을 옮기는 것도 신경이 쓰인다. 대웅전을 중심으로 마당엔 '삼층석가사리탑'이 섰다. 이 탑은 신라 흥덕왕 16년 도의국사가 호국의 염원을 빌며 세운 15층 대탑으로 임진왜란 때 손실됐다. 1973년 삼층탑으로 복원하고 스리랑카 사타티싸 스님이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이 탑 안에 봉안했다고 전해진다. 탑을 중심으로 북쪽에는 대웅전이, 동서로는 강선당과 서래각(종무소)이 절 마당에 안정적으로 배치돼 있다. 

 

 

안정감은 편안함과 여유로움을 유발하는 심신작용으로, 이런 상태에서 한 동안 머물러 있다는 것이, 곧 요새 말로 힐링이 아닐까. 강선당 앞에 작은 기와 조각이 돌 속에 박힌 이유가 궁금하다. 석남사는 공양간이 따로 있지만, 아침공양을 위해 스님들은 강선당에 모여들고, 발우공양을 마친 후 빈 물을 이곳에 버린다고 한다. 게송을 외고, 발우를 펴 공양하고, 나머지 물까지 버리는 이 절차 모두 그 자체가 수행임은 물론이다.

 

 

석남사 대웅전의 역사는 오래되지 않았다. 1974년 인홍스님이 해체하여 복원한 건물로, 정면 3칸, 측면 2칸의 다포형 팔작지붕 형식이다. 정면 계단을 오르는 소맷돌에는 용이 입안에 여의주를 머금고 불법을 호위하는 자태를 나타냈다. 단청은 비단에 수를 놓은 듯 화려하게 칠한 금단청. 법당 안은 석가모니불을 본존으로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이 모셔졌다. 천수경을 읽고 108배를 올렸다. 더운 날씨 탓에 숨이 차고 온 몸에 땀이 베인다. 기도하는 사이사이 잡생각이 일어나지만, 마음을 고쳐 생각을 바꾼다. '어리석음으로부터 벗어나서 깨달음의 경지로 가게 해 달라고'. 알고 보면, 이 기도는 부처님에게 비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 엄한 채찍질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가부좌로 앉아 잠시 묵상에 잠겼다. 혼탁한 사회, 시끄러운 세상, 고통이 가득한 삶, 주변을 둘러봐도 무엇 하나 녹녹함이 없는 세상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진리를 보는 눈이 부족하다. 혼탁하거나, 시끄럽거나, 고통이 가득하거나, 애초부터 이런 것은 없는지도 모른다. 형상이 없는데도, 형상을 보며, 그 형상 속에 갇힌 인간의 모습. 금강경 제5장 '여리실견분'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凡所有相 皆是虛妄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무릇 형상이 있는 모든 것은 허망하니, 모든 형상이 있는 것이 형상(진실상)이 아닌 것을 알게 되면, 곧 여래를 보게 되리라.”

 

어릴 때 밤길을 걷다가 도깨비를 본 적이 있다. 놀라고 궁금함에 아침 일찍 일어나 그 장소에 가 봤더니 도깨비는 온데간데없고 싸리나무 빗자루만 서 있었다. '헛것'을 보았던 것. 보편적인 사람들도 '헛것을 보고 헛것이 아니라'고 마음에 새긴다. 형상이 아닌 것을 알고 여래를 볼 날이 언제쯤이나 다가올까.

 

석남사에서 볼 수 있는 특별한 건축미... 대웅전 지붕위에 앉은 용 조각

 

 

대웅전 서쪽 뒤에 자리한 '도의국사 부도탑'을 보러 가는 길. 아주 오래되고 아담한 마을 골목길 같은 느낌이다. 기왓장으로 마무리한 담장 너머로 겹겹이 쌓인 전각들의 기와지붕. 곡선에서 느끼는 부드러움, 직선이 주는 강렬함, 선과 선을 연결하는 섬세함이 돋보인다. 특별한 모습은 또 있다. 건물 지붕에 있는 장식물로, 대개 사찰의 경우 잡상 등을 놓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석남사 대웅전 지붕에는 용의 장식물을 얹었는데, 용마루 중간에 두 개, 내림마루와 추녀마루 각각 한 개씩이 있다. 흑기와와 청기와가 적절히 혼합된 조화로움도 빼 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산자락에 엷게 낀 안개 속에 묻힌 석남사의 전각들. 이런 풍경이야말로 진정, 아름다운 '한국의 미'가 아닐까. 보물 제369호 '울주 석남사 승탑'은 스님들의 유골을 모시기 위한 돌탑으로 통일신라 말기 승탑 양식을 잘 갖추고 있다.

 

 

절 구석구석을 살펴보면 소소한 구경거리도 있다. 극락전 앞에 있는 삼층석탑은 신라말기에서 고려 초기 만든 탑으로 기단  모서리각을 줄여 둥글게 처리한 것이 특징이다. 대웅전 뒤쪽에는 약 500년 전 간월사에서 옮겨 왔다는 큰 나무그릇이 있다. 옛날 사찰에서 여러 대중스님의 공양을 위해 쌀을 담아 두거나 밥을 퍼 담아 둔 그릇인 '엄나무 구유'다. 종루 앞에 있는 석남사 수조(울산광역시 문화재자료 제4호)는 물을 받아 놓은 물통으로 화강암으로 만들어졌고, 모서리는 안과 밖을 둥글게 다듬어 아름다운 형태를 보여준다. 두 시간을 넘게 절간에 머물렀지만 인기척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조용하다.

 

 

반야교에서 일주문까지 약 700여 미터를 걸으며 세속으로 발길을 옮긴다. 길목마다 나무에 걸어 놓은 좋은 글귀가 잠시 발길을 붙잡는다. <법구경> 말씀을 옮긴다.

 

마음이야말로 만유의 근본

일체는 마음이 지은 바요

마음으로 이루어지나니

마음 가운데 착한 생각 일으켜

선한 말을 하고 바르게 행동하면

행복과 기쁨이 뒤를 따르리라

물체의 그림자가 그 형상을 따르듯이

 

 

마음이 생각을 일으키고, 생각은 행동으로 옮긴다. 첫 단추를 잘 못 끼우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시작이 잘못되면 마지막도 결실을 이루지 못하는 법. 형상이 그림자를 제대로 따르게 하려면, 그림자인 나의 모습이 바른 모습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108산사순례> 그 스물세 번째 기도여행. 울주 가지산 석남사에서 23번 째 염주 알을 꿴 결실로, 23번째 <108산사순례> 그 간 다닌 거리도 5000km를 넘어섰다.

 

『108산사순례 23

 

(1)양산 통도사 → (2)합천 해인사(483.8km) → (3)순천 송광사(367.8km) → (4)경산 선본사 갓바위(448.4km) →  (5)완주 송광사(220. 2km) →  (6)김제 금산사(279.2km)  → (7)여수 향일암(183.4km)  → (8)여수 흥국사(192.3km) → (9)양산 내원사(100.3km) → (10)부산 범어사(126.6km) → (11)구례 연곡사(156.8km) → (12)구례 화엄사(25.1km) → (13)구례 천은사(192.5km) → (14)김천 청암사(204.9km) → (15)김천 직지사(270.7km) → (16)영천 은해사(184.0km) → (17)영천 거조암(220.5km) → (18)보은 법주사(289.1km) → (19)영동 영국사(301.0km)  → (20)영천 수도사(378.6km) → (21)남해 보리암(122.9km)  → (22)고성 옥천사(144.4km) →  (23)울주 석남사(집 → 석남사, 121.6km)

 

☞ 총 누적거리 5,014.1km

 

 

[108산사순례 23] 울주 가지산 석남사에서 108배로 23번째 염주 알을 꿰었다/사찰여행/울주여행/울주 가볼만한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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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광역시 울주군 상북면 | 석남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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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죽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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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jongamk.tistory.com BlogIcon 핑구야 날자 2015.06.19 08:2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108산사순례를 따라 여행하면 좋을 것 같아요

  2. Favicon of https://sjinub15.tistory.com BlogIcon misoyou 2015.06.19 09:3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곳 이네요
    덕분에 잘보고갑니다

  3. Favicon of https://kbank.tistory.com BlogIcon 행복생활 2015.06.19 11: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덕분에 좋은곳 잘 알아 갑니다 ^^

  4. Favicon of https://roki1.tistory.com BlogIcon 로키. 2015.06.19 12:0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울주에도 이런 좋은곳이 있었군여.. 잘보고 갑니다~

  5. Favicon of https://0572.tistory.com BlogIcon 『방쌤』 2015.06.19 13:0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평화로운 모습의 사찰
    좋은 이야기들
    잠시 편안한 마음으로 마주하다 갑니다^^

  6. Favicon of https://dietx.tistory.com BlogIcon 다이어트X 2015.06.19 13:1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잠시 머리를 식힐 수 있겠어요~!

  7. Favicon of https://me2days.tistory.com BlogIcon 프리뷰 2015.06.19 14:0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예전에 몇번 갔던 기억이 나네요.
    오늘도 수고하세요^^*

  8. Favicon of https://su1624.tistory.com BlogIcon 도느로 2015.06.19 14: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죽풍님의 사찰사진 중에 사람없는 포스팅은 이번이 처음인것 같습니다.
    저정도로 사람의 발길이 끊길줄은 몰랐네요.
    말씀대로 고요함보다는 공포로움이 더 큰것처럼 느껴집니다.

  9. Favicon of http://5stin.tistory.com BlogIcon 메리. 2015.06.19 15: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보기만 해도 힐링이 되는군여 ㅎㅎ

  10. Favicon of https://fuente.tistory.com BlogIcon 목요일. 2015.06.19 16:2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공기 좋고 물 맑아보이는 곳이네요

  11. Favicon of https://fkisocial.tistory.com BlogIcon FKI자유광장 2015.06.19 17:0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보기만해도 힐링 되는게 진짜 신기 하네요! ^^;

  12. Favicon of https://gdlsg.tistory.com BlogIcon 도생 2015.06.19 17:1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메르스 영향으로 사찰에도 사람의 방문이 줄어든것 같습니다.
    성불하세요^^

  13. Favicon of https://hanwhablog.com BlogIcon 한화호텔앤드리조트 2015.06.21 23:2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석남사 풍경 좋네요^^

 

[108산사순례 14] 김천 불령산 청암사에서 108배로 14번 째 염주알을 꿰다

/사찰여행/김천여행/김천 가볼만한 곳


김천 불령산 청암사 일주문.

 

[108산사순례 14] 김천 불령산 청암사에서 108배로 14번 째 염주알을 꿰다/사찰여행

/김천여행/김천 가볼만한 곳

 

맑은 물에 고기가 살지 못한다고... 단 하루라도 그렇게 살고 싶다

<108산사순례기도로 떠나는 사찰이야기> 불령산 청암사

 

이른 아침 한적한 도로. 자동차는 고속국도 35번을 따라 북쪽으로 나아간다. 스피드 욕구로 엑셀레이더를 밟자 굉음을 내는 자동차. 잠시 짜릿한 기분에 취했다, 속도를 줄였다. 지나치는 풍경을 보며 느긋함을 즐겨보고 싶어서다. 멀리 도로변에 터널을 이루며 길게 늘어서 핀 벚꽃은 이른 봄을 말해 주건만, 들녘에는 완숙함이 가득 내려앉았다. 연두색으로 옷을 갈아입는 야산도 이를 증명하고 있다. 길은 꺾여 88올림픽고속도로에 접어든다. 편도 1차선이라 속도를 내려야 낼 수가 없는 도로. 자신을 통제하지만 그 여유로움은 배가 된다. 지난 4일. '빠름과 느림'을 번갈아가며 <108산사순례> 14번 째 여행지인 김천 청암사로 떠났다.


 

기억이 날 듯 말 듯 신경이 곤두선다. 언젠가 본 듯한 익숙한 도로풍경 때문이다. 분명 그 언젠가 이 지역을 지난 것만 같은데 뚜렷하게 나지 않는 희미한 기억. 정확하고 선명한 장면은 눈앞에 끝내 그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거창을 지나 청암사로 향하는 국도 30번 도로는, 찌꺼기로 남은 기억을 모으기에 바쁘다. 고민하다 생각을 바꿨다. '처음으로 이 길을 지나겠지'라며. 그래야만 새로운 곳으로 떠나는 여행의 진미를 느낄 테니까. 절이 있는 곳에 계곡이 있고, 계곡이 있는 곳에 물이 있기 마련. 물소리가 봄노래로 들리는 청암사 입구에 다다랐다.


 

계곡을 낀, 훌쩍 키가 큰 붉은 소나무와 잡목 사이로 난 번듯한 오솔길이 끝날 때쯤 나타나는 일주문. 얼핏 보니 편액에 쓰인 글씨가 잘 읽혀지지 않는다. 겨우, '불산암 영청사'라 읽었다가 아무래도 이상하다 싶어, 머리를 굴려보니 글씨를 위아래로 반복해 쓴 서체다. 바로 보니, '불령산 청암사'로 읽힌다. 천왕문 사천왕상이 다른 사찰과 다른 모습이다. 보통 목조로 만든 사천왕상에 비해, 이곳은 벽에 그림 형태로 사천왕상을 모셨다.

 

목조의 사천왕상은 튀어난 눈, 화난 듯한 얼굴 표정으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잔뜩 겁을 먹게 만들거나 주눅 들게 만든다. 그런데 벽화의 사천왕상은 부드럽고 온화한 표정으로, 무서움이 드는 것 보다 오히려 친근감이 들 정도다. 악마나 귀신을 쫓는, 불법을 수호하는 4명의 대천왕상인 사천왕. '근엄하고 겁난 표정'을 가진 사천왕이 제 임무를 잘 수행할까, 아니면 '온화하고 친밀한 얼굴'을 가진 사천왕이 더 나을까. 문득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경북 김천시 증산면에 자리한 청암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8교구 직지사의 말사다. 신라 헌안왕 3년(859) 도선국사가 건립한 고찰로, 조선인조 25년(1647) 화재로 전소됐으나, 허정혜원스님이 심혈을 기울여 중건하였다. 숙종의 비 인현왕후가 장희빈의 무고로 폐위되고, 서인으로 있을 당시 이곳 극락전에서 기거하면서 기도했던 인연으로 왕실과 밀접한 관계를 가졌다. 불령산 적송림은 국가보호림으로 지정돼 궁에서 무기 등이 하사되었고, 조선말까지 상궁들이 내려와 신앙생활을 했던 곳으로도 유명한 사찰이다. 사찰 위쪽에 자리한 보광전은 인현왕후가 폐위 된 후 원당으로 건립된 전각으로 역사의 의미가 숨어있는 곳이다.


 

달콤함은 유혹으로 이끄는 재앙의 씨앗, 우비천에서 삶의 지혜를

 

천왕문을 지나니 '우비천(牛鼻泉)'이라는 작은 샘이 있다. 물 한 바가지를 떠 마셨다. 목이 말랐는지 달콤하다. 달콤함은 유혹으로 이끄는 재앙의 씨앗이다. 그런데 안내문을 보니 어찌 내 생각과 비슷한 글귀 내용이 눈길을 끈다. 재물을 멀리하고 수행에 정진하려는 스님들의 고뇌를 알 것만 같다.

 

"청암사는 소가 왼쪽으로 누워있는 와우형의 터다. 이 샘은 소의 코 부분에 해당되는 곳으로 우비천이라고 하며 코 샘이라고 한다. 예로부터 이 코 샘에서 물이 나오면 청암사는 물론, 증산면 일대가 부자가 된다고 하며 이 물을 먹으면 부자가 된다는 전설이 전하여져, 재물을 멀리한 스님들은 이 샘을 지날 때 부채로 얼굴을 가렸다고 한다."


 

청암사는 큰 계곡을 가로질러 전각들이 배치돼 있다. 그러다보니 크고 작은 다리를 건너야만 법당에 갈 수 있다. 다리 밑으로 흐르는 물이 너무나도 맑다. 바닥이 훤히 보인다. 물결이 일지 않으면, 물이 있는지 없는지 모를 정도다. 청정 그 자체다. 작은 물고기가 노니는 모습이 부럽다. '맑은 물에는 고기가 살지 않는다'고 그 누가 말했던가. 자신을 합리화하는 말일 뿐, 천만의 말씀이다. 단 하루를 살다 가더라도, 맑은 물에 사는 저 물고기처럼, 더러움에 물들어 살고 싶지는 않다. 작은 폭포에서 떨어지는 하얀 물줄기가 흐르는 계곡, 맘속의 때를 벗기려 한참이나 자리를 뜰 수 없었다.


 

대웅전 앞마당에 서 있는 석탑은 둘레에 비해 길고 홀쭉한 모습으로 왠지 불안정한 형태의 4층 석탑이다. 탑은 대개 홀수 층으로 세우는 것이 보통인데, 이 탑은 4층으로 만든 그 이유가 궁금하다. "조선 후기의 탑으로 1912년 성주의 어느 논바닥에서 옮겨왔으며, 원래는 5층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한다.

 

지대석 위는 2층 기단을 올려놓고 4층의 탑신을 쌓았다. 탑신 1층 몸돌 각 면에는 불 좌상을 돋을새김 해 놓았는데 해학적인 모습이다. 석탑이 정교하게 조각됐거나, 예술적인 미가 한층 돋보이는 느낌은 아닐지라도, 경상북도 문화재자료 제121호로 지정돼 보호되고 있다. 깊은 역사를 간직한 청암사에 국보·보물 급 문화재가 없다는 점이 아쉽지만, 그나마 특별난 이 석탑을 보는 것만으로도 복이라 받아들이고 싶다.


 

청암사의 주 법당인 대웅전은 정면 3칸, 측면 3칸으로, 겹처마 팔작지붕 형태로 용마루 끝은 장식용 기와로 마무리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청색의 기와지붕으로, 이는 처마 밑 색이 약간 바랜 단청과는 극적인 대비를 이룬다. 미술인 그림에서 볼 수 있는 색채의 아름다움은 평면적인 것에 반해, 고건축에서만 느낄 수 있는 색의 아름다움은 입체적이다.

 

그래서일까, 건물 외부 금단청의 강렬한 느낌은 모로단청으로 채색된 법당 안까지 이어지고 있다. 불전에 자리한 불상이 놀랍다. 보통 사찰의 법당에 안치된 불상과는 달리, 한 눈에 봐도 우리나라 불상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머리에 있는 육계(정수리에 솟은 상투 모양의 살덩이)와 통견가사(양쪽 어깨를 모두 가리는 방식의 가사) 일부분 그리고 입술이 붉은 색이다. 붉은 색을 선호하는 중국계통의 불상임을 짐작케 한다.


 

대웅전 법당에서 눈여겨 볼만한 가치, 석가모니불과 벌집

 

청암사는 비구니스님이 수행 정진하는 도량이다. 오전 10시, 스님과 함께 법회에 참여했다. 법회를 마친 스님이 먼저 말을 건넨다. 법회가 열리기 전부터 기도하고, 마치고 나서도 자리를 떨줄 모르는 수상한(?) 사람을 보고 궁금했던 모양이다.

 

"기도를 열심히 하십니다. 어디서 오셨나요."

"예, 거제도에서 왔습니다" 답하면서, "불상이 달라 보입니다"라며 되레 여쭈었다.

"멀리서 오셨네요. 저 불상은 1914년 대운스님이 중국 항주 영은사에서 조성한 석가모니불을 모셔온 것이죠. 불상 가운데 붉은 색이 우리나라 불상과는 다른 점이죠. 그리고 저 위 보광전에 가시면 인현왕후가 폐비돼, 여기 청암사에서 기거했던 역사도 알 수 있습니다."

 

스님의 친절함에 고마움의 예로 두 손 합장하고, 문 밖으로 나가는데 법당 안에 작은 벌집 하나가 눈에 띈다. 건물 외벽에 나 있는 작은 구멍사이로 드나든 벌이 벌집을 지은 것. 건물 외벽과 법당 안 유리벽 사이 틈이래야, 겨우 벌 한 마리가 드나들 수 있는 좁은 공간임을 감안하면, 강인한 생명의 존귀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일이리라.


 

대웅전이 있는 터 다리를 건너, 스님이 알려 준 보광전으로 가는 길엔 따스한 봄볕이 마중 나와 반겨준다. 기분 좋은 이는 여행자만 아니다. 재촉하는 봄기운에 목련도 더 이상 참을 수 없는지, 활짝 웃음으로 꽃을 피웠다. 그럼에도 얼마 지나지 않아 저 목련도 목채 떨어지는 아픔을 겪으리라. 문득, 병원에 오랫동안 입원해 계시는 어머니가 나타나는 것은 왜일까. 자연의 순리를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받아들이는 지혜, 그것이 바로 깨우침이지 싶다. 볕이 반쯤 들어오는 곳에 핀 야생화. 절터 빈 곳곳마다 현호색이 무리지어 자리를 차지하며 봄의 기운을 알리려 손짓하고 있다.


 

스님이 일러주신 보광전. 42개의 손을 지닌 관음보살이 불전을 지킨다. 처마 밑 풍경은 봄바람을 타고 춤춘다. '쨍그랑, 쟁쟁하는 쇳소리'. 경쾌한 풍경소리는 흐트러지고 번뇌로 가득한 마음을 맑게 해 주는 청정 음이다. 마당엔 2개의 연꽃 문양이 새겨진 배례석이 있다. 배례석을 한자로 풀이하면, '돌 위에 엎드려 절하면서 예를 숭배한다'라는 뜻으로 해석될 수도 있으리라. 그런데 배례석은 불상, 석탑, 석등 앞에 있는 판돌로, 돌 위에 촛불을 켜거나 향을 피우고 음식을 차려놓는 넓은 돌을 말하는 것으로, 불자라면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누군가 대여섯 개의 초를 얹어 놓았다.


 

작은 다리를 건너 인근 백련암에 들렀다. 여행자의 발자국 소리만 맴돌 뿐, 고요함만 가득한 작은 암자에서 참회의 의미를 되새긴다. '참회(懺悔)', '참(懺)'이란, '종신토록 잘못을 짓지 않는 것'이요, '회(悔)'란 '과거의 잘못을 아는 것'. <108산사순례>, 청암사에서 108배 기도로 14번 째 염주 알을 뀄다. 깨끗한 물, 맑은 풍경소리, 강인한 생명력 그리고 소중한 목숨의 의미를 되새겨 본 사찰 기도여행이었다.

 

『108산사순례 14

 

(1)양산 통도사 → (2)합천 해인사(483.8km) → (3)순천 송광사(367.8km) → (4)경산 선본사 갓바위(448.4km) →  (5)완주 송광사(220. 2km) →  (6)김제 금산사(279.2km)  → (7)여수 향일암(183.4km)  → (8)여수 흥국사(192.3km) → (9)양산 내원사(100.3km) → (10)부산 범어사(126.6km) → (11)구례 연곡사(156.8km) → (12)구례 화엄사(25.1km) → (13)구례 천은사(192.5km) → (14)김천 청암사(집 → 청암사, 204.9km)

 

☞ 총 누적거리 2,981.3km


 

[108산사순례 14] 김천 불령산 청암사에서 108배로 14번 째 염주알을 꿰다/사찰여행

/김천여행/김천 가볼만한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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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북도 김천시 증산면 | 청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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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죽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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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aaqq.tistory.com BlogIcon 아쿠나 2015.04.14 06:2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천 불령산 청암사에 대해서 알아보려고 하는 분들에게
    유용할듯 합니다 ~
    오늘도 날씨가 좀 흐린데요..그래도 즐거운 화요일되세요^^

  2. Favicon of https://bonlivre.tistory.com BlogIcon 봉리브르 2015.04.14 07:5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맑은 물에는 고기가 살지 않는다..라는 말,
    자신을 합리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말씀
    마음에 새겨봅니다.
    나 자신과 남에게 들이대는 잣대가 공정해야 함도
    다시 한 번 생각해 봅니다.

    귀한 말씀 잘 듣고 갑니다.
    평온한 하루 보내십시요^^

  3. Favicon of https://hym9981.tistory.com BlogIcon 마니7373 2015.04.14 08: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보물이나 국보는 없어도 우비천이라는
    인생의 보물 같은 귀한 샘이 있네요~
    욕심을 멸하고 자신을 되돌아 보는
    좋은 포스팅 잘 보고 갑니다^^

  4. Favicon of https://hansik07.tistory.com BlogIcon Hansik's Drink 2015.04.14 09:1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덕분에 좋은곳 잘 보고 가네요 ^^
    행복 가득한 하루를 보내세요~

  5. Favicon of https://heysukim114.tistory.com BlogIcon *저녁노을* 2015.04.14 09:2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의미있는 글귀...맘에 새겨갑니다.
    좋은날 되세요

  6. Favicon of https://tokyo.innoya.com BlogIcon 이노(inno) 2015.04.14 09:2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곳은 가본적이 없지만 김천엔 정말 자주 갔었어요.
    구미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해서 항상 김천에서 버스를 갈아타야해서...

  7. Favicon of https://feeltone1.tistory.com BlogIcon 신선함! 2015.04.14 09:2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녀갈게요~ 행복한 오늘이 되셔요~

  8. Favicon of https://ptnet.tistory.com BlogIcon 진율 2015.04.14 09:3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청암사 멋진 모습이네요~!

  9. Favicon of http://5stin.tistory.com BlogIcon 메리. 2015.04.14 09:5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천이면 수도권에서 어느정도 일까요? 가보고 싶어요!

  10. Favicon of https://yahoe.tistory.com BlogIcon 금정산 2015.04.14 09: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청암사 저도 갔다온 기억이 있습니다.
    잘 보고 갑니다.

  11. Favicon of https://mindman.tistory.com BlogIcon mindman 2015.04.14 09:5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대단하세요. 108개의 산사를 돈 후에 작품집 내셔도 되실 듯......

  12. Favicon of https://gdlsg.tistory.com BlogIcon 도생 2015.04.14 11:2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세속의 물욕을 버리고 스님들이 부자되는 물을 많이 마셔 구제중생에 힘을 더 쓰면 좋겠습니다.
    성불하세요^^

  13. Favicon of http://bbs2018.tistory.com BlogIcon 랩소디블루 2015.04.14 11:3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한번 가보고 싶어지는 사찰이네여 잘보고 갑니다.

  14. Favicon of https://0572.tistory.com BlogIcon 『방쌤』 2015.04.14 12:1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벌써 14번째 순례를 마치셨네요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 곳은 처음 들어보는 곳인데 덕분에 또 새로운 곳을 하나 배워갑니다
    즐거운 하루 되시길 바라구요^^

  15. Favicon of https://leeve.tistory.com BlogIcon 리브Oh 2015.04.14 13:1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직 잘 보존되어 있어서 다행이에요.
    물이 어쩜 저리 맑을까요.
    도시를 떠나 한번쯤 역사를 돌아보고 사색에 잠기고 싶어지는 곳이네요^^

  16. Favicon of https://rnasatang.tistory.com BlogIcon 낮에도별 2015.04.14 13:5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청암사 한번 가보고 싶어지네요~ 좋은 글과 사진 잘 감상하고 갑니다^^

  17. Favicon of https://roki1.tistory.com BlogIcon 로키. 2015.04.14 14:3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절말 고즈넉한 절이라고 생각합니다

  18. Favicon of https://realog.net BlogIcon 악랄가츠 2015.04.14 15:2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린 시절 아버지와 함께 촬영하러 갔던 기억이 나네요! ㅎㅎㅎ

  19. Favicon of https://soulwit.tistory.com BlogIcon 세상속에서 2015.04.14 16: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천 불령산 청암사 소개 잘보고 가요^^*

  20. Favicon of https://su1624.tistory.com BlogIcon 도느로 2015.04.14 19:1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속물이라 그런지 우비천의 샘물을 다 마시고싶은 욕심이 듭니다. ㅜㅜ
    열네번째 염주엔 또 어떤 번뇌를 담으셨는지요?
    요즘 부쩍 염주꿰시는 주기가 촘촘해(?)진것 같습니다. ㅎㅎ

[108산사순례 11] 지리산 피아골 연곡사에서 108배로 11번 째 염주 알을 꿰다

/산사여행/구례여행/구례 가볼만한 곳

 

지리산 피아골 연곡사 일주문.

 

[108산사순례 11] 지리산 피아골 연곡사에서 108배로 11번 째 염주 알을 꿰다

/산사여행/구례여행/구례 가볼만한 곳

 

옛 시대 탑과 비를 조각했던 사람은 양반이었을까

[108산사순례기도로 떠나는 사찰이야기] 지리산 피아골, 연곡사

 

어디서 나는 굉음일까. 지리산 깊은 산골짜기 피아골 그 어딘가에서 들리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리는 마치 거대한 폭포수가 떨어지는 것을 연상케 한다. 사방을 아무리 둘러봐도 그 소리의 진원지를 알 수가 없다. 21일. 집에서 서너 시간을 달려 피아골 연곡사에 도착한 시간은 정오 무렵. <108산사순례> 열한 번째 여행지, 지리산 연곡사에 도착하자마자 처음으로 들은 소리였다.

 

여느 사찰과는 달리 어딘지 모르게 휑한 느낌이다. 전각이 한 곳에 집중돼 있지 않고, 사방이 모두 확 트인 배경 탓 때문일까. 사찰의 첫 관문인 일주문을 오르니 그 모양새가 참으로 특이하다. 양 옆으로 난 기둥은 통나무를 그대로 썼고, 그 앞뒤로 돌 기둥위에 작은 기둥을 세워 지붕의 무게를 지탱하고 있다. 팔작지붕의 화려한 일주문은 건축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건물로 보인다.

 

 

연곡사. 대한불교조계종 제19교구 본사인 화엄사의 말사다. 544년(신라 진흥왕5) 연기조사가 창건했으며, 신라 말부터 고려 초까지 수선도량으로 유명했던 사찰이다. '연곡사'라는 이름은 연기조사가 처음 이곳에 왔을 때, 큰 연못에서 제비 한 마리가 날아가는 것을 보고, 그 자리에 법당을 세운데서 유래됐다고 한다. 선도량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국보와 보물로 지정된 승탑이 많이 남아 있는 것이 관심을 끈다. 국보로는 구례 연곡사 동 승탑(53호), 구례 연곡사 북 승탑(54호)이 있으며, 보물로는 구례 연곡사 삼층석탑(151호), 구례 연곡사 현각선사탑비(152호), 구례 연곡사 동 승탑비(153호), 구례 연곡사 소요대사탑(154호) 등이 있다.

 

 

활짝 핀 매화꽃과 벌과의 사랑이 한창이다. 아낙네들은 봄나물을 뜯기에 여념이 없다. 한적한 시골에 자리한 사찰은 고요함과 적막감에 휩싸여있다. 그래서일까, 북적이는 사람들로 넘쳐나는 대형 사찰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한 이곳이야말로 가슴이 시릴 정도로 느낌이 다르다. 진정한 '여유'란 무엇일까. 사람은 일상에서 크든, 작든, 어떤 일을 결정하고 그 결과는 우리의 삶에 반영되기 마련이다.

 

바쁜 시간, 너그럽지 못한 마음의 상태에서 내리는 결정은, 과연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를 생각한다면, 여유의 중요성을 잊어버릴 수는 없으리라. 절터 마당 한 곳에 쪼그려 앉아, 지난날을 되돌아보며 '여유로운 삶'을 살아 왔는지 더듬어본다. 토해내는 기억은 별로라는 것. 이제부터라도 여유를 가져야겠다는 생각이다. 여유는 곧, 매사 '천천히' 생각하며 행동하는 것이리라.

 

 

한적한 사찰에서 가지는 여유로움이야말로 여행의 참 맛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보이는 보제루로 보이는 건물에는 현액이 걸려있지 않다. 이 건물은 누하진입 방식으로 대적광전을 맞이한다. 보제루를 지나 마당을 오르는 계단 좌우에는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을 드러낸 돌사자가 떡하니 버텨 앉은 모습이다. 절을 수호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엿보인다.

 

연곡사의 주 법당은 대적광전. 이 법당은 연화장세계의 교주인 비로자나불을 모시고 있다. 대적광전에는 주로 선종의 영향을 받아, 주불인 '청정법신 비로자나불'을 중심으로, '원만보신 노사나불', '천백억화신 석가모니불'을 봉안하여 연화장세계를 상징한다. 그런데 좌우협시의 화불과 보관을 보니, 불상이 아닌 보살상으로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을 봉안하고 있다. 

 

 

연곡사는 국보와 보물이 많다. 대적광전 뒤 산자락에 자리한 곳으로 문화재공부에 나섰다. 처음으로 마주하는 것은 국보 제53호 '연곡사 동승탑'이다. 이 탑은 통일신라시대를 대표하는 스님의 사리탑이다. 문화재에 관한 문외한이라도 이 탑이 국보로 지정된 이유를 충분히 알 것만 같다. 정교하게 조각된 장식과 모양을 갖춘 탑의 화려함은 조각예술의 극치를 보여 주고도 남는다. 지붕돌은 목조건축의 지붕을 충실히 본떴다. 기왓골, 처마, 기와 등 각 부분의 장식이 매우 섬세하게 표현돼 있다.

 

지붕 아랫면에는 구름모양의 비천상도 조각돼 있다. 지붕마루 측면에는 풍탁을 걸었던 구멍이 있고, 그 윗부분에는 잡상을 얹었던 흔적도 있다. 탑의 상층부는 연꽃, 봉황, 보주 등으로 세밀한 장식을 마무리하였다. 실로, 조각예술이 뭔지, 그 진수를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다. 이 탑은 도선국사의 승탑이라 전해지고 있으며, 일제 때 동경대학으로 반출될 위기를 맞았으나 다행이도 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동 승탑 옆으로는 보물 제153호인 '연곡사 동승탑비'가 있다.

 

국보 제53호 '연곡사 동승탑'.

 

자리를 옮겨 국보 제54호인 '연곡사 북승탑'을 만나러 가는 길. 산 위쪽으로 약 5분여 동안 계단 길을 숨 가쁘게 올랐다. 이 탑은 네모난 바닥 위에 세워진 8각형의 승탑이다. 전체적인 규모와 형태는 앞서 본 동승탑과 동일한 형태다. 기단은 3층이며 아래 받침돌은 2단으로 아래는 구름무늬를, 위는 두 겹으로 된 16잎의 연꽃무늬를 새겨 놓은 점이 특별나다.

 

받침돌 윗단에는 둥근 테를 두르고, 그 속에 불교의 낙원에 산다는 극락조인 가릉빈가를 돋을새김 해 놓은 것이 특징이다. 탑신의 몸돌 각 면에는 불법을 수호한다는 사천왕상을 꾸며 놓았다. 이 탑은 동승탑을 모방한 고려 초기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되며, 도량 내에 현각선사탑비가 있는 것으로 보아 현각선사승탑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국보 제54호 '연곡사 북승탑'.

 

이제 내리막길로 접어들어 보물 제154호인 '연곡사 소요대사탑'을 보러 간다. 한 눈에 봐도 작가의 예술적 혼이 깃들어 있다. 기록으로 확실한 것은 이 탑은 1650년 건립됐고, 소요대사 태능이 주인이라는 것. 소요대사 태능은 서산대사 휴정의 제자로 임진왜란으로 불타버린 연곡사를 크게 중창한 스님이다. 아래쪽에는 보물 제152호인 '현각선사탑비'가 자리한다. 이 탑비 역시도 예술적인 감각에 더하여 웅장함마저 느끼게 한다.

 

탑비에는 한국전쟁 때 생긴 피탄 자국이 받침돌과 머릿돌 뒷부분에 아직도 선명히 남아 있다. 현재의 탑비는 귀부의 머리 부분과 몸통 부분이 조각난 것을 복원해 놓았다. 그 인근에는 구한말 의병으로 활약한 '의병장 고광순 순절비'가 서 있다. 연곡사를 한 바퀴 돌아 절 밖으로 나가는 길에 만난, 보물 제151호 '연곡사 삼층석탑'을 끝으로 문화재 공부는 여기서 끝을 맺었다.

 

보물 제152호 '연곡사 현각선사탑비'.

 

지리산 피아골, 스님 공양을 위했던 피밭과 빨치산의 역사가 깃든 곳

 

연곡사에 도착할 때 들었던, 원인을 알 수 없었던 그 소리는, 절 밖으로 나올 때 까지 멈추지 않았다. 도대체 무슨 소리일까 싶어 진원지를 찾고 싶었다. 앙상한 나뭇가지 숲 속 계곡으로 발길을 옮겼다. 가까이 갈수록 크게 들리는 정체모를 굉음. 그 굉음은 계곡에서 흘러내리는 물소리였다. 지리산 높은 골짜기를 타고 내려온 물은 힘에 겨웠는지 흰 거품을 내며 소리를 질러대는 모습이다.

 

바위와 바위 틈새를 돌고 짧고 긴 높이에서 떨어지면서 내는 물소리는, 사물놀이 풍물 소리처럼 시끄러운 것 같기도 하지만, 잘 들어보면 제각각 내는 물소리를 알 수 있는 신비함을 느낄 수 있다. 아이를 출산할 때 내는 산모의 고통 소리는 곧 축복의 소리가 아니던가. 자연도 새로운 계절을 잉태하고 출산하는 몸 부는 치는 소리는 내게 굉음으로 봄이 왔음을 알려주고 있다

 

 

피아골은 지리산 반야봉에서 연곡사에 이르는 계곡을 가리다. 한국전쟁 시 피아골을 품은 지리산은 빨치산과 군경간의 치열한 싸움터로 피아 상호 간 많은 피를 흘려, 피가 골짜기를 붉게 물들였다는데서 유래됐다고 짐작할 것 같으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 피아골의 유래는 연곡사의 많은 승려들의 식량 확보를 위해 벼가 아닌 피를 심던 '피밭골'에서 '피아골'로 부르기 쉽게 바뀌었다고 한다.

 

연곡사 위에는 '직전마을'이 있는데, 한자로는, 피 '직()'자와 밭 '전(田)'자를 써 '직전(田)'이라는 이름도 같은 이유라는 것. 여기까지 왔는데 피아골이라 이름 붙여진 직전마을을 둘러보지 않고 갈 수는 없다. 약 1.5km 떨어진 마을을 찾았다. 스님들의 공양을 위해 농사지었다던 피밭이나, 피아의 전투가 치열했던 빨치산의 흔적은 찾아 볼 수는 없었다. 그럼에도 마을의 역사가 끊이지 않는 한, 두 가지 사실은 영원히 존재하리라는 믿음이다.

 

 

<108산사순례> 기도여행 11번 째 찾은 연곡사는 여러 점의 국보와 보물이 있어 훌륭한 문화역사 탐방지로 손색이 없다. 그럼에도 한 가지 진한 아쉬움으로 남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조각예술의 진수를 보여 준 탑과 비를 조각한 작가의 이름을 알 수 없다는 것. 또 하나는 당시 조각을 했던 사람은 서예나 미술을 했던 양반 계층은 아니었을 터. 조각가로서의 긍지를 가졌는지, 삶은 어떠했는지, 문득 궁금해진다. 

 

모든 것을 잠시나마 내려놓고 이곳 연곡사에서 108배로 11번 째 염주 알을 꿸 수 있었다. 

 

『108산사순례 11

 

(1)양산 통도사 → (2)합천 해인사(483.8km) → (3)순천 송광사(367.8km) → (4)경산 선본사 갓바위(448.4km) →  (5)완주 송광사(220. 2km) →  (6)김제 금산사(279.2km)  → (7)여수 향일암(183.4km)  → (8)여수 흥국사(192.3km) → (9)양산 내원사(100.3km) → (10)부산 범어사(126.6km) → (11)구례 연곡사(집  → 연곡사, 156.8km)

 

☞ 총 누적거리 2,558.8km

 

 

[108산사순례 11] 지리산 피아골 연곡사에서 108배로 11번 째 염주 알을 꿰다

/산사여행/구례여행/구례 가볼만한 곳

 

 

Posted by 죽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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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yahoe.tistory.com BlogIcon 금정산 2015.03.27 09:0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봄향기 그득한 피아골 연곡사 구경잘하고 갑니다.

  2. Favicon of https://tokyo.innoya.com BlogIcon 이노(inno) 2015.03.27 09: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절밖으로 나올때까지 물소리가 들릴정도면 엄청나게 큰 소리였나봐요.
    힘차게 내려오는 물처럼 오늘도 힘차게 시작해봅니다

  3. Favicon of https://hansik07.tistory.com BlogIcon Hansik's Drink 2015.03.27 09:3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떠나고 싶어지는 곳이네요 ^^
    덕분에 잘 보고 갑니다~

  4. Favicon of https://feeltone1.tistory.com BlogIcon 신선함! 2015.03.27 09:4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녀갈게요 ㅎㅎ 좋은 오늘이 되셔요^^

  5. Favicon of https://gdlsg.tistory.com BlogIcon 도생 2015.03.27 11:3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일반적인 사리탑과는 다른, 장인의 정성이 담겨있는 아름다운 모습의 사리탑입니다.
    성불하세요^^

  6. Favicon of https://rnasatang.tistory.com BlogIcon 낮에도별 2015.03.27 13:2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연곡사 전경 덕분에 잘 감상하고 갑니다~ ^^
    즐거운 금요일 되세요!

  7. Favicon of https://0572.tistory.com BlogIcon 『방쌤』 2015.03.27 14:1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피아골은 자주 갔었는데 연곡사는 처음 보는것 같아요
    조용하고 고즈넉한 산사의 풍경이 참 좋네요^^

  8. Favicon of https://su1624.tistory.com BlogIcon 도느로 2015.03.27 14:1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개인적으로 사람이 북적이지 않는 사찰을 좋아합니다.
    조용함속에서 저도 차분하게 뭔가를 사색할 수 있는 것 같아서 말이죠.
    연곡사...딱 제가 좋아하는 분위기입니다.
    열한번째 염주는 시간이 좀 걸렸네요 ^^

  9. Favicon of https://hym9981.tistory.com BlogIcon 마니7373 2015.03.27 16: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현대사에 아픔을 간직한 곳에 위치하고 있는 사찰이네요~
    사찰 규모에 비해 여러의미 있는 국보, 보물 등도 많네요.
    늘 사찰 순례 묵묵히 응원합니다^^

  10. Favicon of https://nimpopoyes.tistory.com BlogIcon 톡톡 정보 2015.03.27 22: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녀갑니다.
    편안한 마무리 되시고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11. Favicon of https://trier365.tistory.com BlogIcon 트라이어 2015.03.27 22:5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날씨 풀리니 저도 놀러가고 싶네요. ^^

  12. Favicon of https://break-t.tistory.com BlogIcon 딸기향기 2015.03.28 00:0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보고 갑니다 ~

  13. Favicon of http://bbs2014.tistory.com BlogIcon 뉴론♥ 2015.03.29 08:3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불전함이라는 곳에 조금 돈도 넣긴 해야겠네염 즐건 주말되세염.